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투자로 금융위기를 불러온 책임은 인정하지만 보너스는 인정해달라."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를 휘청거리게 만든 장본인들의 고해성사라기엔 너무도 당당했다.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사과에는 인색했고 해명에는 열을 올렸다.
월가의 대형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은 13일 미 의회 금융위기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금융위기를 불러온 데 대한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보너스 지급에 대한 비난 여론에 대해서는 수긍할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 사과보다 해명에 급급
=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브라이언 모이니헌 CEO는 "많은 시민들이 느끼는 분노를 이해하며 우리가 납세자들로부터 받은 도움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며 "금융위기 과정을 통해 우리 은행산업이 상당한 피해를 줬다"고 말했다.
모이니헌 CEO는 그러나 BoA가 구제금융 자금을 모두 갚았음을 상기시키면서 "우리 은행의 대다수 직원들은 경제위기를 불러오는데 직접적인 역할을 한 것이 없으며 적은 보상으로 벌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도 금융위기 초래의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우리 직원의 대부분이 2008년에 상당한 정도로 급여가 삭감됐다"고 강조하고 "유능한 인력을 유치하고 이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서는 책임있고 절제된 방법으로 적정 보상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파인 CEO는 "부실자산을 섞어 파생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위험투자를 일삼은 행동이 부적절했지만 당시 전문 투자자들 사이에 이런 상품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기조사위의 필 안젤리데스 위원장은 "이런 해명은 브레이크에 결함이 있는 차를 팔면서 차 주인에게 보험증서를 사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위기조사위는 당파를 초월한 인사 10명으로 구성돼 금융위기의 발발 원인과 문제점에 대해 1년간 조사작업을 벌여 올해 12월15까지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 사과 안하는 이유 따로 있나
= 뉴욕타임스(NYT)는 13일 사과를 모르는 월가 CEO들의 문화를 힐난하며 이들이 사과에 인색한 이유를 분석 보도했다.
가장 큰 이유는 주주 소송의 빌미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는 게 NYT의 설명이다.
실수를 인정하게 되면 소송 과정에서 '증거'로 채택돼 더 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BoA의 주주들은 메릴린치와의 합병 전에 수십억달러의 손실과 보너스 지급 사실을 공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주 일리노이주의 한 연금 기금도 골드만삭스를 상대로 수십억달러의 보너스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버지니아대 경영대학원의 로버트 F 브루너 학장은 "이들이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강한 에고(자아)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심리적 이유를 들었다.
그는 도요타자동차의 아키오 도요타 회장이 최근 회사의 어려움을 빗대 "무관심과 사망에 이르는 조건부 항복문서를 받기 일보직전이다. 이제 구세주에게 매달려야 할 판"이라고 실토했던 것과 비교하면 GM을 파산으로 이끈 릭 왜고너 전 회장, 리먼 브러더스의 리처드 펄드 전 회장 등 미국 기업 총수들은 겸손의 미학과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양춘병 기자/yang@heraldm.com
헤럴드경제
[출처:조글미디어 media.zogl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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