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으로 겨울비가
[1]
오늘은 동네 장사꾼들의 모임인
상우회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또 종친회 새해 첫 모임인
있기도 했지요.
그리고 지금쯤 산악회 벗들은
보름달 야간 산행중일 겁니다.
혹 뒤풀이를 할지도 모르겠군요.
그런데도 그저 담담하기만 합니다.
모두가 내게 중요한 모임이지만
일부러 아무데도 참석하질 않았습니다.
피에로처럼 살기 싫다는 반발로>오늘따라 예민해진 것 같네요.
[2]
밖에는 조금씩 내린 겨울비로
윤기 있는 까만 포도(鋪道)가
가로등을 난반사하면서
상큼하게 젖어 있습니다.
방금 학원을 마친 딸애와 함께
집으로 동행하고 있지요.
늘 상 이 시간이면
딸애의 보디가드를 자청합니다.
운치 있는 밤길을 걸으며
부녀간의 짧은 산책을 즐기지요.
이럴 땐 어둔 공원으로부터
비의 노래가 환청처럼 들린답니다.
[3]
가슴속으로 젖어오는 겨울비와
볼을 스치는 상큼한 밤바람이
마약처럼 나를 유혹하면서
행복의 나락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어쩌면 이런 시간이
사무치도록 필요했을 터인데
내게 허락된 시간은
늘 짧기만 했었지요.
지금도 역시
아쉬움을 접어둔 채
여운이 채 풀리기도 전에
피에로의 무대로...
숙명처럼 돌아가야 합니다.
詩: 쉬리 변재구
曲: 겨울비는 내리고 / 김신
畵: 암닭홈
초대 ☞ 쉬리의 비바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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