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여행 (3/3)

일본체험수기 · #280550

← 일본체험수기

배상봉 · 2006-11-20 09:45:12 · 조회 668
자그마한 여행 (3/3)

[ 뜻밖의 선택 ]

새들의 공원은 너무나도 컸다. 관측소에서 나와 바다가 보이는 쪽으로 걸어가다
보니 길이 두갈래로 나뉘어져 있었다. 한쪽은 산책도로방향이라고 적혀있고, 다른
한쪽은 크다만 굴레바퀴방향이라고 적혀있었다. 솔직히 산책도로쪽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또 그 아름다움 산책길을 혼자서 걷기에는 너무나 아깝다는 느낌도 들었다.
지금 아직은 그 길을 걸을 때가 아니다... 언젠가 나에게 그 시절이 오게 될 것이다.
이제 그 시기가 오면, 해빛찬란한 날을 택해서 다정히 그 산책도로를 걸어가리라...
산책도로에 대한 아름다운 기대와 즐거운 상상을 마음속에 소중히 접어놓고, 방향을
돌려 큰 굴레바퀴방향으로 향했다. 이제 오후 2시 15분이라 아직 시간은 충분히 있으니깐
이제 굴레바퀴나 타볼가... 라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5분후, 나는 뜻밖의 선택을 하게 되었다. 어찌보면 이것은 우연인것 처럼 둔갑한
필연일지도 모르지만... 그 직전까지도 나는 둥근 굴레바퀴에 앉아 바다를 구경하는
상상으로 가슴이 출렁거렸다. ㅋㅋㅋ

큰 굴레바퀴쪽으로 향하는 길에는 수상버스(관광선)역전이 있었다. 그 역전을 지나면서,
그기에 납작한 관광선이 세워져 있고,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그 배에 타는 것을 보면서,
저런 비싼걸 왜 탈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리고 한쪽으로는 나의 사랑스러운 둥근
둘레바퀴를 생각하면서 역전을 스쳐지났다.

하지만 어느순간! 왜 내가 외롭게 혼자서 바퀴를 타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오늘의
여행의 목적은, 이때까지의 삶의 스타일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저 배를 타는 것이다. 그리고 오다이바로 가는 것이다. 오늘
아침 계획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린 선택이었지만, 사나이의 인생길에서 새로운 도전으로
계획이 바뀌는 것은 가끔씩 있을 수도 있는게 아닌가?

생각이 결정되자, 허둥지둥 다시 왔던 길을 뛰어가서 표 파는 곳을 찾았다. 지금이라도
배 탈 수 있는가 물어보니 수화기로 운전수하고 통화하더니, 서두르라고 하는 것이었다. ^^
오다이바까지 표를 떼고 배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타이타닉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도박에서 타이타닉 배표를 이긴 남자주인공이, 타이태닉 출발직전에 허둥지둥
뛰면서 배에 오르는 그 장면..ㅋㅋㅋ 다른 점이라면 영화속의 남자주인공은  탄 배는
대서양을 가로질러가는 기나긴 항로었고, 그는 그 배에서 아릿다운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며, 나중에 배는 가라앉게 되고 그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하여 젊은 목숨을
바치게 되지만, 내가 탄 이 배는 그냥 바다 같지 않은 바다에서 슬쩍 피부만 대이는
항로였고, 그 배에는 나를 사랑에 빠지게 하는 여자도 없고, 더우기 배가 부딛쳐 가라앉을 수
있는 빙산도 없으며, 덕분에 아까운 생명을 바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하하하하

[ 가을의 바다 ]

가을의 바다는 .... 춥다. ㅋㅋㅋㅋ

배에 오르기전까지만 해도 따스한 햇빛에 그다지 추위를 느끼지 못했지만, 배에 올라
천반위에 있는 관광대에서 바다의 차가운 공기를 맞고보니 가을의 추위를 충분히
알려졌다. 첨에는 시원하다가 점차 몸의 온도가 빼앗기고 나중에는 추위를 느끼기 까지
했다. 하지만 해변의 경치에 매혹되어 따스한 방에 들어가지 않고 오다이바에 도착할
때까지 위에서 버텼다. 덕분에 며칠전 떠났던 감기소녀가 다시 옆에 찾아와서 칭얼거린다.
우리 따끈따끈한 사랑에 안 빠질래 ... 하면서.. ㅋㅋㅋ 오늘은 자기전에 감기약 먹어야지.

배 위에서 생각해보았다. 아마도 내가 아침에 바다에 대해 너무 깊은 접속을 하지 않으니간
바다가 삐졌는가부다. 그래서 가을의 바다를 더욱더 깊이 요해하라고, 바다의 마음을
더욱더 깊은 차원에서 알아보라고 이렇게 나를 배에다 랍치한게 분명한것 같다. 이제 나는
달아날 곳이 없다. 배가 나가면서 만들어낸 바다의 맑은 거품을 바라보면서, 정면으로 얼굴에
맞받아 오는 차가운 바다의 공기를 느끼면서... 가을 바다의 차가움과 냉정함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다. 지금, 배에서 느낀 가을의 바다는, 아침에 따뜻한 해빛아래서 모래톱을
거닐며 느꼈던 잔잔한 바다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모래톱에서 볼 때는 온유해
보였지만, 그 속에 들어서면 냉철함이 엿보이는 가을바다였다. 그렇다면... 부드러운
외모의 사나이 마음속에도, 차가움과 냉정함이 들어있는 것일가?

해변의 풍경은 새롭다. 전차의 창문으로 보는 경치와는 완전히 다른, 또 하나의 모습인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항상 다리위에서 바다를 내려다보군 했지만, 지금은 시각을 바뀌어서,
바다에서 다리를 올려다 본다. ^^ 배는 동경만의 바다인지 강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골목을 지나, 여덟개 정도의 다리밑을 지나 오다이바로 향했다. 제일 마지막에 지났던 다리는
바로, 그 유명한 레인보브리지 였다. 높고 웅위롭고 긴 다리가 보이는 순간 감탄이 자기도
모르게 터져나왔고, 그 다리 밑으로 지날 때는 머리를 들어 올려다보면서 인류의 걸작에
할말을 잃었다. 이렇게 웅위롭고 멋있는 다리를, 이렇게 가깝고 새로운 각도로 본다는 것은
너무나 기억에 남는 일이 아닐수 없었다.

레인보브리지를 지나, 곧 후지테레비빌딩과 자유의 녀신상이 보이는 오다이바에 도착했다.

[ 오다이바 ]

항상 그랬듯이, 오다이바는 연인들의 락원이었다. 후지테레비 앞의 AquaCity 건물안에는
3층까지 도달하는 큰 크리스마스 나무가 세워져 있었고, 3층의 홀에서는 말레이시아
독립 50주년을 기념하면서 일본관광객들을 끌기 위한 민속춤 쇼가 벌어지고 있었다.
차가운 바깥의 공기와는 달리, 건물안에서는 따스한 온기가 흘러넘쳤고, 각종 자그마한
기념품 파는 코너, 점 치는 코너, 커플들의 그림을 그려주는 코너, 멋있는 옷들을 전시한
상점들에는 젊은 사람들로 붐볐다. ^^

밖에 나와 레인보브리지와 동경탑이 보이는 통로의 중간에는, 한창 라이브를 하는 사람이
있어, 아름다운 목소리와 매력적인 목소리가 지나가는 발길을 잡아당긴다. 노래하는 사람은
왼쪽 팔이 절반 없어진 불구자 청년이었는데, 그 포근한 목청과 따뜻한 가사에 끌려,
한곡만 듣고 전철역으로 돌여가려 했던것이 결국, 반시간이나 서서 첨부터 끝가지 음악을
감상하고 말았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대 만족.

라이브를 다 듣고 나니 이미 날씨가 어두워졌다. 동경탑은 오랜지색 등불로 빨갛게 빛이났고,
레인보브리지에도 등불이 켜져 기다란 선이 반공중에 떠 있는 모습이었다. 보니깐 오다이바의
모래톱 측에는 크다란 크리스마스 나무가 만들어져 있었다. 아쉽게도 아직 등불은 켜지
않았지만, 다섯시부터 등불을 키면 레인보브리지와 동경탑, 그리고 알른거리는 바닷물을
배경으로 한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울가 가히 상상이 간다. 아직도 11월이라고 하지만,
오다이바는 벌써 크리스마스의 향기로 그윽하다. 커플들에게는 정말로 추천할만한 곳이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전등을 켠 그 황홀한 크리스마스나무를 볼수가 있지만, 나는 의연히
발걸음을 옮겨 전차역으로 향했다. 아직 나에게는 저 크리스마스 나무를 즐길 수 있는 시기가
오지 않았다. 이제 시기가 오면 그때는 마음껏 즐기리라...

[ 익숙한 길 ]

유리가모메에 몸을 싣고 신바시로 나와, 다시 익숙한 전차를 갈아타고, 익숙한 골목을 지나
집으로 오는 길에 오늘 찍은 사진들을 다시 돌려보았다. ^^ 지금 익숙한 집안에 앉아,
아침에 찍었던 바다, 둥근 굴레바퀴, 점심에 찍었던 수족관의 물고기, 오후에 찍었던 새들의
공원, 그리고 배위에서 찍었던 레인보브리지, 저녁에 오다이바에서 찍었던 동경탑과
레인보브리지를 보면서 꿈같은 느낌이 든다. ㅋㅋㅋ

오랜만에 떠나본 자그마한 여행, 짧고 가까운 여행이었지만 너무나 많은 것들을
깨닫고 즐기게 한 여행이었다.

//-----------------------------------
// 제   목: 자그마한 여행 (3/3)
// 작성자: 배상봉
// 작성일: 2006년 11월 18일(토요일)
//-----------------------------------

쉼터에 새로운 글 쓰기는 금지되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소중한 기록 중에 꼭 다른 분들에게도 읽었으면 하는 좋은 글들은 「추천하기」를 눌러주세요.

일부 글들은 악성광고나 의미없는 스팸들일 수 있습니다. 읽는 분들에게 피해가 되거나 삭제를 희망하는 글에는 신고를 클릭해주세요. 로봇을 통하여 정기적으로 확인 및 정리를 합니다.

코멘트 (6)

옥수튀우개 · 2006-11-20 12:29:47
배상봉씨
감정이 풍부하시네요 유모아적인 면도 있으시고 ^-^
글을 읽는 사람도 함께 려행을 하는 느낌입니다 ...

(저는 혼자라도 산책도로방향을 선택할것이고
황홀한 크리스마스나무를 즐길것입니다 ...)

세상사람들이 행복하시길 빌면서 ^-^
Grace · 2006-11-20 15:58:20
>>3층까지 도달하는 큰 크리스마스 나무가 세워져 있었고...

선배님...^^*

맞숨다...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입데당~

저번에 오오사끼 큰 빌딩안에두 억수로 큰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져 있던데...

그거 보구 챰~이름못할 감격이 있둔데...
메모사랑 · 2006-11-21 14:28:08
옥수튀우개님 말처럼 진짜 글 읽는 사람도 함께 여행을 하는듯한 느낌...^^

이렇게 말해주면...

혼자서 한 여행이 아니라 여럿이 같이 한 여행 같다는 느낌 안들어요?ㅋㅋㅋ
배상봉 · 2006-11-21 23:58:21
옥수튀우개님, 감사합니다.
옥수튀우개는 건조하고, 향기롭고, 먹기 편하죠. 아마 옥수튀우개님도
성격이 외향적이고, 락관적인 멶이 많고, 사귀기 편한 분인것 같네요.
단지 너무 건조할 때는 조금해하거나 화내기 쉬워하는 경향이 있을것 같구요. ㅋㅋㅋ
그냥 적어본겁니다. 맞지 않는다해서 오수튀개 뿌릴래기 없기.

그레이스 후배, 동감입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하니깐 모교의 크리스마스가 그립네요.
래년에 모교에 돌아가면 사탕 한주머니 사 두었다가, 크리스마스날 꼭두새벽에
나무에다 사탕을 걸어놔야지.. ㅋㅋㅋ 그리고 선생님들과 함께 식당에서 크리스마스
송을 부르고.. ^^

메모사랑님, 오랜만입니다.
맞아요. 여럿이 같이 여행을 같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허술한 여행기이지만
같이 즐겨줄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게 너무 기뻐요. ^^

밤이 깊었네요. 모두 즐거운 밤 되세요.. 그리고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시구요.
Grace · 2006-11-22 17:32:48
아~~~울학교 크리스마스...^^* 총장님하구 사진두 찍구 귤 한박스두 받았었눈데...

그립습네당~~그때 그시절...
혼자나무 · 2006-11-22 19:45:46
昨日は休みでしたので、彼女と二人で葛西臨海公園に行きました。楽しかったです。

일본체험수기 · 리스트 (10,353 건)

제목투고자날짜조회코멘트
선택의 앞에서나물감자2006-11-24 09:068454
직장일기 16 - 프로잭트 리더배상봉2006-11-24 00:369339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사이 인2006-11-23 23:45100012
종이비행기혼자나무2006-11-23 22:456684
이맘때면 맘속에 있는 ....하로아2006-11-23 17:1197025
알바하는 회사에서깜장이2006-11-23 17:107606
아래의 교통사고의 문장을 보고M.O.T2006-11-23 16:006286
나의 교통사고 경험기..7(끝)앉으나서나2006-11-23 13:30108653
나의 교통사고 경험기..6앉으나서나2006-11-23 00:3982828
내가 짐작 알았으면 어케 했을가요 ㅋ깡패2006-11-22 20:3876113
나의 교통사고 경험기..5앉으나서나2006-11-22 20:1072517
나의 교통사고 경험기4앉으나서나2006-11-22 12:5686219
일본 회사에서하로아2006-11-21 11:03167617
나의 교통사고 경험기..3앉으나서나2006-11-21 10:39129929
나의 교통사고 경험기..2앉으나서나2006-11-21 09:538567
겨울비팍팍2006-11-20 15:336686
나의 교통사고 경험기..1앉으나서나2006-11-20 14:57109411
정사원으로.......겨울제비2006-11-20 14:3910569
금방일본왔을때..생각하며앉으나서나2006-11-20 14:3893812
▶ 자그마한 여행 (3/3)배상봉2006-11-20 09:456686
나의 질투심...무지개2006-11-19 23:08117721
우주에는 규칙이 있어나고야펭긴2006-11-19 20:168438
돈벼락은 없다혼자나무2006-11-19 13:19104213
자그마한 여행 (2/3)배상봉2006-11-19 01:336689
자그마한 여행 (1/3)배상봉2006-11-19 01:326704
돈에 흥취가 없다..조은날2006-11-17 23:51113912
너무 힘들다...aaa밀알2006-11-17 18:17110918
나는 거부기띠.없는힘 다해2006-11-17 18:066696
留学生活---女孩的故事ヨナ2006-11-17 14:35186120
참말로 보기좋았씀이런...ㅉㅉ2006-11-17 02:20115411
← 이전217 / 346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