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학생학술포럼 참가후기

일본체험수기 · #223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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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봉 · 2003-11-28 19:21:25 · 조회 1018
2003년 11월 23일과 24일, 동경 신주꾸의 일본청년관에서 동실행위원회의 주최로 "코리안학생학술포럼"이 개최되었습니다. 이틀동안 진행된 이번 포럼에는 무려 300 여명이 참여하여 28편의 논문이 발표되었고, 풍부하고 다채로운 토론과 학습이 진행되었으며, 일본에 있는 많은 코리안단체들도 참여하여 그 영향력을 넓혔습니다.

행운스럽게도 저는 이번 포럼의 협력단체 대표의 신분으로 참석하여 그 시작과정을 목격할 수 있는 행운이 주어졌습니다. 그날 "천지협회"를 대표하여 참석한 대표들로는: "백두호"라는 아이디로 인터넷에서 유명한 이성일행님(이사회 상무이사), 오토바이타고 동경을 제집나들듯이 하는 사나이 김성행님(사무국 부국장), 천지협회 태갈 지지자이며 여자애들에게 그렇게 매력이 있다는 김철행님(미래의 이사 ^^), 그리고 천지넷 네트웍 담당인 배동지 이렇게 4명이었습니다. 그외로 리강철 선생님(이사회 부회장)은 이튿날의 발표에 참석하셨습니다.

그날의 모든것을 일일이 상세하게 적자면 키보드가 다슬어 떨어질것 같아서, 모내기 하는것처럼 중점만 잡아서 듬성듬성 한뭉치 한뭉치씩 찍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

[ 오프닝 ]

약속한데로 우리 넷은 JR 센다가야 에끼에서 만나, 약 10분동안 걸어 일본청년관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니 마침 2시 30분이었는데, 3층홀 접수처에는 책임자들이 동분서주하고 있었고,  문이 활짝 열려있는 국제교류홀안에는 책걸상들이 놓여있었으며 이미 새파랗게 젊은 학자들이 빼곡이 앉아 있었습니다. 웅성거리는 소리와 얼른거리는 그림자만 봐도 참가자의 인수가 적지 않다는것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등록처에 가서 간단히 인사하고 "천지협회"에서 왔다고 하니깐 우리를 반기면서 패쪽을 나누어 주었는데 보니깐 채색으로 프린터한 명함지같은데 각자의 이름이 적혀있었습니다. 흠흠.. 저의 것을 보니깐 이름이 있고 그 밑에는 "천지협회 천지넷 담당"이라는 간단한 소속설명도 적혀 있었는데  이것만 봐도 이번 활동을 위해서 주최자들이 아주 세심하게 준비를 했었다는것을 알 수 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바로 오프닝(우리말로 하면 시작연설)을 시작하는 시간인지라, 참가비를 내고 등록을 한 후 자료를 받아쥐고 제일 마지막있는 4개의 빈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놀라운건 주변을 한바퀴 휙 둘러보았더니 온통 파릇파릇하게 생기가 넘치는 젊은이들의 세상이었다는 사실...

오프닝은 사회자의 활력있고 열정이 있는 목소리 속에서 시작되었는데, 워낙 저의 일본어수준이 높지 못하다보니 약 85.9%밖에 못 알아들었습니다. 사회자로부터 이번 포럼의 진행에 대한 소개가 있었고, 그담엔 조총련  박영치위원장 및 기타 조직자분들의 인사말 및 축사가 있었던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이라면 사회자든 조직자든 모두 일본어를 아주 거침없이 유창하게 한다는 점... 모든 순서와 발언은 첨부터 끝까지 일본어로 진행이 되었으며 그저 중간중간에 가끔식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는 일본식 조선어 발음의 우리말이 섞여있을뿐이었습니다.

[ 주제별 토론 ]

오프닝이 끝나고, 오후 3시부터는 여러개의 주제로 나누어 발표하는 주제별 포럼이 진행되었습니다.

"통일코리아와 동북아시아 ", "사회와 인권", "아이덴티티 및 교육과 력사", "비지네스", "과학과 기술" 이라는 다섯가지의 주제로 나뉘어 있었는데, 우리 네명은 집단행동을 하기로 하고, 간단한 상의끝에 그래도 우리에게는 가장 흡인력이 있는 "통일"에 관련된 회의실에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등록할 때 보니깐, 참석자는 대부분이 학생이라는 사실, 제가 마지막쯤에 등록했는데 명단을 보니깐 모두 소속이 어느어느대학, 어느어느 학부라는 식으로 적혀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소속을 사회인이라고 적었는데, 적으면서 직장인이 없는 것을 보며 궁금한게 있었습니다. 이런 토론은 학생이나 학술하는 분들만 관심이 있는걸가? 직장을 다니면 돈벌이에 바빠서 이런데 관심을 가질 시간이 없는건지? 아니면 졸업했으니깐 더이상 학술토론에 참가할 필요가 없어서인지?...

저도 워낙 놀고먹는거만 좋아했지 학술토론에는 관심이 집중되지 않는지라... 더구나 발표자들의 유창한 일본어와 그속에 줄줄이 나타나는 생소한 단어들의 뜻을 알길이 없어, 그냥 주위 사람이 웃으면 따라웃기만 하다가... 나중에는 발표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자장가로 들려와서 졸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끄덕끄덕 졸면서도 감사한게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이러한 열심적인 학자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 민족은 이국타향에서 불공평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자기의 전통을 버리지 않고 유지하고 있다는것, 그래서 내가 여기서 끄덕끄덕 졸고 있어도 우리 민족은 여전히 열심히 그리고 뭉쳐서 발전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비록 학술적으로는 별로 보탬을 해줄수가 없지만, 나중에 부자가 되면 꼭 우리민족의 단체들에 투자를 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주제토론방보다 발표하는 학생이 적어서(발표자 3명) 회의는 두시간반 후 인차 끝을 봤으며,  우리는 일찌기 나와서 한담 겸 휴식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 저녁식사 ]

저녁식사비는 참가비에 포함되어 있었으며, 장소는 6층 식당이었습니다. 음식은 일인분씩 나누어진 데이쇼꾸(定食)였고, 메뉴는 완전히 일본식 전통 요리었습니다. 스테키, 사시미, 미소시루, 무우 삶은것... 등이 있었는데 내용이 다양하면서도 랑비가 되지 않을만큼의 알마춤한 량이었습니다.

아쉬운점은 일본식 데이쇼꾸여서 기타 분들과 교류할 환경이 아니라는것, 만약 自助식이라면 접시하나 손에들고 먹고픈 료리를 푹 담아다가 사면팔방 돌아다니며 인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겠는데, 여기에선 고정된 책걸상에 고정된 밥그릇이어서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 재미있는 문화교류대회 ]

저녁 8시부터는 문화교류였었는데, 제일처음 오프닝을 하던 칸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책걸상은 깨끗하게 치워졌고, 약 1/4 공간은 비워서 무대로 사용하고, 나머지 3/4 공간은 모두 바닥에 앉아서 구경하는 관중석으로 되어 진행이 되었습니다.

역시 모든 사회와 소개는 일본말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인상이 깊은것은 사회자의 활력있고 재치있고 유머스러운 표현들... 학생티나는 젊은 남녀 두명이 사회를 하였는데 참 재미있게 말을 주고 받으면서 관중들의 분위기를 잘도 이끌어 갔습니다.

놀라운것이라면 관중석에 있을 때는 일본말만 재잘재잘대던 여자애들이 화장을 하고 무대에 올라서니깐 완전히 선녀가 되어서 나풀나풀 우리민족의 춤을 춘다는 것... 참 충격적이었습니다. 우리민요, 노래, 춤 등이 이어졌는데 그 수준은 가히 프로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 같습니다. 산뜻한 춤동작과 봄바람을 느끼게 하는 활짝 피어난 미소, 북장단에 어울려 심금을 쥐고 흔드는 우리민족의 가요, 활력과 매력을 구비한  생명력이 철철 넘치는 무용... 참으로 눈이 번쩍 뜨이고 귀가 번쩍 열리고 입이 어느새 헤벌쭉 벌어져버리는 멋있는 절목들이었습니다. ^^ 남자애들도 그렇고, 여자애들도 그렇고 정말 모두가 생기발랄하고 우리 민족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아름다운 모습들이었습니다.

절목이 진행하는 가운데서 우리 "천지협회" 대표들도 나가서 말 한마디 하게 되었는데, 김성형님이 유창한 일본어로 몇마디 했습니다. 저의 일어수준이 높지 못해 무슨 말을 했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관중석에 앉은 분들의 눈빛이 반짝이는것을 봐서는 아주 멋있게 말을 잘했다는것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발언이 끝나고 "고향의 봄"이라는 노래를 같이 불렀는데... 워낙 "고향의 봄"은 아주 서정적이고 유유한 노래였는데 우리 남자 네명이 부르다보니 씩씩한 행진곡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서투른 노래였지만 관중석에 앉은 분들은 열광적으로 뜨겁게 응원해 주었으며 마지막쯤에는 뭐가 재미있는지 배를 그러안고 깔깔거리며 옆으로 쓰러지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마지막즘에 이르자 시원시원한 목청을 가진 여학생이 나와서 민요를 부르는데, 첫구절이 끝나기도 전에 그것은 흥분제가 되어 앞줄에 앉아있는 분들이 너도나도 일어나 무대위에 올라 덩실덩실 춤을 추었습니다. 한창 춤추는데 노래가 끊어지자 이제는 앵콜소리에 못이겨 이번에는 또 하나의 민요를 부르게 되었고, 이번에는 거의 모든 관중석에 앉아있던 분들이 출동하여 무대를 완전히 춤판으로 만들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열정과 그 분위기를 한디로 표현하라면 "죽여준다" 라는 단어가 아주 어울릴것 같습니다. 두마디로 표현하면 "진짜 죽여준다" 이고... 세마디로 표현하면 ... "내 말 못믿겠나?" ㅋㅋㅋ ... 그래서 무대는 완전히 춤판이 되었고, 너도나도 너풀거리며 박자에 맞지도 않는 춤을 추었습니다. 정말 뜨거운 분위기었습니다.

노래가 끝나고 춤도 끝나고 모두 흥이 도도해서 얼굴이 아직도 빨갛게 익은채 마지막순서로 우리는 국제교류실에 둥그랗게 서서 서로 어깨를 곁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불렀으며 이로서 문예대회는 끝을 맞이하였습니다.

[ 일본청년관을 나와서 ]

문예교류회가 끝난후에도 자유토론회가 있었지만 우리는 여기서 돌아가기로 하고, 9시반이 넘어 문예대회가 끝나서 함께 앉아있던 박영치위원장 및 "도꾜에이리안즈"의 다까노후미오씨와 작별인사를 하고 일본청년관을 나섰습니다.

아직도 흥이 도도한지라 전철역으로 가는 도중에서도 우리 네명은 토론을 그치지 않았으며, 모두들 그냥 이렇게 헤어지는것을 아쉬워하는 기색이었습니다. 그래서 한잔 더 마시기로 하고, 케이힌토우부꾸센의 간다(神田)에끼에서 복무태도가 죽여준다는 일본요리집 와다미(和民)를 찾아갔습니다. 와다미의 복무원들은 주문을 받을 때 반드시 무릎을 꿇고 주문을 받는것으로 유명했습니다.

그기서 우리는 생맥주를 마시며 천상지하 동서남북 사면팔방 고금중외 민족역사와 인물 등 이야기로 1시간넘게 와다미에 불이나도록 담론하다가 11시쯤에 아쉬운 마음을 품은채로 작별인사를 하고 반대방향의 전철에 몸을 실었습니다.

[ 조직자에 대한 인상 ]

이렇게 큰 조직의 위원장이면 꽤 상대하기가 까다롭고 가까이 하기 무서운 인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직접적인 접촉을 통하여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처음 참가해서 인사할 때도 그랬고, 문예대회 시작하기전에 집체사진을 찍을때도 그랬으며, 또 문예대회를 하는중에 우리에게 친히 맥주를 가져다 주신것을 봐도 그렇고, 나중에 작별인사를 할때도 보았던 바와 같이 박영치위원장은 젊었으며 아주 겸손하고 친절하며 부담없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분이라는 것을 강렬하게 느꼈습니다. 이러한 훌륭한 리더가 있으니 조직이 커지지 않을 수가 없고, 발전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이번 포럼에서 얻은 충격적인 인상 ]

이때까지 직접적으로 접촉해 보지는 못하고, 일본테레비에서 선전하는 배사건, 납치사건, 핵개발사건, 만경봉호사건으로 인하여 외곡되어왔던 "조선인"에 대한 인상 -- 자기밖에 모르고, 교류를 거부하고, 경계심이 강한 -- 인상과는 완전히 다른 진정한 "조선 조선족"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활동을 통해 강렬하게 느껴지고 바뀌어진 "조선 조선족"에 대한 인상이라면:

1. 성격이 활발하고 생각 및 표달방식이 개방적이다.
2. 주위 사람들에 대해 친절하고 동포들에게 아주 열정적이다.
3. 같지않은 생각을 너그럽게 받아줄수 있고,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가 있다.

이때까지 "조선족"하면 그냥 "중국의 조선족"만 생각했는데, 사실은 "중국의 조선족"이 "조선
족"의 전부가 아니라는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일본 섬나라에도 바로 우리 주변에는 일본국적을 포기하고 "조선국적"을 유지하면서 2세, 3세까지 굳게 지켜온 "조선족"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이번 활동을 통하여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범위를 좁혀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조선의 조선족"은 "중국의 조선족"과 비교해 볼 때 아래와 같은 특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1. 뿌리가 깊고 조직이 크다.

일본에 있는 조선의 조선족은 이미 반세기전에 뿌리를 박고 있으며 지금은 2세, 3세까지 있고, 그동안도 열심히 민족의 전통과 문화를 지켜가고 있어, 그 조직이 크고, 뿌리가 깊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조선족을 볼 경우, 일본에 와서 정착한 시간이 고작해야 10년좌우밖에 되지 않으며(이성일 형님의 말), 아직 대부분은 1세에 불과하고 모두 흩어진 모래알처럼 제각기 분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구를 보더라도 전 일본에 있는 중국조선족은 합쳐서 겨우 2~3만 정도밖에 안됩니다.

2. 일본의 생활방식에 대해 익숙하고 언어에 능숙하다.

조선의 조선족들의 젊은이들은 어려서부터 일본의 환경에서 자라나 일어에 아주 능숙하며, 일본의 생활방식에 대해서도 아주 익숙합니다. 반면 중국의 조선족을 볼 경우, 아직 일본어의 능력이 한계성이 있으며, 일본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있지 않은 점이 많습니다.

3. 근거지가 있다.

조선의 조선족은 든든한 뿌리가 있고, 학교도 있어, 활동과 조직의 근거지를 가지고 있지만, 중국의 조선족들은 몇개의 비영리단체만 가지고 있으며 그 능력과 영향력은 아직 한계성이 많습니다.

[ 마치면서 ]

역시 우리는 교류면을 넓히고 협력과 발전을 그치지 말아야 한다고 봅니다. 물방울이 모여서 강이 되고, 먼지알이 모여서 태산이 된것처럼 우리는 흩어진 힘을 모아야만 강해지고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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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협회 제9기 이사
천지넷 네트웍담당 배상봉
2003년 11월 27일 동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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