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호랑이와 영리한 까치는 옛 민화에 가장 친숙하게 등장하는 짝패다. 소나무 위 까치가 재치를 부려 그 아래 맹한 호랑이를 골탕먹이는 민화 ‘작호도’는 탐관오리나 양반의 행실을 꼬집는 조선 후기 서민의 풍자, 해학 정신과 잇닿아 있다. 그런데 왜 하필 호랑이 짝이 까치일까. 이런 구도의 코믹 그림이 만들어진 역사적 뿌리는 어디일까.
이 물음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미술사 연구자들은 호작도의 뿌리가 중국이냐 한국이냐를 놓고 전부터 미묘한 논란을 벌여왔다. 민족 자생설 한편으로 중국 명, 청대 표범과 까치를 함께 그려 복을 빌었던 ‘보희도’란 중국 민화의 표범을 호랑이로 착각하고 옮긴 데서 비롯됐다는 전래설이 만만치 않다.
강원도 원주 치악산 자락의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이 17일부터 3월30일까지 마련하는 ‘한·중 호랑이 고판화전’은 호랑이, 까치 그림에 얽힌 뿌리 찾기의 전말을 실제 유물로 엿보도록 해준다. 한국과 중국의 호랑이, 용에 얽힌 옛 판화, 목판류 등 유물 70여점 가운데 청나라 말 만든 용호도 목판 1짝이 톡 불거진다. 용과 호랑이를 각각 목판 1장씩에 새겨 짝으로 만들었는데, 목판 그림(85×48×1.8㎝·사진)은 얼핏 호작도와 진배없다. 하지만 눈 힘주고 보면 호랑이 위엔 소나무가 아닌 오동나무가, 나무에 까치 말고도 옴팡진 원숭이까지 올라탔다. 애초 중국 사람들이 액 쫓고 복을 빌려고 호랑이, 까치 등의 동물로 상징화시켜 만든 것인데, 산둥성 지나 조선에 전래되면서 정치·사회적 풍자가 녹아들어 다른 맥락의 조선 민화로 탈바꿈했다는 게 한선학 관장의 이야기다. 선조들이 정월에 문 양쪽에 호랑이, 용 그림을 각각 그려 붙였던 문배도의 풍습 또한 중국에서 건너왔을 가능성도 전시는 암시한다. 옛적 한·중 고판화들을 서로 견줘가며 보는 눈맛이 있다.
출처: 한겨래
[출처:조글미디어 media.zogl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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