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여름방학이다. 남한테 뒤질세라 몇달전부터 귀국 티켓 예약해 놓고 매일 매일 들떠있던 유학생친구들이 하나하나 비행기에 몸을 싣고 날아나버렸다. 들끓던 국제 회관이 갑자기 쥐죽은 나라로 돼버렸다.
그 사이 남친과 나 사이에서 꽤 심중한 얘기가 오갔는데 결혼에 관한 거였다. 어학원 출석률 100%를 유지하고 있던 남친이라 알바와 공부땜에 무척 힘들어했다. 육체적으로 오는 쓰라림도 있겠지만 정신적으로 오는 부담이 더 컸다. 일본에 온지 1년도 넘었는데 돈은 생각처럼 모아지지를 않고 남친이 일본 올 때 꿔갖고 온 빚도 별로 줄어들지 않는다. 꿔갖고 온 돈은 한시라도 빨리 갚아서 홀가분해지고 싶은게 사람 맘이겠지만 생각대로 안 되는게 또한 현실이었다. 일본이라고 돈이 우박처럼 뚝 뚝 떨어지진 않았다. 더우기 학교 열심히 다니는 사람한테는 학비 내고 생활비 마련하는 그 자체가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남친이 가족비자로 남아 알바만 할 의향을 비췄는데 내가 극력 반대해나섰다. 일생에서 기회란 그렇게 흔치 않다. 돈은 후에도 벌 수 있지만 공부는 때만 놓치면 나무아미타불이다.
하지만 남친은 자신의 의견을 주장해 왔다. 꿔온 돈을 빨리 갚아야 한다. 지금의 일어수준으로 국립에 들어가기는 힘든데 그렇다고 사립에 들어가면 학비를 마련하느라 공부도 제대로 못한다. 이팔 청춘 꽃나이도 아닌데 더 이상 시간 낭비 돈 낭비 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가족비자로 남아 알바나 열심히 하면서 돈이나 벌겠으니 너나 안심하고 공부에 열중해라....
남친과 나, 1992년부터 서로 아는 사이였고 1996년부터 연애하기 시작했으니 이미 사귄지 만 6년이 되는 해였다. 6년이 그렇게 긴 시간인지 주위의 애들이 내가 6년이나 한사람과 연애를 했다니 이해 못하겠다는 눈치다. 하긴 주위를 둘러보면 결혼을 빨리 하는 사람일 수록 연애는 짧게 하더라. 역시 결혼이라는건 아무것도 모를 때 하는건지....
결국 남자도 제대로 꼬셔 보지 못하고,머나먼 타국에서 덜컥 결혼이란걸 하게 됐다. 부모님의 의견을 물었더니 마라톤 연애를 해서 부모님도 지겨웠던지 좋을 대로 하란다. 그래서 중국 대사관에 가서 결혼등록을 하게 되었는데 그게 2002년 9월 3일이었다. 연변분들한테는 아마 잊을 수 없는 날, 연변조선족자치주 성립기념일이다. 법학을 배운 탓인지 웬지 결혼날자도 정치적인 색채를 띠게 되었다.
남친은 다니던 언어학교 졸업 반년을 앞두고 학교를 그만두었다. 비자는 물론 가족비자로...대신 내가 대학을 마칠 때까지만 따로 따로 살기로 했다.
일본에서 결혼하신 분들이면 다 느낄 수 있겠지만 복잡한것 같으면서도 간단한게 일본에서의 결혼인것 같다. 외국에 나와 있는 몸이라 식을 올릴 수도 없다. 그래서 일본에서 결혼을 선택한 많은 분들이 법적으로 결혼수속을 마쳐서 일정한 시간이 흐른뒤에야, 시간을 내서 고향에 돌아가 식을 치르군 했다. 내 친구 연이도 물론 그랬었고....
결혼수속을 마친 그날 중학시절부터 친했던 친구와 함께 셋이서 우에노에 있는 연변음식점으로 갔다.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가는줄로만 여겼던 결혼인데 세상을 잘못 만났는지 간소해도 너무나 간소한 결혼을 하게 되었다. 갑자기 연이가 하던 말이 생각났다. 결혼수속을 마친 그날 남편과 함께 간단히 식사하는데 웬지 눈물이 나더라고. 아마 그랬었겠지. 어차피 하는 결혼이라고는 하지만 일본에서 하는 결혼에는 얼기설기 엉킨 너무나 많은 사연들이 들어있다.
어차피 결혼 얘기가 나온바에 이 면에 대해 일본에서 느낀 점들에 조금 더 언급하련다. 일본에서의 결혼, 주위에서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힘든 일본생활이 촉매작용을 일으키는지 일본에 와서 결혼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냥 자연적으로 때가 돼서 하는 결혼도 많겠지만 돈, 그리고 비자문제로 인해 서둘러 결혼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아마 후자가 전자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할거다. 개도 안 거들떠보는 돈과 비자땜에 벌어지는 사연, 사연, 비웃고 싶지만 비웃을 수도 없는 현실이다.
.........
.............
그건 그렇다 치고 언젠가 여유가 있게 되면 나도 하얀 웨딩드레스 입고 결혼식을 올릴테지...
결혼한지 4년이 되는 오늘도 이런 생각을 하며 오늘은 여기서 줄이련다. (다음날 계속)
-----------------------------------------
프라이버시라 적을가 적지 말가 고려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느꼈는데 저처럼 이렇게 결혼하는 친구들이 참 많았습니다. 유학생활의 진실성을 위해서 이런 것까지 언급했는데 다음엔 계속해서 공부와 알바, 그리고 일본사람들과의 교제에 대해 적으렵니다. 초라한 글 계속 읽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꾸벅~
그 사이 남친과 나 사이에서 꽤 심중한 얘기가 오갔는데 결혼에 관한 거였다. 어학원 출석률 100%를 유지하고 있던 남친이라 알바와 공부땜에 무척 힘들어했다. 육체적으로 오는 쓰라림도 있겠지만 정신적으로 오는 부담이 더 컸다. 일본에 온지 1년도 넘었는데 돈은 생각처럼 모아지지를 않고 남친이 일본 올 때 꿔갖고 온 빚도 별로 줄어들지 않는다. 꿔갖고 온 돈은 한시라도 빨리 갚아서 홀가분해지고 싶은게 사람 맘이겠지만 생각대로 안 되는게 또한 현실이었다. 일본이라고 돈이 우박처럼 뚝 뚝 떨어지진 않았다. 더우기 학교 열심히 다니는 사람한테는 학비 내고 생활비 마련하는 그 자체가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남친이 가족비자로 남아 알바만 할 의향을 비췄는데 내가 극력 반대해나섰다. 일생에서 기회란 그렇게 흔치 않다. 돈은 후에도 벌 수 있지만 공부는 때만 놓치면 나무아미타불이다.
하지만 남친은 자신의 의견을 주장해 왔다. 꿔온 돈을 빨리 갚아야 한다. 지금의 일어수준으로 국립에 들어가기는 힘든데 그렇다고 사립에 들어가면 학비를 마련하느라 공부도 제대로 못한다. 이팔 청춘 꽃나이도 아닌데 더 이상 시간 낭비 돈 낭비 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가족비자로 남아 알바나 열심히 하면서 돈이나 벌겠으니 너나 안심하고 공부에 열중해라....
남친과 나, 1992년부터 서로 아는 사이였고 1996년부터 연애하기 시작했으니 이미 사귄지 만 6년이 되는 해였다. 6년이 그렇게 긴 시간인지 주위의 애들이 내가 6년이나 한사람과 연애를 했다니 이해 못하겠다는 눈치다. 하긴 주위를 둘러보면 결혼을 빨리 하는 사람일 수록 연애는 짧게 하더라. 역시 결혼이라는건 아무것도 모를 때 하는건지....
결국 남자도 제대로 꼬셔 보지 못하고,머나먼 타국에서 덜컥 결혼이란걸 하게 됐다. 부모님의 의견을 물었더니 마라톤 연애를 해서 부모님도 지겨웠던지 좋을 대로 하란다. 그래서 중국 대사관에 가서 결혼등록을 하게 되었는데 그게 2002년 9월 3일이었다. 연변분들한테는 아마 잊을 수 없는 날, 연변조선족자치주 성립기념일이다. 법학을 배운 탓인지 웬지 결혼날자도 정치적인 색채를 띠게 되었다.
남친은 다니던 언어학교 졸업 반년을 앞두고 학교를 그만두었다. 비자는 물론 가족비자로...대신 내가 대학을 마칠 때까지만 따로 따로 살기로 했다.
일본에서 결혼하신 분들이면 다 느낄 수 있겠지만 복잡한것 같으면서도 간단한게 일본에서의 결혼인것 같다. 외국에 나와 있는 몸이라 식을 올릴 수도 없다. 그래서 일본에서 결혼을 선택한 많은 분들이 법적으로 결혼수속을 마쳐서 일정한 시간이 흐른뒤에야, 시간을 내서 고향에 돌아가 식을 치르군 했다. 내 친구 연이도 물론 그랬었고....
결혼수속을 마친 그날 중학시절부터 친했던 친구와 함께 셋이서 우에노에 있는 연변음식점으로 갔다.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가는줄로만 여겼던 결혼인데 세상을 잘못 만났는지 간소해도 너무나 간소한 결혼을 하게 되었다. 갑자기 연이가 하던 말이 생각났다. 결혼수속을 마친 그날 남편과 함께 간단히 식사하는데 웬지 눈물이 나더라고. 아마 그랬었겠지. 어차피 하는 결혼이라고는 하지만 일본에서 하는 결혼에는 얼기설기 엉킨 너무나 많은 사연들이 들어있다.
어차피 결혼 얘기가 나온바에 이 면에 대해 일본에서 느낀 점들에 조금 더 언급하련다. 일본에서의 결혼, 주위에서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힘든 일본생활이 촉매작용을 일으키는지 일본에 와서 결혼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냥 자연적으로 때가 돼서 하는 결혼도 많겠지만 돈, 그리고 비자문제로 인해 서둘러 결혼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아마 후자가 전자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할거다. 개도 안 거들떠보는 돈과 비자땜에 벌어지는 사연, 사연, 비웃고 싶지만 비웃을 수도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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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다 치고 언젠가 여유가 있게 되면 나도 하얀 웨딩드레스 입고 결혼식을 올릴테지...
결혼한지 4년이 되는 오늘도 이런 생각을 하며 오늘은 여기서 줄이련다. (다음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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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버시라 적을가 적지 말가 고려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느꼈는데 저처럼 이렇게 결혼하는 친구들이 참 많았습니다. 유학생활의 진실성을 위해서 이런 것까지 언급했는데 다음엔 계속해서 공부와 알바, 그리고 일본사람들과의 교제에 대해 적으렵니다. 초라한 글 계속 읽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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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7)
엣날에는 어떻든지...
지금은 어떻슴까
지금 잘 되면 되지뭐.......
지금은 어떻슴까
지금 잘 되면 되지뭐.......
결혼 뒤늦게 나마 축하한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네요..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사세요...그리고 글 넘 잼있어요...안개꽃님;;;화이팅..
결혼신고란걸 해도 저는 결혼실감이 안나더라구요.저는 그래두 중국에서 결혼신고를 했는데 도장찍는날 정말로 눈물이 나더라구요,솔직히 결과적으로는 결혼까지 생각은 해왓지만 이렇게 서두르는게 아니다 싶어서....6년이 지난 올해 겨우 결혼식을 올렷어요,오래동안 기다려왓던 결혼식이여서 그런지 참 의의 깊더라구요.
님두 부지런히 공부하고 돈도 벌어서 멋지게 결혼식을 올리세요.행복하세요
님두 부지런히 공부하고 돈도 벌어서 멋지게 결혼식을 올리세요.행복하세요
>>하니맘님
축하 고마워요. 그리고 힘낼거구요...ㅎㅎ
>>이런님
지금 잘 되면 되지 뭐....ㅋㅋ 님이 삐형 아니면 오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ㅋㅋ
>>별이님
항상 고마워요. 가물에 콩나듯 댓글이 적은 저의 글이지만 님 댓글만은 그냥 볼 수 있네요. 항상 댓글에서 감동 받고 갑니다.
>>소원성취님
저도 지금까지 결혼실감이 안 납니다.
부모님한테 절을 올리면서 하는 결혼인데 아직 부모님한테 제대로 인사하지 못해서인지 실감을 느낄 수가 없네요.
그리고 같은 경력을 겪으신 분이여서 그런지 이 글속의 의미를 참 정확이 알아내셨네요.
님도 행복하세요.
축하 고마워요. 그리고 힘낼거구요...ㅎㅎ
>>이런님
지금 잘 되면 되지 뭐....ㅋㅋ 님이 삐형 아니면 오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ㅋㅋ
>>별이님
항상 고마워요. 가물에 콩나듯 댓글이 적은 저의 글이지만 님 댓글만은 그냥 볼 수 있네요. 항상 댓글에서 감동 받고 갑니다.
>>소원성취님
저도 지금까지 결혼실감이 안 납니다.
부모님한테 절을 올리면서 하는 결혼인데 아직 부모님한테 제대로 인사하지 못해서인지 실감을 느낄 수가 없네요.
그리고 같은 경력을 겪으신 분이여서 그런지 이 글속의 의미를 참 정확이 알아내셨네요.
님도 행복하세요.
결혼 축하하구요 결혼생활 실천이없어서 잘 다가오지 않지만 ....
부럽네요...
부럽네요...
안개꽃님의 솔직함이 너무너무 마음에 듭니다.
하나라도 더 배우고싶다, 하나라도 더 벌어 잘 살고싶다는
삶에 대한 의욕 하나때문에 힘들어도 이 길을 걷고있나봐요.
일면 서러운것 같은 불공평한것 같은 생활이지만
이제 십년이 지나고 이십년이 지나면 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게 될거예요.
하얀 웨딩드레스 입고 결혼식 올리는건 모든 여자들의 꿈이라고도 할수 있을만큼
리상적인 결혼이지만... 현실이 그렇게 돼주질 않는가봐요.
그런 결혼생활에 대한 서글픔, 불안감 이 모든것들이 사라질 날이
꼭~ 찾아올거예요.
하나라도 더 배우고싶다, 하나라도 더 벌어 잘 살고싶다는
삶에 대한 의욕 하나때문에 힘들어도 이 길을 걷고있나봐요.
일면 서러운것 같은 불공평한것 같은 생활이지만
이제 십년이 지나고 이십년이 지나면 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게 될거예요.
하얀 웨딩드레스 입고 결혼식 올리는건 모든 여자들의 꿈이라고도 할수 있을만큼
리상적인 결혼이지만... 현실이 그렇게 돼주질 않는가봐요.
그런 결혼생활에 대한 서글픔, 불안감 이 모든것들이 사라질 날이
꼭~ 찾아올거예요.

다음편두 기대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