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유학생활 22

일본체험수기 · #273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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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꽃 · 2006-09-01 15:12:16 · 조회 668
개학해서 10월에 들어서니 싸늘한 가을의 날씨를 느낄 수 있었다.

큰 문제가 생겼다. 11월초에 진행될 학원제(学園祭)에서 유학생들이 직점 물만두랑 지짐이를 만들어서 파는게 유학생회의 관례로 되어있었는데 그만 우리들의 실수로 자리를 확보하지 못했다. 그때 취직활동을 하고 있었던 선배님(유학생회 회장)이 때가 되면 학원제에 관한 공지가 게시판 같은데 붙어 나올거라고 해서 게시판을 확인하고 다녔는데 내가 소홀히 대한 탓인지 그만 보지 못하고 말았다.

이렇게 10월이 다 되어서야 큰 착오를 범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미 엎지른 물로 되어버렸다. 학원제 집행위원회에 가서 늦게나마 빈자리가 있나 알아보았지만 있을리가 만무했다. 할수없이 둘이서 유학생센터에 가서 유학생회를 주관하고 계시는 사토(佐藤)선생님을 찾아가 이실직고했다. 사토선생님이 펄펄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중요한 행사를 어쩌면 이렇게 만들어버렸냐고. 물론 회장이자 대학생활을 몇년 해온 선배님이 더 야단을 맞았다. 일어수업을 담당하고 계셨던 사토선생님이신지라 주일마다 수업에서 같이 웃고 떠들고 했었는데 이렇게 성내는 선생님 모습을 난 처음 보았다. 학원제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낀 순간이었다.

학원제에 나가는 일은 이미 불가능해졌고, 그래서 대신 회관에서 요리교류회(料理交流会)를 열게 되었다. 유학생지원가족들과 유학생들의 간단한 모임이 이루어졌다. 솔직히 학원제를 망쳐먹은 나와 선배님을 두고 주위의 유학생들이 우릴 얼마나 비난했을가......

겨울에 들어서니 제법 찬 기운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내가 알바하는 곳에 한 일본 할머니가 계셨는데 우리 학생 알바생들을 각별히 잘 대해주었다. 거의 퇴근할 때마다 사탕이랑 과자를 사서는 우린한테도 건네주군 했다. 더우기 내가 추운 날씨에도 수건을 안 두르고 다녔더니 나한테 수건과 모자를 직접 손으로 떠서 선물해주셨다. 수건 두르고 다니기를 별로 안 좋아하는 나였지만 그 할머니 성의에 감동되어 알바 갈 때엔 꼭 그 선물받은 수건을 두르고 갔다. 몇년이 지난 지금도 난 그 모자와 수건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그걸 볼 때마다 그 겨울이 생각나면서 마음속에서는 난류가 흐르군 한다.

윗학년의 선화언니가 나한테 언니 대신 김치시식판매(김치試食販売)를 하는 알바에 나가달라고 부탁해왔다. 매점에서 오가는 손님들한테 김치를 맛보라고 권하는 알바였는데 다른데 비해 시급(時給)이 좋았다. 사장님은 한국여자분이셨는데 우연한 기회에 선화언니와 인연이 깊어졌단다. 언니가 일이 있다고 해서 대신 알바에 나가게 됐는데 이걸 계기로 토요일과 일요일 낮시간을 이용하여 몇달동안 이 알바를 하게 된다.이렇게 저녁에는 드문드문 슈퍼에 나가 알바하고 토,일에는 김치시식판매를 하게 되었다.

사장님에 대해 얘기하려면 작은 김치공장을 경영하고 있었다. 번마다 사장님이 직접 날 슈퍼에 있는 매장으로 데려갔는데 주일마다 다른 슈퍼였다. 고속으로 뛰는 이동거리가 1시간도 더 걸리는 때도 있었다. 예전에 고속도로에서 큰 교통사고를 당하여 죽을번 한 적이 있단다. 그러면서도 변함없이 항상 100을 초과하여 뛰군 했다.

둘다 술을 즐기는 취미가 있어 가끔 같이 술마시러 가기도 했는데, 그때면 인간관계랑, 경영이랑, 인생에 관해 구구히 얘기를 해주시군 했다. 같은 여자라서 그런지, 아니면 같은 에이형이라서 그런지, 생각이 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같이 일하면서 많은걸 느꼈고 많은걸 배웠다.

학교에는 예전처럼 열심히 나갔다. 일학년이라 논문 쓰는 연습 많이 하라고 그러는지 리포트가 많았다. 쩍하면 밤을 새면서 리포트를 쓰군 했다. 덕분에 일어문장 쓰는 속도는 하루가 다르게 빨라졌다.

이수 과목 (履修科目)외에도 짬짬이 경제과목을 비롯한 다른 과목 수업을 들으러 다녔다. 내가 수업을 많이 들었다고 해서 대학에서 돈을 더 받는것도 아니고, 그래서 공짜 수업을 많이 들었다. 졸업할 때까지 학점도 안 주는 수업을 얼마나 들었던지 지금은 기억도 안 난다. 대학 들어가기전 다른 사람보다 배운게 적었던지라 졸업할 때나마 다른 사람 뒤꽁무니를 따라다니지 않도록 조금은 열심히 했던것 같다.

유학생중에도 내보기에 한심한 애들이 몇명 있었다. 수업에는 안 들어가고 기말시험이 닥치면 여기저기 노트 빌러 다닌다. 다른 사람의 노트를 카피해서는 그걸 들고 며칠동안 벼락치기 공부(일어로는 一夜漬け、한어로는 临阵磨枪이라고 하는데 临阵磨枪,不快也光이란게 걔네들 이론적근거였다)를 했다.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르니깐 공부하는게 목적인지, 졸업하는게 목적인지 내가 간섭할 바는 아니지만....남의 노트를 빌려가서는 시험치는 날 아침 돌려주는 일은 삼가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직도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후배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지만 될수록 이런 식으로 공부하지 말았으면 하는게 선배로서의 바램이다. 지금은 공부하는게 의무같아서 지겨울 수도 있겠지만 때가 지나면 언젠가 다시 이렇게 강당에 앉아 공부하고 싶어도 못하는게 사람 인생인것 같다. 중국에서 졸업하고 회사 다니면서 느꼈던 점이지만....

시간은 빨리도 흘러 또 기말시험을 맞이하게 되었다. 아마 나처럼 법학을 했던 사람은 느낄수 있겠지만 기말시험을 치는게 이렇게 힘들수가.... 과목마다 논술 형식이다 보니 시험이 시작되어서부터 끝나는 종소리가 울릴 때까지 그냥 줄줄 내리 적어야만 했다. 논술하고 또 논술하고. 그래서 시험이 끝나면 천근짐을 내려놓은 듯한 감이 든다.

내가 살고 있던 국제회관은 원칙상 1년밖에 있지 못한다. 1년이 지나면 따로 집 찾아서 나가야 한다. 그걸 신입생 후배들한테 넘겨줘야 하니깐...국제회관 방값이 4,700엔이었으니깐 회관 방값 수자뒤에 0을 하나 더 붙여야 적어도 실내에 샤워실이랑 딸려있는 괜찮은 집을 찾을 수 있었다.

유학생센터에서 날 믿어주고 나하테 指導寮生 직을 맡게 하였고 그래서 난 운좋게 1년 더 국제회관에서 살게 되었다. 1년동안 신입생들의 국제회관에서의 생활을 거들어주면 된다. 많은 유학생들이 공짜로 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국제회관에서 조금이라도 더 살고싶어 指導寮生직을 바라보고 있는 와중에 나한테 이게 차려졌으니 운이 좋았다고 할 수밖에... 그런데 후에 안 일이지만 여기에도 심사기준이 있단다. 쓰레기를 정확히 버리는가, 방을 깨끗이 거두고 사는가... 국제회관 원칙을 잘 지켰는가...등등~ 그러니까 나처럼 이후 국립대에 들어가서 국제회관에 들 분들은 평소 쓰레기 분별이랑 명확히 하시기를.........

1년이 지났으니 선배님의 유학생회장직도 임기가 끝나게 되었다. 따라서 새로 회장을 선거하게 되었는데, 회장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자진해서 자신을 추천한뒤, 그 명단을 보면서 유학생들이 이멜로 투표를 해준다. 모두 제일이 바빠서 교류같은데는 별로 관심이 없는 유학생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유학생회 일로 공연히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아서인지 후보명단에 네사람 이름밖에 안 올라왔다. 그중에 내 이름도 들어있었는데 난 학원제 일을 비롯해서 여러가지로 꼭 해보고 싶은게 있었다. 결국 정이, 진화를 비롯한 내 찰떡 친구들이 나한테 투표를 하라고 공짜 선전을 해줘서 별로 힘들이지 않고 유학생회 회장직을 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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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8)

별이 · 2006-09-01 20:13:19
열심히 사는 안개꽃님의 인생사가 멋있습니다..님의 글을 읽으면서 나도 저렇게 함 해봤으면 하는 마음입니다...^^..화이팅..
하니맘 · 2006-09-01 20:55:09
대학다닐때 일들이 떠오르네요 . 다음집도 기대할게요 .
IBM · 2006-09-01 23:20:58
블로그가서 글 만이 일어보앗는데 만은 도움이 된거 같슴다.게속 좋은글 올리길 바람니다
chunviva · 2006-09-01 23:23:33
글을 참 잘 쓰시는군요.
학점도 안 주는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는 대목에선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더군요.
일본어 콘테스트에서 1등상을 받았을 때 썼던 글을
한번 읽어 보고 싶군요(일본어도 공부할겸).

"日本語데 샤베로" 코너에 올려주세요^-^
요로시끄!(부탁해요!)
안개꽃 · 2006-09-01 23:41:02
>>별이님
저의 인생사를 멋있다고 생각하시다니...ㅎㅎ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하고싶은 일이나 하면서 살아왔는데....
언제나 고마워요. 님도 화이팅~_~

>>하니맘
대학 다닐 때 추억이 많죠?
ㅎㅎ 그 많은 추억들이 기억속에서 사라지기전에 저처럼 글로 적어 올리세요.

>>IBM님
블로그까지 찾아주셨다니 고마워요.
요즘 방문객이 늘어났다 했더니 님도 그속에 포함되어 있었군요...ㅎㅎ

>>chunviva님
죄송해요. 그때 그 원고가 이사하면서 잃어졌어요....
학교에서 그때 그 장면을 담은 비디오도 줬다는데 전 받은적이 없고 ...
그 비디오라도 있으면 그대로 다시 받아 적으면 되겠는데 ...
아무튼 죄송해요.
거 증마 · 2006-09-02 04:10:52
헐~

길~
X-man · 2006-09-02 07:41:45
어떻게 생겻는가 보고 싶다양.........ㅎㅎ사진한장 올리시지요....
짠 ^^ · 2006-09-02 17:55:48
아 길다 인쇄해서 내일 나머지읽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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