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유학생활 15

일본체험수기 · #263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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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꽃 · 2006-05-03 02:53:33 · 조회 669
우선 먼저 한주연님의 물음에 답해 드립니다.
아까몽가이에 다닌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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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배우기 시작해서 몇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어느날 미나가와 선생님이 영어검증신청서를 갖고 오셨다. 그걸 나와 미화한테 주면서 우리보고 4급시험을 보라고 하셨다. 영어검증 4급이면 중학교 2학년 수평이다. 선생님의 열정에 감동되어 일단 이 시험을 보기로 했다. 결과 나와 미화는 둘다 이 시험에 통과되었다.

6,7월에 들어서니 진학문제를 둘러싸고 학교 분위기도 많이 긴장해졌다. 9월이면 사립대는 입시가 시작된다. 처음부터 국립만 바라보고 있은 나인지라 사립은 생각도 안 했다. 하지만 사실 나한테 있어서 이건 하나의 큰 모험이었다. 대부분의 국립은 영어성적을 본다. 하지만 영어를 배운지 얼마 안되는 나한테 있어서 좋은 영어성적을 따낸다는건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래도 국립대학에 가려는 꿈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우선 사립대는 학비가 비싸기에 알바를 하고나면 공부할 시간이 얼마 없다. 그당시 국립대 일년 학비는 대개 50만 죄우였고 사립대 일년 학비는 120만좌우였다. 현저한 차이가 있었다. 내가 영어가 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 반급 담임선생님이 나한테 국립대 시험만 보지 말고 사립대시험도 보라고 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일단 사립대로부터 입학통지서를 받으면 국립대 시험을 보기전에 20만좌우의 입학금을 내야 하는데 대학을 포기할 경우에도 이 입학금은 돌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일단 사립대 입학통지서를 받으면 비자가 끊긴다는 뒤근심이 사라져 최선을 다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립대 시험을 볼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

문제는 대학을 선택하는 일이었다. 우선 전업을 선택하기 위해 교통사고 때 나한테 큰 힘이 되어준 神田선생님을 만나 같이 저녁식사를 하면서 전업에 대해 상담했다. 선생님이 나한테 법학을 하는게 어떠냐고 제의했다. 사실 일본에 올 때 난 컴퓨터를 배우고 싶었다. 컴맹이었기에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일본에 온 후엔 나라가 발전할 수록 사람들의 정신건강이 문제로 되고 있다는걸 느끼면서 심리학을 전공할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심리학을 하려면 영어를 잘해야 했다. 하지만 내 영어수평은... 神田선생님의 의견도 들어보고 나도 내 성격을 분석해 본 뒤 결국 법학을 선택하기로 했다. 어쩌면 나한테 법학이 어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교통사고 때 법지식의 결핍으로 인해 어쩔바를 몰라 갈팡질팡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해는 중국이 WTO에 가맹한 해이기도 했다. 문제거리가 많이 발생하는 중국의 사법제도를 둘러싸고 일본미디어가 크게 떠들어대는걸 신문을 읽으면서 느낄 수가 있었다. \"법학을 하자\" 고민하고 고민하던 끝에 끝내 결심을 내렸다.

그때 우리가 대학시험을 볼 땐 아래와 같은 시험을 봐야 했다. 일어일급시험과 유학생시험(나같은 경우에는 수학, 영어, 세계사). 수학에는 자신이 있었기에 근심하지 않았지만 세계사와 영어에는 자신이 없었다. 중국에 있을 때 난 고등학교를 다닌적이 없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직접 4년제전문학교에 갔었다. 전문학교에 가서 얼마 안돼 난 고등학교에 가지 않은걸 많이 후회했었다. 연변일중(연변의 중점고등학교)에 갈 수 있는 성적에 왜 전문학교를 선택했는지. 아마 그 후회때문에 내가 일본에 와서도 대학에 가려는 생각에 집념한 것 같다. 전문학교 때 전업이 이과였는지라 세계사를 배운적이 없다. 그런데 세계사가 점수중에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나 컸다. 400점 만점에 수학이 100점, 세계사가 150점, 영어가 150점을 차지하고 있었다. 영어에서 성적을 따내는건 불가능하기에 수학과 세계사에 모든걸 걸 수 밖에 없었다. 시험을 두달 앞둔 그날부터 수업이 끝나면 난 자습실에서 세계사만 들여다보았다. 연이도 나처럼 알바 가기전까지 매일 자습실에서 시험공부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연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남친하고 결혼하겠다는 내용의 전화였다. 그땐 대학입시를 한달 앞둔 날이었다. 입시를 한달 앞두고 대학에 가는 걸 포기하겠다는 연이의 생각을 내가 반대해 나섰다. 그때 연이의 남친은 국립대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연이의 말을 빈다면 나이도 많은데 이제 더 공부해서 뭐하겠냐, 남친도 공부하고 있는데 나도 공부하면 두사람 다 피곤해질거다. 차라리 내가 결혼해서 가족비자로 남아 알바를 열심히 하면 남친도 편히 공부할 수 있을거다 라는 거였다. 하지만 난 솔직히 안타까웠다. 여직껏 힘들게 알바하면서도 국립에 가겠다고 매일 자습실에 남아 공부해오던 연이가 길지도 않은 딱 한달이라는 시간을 앞두고 대학을 포기하겠다니 안타깝고 불안했다. 일본에 도착한 그날부터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고 국립에 가겠다는 꿈을 갖고 이제까지 같이 분투해왔었다. 그런데... 하지만 연이는 이미 결심을 내린 모양이었다. 이렇게 연이는 남친과 함께 중국대사관에 가서 결혼등기를 했다.

시험을 앞둔 마지막 한달, 시험준비때문에 알바는 휴가를 맡았다. 매일 알바를 하러 나가는 나를 보고 미나가와 선생님이 알바하는 시간을 줄이면 안되냐고 물었다. 내가 학비를 마련해야 한다고 하니 대학에 입학하게 되면 모자라는 학비를 선생님이 대줄테니까 공부에만 열중하라고 했다. 선생님한테 페를 끼칠 생각은 꼬물만치도 없었지만 이렇게까지 날 걱정해주시는 선생님이 정말 고마웠다. 생각끝에 한달만 알바는 휴가를 맡기로 했다. 학비가 모자라게 되면 그때 다시 생각하는걸로 하고 일단 공부에만 열중하기로 했다.

유학생시험은 일어일급시험이 끝난 일주일뒤에 보게 된다. 다른 애들이 일어일급시험준비를 하고 있을 때 난 매일 세계사만 들여다 보았다. 일본의 세계사교과서는 역사인물들의 이름이 대부분 가다가나로 되어있다. 그 가다가나를 기억하느라 많은 정력을 소모했다.

이렇게 일급시험을 맞이하게 되었고 일주일뒤에는 유학생시험을 맞이하게 되었다. 일급시험은 일년전에 비해 많이 쉬웠다. 그동안 일어가 많이 진보했던 모양이다. 유학생시험중 영어시험은 도저히 뭐라고 적혀 있는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역시 중학교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시험이 끝나 시험장을 나서는데 거뿐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이 시험은 대학입시중 시작에 불과했으니깐 말이다.

연이는 그날 시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대학가는 일을 포기하겠다던 연이의 말이 현실로 돼버렸다. 그날 저녁 연이의 결혼을 축하하여 친구들끼리 모인 간단한 파티가 있었다. 술상이 끝나고 노래방에 갔을 때 나와 연이는 서로 부등켜안고 엉~엉~ 울었다. 결혼축하를 위래 모인 좋은 날에 눈물을 흘려서는 안되는줄 알았지만 나도 연이도 다른 사람들의 눈을 아랑곳하지 않고 목놓아 울었다. 2년동안 연이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난 연이가 결혼보다 대학에 가길 원했었다. 연이한테는 대학에 갈만한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여겨왔었다. 하지만 연이는 결국 결혼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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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3)

푸산 · 2006-05-03 06:46:16
님의 글 읽으면서 항상 최선을 다하는 그모습이 참 좋았읍니다.
연이는 지금 잘 지내는지요?
나라면 결혼과 대학을 다 선택하고 싶은데.
또다른 인생이 연이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자사자리한 놈이라 이해는 안가지만 둘이 부퉁겨안고 울었다는 대목에서 찡 해납니다.
힘든 일본생활 마지막까지 도움이 되는 삶이 되도록 화이팅/////
qlrhdro · 2006-05-03 13:54:44
나는 너무 길어서 안읽얐음다!
재미었는지 풀이 영 없음더예!!!
안테나. · 2006-05-03 15:45:51
님의 글을 보니 나두 이전에 일본어학교에서 대학교 진학때문에 고민하던일이 생각나네...
정말 이제는 다옛말이 되였다....별로 재미없는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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