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유학생활 19

일본체험수기 · #273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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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꽃 · 2006-08-29 22:41:44 · 조회 668
그동안 여러분을 너무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일단 오늘 일본유학생활 19편을 써 놓았는데 언제 또 계속해서 쓸 여유가 있을 지 걱정이 되네요. 일단은 조금이라도 써놓고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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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해서 얼마 안되어 대학에서 우리 유학생들한테 일본인 tutor(일본어로 츄우타라고 함-개인강사라는 뜻)를 안배해주었다. 츄우타회에 소속되어 있는 일본애들이 수업시간에 강의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고생하고 있는 유학생들을 위해 보충강의를 해주거나 논문 문법을 체크해주기도 했다. 우리가 입학한 그해에 츄우타회에는 열정적이고 남을 돕기 좋아하는 츄우타가 많았다. 그래서 주일마다 모여서 같이 공부를 하면서 우리 유학생들한테 많은 도움을 주었다.

나를 책임진 츄우타는 같은 법학과에 다니는 남학생이었는데 공부하기 싫어하는 애라 나보다도 공부를 더 못했다. 그래서 아예 그 츄우타하고는 만나서 잡담이나 하는 사이로 지냈고 따로 두학년이나 윗학년인 야마시타라는 선배님과 같이 법학공부를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나한테 많은 법지식을 가르쳐주고 여러가지 정보도 제때에 제공해준 선배님 덕분에 나도 대학생활을 보다 순리롭게 보낼수 있었던 것 같다.

그때 까지만 해도 회사법을 비롯한 여러가지 법률조문이 히라가나가 아닌 카타가나로 표기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말이다.

民法第一編第二編第三編別冊ノ通定ム
此法律施行ノ期日ハ勅令ヲ以テ之ヲ定ム
明治二十三年法律第二十八号民法財産編財産取得編債権担保編証拠編ハ此法律発布ノ日ヨリ廃止ス

일본 신입생애들도 정확히 읽을줄을 잘 몰랐고, 그래서 난 야마시타 선배님과 함께 법률조문을 정확히 읽는 연습부터 했다.

대학은 언어학교와는 달리 출석률을 체크하는 수업이 거의 없다. 하지만 난 어느 수업이든 거의 빼놓지 않고 참석했다. 그것도 수업마다 제일 앞줄에 앉아서 강의를 들었다. 대학의 수업중 제일 골치 아픈게 영어수업이었다. 어느 학부생이나 다 들어야 하는 공동과목중의 영어수업은 그래도 간단한 문법만을 사용하기에 그럭저럭 따라갈 수 있었는데 경제학부의 영어수업은 도저히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수업마다 CNN뉴스거나 BBC뉴스를 들어야만 했다. 영어를 잘하는 정이도 어렵다고 하는데 초딩생 수준을 겨우 따라 잡을가 말가 하는 나야말로 어렵기로 두말이면 잔소리....그 영어시간만 되면 그냥 꾸어 온 보릿자루 신세로 되기가 일쑤였다.

일본애들도 열심히 공부하는 애들은 열심히 공부하는데 공부 안 하는 애들은 전혀 안하고 허송세월만 보내고 있었다. 나와 같은 신입생세미나에서 공부하는 한 남자애는 교수님이 내준 과제를 제 힘으로 해낼 때가 없었다.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 날 전날 저녁이면 어김없이 나한테 전화를 했다. 전화를 해서는 과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가르쳐달라고 졸랐다. 그 많은 일본애들을 두고 왜 하필 유학생인 나한테 그런 부탁을 하는지 나로서는 이해가 안 갔지만 거절할 수도 없었다.

언어학교 때 알바를 한적 없는 정이가 알바를 하고 싶다고 했다. 내 소개로 결국 정이는 나와 같은 음식점에서 알바하게 됐는데 알바 경험이 없어서 불안한지 나와 같이 알바하는 날이면 어린애처럼 좋아했다. 그러는 사이에 우린 서로 친하게 지내게 되었고 같이 속심말도 곧잘 나누었다.

문제는 음식점 주인장이 좀 성격이 이상하다고 할가? 나한테는 진짜 잘해주는데 정이한테만은 무척 쌀쌀했다. 그래서 정이가 일을 잘 못하면 성을 내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내가 옆에서 보는게 안쓰러워 죽을 지경이었다. 알바경험이 전혀 없는 정이가 처음부터 나처럼 일을 한다는건 불가능한 일인데 주인장은 그런건 전혀 고려해주지를 않았다. 그럭저럭 둘이 같이 알바 들어가는 날에는 서로 도우며 일을 할 수 있는데 정이가 혼자 들어가는 날에는 나도 자연히 걱정부터 앞섰다. 가끔 일을 마치고 돌아온 정이가 그날 벌어진 일들을 얘기하면서 하소연하면 내가 그걸 들어주면서 위안해주군 했다.

정이의 성격을 얘기하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타입이라서 어느 누구와도 잘 어울렸다. 마음이 너무 착해서 그런지 다른 사람의 무리한 부탁마저 거절하지 못하고 들어줄 때가 많았다. 어느 한번 유학생 선배가 정이한테 도장을 빌려달라고 했는데 그걸 거절하지 못하고 빌려주었다가 자그마한 트러블이 생긴 적도 있었다. 또 어느 한번은 다른 유학생의 무리한 청구를 들어주고 그게 마음에 걸려 나한테 와서 속을 끙끙 앓다가 간적이 있었다. 아무튼 정이는 남의 부탁을 잘 거절못하는 성격이라 간혹 그런 일땜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나한테 터놓군 했었는데 그러면 난 옆에서 다음부터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부탁은 절대 들어주지 말라고 타이르기도 하고... 어쨌든 우리는 특별한 사이로 지냈다.

그럭저럭 기말시험을 맞이하게 되었는데 다행히 내가 제일 근심한 경제학부 영어과목 시험은 기말시험대신 리포트를 제출하게 되었다. 내 옆칸에 살고 있는 공학부의 한국유학생이 영어를 잘하기에 그 유학생의 도움을 받았다. 가르침을 받으면서 겨우겨우 리포트를 작성해서 제출했다.

그런데 기말시험중 우리 경제학부에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 학년 경제학과의 한 유학생 여자애가 컨닝을 하다가 감독 교수님한테 들키우게 되었다. 결국 그 과목 성적뿐만아니라 이미 시험을 다 끝마친 다른 과목 성적마저 빵점을 맞게 되었다.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가지겠지만 우리 대학에서는 컨닝행위에 대해서 특별히 엄하게 처리한다. 일단 컨닝 행위가 발각되면 그 학기 모든 과목 성적이 빵점으로 처리된다. 그뿐만아니라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학비면제라든가 장학금과는 영원이 등을 등지고 살아야 한다.

그런 원인으로 그 여학생은 결국 국립대의 생활을 포기하고 다시 대학입시 준비를 해서 모 명문 사립대로 들어가는 길을 선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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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5)

별이 · 2006-08-29 23:34:08
오랜만에 잼있는 안개꽃 님의 글을 보았습니다..
또 손꼽아 다음편을 기대합니다..그럼 매일 행복하세요..^^
속상해 · 2006-08-29 23:59:26
참 열시미 살아왔군요.감탄함니다.

요즘 너무 라태해지고 노력한하는 제가 보잘것없어보여요...
새마을 · 2006-08-30 00:49:45
세상에...역시 뭐가다르긴 다르네요.
어쩌면 철자하나 틀리지 않고 하고싶은말들을
그렇게 조목조목할수있어요?
님의 글 너무너무 좋아요.
힘내세요.
꼬부니 · 2006-08-30 11:07:35
안개꽃님 오랫만에 또 글 올리네요.
기막히게 엄한 대학이네요,한번 컨닝에 모든 과목이 다 빵점이라 ㅠㅠ
피 카츄 · 2006-09-01 02:45:03
안개꽃님 글솜씨여전하시군요 잘보구 갑니다 힘네세요!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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