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쉼터모임 행 (5/6) - 내 고향 와라비마을이여

일본체험수기 · #237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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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봉 · 2005-02-21 01:19:16 · 조회 677
니이가다에는 오늘도 눈이 내렸습니다. 발자욱이 하나도 없는 눈길위로 자전거를
타며 집으로 돌아오는 기분은 마치 백설이 망망한 설산에서 스키를 타는
기분이었습니다. ^^ 소복소복 내리는 하얀 눈 속에 기억의 날개를 펼쳐 지난주
동경의 토요일로 훨훨 날아봅니다....


[ 추억의 고향길 ]

김철촌장집에서 정신없이 자다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오후 한시가 넘었다.
카텐사이로 바라본 창밖은 해빛이 찬란한 화창한 날이었다. 지난밤 너무 과하게
마신 맥주의 영향으로 아직도 머리가 은은히 아프긴 했지만, 카텐을 활짝 제끼고
바라본 일년만의 고향의 모습은 나의 마음을 확 트이게 했다... 얼마나 익숙한
풍경인가?....

날씨가 너무 좋아 도저히 집안에 눌러있을 수가 없어 간단히 세수를 하고, 바람도
쉬울겸, 산보도 할겸 나는 집을 나섰다.

따스한 햇빛, 그 따스함과 포근함에 쌓여있는 와라비 마을의 나무와 놀이터...
걸어가면서 나는 그 익숙한 모습에 감격을 금치 못했다. 1년전만 해도 매일매일
출근하면 다녔던 길, 주말이면 나와서 앉아 볕쪼임을 하던 놀이터.... 이제는
이렇게 지나가는 행인이 되어 볼 수 밖에 없었다... 익숙하다못해 눈을 감고서도
다닐 수 있었던 길거리들... 그 길을 천천히 걸어가면서 나는 2년동안 길에
흘려버렸던 나의 추억들을 줏어들었다... 마치 바닷가 모래톱에서 조가비를
줏듯이... 매일매일 큼직한 가방에 꿈과 생각들을 꼴딱 채우고 다녔던 길이
아닌가?....

마을 바로 옆에는 전철길이 있었고, 전차들이 분주히 오고갔으며 그 위에는
행인들이 건나가게 만든 자그마한 철교가 있었다. 회억을 더듬으며 철교위에
올라, 철교 밑에서 지나는 전차를 내려다 보았다. 그 철교에는 2년전의 나의
모습이 남아있었다. 아직 놀음에만 반해있었던 2년전의 나, 그 철교밑에
지나가는 전철을 보며 기뻐서 어쩔줄을 몰라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가까이
그의 곁에 다가가 속삭였다. \"2년전의 나여, 당신은 이제 훌륭한 친구들을
사귀게 되고, 앞으로 니이가다에 가서 일하게 될겁니다. 열심히 노력하세요..\"
2년전의 나는 나의 속삭임을 듣지 못한채 여전히 철교밑에서 지나가는 전철을
열심히 보며 기쁨에 빠져 있기만 할 뿐이었다.... ^^ 그는 장차 앞으로 정든
이곳을 떠나 멀리 일본의 서쪽에 있는 니이가다로 가게 될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장차 다시 고향에 돌아와 2년전의 자신의 모습을 되찾아보게 될지도
모른체 자가마한 행복에만 잠겨있었다....

추억의 발자욱을 디디며, 나는 익숙한 길거리 길거리들을 다녔다. 광우병으로
인하여 규동이 마직막 판매가 되는날, 쇼유 다크다크로 두개 주문받아
모찌가에리해서 안해와 함게 먹었던 그 요시노야.. 지금은 다시 규동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

익숙한 길거리를 다니면서 나는 마음은 뽀글뽀글 솟아오르는 금치못할
기억에 푹 빠져있었다...  내가 사랑하며 성장하며 꿈을 키웠던 길거리,
얼마나 익숙하고 사랑스러운가?.... 동경에서 생활하는 2년반동안의
기억이 잠겨있고 성장의 발자욱이 잠겨있는 거리... 나는 마치 지금의
내가 아니라 3년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듯한 느낌이었다....

길거리를 돌다가, 내가 가장 즐기며 다녔던 BookOff의 간판을 보았다.
왜서 인생을 살아야 할가? 나는 왜 이세상에 태어났을가? 나는 도데체
누구인가?... 등등 고민의 해답을 찾고자 많이 다녔던 눅거리 서점, 그
속에서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나는 자신의 인생의 목적과 의미를 찾았던
시절... 감격이었다.

우연하게 나는 내가 찾고자 하는 책을 발견했다. 사이온지 마사미의 행복에
관한 책, 인생에 관한 책이었다. 이것은 신이 나에게 준 선물이 틀림없으리라...
시리즈 여섯권을 사들고, 바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맥도날드의 2층에 올라가
책을 펼쳐들고 읽었다.... 따스한 해빛이 창문을 통하여 나를 안아주었고,
책속에 묻힌 나는 시간의 흐름을 잊고 말았다.... 방황과 고민에 쌓여 진리를
찾기위해 버둥거렸던 그 시절...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미 확신이 서 있었다...
나는 행복하다... 사람은 누구나 신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세상은 아름답다...
그리고 모든것이 사랑스럽다.. 아픔도 고통도 슬픔도... 그리고 모든것을
사랑해야 한다... 신은 곧 사랑이며 우리는 모두 사랑속에 축복받은 자 들이다...
라는 것을.

시간은 아늑함과 포근함에서 지났고, 책소에 묻힌 나는 깊은 사색과 행복속에
잠겨있었다. 총망히 떠난 동경행이지만, 신의 사랑의 보살핌으로 이렇듯
뜻깊은 깨달음의 시간이 있을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신이 주신 선물이었다.
저녁 다섯시가 넘어 나는 추억을 접고 어둠이 든 길거리를 지나 촌장의 집으로
향했다. 황광호 형님으로부터 오늘저녁에 와라비촌의 촌민모임이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 따뜻한 와라비 촌민들 ]

저녁 6시, 와라비촌의 슈퍼 마미마또(Mamy Mart) 앞에서 이성일 형님,
김철형님, 황광호 형님, 권해용과 만났다. 그리고 맥주를 사들고 오늘의 모임의
장소 -- 지난해 새롭게 와라비촌으로 이사해온 이성일 형님의 후배님의
집으로 향했다. 들어온지 몇달이 지났지만 이제야 새집들이를 한다는
것이었다. ^^

집안은 아늑했으며, 새로 이사온 부부들의 사랑의 포근함이 느껴지는 풍기는
따스함으로 가득했다. 식탁위에 훠꿔를 뽀글뽀글 끓여놓고 둘러앉아 술을
권하기 시작했다. 집주인은 아주 따뜻하고 열정적인 분이었다. 8000엔한다는
위스끼랑, 중국의 모태주랑을 꺼내놓고 우리를 대접했다...

술이 석잔 돌고, 이야기들이 열렬히 오고가기 시작했다. 집안에서는
유유한 중국의 노래가 들려왔고 모두들 이 이야기 저 이야기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 이국타향에서도 이렇게 모여 고향 이야기, 일본의 이야기,
자그마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와라비촌이 참 마음에 든다... 생각갔았으면
니이가다도 가지 말고 그냥 여기서 살고 싶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지난밤 쉼터모임을 조직하였던 들국화 형님이
먼 곳에서 모처럼 찾아왔다. 그리고 미국에서 10개월동안 언어연수를 하고
일본에 돌아온 최일이 형님과 그의 친구도... 자그마한 집안에는 벌써 열명이
둘어앉아 널찍한 테이블도 좁아보였다.ㅋㅋ 어젯밤 있었던 쉼터 이야기로,
이제 있게 되는 천지협회 10주년 경축활동 이야기로, 와라비 마을의 자랑스러운
점들에 대한 이야기로, 일본 조선족들에 대한 이야기로, 앞으로 와라비 촌민들의
타산에 대한 이야기로, 최일형님의 미국에 있었던 이야기로, 중국과 일본의
무역에 대한 이야기로... 정말 그 이야기들 속에 잠겨 있는다는 자체가
즐거웠고, 같은 동네에 있는 촌민이라는 이유로 따끈따끈하게 모여서 술을
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체가 즐거웠다....

맛있는 훠꿔도 많이 먹고, 또 집주인이 직접 손으로 만든 교자도 맛보고,
맥주도 많이 마시고... 그러다보니 벌써 11시가 가까워졌다. ^^ 나는 비록
이제는 와라비를 떠났지만 그래도 명예회원(이성일 형님의 말)이라는 의미에서
참가하게 되어 너무 행운스러웠다. 주인님의 따스한 대접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주인과 작별하고 우리는 김철촌장의 집에가서 2차를 하기로 했다. ㅋㅋ

[ 마음의 무게 ]

김철형님은 야간근무가 있어 회사로 떠났고, 황광호 형님은 친국가 중국에서
왔기에 그기로 가고, 나머지 여섯명은 김철형님의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콘비니에서 안주와 술을 조금 샀다.

이제 있게 되는 천지협회 10주년 축하행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이성일 형님이
일본의 조선족들의 역사를 정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이나서 소개하는
말 속에는 그의 열정과 민족에 대한 사랑이 스며있었다. ^^ 그리고 이번 쉼터모임에
대한 이야기도 주요화제로 되어 인기가 대단했다. 쉼터의 발전과 성장은 누구나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들국화 형님이랑 어제 카라오케이방에서 새벽
다섯시까지 신나게 놀았다고 하니 모두들 놀라워하는 표정이었다.ㅋㅋㅋ 만약
참가하지 않았더라면 나도 아마 그들과 같은 표정이 아니었을가 싶었다. ^^

따끈따끈한 오뎅이랑 먹으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는 밤은 깊어지고,
세명은 먼저 돌아가고 김철촌장의 집에는 집주인이 아닌 사람들이 앉아서
주인노릇하고 있었다. 신주꾸에서 모처럼 찾아온 들국화형님, 이제 와라비촌민이
된지 몇달밖에 안되는 권해용(투보이), 그리고 니이가다에서 온 나... 우연이라고
할가, 하늘의 뜻이라고 할가... 놀랍게도 남아있는 세명은 일본에서 사이트를
꾸리고 있는 운영자들이었다. 들국화 형님은 \"쉼터\"의 운영자, 권해용은
\"느끼며 사는 일본\"의 운영자, 나는 \"동터오는 새시대\"의 운영자... 2002년 9월에
약속이나 한듯이 거의 동시에 오픈한 세 사이트,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성장하여 드디어는 일본지역 조선족들의 공인된 교류와 만남과 휴식의 장소로까지
발전한 쉼터.... 그동안의 굴곡적인 발전의 길들을 회억하며 우리의 마음속에는
너무나 많은 감격들이 남아있었다...

우리는 쉼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록 아는 것도 없고, 자그마한 기술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나였지만, 들국화 형님의 말 속에서 그의 무거운 심정을 느낄수가
있었다. 그 방대한 사이트를 운영해가자만 얼마나 많은 심혈을 기울여야 했을가?...
쉼터는 이미 한사람의 사이트가 아니었다. 쉼터는 일본에 있는 조선족들의 사이트였으며,
그 사이트에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이국타향에서의 희노애락과 꿈과 성장의 발자욱이
들어있다.... 그러한 사이트의 운영자로서 쉼터 운영자들의 환한 미소뒤에는 얼마나
많은 피땀이 고인 사연이 들어있을가?....

권해용과 들국화형님은 열심히 새로운 기술의 도입에 대한 이야기와, 사이트의
운영자원 확보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었고, 취하고 곤한 나는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기술이나 경험이나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자들은 힘을 합쳐야 했다. 같이 모여서 힘을 합쳐 우리들 모두의 사이트를
잘 구려가야 했다... 살기 바쁘다는 일본에서도 우리는 우리들의 진실한 모습과
생각과 생활의 흔적을 담은 \"쉼터\"가 있다...

2차는 새벽 1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모두 떠나고 잘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전화속에서 열정적인 황광호 형님의 술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한 밤중에도
다시 모여서 계속 마시자는... ^^;;; 와라비촌의 뜨거움과 열정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ㅋㅋㅋ

하지만 나는 래일 일찍 니이가다로 떠나야 했다. 비록 일요일이지만 산처럼
쌓인 회사일로 인하여 출근하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이다... 서로 오야스미나사이
인사를 하고 나서 잠자리에 들었다... 짧은 이틀동안에 있었던 일, 들었던 이야기,
그리고 선배, 친구, 후배들의 놀라운 변화를 회상하면서 ... 술도 많이 마시고
조금 피곤해서인지 얼마안되어 잠이 들고 말았다.

제5편 끝/ 총 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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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동경 쉼터모임 행 (5/6) - 내 고향 와라비마을이여
+ 작 성: 배상봉
+ 작성일: 2005년 2월 21일 (일요일)  1:10
+
+ 2005년도 쉼터모임 시간: 2005년 2월 11일 (금요일) 동경 아까바네 저녁 6시 ~
+ 본문의 내용이 전개된 시간: 2005년 2월 11일 ~ 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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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8)

화려한싱글 · 2005-02-21 15:45:43
나딴엔 내가 쉼터를 아주 좋아한다구 아낀다구 생각했지만...넘 멀었네여~~~
들국화 · 2005-02-21 19:16:04
떨어져 잇어도 정은 언제나 이어져 있는가 봅니다. 비록 모임을 통한 짧은 만남이였지만 너무도 반가웠고 즐거웠습니다. 모처럼 동경에 다녀오신 상봉님을 만나서일가 ... 존 말씀도 마니 들었습니다. 서로의 힘을 합치여 다가온 한해에는 새로운 기약을 약속합시다.
건강하세요~~
투보이 · 2005-02-21 19:55:03
모처럼 먼 니이가다에서 오셨는데 만남의 시간이 너무 짧았던것 같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든든해 보여서 이런 걱정 안해도 될듯...ㅎㅎ) 언젠가는 동경권에 다시 돌아오리라 믿습니다...새해에도 직장 가정 모든 일들이 잘 풀리길 바랍니다...
이수진 · 2005-02-22 00:04:37
이성일 오빠라면은,

수지니도 알고잇는 중국 삼합에서 오신 분??

ㅋㅋ, 세상이 크지 않다는 배상봉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배상봉 · 2005-02-22 01:06:52
화려한 싱글님, ^^ 참여하는 것이 바로 지지하는것이 아닐가요.
우리의 사이트는 바로 쉼터를 사랑하는 한분 한분의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서 싹트고 꽃피고 열매를 맺는게 아닐가요? ^^

들국화형님, 나도 매우 기쁘오. 특히 모처럼 와라비에까지 찾아주시고,
또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너무나 보람차오. 앞으로도 항상
변함없는 형님의 열정으로 활약을 기대하오~ 2005년에는 더욱 멋있는
꿈이 실현되기를...

투보이님, 짧은 만남이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모바일에 대한
이야기도 잘 듣고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역시 시대는 발전하고
기술도 발전하고 인터넷도 발전하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다시 동경에
들리게 되면 또 즐겁게 만날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해봅니다.

우수진님, 세상이 작네요. ㅋㅋㅋ, 그런데 같은 이름을 가진 분들도 많을텐데,
확실이 같은 이성일 형님일가요? 참고로 문장에 나온 이성일 형님은 지금
북경대학 출신이며, 지금은 게이오 대학에 박사후과정을 하고 있답니다. ^^

이번 한주간도 모두 씩씩한 주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이수진 · 2005-02-22 01:17:26
ㅋㅋ, 제가 우수진??

그리구 이성일 오빠의 딸님이,

아직 수지니를 기억해주구 잇을라는지 궁금^^ ㅋㅋ

물론 설매 형님하구 성일이 오빠는 절 잊지 않구 계시겟지만~~ ㅋ ㅑ ㅋ ㅑ ~~
착한여자 · 2005-02-22 15:59:07
감명깊게 잘 읽어봣슴니다 ,,,대단해요^^부러워....
배상봉 · 2005-02-26 10:27:54
이수진님 죄송합니다. 오타였습니다. 신간선속도로 타자를 하다보니 그만.... ㅋㅋ
착한 여자님은 아이디부터 아주 착해서 좋네요. ^^ 생각들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다는게 쉼터의 매력이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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