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쉼터모임 행 (2/6) - 겨울에서 봄으로

일본체험수기 · #236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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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봉 · 2005-02-14 23:25:16 · 조회 688
[ 여행길 ]

10시 15분, 드디어 나의 아름다운 꿈과 기대를 실은 신간선이 칙칙폭폭
니이가다시를 출발했다. 은빛세상의 넓은 벌판을 가로질러, 아츨한
깊은 계곡을 뛰어넘어, 두툼하게 눈덮인 설산을 꿰뚤러, 경쾌한 절주에 맞추어
그 전설속의 눈이 쌓이지 않는다는 따뜻한 동네로 질주하기 시작하였다.

흰눈이 날리는 창밖의 풍경은 그림과 같이 아름다웠다. 일본섬의 동과 서를
가로막은 산맥으로 향할수록 두터워지는 쌓인 눈, 그 두툼한 눈에 쌓인 집들은
포근한 토끼털옷을 끼어입고 얌전하게 쪼크리고 앉은 애기토끼같았다. ^^

하늘에는 연한 부드러운 회색의 구름이 덮여있고, 맞은켠의 가파롭지 않은
산기슭에는 고슴도치의 까시시한 침같은 나무들이 듬성듬성 자라나 있고,
그 아래는 아담한 2층짜리 집들이 하냥 털모자를 푹 덮어쓰고 있다. 철길로
향하는 길은 유별나게 까맸고 길 량옆에는 2메터가까이 되는 눈들이 쌓여있었다.
길 옆에 눈이 쌓인게 아니라, 눈밭에다 굴을 파서 길을 만든것 같았다.

몇개의 터널을 지났을가? 마지막 터널을 벗어나 창밖의 풍경이 눈에 안겨오는
순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터널에 들어오기전에만 해도 두툼한 눈이 덮혔던
풍경은 어느새 사라지고 완전히 쥬라기파크와 같은 확 트인 풍경이 눈에
안겨왔던 것이다. 까만 흙, 싱싱한 나무, 푸르고 높은 하늘, 찬란한 해빛 ....  
나는 이제야 봄과 겨울의 거리는 불과 산의 동쪽과 서쪽의 거리였음을 알게 되었다.

동경이 가까워지면서 듬성듬성하던 2층짜리 집들의 모습은 점차 빽빽히
들어선 층집으로 바뀌어지더니 창밖의 세상은 온통 알락달락한 간판의
세상으로 변했으며, 길거리는 차들과 행인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얼마안되어 전차는 우에노역에 도착하였다.

[ 조카와의 만남 ]

우에노 역전에 도착했을 때는 12시가 넘었고, 나는 오늘 만나기로 약속한
조카에게 전화를 넣어 1시반에 우에노 중앙출구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동경의 날씨는 참으로 멋있었다. 니이가다의 밑굽없이 내리는 눈의 세례를
받은 나에게는 이렇게 화려하고 따뜻한 볓쪼임을 한다는 것이 너무나
사치스러운 향수였다. ^^ v . 시간도 조금 있고 해서 우에노 부근의 공원을
거닐었다. 놀러온 가족들, 젊은 연인들, 다정한 늙은부부들... 찬란한 해빛아래
공원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정말 이런곳에서
한오백년 살고 싶다... ㅋㅋㅋ

잠간 돌다가 조카와 만나서 같이 한식점에서 간단히 돌솓비빔밥을 먹고
부근에 있는 늪에서 산보하기로 했다.  조카라고 하지만 고작 5살밖에
차나지 않으며, 조차 삼촌이라기보다는 형님 동생이라는 느낌이 더욱 드는
사이었다. 작년 4월에 금방 일본에 왔을 때 한번 보고 이번이 거의 1년만의
만남이었다. 반갑기도 한편 시간의 빠름에 다시한번 놀랐다. 휴~

반년사이에 6근이나 줄었다고 한다. 그리고 참 힘들게 느껴질때도 많다고
한다. 식시가 끝나고 나는 조카를 끌고 층집사이를 비집고 건너 늪가로 갔다.
눈앞을 가로막던 층집들이 사라지고 대신 넓게 펼쳐진 갈대숲과, 싱긋한 바람과
함께 들려오는 새들의 노래소리, 늪가의 공원에서 놀고있는 어린애들의 즐거운
비명소리... 조카는 꽤 감탄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었다. 동경에 이런곳도
있었냐는 듯이.

우리는 늪의 테두리를 따라다니며 어릴시적 이야기랑 할빈에서 즐거웠던
이야기를 했다. 늪에서는 물오리들이 한가하게 헤엄을 치며 먹이를 찾고
있었고, 이따금씩 빵을 던져주는 사람에게 무리채로 모여들기도 했다.
정신없이 시계바늘처럼 움직이던 동경의 빠른 절주도 여기서는 멈춘듯한
느낌이 들었다. 해빛따스한 날의 한가한 오후였다...

조카에게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빚을 갚고 학비를
내기 위해서 한주일에 하루도 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직도 이렇게
일년은 계속할 생각이라고 한다. 외로운 밤에 혼자서 베게수건도 적지
않게 적수었을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건강을 잘 지켜라고 타일렀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시간이 생기면 이렇게 늪에 와서 휴식도 가져라고 타일렀다.

내가 실제적으로 생활속에서 해줄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나름대로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배운 몇가지 도리만은 전해주고 싶었다.
생활은 힘들지만 우리는 여전히 행복하다는 것을... 고향에는 사랑하는
부모형제들이 있고, 니이가다에는 너랑 같이 열심히 살아가는 삼촌이
있다고, 그리고 너의 주변의 친구들도 너랑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라는 것을 ... 마음속에 꿈과 사랑을 품고 열심히 살아갈 때, 행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을 ... 그리고 건강은 인생의 재부로서
젊음을 무턱대고 건강을 파괴하지 말라고 ... 그리고 열심히 노력해서
3년후에 멋있는 사람으로 되자고 ...

어릴시적 낚시하던 이야기랑, 여기 늪에 있는 물오리들을 잡아서 굽어먹으면
맛있게다는둥, 일본에서 돈 절약하면서 생활하는 법이랑 두루두루 이야기를
하면서 걷다보니 늪도 한바퀴 돌았고 역전옆으로 되돌아 왔다... 저녁에 같이
쉼터모임에 참가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6시부터 바이트가 있어서
빠질수가 없다고 한다...

거의 다섯시가 되어가고, 바이트하는 지점도 멀었기에 역전에서 작별인사를
하고 갈라졌다. 전차에 올라타는 조카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비껴있었다.
즐거운 이야기를 해서 기뻐서일가.. 아니면 자신의 미래에 대한 즐거운
상상이 젖어서일가?... 모임에 참가하여 놀지 못하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활발한 모습으로 손을 흔들며 바이트하는 곳으로 떠나는
조카의 모습, 피곤한 뒷모습속에서도 꿈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안고
걸어가는 씩씩한 발걸음... 조카 역시 동경의 고층빌딩아래 갖은 고생을
다 하며 젊은 꿈을 위해 분투해가는 수많은 조선족 젊은이들 중의 한명이었다...

[ 쉼터 모임으로 ]

조카와 작별하고 동경에 있을 때 매일매일 타던 게이힌도우부꾸센을 타고
쉼터모임의 장소 -- 아까바네로 향했다. 오랜만에 만나게 될 친구들의
모습이 궁금했다.

제2편 끝/ 총 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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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동경 쉼터모임 행 (2/6) - 겨울에서 봄으로
+ 작 성: 배상봉
+ 작성일: 2005년 2월 14일 (월요일)  23:20
+
+ 2005년도 쉼터모임 시간: 2005년 2월 11일 (금요일) 동경 아까바네 저녁 6시 ~
+ 본문의 내용이 전개된 시간: 2005년 2월 11일 ~ 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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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6)

련정 · 2005-02-15 00:13:48
아르바이트 끝나서 집에 오니 2편이 벌써 나왔네요....잘 읽고 갑니다...사랑스러운 조카님도 그렇게 열심히 하니까 꼭 성공할꺼라 믿어요....빨리 그다음 편 보구 싶네요...ㅎㅎㅎ욕심이 많아서......계속 기대하겟습니다......
phone · 2005-02-15 01:22:10
배상봉님, 정말 오래만이예요^^
먼곳에서 오셨는데 만나보지 못해서 참 유감이구요...
오신다는 말을 황회장으로부터 들었었는데....

그나마 와라비의 친구들을 모두 만나서 너무 기쁘셨을거라고 믿습니다.
오래만의 동경나들이도 나름대로 추억이 만들어져서 참 좋네요.^^

추운 니이가타에서 부디 건강에 조심하시고
사업이 순리롭길 바랍니다.
이수진 · 2005-02-15 02:04:30
====================================================
마음속에 꿈과 사랑을 품고 열심히 살아갈 때,
행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을 ...
====================================================

수지니는 개인적으로, 이 말이 젤 좋앗습니다~

그렇다는 의미에서, 오늘도 아자아자~입니다 ^^v

---------------------------------------------------
수지니가 매번마다 리플을 달면은,

배상봉님이 매번마다 어떤 리플들로 회답해주실까?

ㅋ ㅑ ㅋ ㅑ ~ ^ ^ v

/장난이 심한 수지니를 이해해주세요^^/
---------------------------------------------------
화려한싱글 · 2005-02-15 21:34:11
배상봉님의 글을 읽으면서 옛날글 보구싶다는 생각이 들어 검색을 했는데 안나오네요...
다 삭제해버렸나요???
민들레 · 2005-02-15 22:12:45
배상봉님, 쉼터에도 인기 절정이네요.
저 christina 지난번 착각할번 했다던 사람요. ㅎㅎ
쉼터 아이디가 틀리죻ㅎㅎ
역시 과기대인은 어딘가 분위기가 틀리네요. 동영상에서 봤는데 이전의 그 학생티 다분한 애소년이 아닌데요 ㅎㅎ 의젓한 남자로 변했네요. 축하!!
니이가다서 부디 안녕하세요.
배상봉 · 2005-02-15 22:23:55
련정님, 감사합니다. ^^ 열심히 노력하시는 분들은 모두 성공하라고 믿습니다. 련정님도
꼭 성공할겁니다~

폰님, 이번에 만나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사랑의 손길을 위해 뛰고있다는
소식은 전해듣습니다. 항상 변함없는 사랑으로 고향의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시기
바랍니다.

이수진님, 조금은 익살스러운 코멘트네요. 수진이님의 기분에 제가 감염이 되는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아자아자~ 힘내며 즐거웁기를 바랍니다.

화려한 싱글님, 저의 글을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따스한 손\", \"따뜻한 손\", \"MindHunter\"로 검색하시면 저의 옛 글들을 검색해 읽으실 수
있을겁니다. 좋은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민들레 선생님, ㅋㅋㅋ. 감사합니다. 과기대에서 배운 갈고 닦은 지식으로 열심히
살아가고자 다짐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도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고 하시는 일들속에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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