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의 글은 1913년에 일본에 유학온 현상윤씨의 동경유학생활체험기를 청춘2호지에 실은 글을 옮긴것이다.현상윤씨는 와세다대학을 졸업하고 귀국후 3.1독립운동의 선구자로서 활약.그리고 초대 고려대학교 총장이고 한국정부가 세워진뒤 한국정부가 수여하는 박사제1호인 분으로도 유명하나 1950년전쟁중 납북.
90여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일본으로 유학오는 조선족은 아직도 끊임없다.유학생활이 고달프고 괴로울때,나는 종종 현상윤씨의 이글을 읽고 힘을 얻는다.
텔레비도 없었고,컴퓨터도 없었고,,,,,,혈혈단신으로 학업에 몰두했던 그 시대사람들을 부질없으나 한번 상상해볼때 나는 지금이 행복스럽게 느껴지고......그러면서 또다시 힘을 얻는다.
현상윤씨가 와세다대학을 다닐때의 하숙집은 아직도 와세다대학부근에 있다.시카노지마관이라는 하숙집이다.흥취가 있는분은 한번찾아보고...그리고 힘을 얻어보세요!!!
동경유학생생활
동경에서 현상윤
一衣帯水가 멀지는 아니하나 이미 나서 자란곳이 아니오 富士日光을 이름으론 들었으나 일찌기 몸소 밟아보지 못한데라 처음 오는 사람의 눈에 생소하게 보이는 것은 물론이며 말 한마디 들리는 것도 우리가 쓰던것은 아니오 옷 한벌 입는것도 우리가 입던것은 아니라 타국 사람의 머리속에 이상하게 생각됨이 또한 마땅치 아니하리오,그러고보니 이에따르는 생활의 취미도 자연이 전보다 달라지며 아침과 낮에 느끼는감회의 종류도 옛것이 아니로다.
내가 일찌기 이곳 오기전에 미상불 나도 동경을 한번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늘 있었기에 행인가 불행인가 작년겨울에 이럭저럭 이곳을 오게되어 몸소 딴 생활을 하여보니 참말 이상한것도 많이 있고 놀랄만한 일도 많이 있는중,가슴에 뻑뻑이 밀려나오는 생각을 하나하나 그려보고 싶은적이 많았으나 오늘날 조선안에는 이만한 생활은 몸소 해본이가 몇백몇천이라 별로 신기하게 들리지도 않으리랴하여 지금까지 용기가 없었다가 지금 무슨생각으로 심히 어지럽고 거치르나 대개를 적기로 한다.
1.ㅡㅡㅡ거처와 식사ㅡㅡㅡ
『땅ㅡ땅ㅡ』아침일곱시를 고하는 괘종소리를 들으면서 이층집「四疊半」방 중앙에 널직이 혼자 점령하였던 木綿이불을 털썩 젓치고 일장향몽을 일찌기 깨어 긴 활개를 하품과 같이 펴면서「네마기」(자리옷)를 벗고 아롱아롱한 긴 소매 달린 옷을 갈아입는다.
이때에 하녀가 障子를 방싯열고 꿇어앉으며 가는 목소리로『오하요 고자이마쓰』라고 아침인사를 고한후에 사뿐사뿐 걸어들어와 이불을 벽장에 거두어 넣고 틉틉히 닫혀있던「마마도」(것문)을 쫙 열고 방안을 소제한다.한손에 뿌러쉬,齒磨粉,石鹸等属을 모아들고 한손으로 두서너번 눈을 부비면서 洗面所로 향해가니 웃통벗고 올근볼근 冷水磨擦하는 일본사람,구수수하게 갈라붙인 하이칼라 머리를 행여나 곱게될가하고 각가지로 쓰다듬는 중국사람들이 죽 둘러서서 제가끔 이내 살빛을 곱게하노라고 야단인데 손을 붙어걷고 나도 함께 씻은뒤에 방안으로 들어오니 隅田江우에 엷게 둘린 흰 안개속으로 선명하게 쏘여들어오는 아침해빛은 눈이부실듯이 유리창을 꿰뚫고 들어오고 뜰앞에 서있는 나무가지로 짹짹하고 날아가는 참새소리는 洒落하는 아침흥을 돋우는듯 하다.案頭小鏡에 초췌한 얼굴을 비쳐보면서 문안에 떨어지는 몇가지 신문을 끌어당기어 세계추세의 이러저러한 상황을 대강 알아보고,사회국면의 어떠어떠한 새운동 새전개를 느껴생각하다가 하녀의 공순하게 받들어 나오는 아침밥상을 받아「미소시루」한그릇과「다꾸왕」두서너쪽으로 밤새도록 주렷던 배를 채운다.
식사로 말하면 하루세끼(아침저녁이 조금씩 다르나)달고 싱겁고 담백한것은 아무때나 일반이더라.때때로 흐들흐들하는 鱸魚生鮮(일본도 없음은 아니나)이며 시원한 冬沉이 생각에 침이 주르륵 흐를적이 있다.
2.ㅡㅡㅡ학교와 수업ㅡㅡㅡ
오전 여덟시쯔음에 당일 배울 책자 이삼권과 점심할「벤도」갑을 들고 制服制帽에 신을 신고 학교를 향하여 네거리로 썩 나서니 이곳저곳 전반사회가 하루준비에 분망하는데 골목골목으로 모여가고 모여오는 남녀학생들은 친구찾아 어깨동무하여 발걸음 맞추어 제각기 자기학교로 찾아가는것은 넓은길이 좁다하게 앞과뒤에 들어닿는데 동경은 학생동경이란 말도 있거니와 과연 장하기도 하다.이 나라의 오늘날이 있는것이 우연치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교문을 들어서니 7,8천명 동서로 모여드는 광경도 구경할만하다.
땅---땅---울리는 종소리에 교실로 들어가니 문열고 들어오는 老博士들 威儀와 風丰이 彷彿한게 사회문제가 어쩌니 정치도덕이 어쩌니 예술이니 종교이니 滔滔数千言으로 満堂한 後進을 위하여 세계문명을 說法하는 서슬에 가슴은 비록 좁으나 느껴지는바는 막을수 없고 누를수 없다.
이렇게 뜨고 뿌연소리가 아니라 착실하고 진지한 실사회의 산 교훈을 하루 4,5시간씩 배우다가 오후 두서너시쯔음 冊褓를 들고 산산이 헤여져 돌아온다.
3.ㅡㅡㅡ散步와 逍遥ㅡㅡㅡ
해는 떨어져 하늘빛이 희미하고 안개는 떠올라 강산이 자욱한데 종일 일하기에 분망하였던 이웃집들에서는 품팔든 몸을 쉬기위하여 맑지게 들리는 琵琶 三味線소리며 향내나는 웃음소리에 가정의 즐거움이 높았으며 슬슬부는 보드라운 바람이 맑아가는 무거운 공기를 가만가만 움직여서 소매귀를 가볍게 휘날리는데 발못되는「스틱」을 손에 턱 집어들고 길거리로 걸어나가니 찬란도하다 満都中에 반짝이는 電気灯,까스灯은 곳곳마다 不夜城을 지어있고 눈아프게 앞뒤좌우로 지나가는 電車・自動車가 모퉁이 모퉁이로 달린다.
걸음을 옮겨 一「町」、二「町」나가니 石製木製二三層높은집과 우뚝우뚝 솟아있는 煙突이며 번듯이 깔린「아스팔트」의「페이부멘트」라든가 눈부시게 걸어놓은「일미네슌」이 모두가 사람의 눈을 놀라게 하더라.길게 뽑아 썩 심하게 소리하는「사무라이」의 옛노래를 들으면서 가두에 잠간 발을 머무니 이곳저곳으로 데걱데걱하는 撃釼소리며 꽝ㅡ하고 넘어지면 또다시 달겨붙는 유도장의 광경이 하나하나 귀와 눈에 들어오고 또 한편에서는 『믿으시오 믿으시오 平和와 사랑은 하나님의 증거하신 吾人人類의 가장큰 福音이니 사랑과 平和의 主되신 예수를 따라와 믿으세오』하는 구세군의 路傍説教가 있으나 듣는사람으로 하여금 이상한 생각을 일으키게 하더라.
4.ㅡㅡㅡ復習과 読書ㅡㅡㅡ
먹은 밥도 내릴만하고 가쁘든 몸도 快할만할때에 冊床을 향하여 마주앉아 똑딱똑딱 돌아가는 時針이 오후 여덟점을 가르친다.학교에서 배워온 課程冊을 이것저것 몇번씩 읽어보고 여태껏 전기등에 부신 눈을 限十分동안 쉬인 뒤에 워쓰워드의 시집이며 에머쏜의 논문이며 튜르게네프의 소설이며 오이켄・베륵손의 철학등을 빼어들고 인생의 内的生活이 어쩌니 外的生活이 어쩌니 하는 논저와 생의 요구가 없으면 自我의 창조가 없고 철저한 생의 각오가 없으면 철저한 예술이 없다든가 새 生命은 새 主義에 있다든가 하는 문제에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과연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머리부터 끝까지 쉬지않고 움직여나아가는 새 생명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생각과 部分的・一時的의 현실에 답습치 않고 한걸음 더 나가서 全体的・永遠的理想郷에 도달하려는 생의 새 요구가 일어났느냐 않났느냐 하는 생각이며 우리도 그만 냄새가 무럭무럭 코를 찌르는 썩은 생활을 벗어나서 맑고 신선한 새 그것을 찾아가 하루바삐 詛咒할 이 누리를 떠나서볼가 하는 공상의 醇醪에 醉한 사람같이 꿈가운대가 되어 스스로 옳다 아무렴그렇다하여 긍정도 해보고 응ㅡㅡ아니지 아니야 하고 부정도 해보다가 寺院에서 꿍ㅡㅡ꿍ㅡㅡ울려오는 12시종소리에 흠칫놀라 이불을 쓰고 고요하게 잠잠한 우주의 대자연과 함께 취침한다.
5.ㅡㅡㅡ반가운 日曜日ㅡㅡㅡ
엿새동안 冊床에 달라붙어서 머리가 뜨겁도록 애쓰다가 日曜日이 오게되면 어떤점으로 보든지 반갑기 그지없는데 아침은 다른날보다 몇십분 늦게 일어나 식사도 한가롭게 마치고 전화로 가까이 있는 親旧를 불러가지고 한걸음 한걸음 上野・芝・日比谷等공원을 향해간다.
물론 이 날은 각계급의 男女老少가 구름모이듯 산보하여 모여오는터이라 우두커니 공원 중앙에 서서 있노라면 어린애의 두활개를 부모두사람이 좌우에서 나누어 이끌고가는 모양이며 새색시 새서방의 걸음에 맞추어 정답게 지나가는 모양이며 빨간 사포에 剣끈느린 군인들의 무리무리가 떼를 지어서 지나가는 모양,딱 쳐서 보내는 「뻬쓰뽈」과 툭 차서 올리는「풋뽈」에 죽을지 살지 모르고 열중하는 청년학생들,그네뛰고 공굴리는 어여쁜 어린애들 빨가벗고 땀흘리며 흙두루마리가 되어야 서로 떠밀어내는 씨름꾼,보기엔 天然히「쩬틀맨」같다가도 남의 품속에서 時計나 돈집어내는데는 一手잘하는 딴이놈,형형색색 이루어 말할수 없고 동물원,식물원,박물관등 여러곳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사람이며 모퉁이 모퉁이 나보아라 하는듯이 우뚝솟은 아무아무의 동상앞에 고개젖치고「아하 이것보아!」하고 둘러선 시골사람들,볼만한 담속담속 핀 각가지 꽃이며 이상하게 자라는 잡종수목이며 휙휙부는 바람결에 구불구불 푸른물결을 일으키는 못 물과 녹색이 흐를듯이 가득하게 퍼져있는 풀두던이 모두 자연의 미를 극하여 있는데 일찌기 그림을 배웠다면 한번 그려보고 싶은 생각이 무럭무럭 일어난다.
조금 고요한곳을 찾아가서「뻰취」에 곤한 다리를 쉬어가지고 도서관으로 찾아들어가 무수한 서적가운데서 두세시간 지내다가 비껴흐르는 석양빛을 가슴에 막아안고서 이런말 저런말로 하루 본 인상을 이야기하면서 천천히 하숙으로 돌아온다.어떤 때는 이날에 四五郷友와 소매를 같이 이끌고 십여리 혹 수십리되는 교외에 원족도 하여보고 혹은 예볘당같은곳에 出脚도하여 그들의 신앙의 表白이며 그들의 唱道를 들을 때도 있다.
6.ㅡㅡㅡ沐浴가는 이야기ㅡㅡㅡ
우리는 팔구세가 않되더라도 맨발벗는것을 무례한일로 알아 아무리 오뉴월 염천이라도 꼭 버선을 신는 풍속이지만 이곳에서는 젊은이는 그만두고 팔구십된 노인도 일년중 팔구삭은 맨발로 지내는 버릇이라(이는 기후의 관계로 인한임듯?) 우리도 이곳을 오는 날이면 의례히 발을 벗게 됨으로 자연이 발같은것은 매일 씻어야하고 의복도 바람에 건들건들하여서 살빛도 쉽게 검게되어 일주일에 적어도 두번은 목욕을 하여야한다.
수건과 비누를 집어들고「湯屋」집문을 썩 들어서면 그 営造의 軒敞함과 설비의 주도한것은 과연 놀랍다.이삼십인이나 넉넉하리만큼 넓게 만든 욕조는 耐水「세멘트」로 튼튼히 되어있고 번듯하게 깔린 浴板은 모두가 돌이나 세멘트로 무늬를 맞춘것이고 여기저기의 수도관도 장치가 볼만한데 머리씻는곳 같은곳도 栓子를 한번 틀면 散珠瀑이 쫙쫙 떨어지게 되었더라.옷을 활활벗고 좌우에서「조선사람 조선사람 음음」하는 옆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들으면서 빨간몸이 서로 부비는 틈에 들어가끼이면 이가운데도 볼만한것이 많이 있다ㅡㅡ어떤사람은 검복인가?사람인가?하리만큼 어룽어룽하게 몸에 刺子(「이레스미」)를 하였는데 눈부릅뜨고 아웅하는 모양도 그렸고 고기꼬리 풀잎모양 여러가지를 새겨서 처음보는 우리눈에는 대단히 이상하게 보이더라.
이곳에 잠간 우스운 이야기를 잠간 부치려 한다.언제인가 이곳에 금방 왔을때에 어떤친구와 목욕을 가려고 할 때에 내가 그 친구에게 옷은 어떻게 입고 가느냐라고 물은즉 그 사람도 역시 처음 온 사람이라 자세히 몰랐던지 대답하는 말이「하가마」를 입고가는것이 좋겠다하여 둘이 다 떡 끼어입고 갔더니 다른사람이 初대라고 우습게 보았던지 옷을벗어 광주리에 담아 번듯이 남들이 다 보는곳에 놓고 들어갔더니 다 하고 나와보니 빠르기도하고 용하기도 하다.이렇게 여러사람이 다 보는곳에서 어느듯 소매속에 있는 돈주머니를 집어내였다.우습기도하고 얄밉기도하여 돌아와 주인집 노파에게 이런말을하니 캐닥캐닥 웃어가며「하가마를 입고 갔으니 왜 않웃겠소!」하여 얼마동안 친구들사이에 좋은 웃음거리로 된적도 있다.
7.ㅡㅡㅡ방문과 친목ㅡㅡㅡ
대도시의 얼굴은 숭엄도한데 이백만이 토하는 炭気에 흐려진 공기를 받아 호흡하면서 해가 점차 지고 旅窓一方에 외로이 앉아있으니 적막한 마음도 그지없고 고향생각도 간절하다.關山이 重疊하고 水路가 共長한데 故国이 此去몇千里냐 日下長安에 黄雲만 아득하다 武蔵野 불어오는 서느러운 바람은 속절없이 客子의 얼굴을 찡그리게하고 江戸江깨어지는 흰 달빛은 슬프게도 사람의 창자를 끊는듯하다.千糸楊柳의 푸른가지를 맥없이 휘어잡고 멀리 西天을 바라보니 渺茫할순 雲樹뿐이오 空闊할순 青空뿐이로구나!
이러한 때에「요즈음 어떤가?」하고 웃는얼굴로 문을 두드리고 찾아오는 사람은 같이와 있는 고향친구들이라 기쁨인들 어떠하며 반가움인들 어떠하리오.손목 당기어 같이 앉아 처음 묻는말이 요즈음 집소식 들었느냐 하는말이라 이말저말 웃음섞인 會話를 몇십분하다가「오늘저녁이 우리 유학생 친목회 通常会日이지」하면서 서로 이끌고 일어서 회합장소로 찾아가니 반갑다 東西南北에서 모여오는 会友들!
「아!그---런가」하는 함경도 말소리, 「사람이가 그래서는 멀하누」하는 경상도방언, 「아!왜 그럽시오!」하는 서울말, 「저녁 잡사쉿가?」하는 황해도 목소리 서로반기고 서로 묻는것이 일찌기 전부터 알았으나 몰랐으나 乃兄乃弟라 눈들어 살펴보니 얼굴도 俊秀하거니와 풍채도 당당하다.과연이지 이사회야말로 장래 우리의 꽃봉오리며 아울러 알맹이로다.
이 가운데는 치를 둘러 뱃머리를 돌리는「폴니티시안」도 있으며 굽은것을 바로잡고 눌린것을 펴서 안녕을 보호하고 질서를 유지하는「쮸리스트」되려는 사람도 있으며 一枝의 붓을 들어 예술의 큰 뜻을 그려내려는 문학자도 있고 針한번 꾹 눌러 온갓 병을 고쳐내는 의원님도 있고 그 밖에 農工商業・園芸・畜産・水産・理財・主計・士官等各方面에 亘하여 남부럽지않으리만한 지식사회며 또한 이가운데는 아무리 빈곤하나 조선안에서는 유수한 재산가의 자손들이라 어느점으로 보든지 조선청년의 중축이라 아니할수없다.
正正하게 토론하여 나가는 결의안과 滔滔하게 뱉어내는 변론과 친절하게 서로 권하고 가다듬는 우의를 듣고보니 화기가 融融하고 우슴소리가 가득차서 몸이 고향산천을 대하고 있는듯한 생각이나더라.
8.ㅡㅡㅡ있는 趣味와 부러운 일ㅡㅡㅡ
겨울이면 板屋疊栩에 너무도 추워서 숫불피운 화로를 조금도 떠나지 못하는일과 여름이면 支離한「梅雨」에 눅눅한 습기와 화락한 泥濘이 사람으로 하여금 못견디리만큼 괴로운 일도 있으며 더우기「다무시」・脚気같은 이상한 풍토병도 있어서 동경이라면 얼굴을 찡그릴만한 無趣味한 생활을 연상케하는일도 없음은 아니나 나는 대개 있을만한곳이라하기를 꺼리지않노니 이는 인구의 많이 사는것으로 말해도 세계의 네번째로 가는곳이오 市街의 번화한것과 교통이 편리한것도 동양에 있어서는 제일이다.
먼저 그들에게는 지식의 요구에 대하여 공급의 길이 十分完備함을 보았음이나 아무리 막바지 좁은길목과 빈민굴을 간다하더라도 눈에 번뜩 띠이는것은 冊肆오 신문잡지판매소라 노동자에게는 勝労者에게 상당한 서적이며 잡지오 소학생에게는 소학생에게 적당한 책이 있으며 여자에게는 여자에게 관한 책이 있어서 몇십전의 돈만,아니 눈만 가졌으면 각각 자기에게 적당하고 緊要한 지식과 사상을 늘이게 되는것과 어느날 어느때를 물론하고 곳곳마다 연설이 있고 강연이 있어서 눈만 가졌으면 각각 자기에게 폭폭 새겨지는 修養訓과 현대의 새사조 새경향을 들을수 있음이며 둘째 그들에게는 주위에 있는 공기가 매우 가벼움을 보았으니 그들이 가는곳에는 몸이 납신납신 날아날듯이 조금도 거침이 없고 그들의 머리속에는 맑지고 새로와 항상 살고 뛰노는 피가 흐른다.
이것을 본 나는 구경만하는 이 생활이라도 매우 재미로운것이라하는 동시에 아울러 부러워함을 이기지못하는바로다.
9.ㅡㅡㅡ듣고 보는 여러가지 일ㅡㅡㅡ
공부하는 여가에 신문이나 잡지를 들고 앉으면 오늘 어떤곳에서는 아무여사가 여자해방이란 문제로 연설하고 근일 아무부인은「철학상으로 본 부인의 위치」라하는 책을 저술하였다하는 말과 때때로 주인집 아이들을 찾아 놀러오는 십사오세가량되어보이는 여학생들의 步合算에 單利率이 어쩌니 複利率이 어쩌니 하는토론을 들을때에는 거리로 걸어나가면 인력거組合앞이나 노동자휴게소앞에「합괴」(하인들의 웃옷)에 통바지입은 車夫들이나 왜자자한 머리에 괭이 둘러맨 노동자들이 신문지를 들고 둘러앉아서 袁世凱의「쿠테타」가 어쩌니 어떤공장「스토라이크」가 어쩌니하는 會話를 들을때에 얼굴이 뜨끔하여 부끄러움을 못이길적도 많이 있고 이야기하러오는 이웃집 노파에게 아무곳 아무개의 아들은 법률에 血族結婚이 三等親까지라고 제한이 있다고 警官의 禁訓이 있으나 우리들은 죽으면 죽었지 헤어질수없다고 極近親누이와 결혼하였다는 말과 자기 건너집에 사는 아무개는 아내를 꼭꼭 한달에 하나씩 얻어다가는 버리는 성질이어서 지금 서른몇번째 얻어간다는 말을 들을때와 신문三面記事에서 어떤곳 누구는 무엇이 옳치않고 어느때 어디에서는 어떤 모진일이 벌어졌는데 이렇게저렇게하고 이만저만하였다고하면서 때로는 뱃살을 쥐고 허리가 끊기도록 웃는 일도 있어서 과연 동경생활은 가지각색으로 多趣多味한 詩的小說的이로다.
그런데 듣고보는 가운데 가장깊이 느끼고 가장크게 자극되는것은 아무리 일류가는 재산가도 놀고먹지않는 풍속과 아무리 구차한 살림이라도 자녀교육은 어디까지라도 애써 시킨다는 風潮며 나는 내 팔을 부려먹고 내 땀을 흘려 산다는 습관이라 남을보고 스스로를 살필때에 感慨인들 어찌적으랴!
이밖에도 보고듣는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오 생각하고 느끼는바가 하나둘이아니나 지면의 관계로 이만。呵呵。
(1914년7월1일.동경에서)
90여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일본으로 유학오는 조선족은 아직도 끊임없다.유학생활이 고달프고 괴로울때,나는 종종 현상윤씨의 이글을 읽고 힘을 얻는다.
텔레비도 없었고,컴퓨터도 없었고,,,,,,혈혈단신으로 학업에 몰두했던 그 시대사람들을 부질없으나 한번 상상해볼때 나는 지금이 행복스럽게 느껴지고......그러면서 또다시 힘을 얻는다.
현상윤씨가 와세다대학을 다닐때의 하숙집은 아직도 와세다대학부근에 있다.시카노지마관이라는 하숙집이다.흥취가 있는분은 한번찾아보고...그리고 힘을 얻어보세요!!!
동경유학생생활
동경에서 현상윤
一衣帯水가 멀지는 아니하나 이미 나서 자란곳이 아니오 富士日光을 이름으론 들었으나 일찌기 몸소 밟아보지 못한데라 처음 오는 사람의 눈에 생소하게 보이는 것은 물론이며 말 한마디 들리는 것도 우리가 쓰던것은 아니오 옷 한벌 입는것도 우리가 입던것은 아니라 타국 사람의 머리속에 이상하게 생각됨이 또한 마땅치 아니하리오,그러고보니 이에따르는 생활의 취미도 자연이 전보다 달라지며 아침과 낮에 느끼는감회의 종류도 옛것이 아니로다.
내가 일찌기 이곳 오기전에 미상불 나도 동경을 한번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늘 있었기에 행인가 불행인가 작년겨울에 이럭저럭 이곳을 오게되어 몸소 딴 생활을 하여보니 참말 이상한것도 많이 있고 놀랄만한 일도 많이 있는중,가슴에 뻑뻑이 밀려나오는 생각을 하나하나 그려보고 싶은적이 많았으나 오늘날 조선안에는 이만한 생활은 몸소 해본이가 몇백몇천이라 별로 신기하게 들리지도 않으리랴하여 지금까지 용기가 없었다가 지금 무슨생각으로 심히 어지럽고 거치르나 대개를 적기로 한다.
1.ㅡㅡㅡ거처와 식사ㅡㅡㅡ
『땅ㅡ땅ㅡ』아침일곱시를 고하는 괘종소리를 들으면서 이층집「四疊半」방 중앙에 널직이 혼자 점령하였던 木綿이불을 털썩 젓치고 일장향몽을 일찌기 깨어 긴 활개를 하품과 같이 펴면서「네마기」(자리옷)를 벗고 아롱아롱한 긴 소매 달린 옷을 갈아입는다.
이때에 하녀가 障子를 방싯열고 꿇어앉으며 가는 목소리로『오하요 고자이마쓰』라고 아침인사를 고한후에 사뿐사뿐 걸어들어와 이불을 벽장에 거두어 넣고 틉틉히 닫혀있던「마마도」(것문)을 쫙 열고 방안을 소제한다.한손에 뿌러쉬,齒磨粉,石鹸等属을 모아들고 한손으로 두서너번 눈을 부비면서 洗面所로 향해가니 웃통벗고 올근볼근 冷水磨擦하는 일본사람,구수수하게 갈라붙인 하이칼라 머리를 행여나 곱게될가하고 각가지로 쓰다듬는 중국사람들이 죽 둘러서서 제가끔 이내 살빛을 곱게하노라고 야단인데 손을 붙어걷고 나도 함께 씻은뒤에 방안으로 들어오니 隅田江우에 엷게 둘린 흰 안개속으로 선명하게 쏘여들어오는 아침해빛은 눈이부실듯이 유리창을 꿰뚫고 들어오고 뜰앞에 서있는 나무가지로 짹짹하고 날아가는 참새소리는 洒落하는 아침흥을 돋우는듯 하다.案頭小鏡에 초췌한 얼굴을 비쳐보면서 문안에 떨어지는 몇가지 신문을 끌어당기어 세계추세의 이러저러한 상황을 대강 알아보고,사회국면의 어떠어떠한 새운동 새전개를 느껴생각하다가 하녀의 공순하게 받들어 나오는 아침밥상을 받아「미소시루」한그릇과「다꾸왕」두서너쪽으로 밤새도록 주렷던 배를 채운다.
식사로 말하면 하루세끼(아침저녁이 조금씩 다르나)달고 싱겁고 담백한것은 아무때나 일반이더라.때때로 흐들흐들하는 鱸魚生鮮(일본도 없음은 아니나)이며 시원한 冬沉이 생각에 침이 주르륵 흐를적이 있다.
2.ㅡㅡㅡ학교와 수업ㅡㅡㅡ
오전 여덟시쯔음에 당일 배울 책자 이삼권과 점심할「벤도」갑을 들고 制服制帽에 신을 신고 학교를 향하여 네거리로 썩 나서니 이곳저곳 전반사회가 하루준비에 분망하는데 골목골목으로 모여가고 모여오는 남녀학생들은 친구찾아 어깨동무하여 발걸음 맞추어 제각기 자기학교로 찾아가는것은 넓은길이 좁다하게 앞과뒤에 들어닿는데 동경은 학생동경이란 말도 있거니와 과연 장하기도 하다.이 나라의 오늘날이 있는것이 우연치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교문을 들어서니 7,8천명 동서로 모여드는 광경도 구경할만하다.
땅---땅---울리는 종소리에 교실로 들어가니 문열고 들어오는 老博士들 威儀와 風丰이 彷彿한게 사회문제가 어쩌니 정치도덕이 어쩌니 예술이니 종교이니 滔滔数千言으로 満堂한 後進을 위하여 세계문명을 說法하는 서슬에 가슴은 비록 좁으나 느껴지는바는 막을수 없고 누를수 없다.
이렇게 뜨고 뿌연소리가 아니라 착실하고 진지한 실사회의 산 교훈을 하루 4,5시간씩 배우다가 오후 두서너시쯔음 冊褓를 들고 산산이 헤여져 돌아온다.
3.ㅡㅡㅡ散步와 逍遥ㅡㅡㅡ
해는 떨어져 하늘빛이 희미하고 안개는 떠올라 강산이 자욱한데 종일 일하기에 분망하였던 이웃집들에서는 품팔든 몸을 쉬기위하여 맑지게 들리는 琵琶 三味線소리며 향내나는 웃음소리에 가정의 즐거움이 높았으며 슬슬부는 보드라운 바람이 맑아가는 무거운 공기를 가만가만 움직여서 소매귀를 가볍게 휘날리는데 발못되는「스틱」을 손에 턱 집어들고 길거리로 걸어나가니 찬란도하다 満都中에 반짝이는 電気灯,까스灯은 곳곳마다 不夜城을 지어있고 눈아프게 앞뒤좌우로 지나가는 電車・自動車가 모퉁이 모퉁이로 달린다.
걸음을 옮겨 一「町」、二「町」나가니 石製木製二三層높은집과 우뚝우뚝 솟아있는 煙突이며 번듯이 깔린「아스팔트」의「페이부멘트」라든가 눈부시게 걸어놓은「일미네슌」이 모두가 사람의 눈을 놀라게 하더라.길게 뽑아 썩 심하게 소리하는「사무라이」의 옛노래를 들으면서 가두에 잠간 발을 머무니 이곳저곳으로 데걱데걱하는 撃釼소리며 꽝ㅡ하고 넘어지면 또다시 달겨붙는 유도장의 광경이 하나하나 귀와 눈에 들어오고 또 한편에서는 『믿으시오 믿으시오 平和와 사랑은 하나님의 증거하신 吾人人類의 가장큰 福音이니 사랑과 平和의 主되신 예수를 따라와 믿으세오』하는 구세군의 路傍説教가 있으나 듣는사람으로 하여금 이상한 생각을 일으키게 하더라.
4.ㅡㅡㅡ復習과 読書ㅡㅡㅡ
먹은 밥도 내릴만하고 가쁘든 몸도 快할만할때에 冊床을 향하여 마주앉아 똑딱똑딱 돌아가는 時針이 오후 여덟점을 가르친다.학교에서 배워온 課程冊을 이것저것 몇번씩 읽어보고 여태껏 전기등에 부신 눈을 限十分동안 쉬인 뒤에 워쓰워드의 시집이며 에머쏜의 논문이며 튜르게네프의 소설이며 오이켄・베륵손의 철학등을 빼어들고 인생의 内的生活이 어쩌니 外的生活이 어쩌니 하는 논저와 생의 요구가 없으면 自我의 창조가 없고 철저한 생의 각오가 없으면 철저한 예술이 없다든가 새 生命은 새 主義에 있다든가 하는 문제에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과연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머리부터 끝까지 쉬지않고 움직여나아가는 새 생명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생각과 部分的・一時的의 현실에 답습치 않고 한걸음 더 나가서 全体的・永遠的理想郷에 도달하려는 생의 새 요구가 일어났느냐 않났느냐 하는 생각이며 우리도 그만 냄새가 무럭무럭 코를 찌르는 썩은 생활을 벗어나서 맑고 신선한 새 그것을 찾아가 하루바삐 詛咒할 이 누리를 떠나서볼가 하는 공상의 醇醪에 醉한 사람같이 꿈가운대가 되어 스스로 옳다 아무렴그렇다하여 긍정도 해보고 응ㅡㅡ아니지 아니야 하고 부정도 해보다가 寺院에서 꿍ㅡㅡ꿍ㅡㅡ울려오는 12시종소리에 흠칫놀라 이불을 쓰고 고요하게 잠잠한 우주의 대자연과 함께 취침한다.
5.ㅡㅡㅡ반가운 日曜日ㅡㅡㅡ
엿새동안 冊床에 달라붙어서 머리가 뜨겁도록 애쓰다가 日曜日이 오게되면 어떤점으로 보든지 반갑기 그지없는데 아침은 다른날보다 몇십분 늦게 일어나 식사도 한가롭게 마치고 전화로 가까이 있는 親旧를 불러가지고 한걸음 한걸음 上野・芝・日比谷等공원을 향해간다.
물론 이 날은 각계급의 男女老少가 구름모이듯 산보하여 모여오는터이라 우두커니 공원 중앙에 서서 있노라면 어린애의 두활개를 부모두사람이 좌우에서 나누어 이끌고가는 모양이며 새색시 새서방의 걸음에 맞추어 정답게 지나가는 모양이며 빨간 사포에 剣끈느린 군인들의 무리무리가 떼를 지어서 지나가는 모양,딱 쳐서 보내는 「뻬쓰뽈」과 툭 차서 올리는「풋뽈」에 죽을지 살지 모르고 열중하는 청년학생들,그네뛰고 공굴리는 어여쁜 어린애들 빨가벗고 땀흘리며 흙두루마리가 되어야 서로 떠밀어내는 씨름꾼,보기엔 天然히「쩬틀맨」같다가도 남의 품속에서 時計나 돈집어내는데는 一手잘하는 딴이놈,형형색색 이루어 말할수 없고 동물원,식물원,박물관등 여러곳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사람이며 모퉁이 모퉁이 나보아라 하는듯이 우뚝솟은 아무아무의 동상앞에 고개젖치고「아하 이것보아!」하고 둘러선 시골사람들,볼만한 담속담속 핀 각가지 꽃이며 이상하게 자라는 잡종수목이며 휙휙부는 바람결에 구불구불 푸른물결을 일으키는 못 물과 녹색이 흐를듯이 가득하게 퍼져있는 풀두던이 모두 자연의 미를 극하여 있는데 일찌기 그림을 배웠다면 한번 그려보고 싶은 생각이 무럭무럭 일어난다.
조금 고요한곳을 찾아가서「뻰취」에 곤한 다리를 쉬어가지고 도서관으로 찾아들어가 무수한 서적가운데서 두세시간 지내다가 비껴흐르는 석양빛을 가슴에 막아안고서 이런말 저런말로 하루 본 인상을 이야기하면서 천천히 하숙으로 돌아온다.어떤 때는 이날에 四五郷友와 소매를 같이 이끌고 십여리 혹 수십리되는 교외에 원족도 하여보고 혹은 예볘당같은곳에 出脚도하여 그들의 신앙의 表白이며 그들의 唱道를 들을 때도 있다.
6.ㅡㅡㅡ沐浴가는 이야기ㅡㅡㅡ
우리는 팔구세가 않되더라도 맨발벗는것을 무례한일로 알아 아무리 오뉴월 염천이라도 꼭 버선을 신는 풍속이지만 이곳에서는 젊은이는 그만두고 팔구십된 노인도 일년중 팔구삭은 맨발로 지내는 버릇이라(이는 기후의 관계로 인한임듯?) 우리도 이곳을 오는 날이면 의례히 발을 벗게 됨으로 자연이 발같은것은 매일 씻어야하고 의복도 바람에 건들건들하여서 살빛도 쉽게 검게되어 일주일에 적어도 두번은 목욕을 하여야한다.
수건과 비누를 집어들고「湯屋」집문을 썩 들어서면 그 営造의 軒敞함과 설비의 주도한것은 과연 놀랍다.이삼십인이나 넉넉하리만큼 넓게 만든 욕조는 耐水「세멘트」로 튼튼히 되어있고 번듯하게 깔린 浴板은 모두가 돌이나 세멘트로 무늬를 맞춘것이고 여기저기의 수도관도 장치가 볼만한데 머리씻는곳 같은곳도 栓子를 한번 틀면 散珠瀑이 쫙쫙 떨어지게 되었더라.옷을 활활벗고 좌우에서「조선사람 조선사람 음음」하는 옆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들으면서 빨간몸이 서로 부비는 틈에 들어가끼이면 이가운데도 볼만한것이 많이 있다ㅡㅡ어떤사람은 검복인가?사람인가?하리만큼 어룽어룽하게 몸에 刺子(「이레스미」)를 하였는데 눈부릅뜨고 아웅하는 모양도 그렸고 고기꼬리 풀잎모양 여러가지를 새겨서 처음보는 우리눈에는 대단히 이상하게 보이더라.
이곳에 잠간 우스운 이야기를 잠간 부치려 한다.언제인가 이곳에 금방 왔을때에 어떤친구와 목욕을 가려고 할 때에 내가 그 친구에게 옷은 어떻게 입고 가느냐라고 물은즉 그 사람도 역시 처음 온 사람이라 자세히 몰랐던지 대답하는 말이「하가마」를 입고가는것이 좋겠다하여 둘이 다 떡 끼어입고 갔더니 다른사람이 初대라고 우습게 보았던지 옷을벗어 광주리에 담아 번듯이 남들이 다 보는곳에 놓고 들어갔더니 다 하고 나와보니 빠르기도하고 용하기도 하다.이렇게 여러사람이 다 보는곳에서 어느듯 소매속에 있는 돈주머니를 집어내였다.우습기도하고 얄밉기도하여 돌아와 주인집 노파에게 이런말을하니 캐닥캐닥 웃어가며「하가마를 입고 갔으니 왜 않웃겠소!」하여 얼마동안 친구들사이에 좋은 웃음거리로 된적도 있다.
7.ㅡㅡㅡ방문과 친목ㅡㅡㅡ
대도시의 얼굴은 숭엄도한데 이백만이 토하는 炭気에 흐려진 공기를 받아 호흡하면서 해가 점차 지고 旅窓一方에 외로이 앉아있으니 적막한 마음도 그지없고 고향생각도 간절하다.關山이 重疊하고 水路가 共長한데 故国이 此去몇千里냐 日下長安에 黄雲만 아득하다 武蔵野 불어오는 서느러운 바람은 속절없이 客子의 얼굴을 찡그리게하고 江戸江깨어지는 흰 달빛은 슬프게도 사람의 창자를 끊는듯하다.千糸楊柳의 푸른가지를 맥없이 휘어잡고 멀리 西天을 바라보니 渺茫할순 雲樹뿐이오 空闊할순 青空뿐이로구나!
이러한 때에「요즈음 어떤가?」하고 웃는얼굴로 문을 두드리고 찾아오는 사람은 같이와 있는 고향친구들이라 기쁨인들 어떠하며 반가움인들 어떠하리오.손목 당기어 같이 앉아 처음 묻는말이 요즈음 집소식 들었느냐 하는말이라 이말저말 웃음섞인 會話를 몇십분하다가「오늘저녁이 우리 유학생 친목회 通常会日이지」하면서 서로 이끌고 일어서 회합장소로 찾아가니 반갑다 東西南北에서 모여오는 会友들!
「아!그---런가」하는 함경도 말소리, 「사람이가 그래서는 멀하누」하는 경상도방언, 「아!왜 그럽시오!」하는 서울말, 「저녁 잡사쉿가?」하는 황해도 목소리 서로반기고 서로 묻는것이 일찌기 전부터 알았으나 몰랐으나 乃兄乃弟라 눈들어 살펴보니 얼굴도 俊秀하거니와 풍채도 당당하다.과연이지 이사회야말로 장래 우리의 꽃봉오리며 아울러 알맹이로다.
이 가운데는 치를 둘러 뱃머리를 돌리는「폴니티시안」도 있으며 굽은것을 바로잡고 눌린것을 펴서 안녕을 보호하고 질서를 유지하는「쮸리스트」되려는 사람도 있으며 一枝의 붓을 들어 예술의 큰 뜻을 그려내려는 문학자도 있고 針한번 꾹 눌러 온갓 병을 고쳐내는 의원님도 있고 그 밖에 農工商業・園芸・畜産・水産・理財・主計・士官等各方面에 亘하여 남부럽지않으리만한 지식사회며 또한 이가운데는 아무리 빈곤하나 조선안에서는 유수한 재산가의 자손들이라 어느점으로 보든지 조선청년의 중축이라 아니할수없다.
正正하게 토론하여 나가는 결의안과 滔滔하게 뱉어내는 변론과 친절하게 서로 권하고 가다듬는 우의를 듣고보니 화기가 融融하고 우슴소리가 가득차서 몸이 고향산천을 대하고 있는듯한 생각이나더라.
8.ㅡㅡㅡ있는 趣味와 부러운 일ㅡㅡㅡ
겨울이면 板屋疊栩에 너무도 추워서 숫불피운 화로를 조금도 떠나지 못하는일과 여름이면 支離한「梅雨」에 눅눅한 습기와 화락한 泥濘이 사람으로 하여금 못견디리만큼 괴로운 일도 있으며 더우기「다무시」・脚気같은 이상한 풍토병도 있어서 동경이라면 얼굴을 찡그릴만한 無趣味한 생활을 연상케하는일도 없음은 아니나 나는 대개 있을만한곳이라하기를 꺼리지않노니 이는 인구의 많이 사는것으로 말해도 세계의 네번째로 가는곳이오 市街의 번화한것과 교통이 편리한것도 동양에 있어서는 제일이다.
먼저 그들에게는 지식의 요구에 대하여 공급의 길이 十分完備함을 보았음이나 아무리 막바지 좁은길목과 빈민굴을 간다하더라도 눈에 번뜩 띠이는것은 冊肆오 신문잡지판매소라 노동자에게는 勝労者에게 상당한 서적이며 잡지오 소학생에게는 소학생에게 적당한 책이 있으며 여자에게는 여자에게 관한 책이 있어서 몇십전의 돈만,아니 눈만 가졌으면 각각 자기에게 적당하고 緊要한 지식과 사상을 늘이게 되는것과 어느날 어느때를 물론하고 곳곳마다 연설이 있고 강연이 있어서 눈만 가졌으면 각각 자기에게 폭폭 새겨지는 修養訓과 현대의 새사조 새경향을 들을수 있음이며 둘째 그들에게는 주위에 있는 공기가 매우 가벼움을 보았으니 그들이 가는곳에는 몸이 납신납신 날아날듯이 조금도 거침이 없고 그들의 머리속에는 맑지고 새로와 항상 살고 뛰노는 피가 흐른다.
이것을 본 나는 구경만하는 이 생활이라도 매우 재미로운것이라하는 동시에 아울러 부러워함을 이기지못하는바로다.
9.ㅡㅡㅡ듣고 보는 여러가지 일ㅡㅡㅡ
공부하는 여가에 신문이나 잡지를 들고 앉으면 오늘 어떤곳에서는 아무여사가 여자해방이란 문제로 연설하고 근일 아무부인은「철학상으로 본 부인의 위치」라하는 책을 저술하였다하는 말과 때때로 주인집 아이들을 찾아 놀러오는 십사오세가량되어보이는 여학생들의 步合算에 單利率이 어쩌니 複利率이 어쩌니 하는토론을 들을때에는 거리로 걸어나가면 인력거組合앞이나 노동자휴게소앞에「합괴」(하인들의 웃옷)에 통바지입은 車夫들이나 왜자자한 머리에 괭이 둘러맨 노동자들이 신문지를 들고 둘러앉아서 袁世凱의「쿠테타」가 어쩌니 어떤공장「스토라이크」가 어쩌니하는 會話를 들을때에 얼굴이 뜨끔하여 부끄러움을 못이길적도 많이 있고 이야기하러오는 이웃집 노파에게 아무곳 아무개의 아들은 법률에 血族結婚이 三等親까지라고 제한이 있다고 警官의 禁訓이 있으나 우리들은 죽으면 죽었지 헤어질수없다고 極近親누이와 결혼하였다는 말과 자기 건너집에 사는 아무개는 아내를 꼭꼭 한달에 하나씩 얻어다가는 버리는 성질이어서 지금 서른몇번째 얻어간다는 말을 들을때와 신문三面記事에서 어떤곳 누구는 무엇이 옳치않고 어느때 어디에서는 어떤 모진일이 벌어졌는데 이렇게저렇게하고 이만저만하였다고하면서 때로는 뱃살을 쥐고 허리가 끊기도록 웃는 일도 있어서 과연 동경생활은 가지각색으로 多趣多味한 詩的小說的이로다.
그런데 듣고보는 가운데 가장깊이 느끼고 가장크게 자극되는것은 아무리 일류가는 재산가도 놀고먹지않는 풍속과 아무리 구차한 살림이라도 자녀교육은 어디까지라도 애써 시킨다는 風潮며 나는 내 팔을 부려먹고 내 땀을 흘려 산다는 습관이라 남을보고 스스로를 살필때에 感慨인들 어찌적으랴!
이밖에도 보고듣는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오 생각하고 느끼는바가 하나둘이아니나 지면의 관계로 이만。呵呵。
(1914년7월1일.동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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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3)
좋은 글이군요...
재밌게 읽어보았습니다.
재밌게 읽어보았습니다.
14년도에 이 글이라....
잘 보았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拝見しました。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