엄마의 첫 호텔행

일본체험수기 · #398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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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드로 · 2010-07-23 23:48:23 · 조회 1655
얼마전 아들을 데리고 처음으로 한국에 여행가게 되였어요.

엄마랑 같이 있고 싶었지만 엄마가 회사 옥탑방에서 사는데다가 매일 잔업을 해야 되기에

불편할것 같아 시집 친척집에 짐을 풀었어요.

그 바쁜 회사 일정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저랑 손자랑 보고싶어 어렵사리 반날을 청가하였어요

오랜만에 엄마를 만나 백화점도 돌고 동대문시장도 돌고 맛나는 것도 사먹고 신나게 놀았어요,

짧디짧은 시간은 빨리 흘러 어느덧 밤 10시반이 되였어요.

우리는 애가 힘들어 할가봐 아쉬운대로 쇼핑을 그만두고 엄마 숙사로 갔어요.

근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엄마한테 회사 대문 키가 없었어요.

오전에 회사 직원이 키를 빌려달라고 하여 빌려줬다가 돌려받는걸 까먹었대요.

엄마는 너무 안타까와 자신의 잘못을 자책했어요.

<엄마, 괜찮아요, 우리 호텔에 가서 자면 되잖아요.>

<호텔비용 비쌀거잖아. 우리 여관이나 모텔에 가서 하루밤 지내면 안될까?>

<그런곳은 더러워서 싫어요. 내가 낼테니깐 우리 그냥 호텔로 가요.>

<나한테 그만한 돈도 없겠니. 엄마가 낼께. 우리 딸 덕분에 엄마가 호텔에 가보게 생겼구나.>

안타까와 어쩔줄 모르던 엄마의 얼굴이 그제서야 밝아졌어요.

<엄마, 호텔에 한번도 가보신적 없어요?>

<내가 언제 호텔에 갈 일이 있겠니>

<만일 오늘밤 나랑 얘랑 없이 엄마가 키가 없어 숙소에 못들어가면 어떡할거에요?>

<그럼 여관이나 찜질방에 가서 자면 되지.

몇년전 금방 한국에 왔을때 한 식당에 소개 받았다.

모든 짐을 끌고 그 식당으로 찾아갔지만 길을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도착했을땐 식당이 문을 닫은 뒤였단다.

어디 갈데도 없어 무거운 짐을 끌고 여기저기 헤매다가 새벽녘 쯤에 찜질방을 발견하여 거기서 잠을 잤단다.>

그 말을 듣고나니 가슴이 찡 해났어요.

엄마가 여행한번 못가시고 열심히 일하셨기에 지금의 행복한 내가 있는게 아니겠어요?

<우리딸은 호텔에 가봤니?>

<나야 질리게 가봤죠. 옛날에 회사 출장가도 호텔에 들었고 애 아빠랑 여행다니면서도 호텔에 자주 들었어요.>

엄마가 흐뭇하게 웃으셨다.

<그래, 우리딸은 엄마처럼 살지 말아라. 여행도 많이 다니고 입고 싶은것도 맘대로 사입고

먹고 싶은것도 맘대로 사먹고 그래라.>

<전 지금도 충분히 그러고 있어요.

엄마도 돈만 아끼느라 하지 말고 여행도 다니시고 입고 싶은거 드시고 싶은거 맘대로 사세요.

저랑 오빠는 엄마 도움 없이도 잘 살수 있으니 우릴 위해 돈버느라고 희생하지 마세요.

이젠 엄마 자신을 위해서 사세요.>

<휴_, 오빠가 집을 못사고 있는데 어떻게 걱정안할수 있니. 북경 집값은 언제 떨어질려는지…>

오늘밤 근사한 호텔은 아니더라도 깔끔한 호텔에서 엄마랑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치솟았어요.

먼저 엄마 회사 근처에 있는 싸보이는 관광호텔에 들어갔어요.

프론트에서 손님이 찾다고 얘기해 주었어요.

10분정도 더 걸어 아까보다는 좀 비싸보이는 일본 체인 비지니스호텔에 들어갔어요.

예약이 다 찾다고 상냥하게 얘기해 주었어요.

이러다가 오늘밤 밖에서 날 새야 되는건 아닌지 더럭 겁났어요.

15분 더 걸어가니 비지니스 호텔이 보였어요.

여기도 방 예약이 꽉 찾대요.

저랑 엄마랑 울상이 되여 돌아섰어요.

유모차에 앉힌 애가 불쌍해서 인지 돌아서는 우리를 프론트에서 불러세웠어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부근 호텔에 자리가 있는지 체크해 볼게요.>

프론트 아저씨가 전화를 하시더니 트윈룸도 괜찮은가고 물었어요.

침대를 따질때가 아니기에 괜찮다고 했어요.

가르쳐준 호텔에 도착하니 밤 12시가 넘었어요.

가격을 확인하니 10만원이였어요.

예산보다 좀 비싸긴 했지만 그래도 방을 찾았다는것만 해도 어디에요.

엄마가 돈을 내겠다는걸 도로 넣게 하고 내가 냈어요.

<체크아웃 몇시에요?>

<12시에요,>

늦게까지 푹 늦잠을 잘수 있었어요.

<나때문에 니가 괜한 돈을 쓰는구나.>

<아니에요, 엄마, 엄마랑 같이 호텔에서 잔다는게 너무 좋아요.>

호텔방에 들어와 엄마는 냉장고도 열어보시고 창밖도 내다보시고 화장실도 들여다 보셨어요.

<깨끗하고 참 좋구나.>

아들도 창밖에 지나가는 차량들을 보며 좋아서 퐁퐁 뛰였어요.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침대 두개를 함께 붙이고 셋이서 나란히 누웠어요.

아들은 피곤한지 금방 꿈나라로 들어가고 나랑 엄마랑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었어요.

<내일 몇시에 출근해요?>

<7시반까지 출근해야 하기에 7시 전에 나가야 한다. 내일 오전에 휴식이면 얼마나 좋겠니.

그럼 여기서 늦게까지 자고 일어나도 되겠는데……>

<엄마, 그럼 내일 오전에도 청가하고 가지 말아요.>

<안되, 오늘도 겨우 청가맡고 나왔단다.>

몇달동안 회사에 일이 끊임없이 들어와 엄마는 3개월동안 하루밖에 휴식하지 못했대요.

휴_

이튿날 아침 엄마는 6시 반에 일어나 잠자는 나랑 간단히 인사를 하고 나갔어요.

회사에 출근한줄 알았는데 10분뒤에 우유랑 삼각김밥이랑 쏘세지랑 사들고 들어오셨어요.

아침밥 걱정하지 말고 늦게까지 푹 자라는 엄마의 마음이였어요.

아침을 먹고 티비를 좀 보다가 체크아웃하고 호텔을 나왔어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호텔에서 나와 맡는 공기는 집이나 친척집을 나와서 맡는 공기랑 다른것 같아요.

뭐랄까…

가슴이 뻥 뚤리고 자유스럽고 여행에 대한 환상으로 부플어 오르는 그런 그낌의 공기라 할까?

엄마도 호텔문을 나서며 이런걸 느꼈을가요?

아들이 좀 커서 어디 맡겨둘 데가 있다면 엄마랑 단 둘이서 여행을 가고 싶어요.

엄마도 온 몸으로 가슴이 뻥 뚤리는 자유스러운 공기를 느낄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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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13)

Angela (천사) · 2010-07-24 00:33:49
엄마한테 여유없는 호텔행이였겠지만 그래도 딸하구 손자하구 같이 잔 하루밤은 그무엇과도 바꿀수 없을꺼예요.

글고 님말처럼 이제 시간이 있으면 어머니하구 가슴이 뻥뚤리도록 시원한 호텔행을 다시한번 자유속에서 만끽하길 바랄께요.
해피요정 · 2010-07-24 00:48:52
이글 읽고 잇으니 엄마 생각나서 콧마루가 찡해 남다 ㅠㅠ
저도 애기 생기기 전에 엄마랑 여행 가야겟어요
Nothing · 2010-07-24 02:08:32
부모님 생각...일본에 오래있다보니 부모님한테 효도란걸 못해봣네요~-_-
잘 해야지 생각만 할뿐~~~ㅠ
날수있어 · 2010-07-24 09:50:25
부모마음고생 많이 하지요
もも · 2010-07-24 10:00:16
한국에서 열심히 살아가시는 부모님생각에..눈물이 핑..
전화할때마다 엄마 아빠인생이니..자식을위한 인생이 아닌 본인을 위한 인생을 살아가시라고 자주 이야기하지만..
시부모님 친정부모님 다 옆에 모셔놓고 살수 있는 그날이 올려나..
엄마 목소리가 듣고 싶어지네요...
별천지별천지 · 2010-07-24 14:00:54
일본서 호텔 질리게 가봣짐. 라브호텔이겟짐
최예형 · 2010-07-25 12:05:13
ㅉㅉㅉ.......어쩌면 하는소리마다 이모냥인지...저런 감동적인 스토리에 러브호텔이 떠오르는가???
1빵빵 · 2010-07-24 14:42:44
잘읽었어요.~~~~ ^^
藍 · 2010-07-24 22:09:11
읽는 사람의 맘이 편하게 글을 참 잘 엮으셨네요.

짧은 글속에서 여러가지 인생살이를 엿보고 갑니다.

어머님세대는 참 고생많으셨지요.

어떻게 참고 살으셨고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 그 고생길을 계속 견지하고 있는건지?

우리 부모님들 정말 위대하십니다 ...
코코히마와리 · 2010-07-24 22:44:59
우리 조선족 부모님들 수고많슴니다...
다들 앞으로 잘 살아야지....
최예형 · 2010-07-25 12:08:37
아직도 연변에서 아들에게는 집사줘야한다는 의식이 보편적인것같긴합니다.

우리집은 딸둘이라서 그런 맘은 잘 모르지만,부모님들이 아들의 집을 걱정해야되는 일이없는 시대가 되엿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읽으면서 장면이 새록새록 떠오르고,또 가슴한구석부터 감동이 몰려오는 글이엿씁니다....잘읽고 갑니다.

그리고 부끄럽네요....내가 일본올때 대련호텔에 엄마랑 있는데.만실이여서 여기저기 다니면서 덥다고.짜증만 내던 철없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습니다.님은 그래도 조근조근 대화도 나누고,착한딸같아서 따라배워야할듯....
風鈴 · 2010-07-26 03:56:48
엄마랑 그런 시간 못가져본지도 참 오래된것 같습니다...

부럽습니다...

나도 엄마랑 여행가야지...하는 생각해봅니다...
행복설계사 · 2010-07-26 12:37:05
글을 읽으면서 저도모르게 눈물이 날려구 함다....

저는 엄마랑 처음 호텔에 들었던때가 저의 결혼식 치르던때였슴다...

친정쪽에서도 치르고 시댁쪽에서도 치르다보니까 울집 식구가 다 같이 북경에서
호텔에 머무르게 되였는데 그때 어머니가 자꾸 내 머리를 만지면서 눈물을 머금던
모습이 떠오름다....

젊었을때 하나라도 자유롭게 자기일을 하며 살아라고 힘들게 우리애들도 둘다 두세살까지
키워주셨슴다,작년에 일본에 석달동안 와 계셨는데 제일땜에 별로 관광두 못시켜드리구
잘 해드리지 못한같아서 귀국한후 얼마나 가슴이 아팠던지 모름다...

어머니가 보구싶어져서 정말 눈물이 나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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