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란 공간속에서 어긋나는 인연……
만약 사랑에도 지우개가 있다면
난 나때문에 상처받은 모든 마음들의 기억을 지워주고 싶다.
지금 이 시각 난 알고도 모르게 상처주었던
매 하나하나의 심령에게 정중하게 사과드린다.
한때는 나에게 상처주었다고 했지만
결국에는 나보다 더 큰 상처를 입은 사람도……
한때는 내가 사랑한다고 했지만 결국에는 나보다 날 더 사랑해준 사람도……
난 그대들이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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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이의 정황은 하루하루 좋아지고 있다.
그사이 인호에게 전화를 주고 싶었지만
희망을 심어 주었다가 또 다른 실망을 줄가봐 참았다.
모든것을 마무리 짓고 내가 완전히 돌아갈때까지만 참으면 된다.
<성민아, 대학 졸업하고 처음 출근할때 심정 어땠어?>
난 차츰 성민이의 기억을 들추어 내기 시작했다.
<그냥 너만 찾고 싶었어.>
<성민아, 3년전에 왜 실종했어?>
<란아, 나 오늘 퇴원할래.>
내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계속 피하려고만 한다.
<성민아, 너의 돌아간 부모님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술 적게 마셔!
너 언제까지 이렇게 피하면서 살거야?>
참다못해 큰 소리로 웨쳤다.
<몰라, 나한테 그런말 하지마!
하나도 기억안난단 말야!>
성민이가 머리를 싸쥐고 이불을 덮어쓴다.
때마침 향선이와 장철이가 들어선다.
<향선아, 나 집에 갔다 내일 아침에 올게.>
<그래. 요즘 피곤할건데 푹 쉬여.
여긴 나하고 장철이가 있을테니.>
내가 떠날때까지 성민이는 이불속에서 나오지 않는다.
인호가 떠난지도 일주일이 된다.
밖에 나오자 난 인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폰은 여전히 꺼져있다.
집에 전화를 하니 받는 사람이 없다.
오늘 저녁에는 메일을 써야 할것 같다.
난 집에 도착하자마자 저녁 먹을 생각도 하지 않고 메일함부터 열었다.
또 한통의 미확인 메일이 있다.
<란아,
지금쯤은 성민이와 잘 지내는거지?
축하한다.
오늘은 나도 나의 행복을 너에게 전하려고 메일을 또 쓴다.
너가 없는 힘든 나날에 나에게 다가 온 여자가 있었어.
나 이제는 진정 내 행복을 찾은 것 같아.
우린 원래부터 운명이 안배한 인연이 아닌가봐.
이젠 서로의 인연을 잡고 우리 모두 행복하자.
이젠 앞으로 더 연락 할 일이 없을것 같아.
지금의 내 행복을 깨고 싶지 않아서……
란아,
너도 꼭 행복해라!>
첨부파일에는 인호가 어떤 예쁜 여자와 함께 찍은 사진이였다.
믿어지지 않아서 보고 또 보아도 내용은 여전하다.
어쩜 이럴수가……
이제 일주일이란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인호가 날 이렇게 대할수가 있단 말인가.
난 또 정신없이 인호의 휴대폰을 눌렀다.
매번 꺼져있다고 하지만 누르고 또 누른다.
결국에는 휴대폰을 집어던지고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내일 당장 인호 찾아 떠나려고……
너무 큰 소동에 어머니가 들어오신다.
<란아, 너 밥은 안 먹고 지금 뭘하는거야?>
<어머니, 나 내일 일본 가야 해요.
인호가 날 기다려요.>
한쪽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고 어머니를 보지도 않고 계속 짐을 정리했다.
어머니가 뭘 발견했는지 컴앞에 다가가는것이 곁눈에 보인다.
그래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어서 버렸던 폰을 주어들고 항공공사에 전화하기 시작했다.
<란아, 너 정신 좀 차려.
지금 항공사가 다 퇴근했어.>
어머니가 휴대폰을 빼앗는다.
<그럼 어떻해요?
나 내일 떠나야 한단 말이에요.>
난 또 그자리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한다.
<란아, 성민이에게 전화 해 보았니?
너 이렇게 일본에 찾아간들 어떻게 할거야?
인호 집이 어딘지 알아?
인호를 다시 빼앗아 올거야?
너 인호를 행복하게 해줄수 있어?>
어머니는 연속 날카로운 질문만 하신다.
난 아무 대답없이 그냥 울기만 했다.
내가 인호를 행복하게 해줄수 있는지……
여직 인호와 함께 있으면서 단 한번도 뭘 해준게 없었던 나였다.
지금의 인호가 내 곁에 돌아오면 행복하겠는지……
내가 무슨 이유로……
어머니의 말이 맞았다.
난 인호에게 상처만 주고 슬픔만 주었었다.
인호가 날 떠나서 행복을 찾았다는데 내가 또다시 그 행복을 파괴할 권리가 없었다.
난 흘리던 눈물을 억지로 멈추고 맥없이 한참동안 앉아 있었다.
마음이 시드니 눈물도 매마르나보다.
아빠가 어느새 내 곁에 다가와 나를 안아주신다.
<란아, 넌 언제나 아빠의 제일 이쁘고 착한 딸이다.
우리 란이 모든것을 잘 이겨낼것이라고 믿는다.>
난 그렇게 아빠의 품에서 조용히 잠들고 있었다.
반지(24)
사랑이별 · #1716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