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유학생활 9

일본체험수기 · #261725

← 일본체험수기

안개꽃 · 2006-03-30 00:04:29 · 조회 768
한편의 글을 좀 길게 써달라는 분들이 계셔서 오늘부터 좀 긴 글을 올리려고 합니다. 그동안 빠짐없이 읽어주시고 따뜻한 리플을 남겨주신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이사땜에 낼부터 며칠동안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다음 글은 며칠후에 올리려고 합니다.

알바생활은 힘들었지만 학교생활은 무척 재미있었다. 나와 박우가 조선족이고 나머지는 모두 다 한국 친구들이었기에 우리는 자연히 한국어로 교류하게 되었다. 수업시간이면 선생님은 한국어로 재잘재잘거리는 학생들을 향해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얘기하세요\"라는 말을 곱씹기가 일쑤였다.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일어단어 테스트가 있었다. 테스트가 있는 날이면 나와 연이는 붐비는 아침 전차안에서 책을 펼쳐들고 단어를 기억하느라 정신없었다. 그래도 중국에서 중국어를 배운게 일어를 배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자는 써볼 필요가 없이 그냥 눈으로 몇번 쳐다보면 기억할 수가 있었다.

그날도 테스트가 있는 날이었다. 교실에 들어서니 일찍 온 몇몇 한국친구들이 책속에 골을 박고 공부하느라 꼼짝도 안하고 있었다. 테스트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볼 수 있는 아침풍경이다. 그중 한 한국친구가 책을 보다가 지쳤는지 한숨을 후~ 내쉬더니 한마디 뱉었다.
\"아~참! 어제 2시간이나 공부해서 기억한 단어들인데 오늘 다시 보니 또 생각이 안 나네\"
그러자 맞은켠에 있던 친구가 대꾸했다.
\"야! 일어 단어 만만하게 보지 마! 그거 2시간 갖구 되냐? 난 4시간 봤어\"
이리저리 불평부리면서도 열심히 책을 보고 있는 친구들이 귀여웠다.

같은 민족이라 하지만 우리 사이에는 차이점도 많았다. 조선어와 한국어가 문법상, 단어상에 많은 차이점이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사고방식도 많이 달랐다.

가끔 이런 질문을 하는 한국 친구도 있었다. 나와 박우보고 자신을 중국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 아니면 한국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어왔다. 심지어 어떤 애는 중국과 한국사이에 축구시합이 벌어지면 어느 쪽을 응원하겠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생활하는 한국 친구들도 우리와 별로 다른게 없었다. 알바때문에 많이 힘들어 했고 그래서 모여앉으면 알바중에 벌어진 일들이 화제로 떠오를 때가 많았다. 학교는 우리한테 있어서 공부하는 곳이자 알바중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곳이기도 했다.

우리 반의 한 한국 언니는 룸메이트와 성격이 맞지 않아 무척 고민하고 있었다. 룸메이트가 어떻게 그 언니를 대했는지 룸메이트가 너무나 무섭단다. 심할 때는 룸메이트를 피해 다녔다. 룸메이트가 알바하러 나간 틈을 타서 가만히 집에 들어가는 상황이었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난 연이같은 룸메이트가 있어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국립대에 들어가려면 시험준비도 일찍 시작하는게 좋을것 같았다. 학교에 물어보니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특별강좌가 있단다. 그래서 7월부터 특별강좌에 참가하게 되었다. 거기서 알게 된 선생님이 미나가와(皆川)선생님이었다. 나이는 40-50정도였고 좀 실팍한 몸집에 우렁우렁한 목소리를 지닌 성격이 호탕한 여선생님이었다. 이 선생님 제의에 의해 먼저 오오쿠보(大久保)에 가서 수학책을 사왔다. 그뒤부터 나와 연이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이 선생님의 특별강좌를 들었다. 그땐 우리가 일본에 온지 3달정도 됐을 때였다. 대학시험은 그 이듬해에 볼 예정이었으니까 시험준비를 일찍 시작한 축이었다.

일본의 입시에 나오는 수학문제들이 생각보다 많이 쉬웠다. 술술 수학문제를 풀어내는 나와 연이를 미나가와 선생님은 많이 아껴주셨다. 하지만 나와 연이한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영어를 모른다는것. 그나마 연이는 애들한테 글을 가르칠 때 동료한테서 영어를 조금 배워서 나보다는 나았다. 우리의 사정을 아신 미나가와 선생님이 후에 자진해서 우리에게 영어를 가르치게 된다.

알바하는 곳은 손님이 적은 날이 계속되었다. 그래서 음식점 주인 할아버지는 어떤 땐 저녁 10시쯤이면 문을 닫기도 했다. 홀에서 일하는 나도 물론 그 시간이면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수입이 줄어드니 학비근심이 또다시 머리를 쳐들었다.할수없이 다른 알바를 찾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일요일아침신문에 끼어있는 취직찌라시(チラシ)를 보고 찾기 시작했다. 일어도 어느 정도 늘었기에 전화상으로 면접예약도 가능했다. 이렇게 새로 찾은 알바가 콘비니(convenience store)였다. 책임자는 나보다 한살 이상인 여자였다. 내가 이 콘비니에서 일하는 첫 외국인이라고 알려주었다. 시급은 850엔이었고 일하는 시간은 매일 아침 8시부터 오후 1시까지였다. 부득불 학교에 가서 오전반으로부터 오후반으로 옮겨달라고 사정했다.

이렇게 난 두가지 알바를 시작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콘비니에서 일하고, 일이 끝나면 콘비니에서 만두 하나 사 먹으면서 학교로 뛰어갔다. 이동시간이 꽤 걸렸기에 학교까지 숨차 죽을 정도로 뛰어가도 매일 10분정도는 지각했다. 하지만 학교를 결석하는 일은 없었다.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인지 내 사정을 안 선생님이 내가 지각해도 항상 눈을 감아주었다. 대신 난 1분이라도 빨리 학교에 도착할 수 있도록 매일 뛰어다녔다. 오후 수업은 4시45분에 끝난다. 수업이 끝나면 난 그대로 학교에서 뛰쳐나와 전차도 타고 뛰기도 하면서 할아버지 음식점에 가서 저녁 알바를 했다.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밤 10-11시좌우.

그해 말에 난 시험삼아 일어일급시험을 쳐 보았다. 일본에 온지 반년밖에 안되고 예전에 이 시험을 쳐 본 경험도 없는지라 크게 희망은 품지 않았다. 근데 생각밖에 일급시험에 합격됐다. 그때 점수가 297점이었다.(계속)

쉼터에 새로운 글 쓰기는 금지되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소중한 기록 중에 꼭 다른 분들에게도 읽었으면 하는 좋은 글들은 「추천하기」를 눌러주세요.

일부 글들은 악성광고나 의미없는 스팸들일 수 있습니다. 읽는 분들에게 피해가 되거나 삭제를 희망하는 글에는 신고를 클릭해주세요. 로봇을 통하여 정기적으로 확인 및 정리를 합니다.

코멘트 (11)

竹叶青 · 2006-03-30 02:33:07
안개꽃님が書いた文章を読んで、6年前日本に来たばかりの自分のことが思い出しました。
当時はすごくつらかったけど、今は楽しさしか感じられないですね。
次回も期待します。
꼬부니 · 2006-03-30 10:29:29
공부 열심히 했나 봅니다^^

다음 글도 기대합니다^^
huihui · 2006-03-30 10:53:24
공부도 알바도 열심히 했군요.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다음편도 기대되구요.
siyu · 2006-03-30 11:16:34
一分汗水一分收获
이사 순리롭길 바라면서.....
다음집도 기대합니다.
花の魂 · 2006-03-30 11:30:26
잘 보구 갑니다 ~
귀공자 · 2006-03-30 15:53:17
열심히 산 친구네요...
일본에 있는 스낙크 콜아가씨에서 일하는 조선족여자애들은 님처럼 열심히 사는걸 보면 어떤 생각을 할가요?
님처럼 열심히 사는 모습이 좋네요...
달빛 · 2006-03-30 20:52:35
이렇게 사는 사람이 많다는걸 믿고 싶습니다.
구름,사랑과별 · 2006-03-30 21:27:07
우리들에게는 다 눈물겨운 과거가 잇다.

이런글들을 읽을때마다 내 마음은 젖어난다....
파란 장미 · 2006-03-30 23:25:02
8년전의 나 자신을 보는거 같아요.......그때가 그립군요 ........

다음 글도 기대합니다
アイ · 2006-04-03 02:32:27
열심히 하세요 ^^
비가 · 2006-04-18 23:40:02
동경서 사는 분들 다들 힘들게 스타트 했다구 봐요
대신 전 보다 힘들이지 않았어요
국립대학 연구생으로 일본오게되여 대학원도 순리롭게 다니게 되구
하지만 님들이 부럽네요
지금의 제가 제일다니기 싶은게 일본어 학교인데요
일본온지 4년되지만 책보구 단어 기억한일이 업거든요 유감이구 부끄러워요
그래서 일반 회화는 다 하지만 단어량이 넘 적어서 후회하구 있거든요
오늘 쭉 1집부터 봐왔어요
힘내 그냥 좋은글 부탁해요

일본체험수기 · 리스트 (10,353 건)

제목투고자날짜조회코멘트
오늘은 일주년 유학기념일.파란いちご2006-04-04 15:576684
너무나 공포적이다행복2006-04-04 12:0680411
야끼니끄 알바 (겨울이야기 버전 )絶對0度2006-04-03 12:026704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려 하는데... 1년에 비용이 한 얼마 들가요...막벌이군2006-04-03 11:2366710
일본에서의 생활사시미2006-04-03 08:056676
세븐 이레븐에서 한바탕바다 고래2006-04-02 18:04126724
진짜 비호감인 일본노톨들*무명*2006-04-02 05:0690716
사랑하는 사람이 생겻다...하지만..하얀 구름2006-04-01 15:52164820
副店長を警察に通報するつもりだ가상2006-04-01 01:07157319
이럴땐 어떡해야돼요???수정2006-03-31 23:04113614
내가 본 일본絶對0度2006-03-31 13:07107324
이런 남자 이런 여자..카카오2006-03-31 11:58126913
나이 금전관 (상)좋아!하는거야2006-03-31 09:477019
입관에 갔다가 15일 안으로 귀국해야 한다는 비자를 받았다.W T F2006-03-31 04:17173121
気持ち悪かったな~~神様お願いㅠㅠチャレンジャー2006-03-31 02:2691120
목욕탕에서 있은일호박씨TWO2006-03-31 00:34116014
팔년만에 고......호박씨TWO2006-03-31 00:056746
하얀 눈 -2나무☆ゞ2006-03-30 21:596703
꼭 격었어야 했을까?2편눈사람2006-03-30 00:267935
▶ 일본유학생활 9안개꽃2006-03-30 00:0476811
일본유학생활 7. 8안개꽃2006-03-30 00:006673
일본온지 3년반,한번 집가보고싶다탐험가2006-03-29 14:4986416
사랑을 나누는 한마당 .<쉼터의 성장기와 더불어..>파란いちご2006-03-29 14:046707
일본에서의 마중(1)고내2006-03-29 11:516705
처음 일본 도착해 전화치기좋아!하는거야2006-03-29 10:086713
나의 일본유학 1편--일본유학을 고려중인 여러분들에게MSC2006-03-29 08:25132417
엄마의 멜...SK2006-03-29 04:0168812
일본유학생활 6안개꽃2006-03-29 00:036685
일본유학생활 5안개꽃2006-03-29 00:026701
오늘에 있었던 일하늘2006-03-28 23:206686
← 이전254 / 346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