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24)

사랑이별 · #17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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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추억 · 2005-08-27 13:58:55 · 조회 233
시간이란 공간속에서 어긋나는 인연…… 만약 사랑에도 지우개가 있다면 난 나때문에 상처받은 모든 마음들의 기억을 지워주고 싶다. 지금 이 시각 난 알고도 모르게 상처주었던 매 하나하나의 심령에게 정중하게 사과드린다. 한때는 나에게 상처주었다고 했지만 결국에는 나보다 더 큰 상처를 입은 사람도…… 한때는 내가 사랑한다고 했지만 결국에는 나보다 날 더 사랑해준 사람도…… 난 그대들이 행복하길 바란다. --------------------------------------------------------- 성민이의 정황은 하루하루 좋아지고 있다. 그사이 인호에게 전화를 주고 싶었지만 희망을 심어 주었다가 또 다른 실망을 줄가봐 참았다. 모든것을 마무리 짓고 내가 완전히 돌아갈때까지만 참으면 된다. <성민아, 대학 졸업하고 처음 출근할때 심정 어땠어?> 난 차츰 성민이의 기억을 들추어 내기 시작했다. <그냥 너만 찾고 싶었어.> <성민아, 3년전에 왜 실종했어?> <란아, 나 오늘 퇴원할래.> 내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계속 피하려고만 한다. <성민아, 너의 돌아간 부모님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술 적게 마셔! 너 언제까지 이렇게 피하면서 살거야?> 참다못해 큰 소리로 웨쳤다. <몰라, 나한테 그런말 하지마! 하나도 기억안난단 말야!> 성민이가 머리를 싸쥐고 이불을 덮어쓴다. 때마침 향선이와 장철이가 들어선다. <향선아, 나 집에 갔다 내일 아침에 올게.> <그래. 요즘 피곤할건데 푹 쉬여. 여긴 나하고 장철이가 있을테니.> 내가 떠날때까지 성민이는 이불속에서 나오지 않는다. 인호가 떠난지도 일주일이 된다. 밖에 나오자 난 인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폰은 여전히 꺼져있다. 집에 전화를 하니 받는 사람이 없다. 오늘 저녁에는 메일을 써야 할것 같다. 난 집에 도착하자마자 저녁 먹을 생각도 하지 않고 메일함부터 열었다. 또 한통의 미확인 메일이 있다. <란아, 지금쯤은 성민이와 잘 지내는거지? 축하한다. 오늘은 나도 나의 행복을 너에게 전하려고 메일을 또 쓴다. 너가 없는 힘든 나날에 나에게 다가 온 여자가 있었어. 나 이제는 진정 내 행복을 찾은 것 같아. 우린 원래부터 운명이 안배한 인연이 아닌가봐. 이젠 서로의 인연을 잡고 우리 모두 행복하자. 이젠 앞으로 더 연락 할 일이 없을것 같아. 지금의 내 행복을 깨고 싶지 않아서…… 란아, 너도 꼭 행복해라!> 첨부파일에는 인호가 어떤 예쁜 여자와 함께 찍은 사진이였다. 믿어지지 않아서 보고 또 보아도 내용은 여전하다. 어쩜 이럴수가…… 이제 일주일이란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인호가 날 이렇게 대할수가 있단 말인가. 난 또 정신없이 인호의 휴대폰을 눌렀다. 매번 꺼져있다고 하지만 누르고 또 누른다. 결국에는 휴대폰을 집어던지고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내일 당장 인호 찾아 떠나려고…… 너무 큰 소동에 어머니가 들어오신다. <란아, 너 밥은 안 먹고 지금 뭘하는거야?> <어머니, 나 내일 일본 가야 해요. 인호가 날 기다려요.> 한쪽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고 어머니를 보지도 않고 계속 짐을 정리했다. 어머니가 뭘 발견했는지 컴앞에 다가가는것이 곁눈에 보인다. 그래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어서 버렸던 폰을 주어들고 항공공사에 전화하기 시작했다. <란아, 너 정신 좀 차려. 지금 항공사가 다 퇴근했어.> 어머니가 휴대폰을 빼앗는다. <그럼 어떻해요? 나 내일 떠나야 한단 말이에요.> 난 또 그자리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한다. <란아, 성민이에게 전화 해 보았니? 너 이렇게 일본에 찾아간들 어떻게 할거야? 인호 집이 어딘지 알아? 인호를 다시 빼앗아 올거야? 너 인호를 행복하게 해줄수 있어?> 어머니는 연속 날카로운 질문만 하신다. 난 아무 대답없이 그냥 울기만 했다. 내가 인호를 행복하게 해줄수 있는지…… 여직 인호와 함께 있으면서 단 한번도 뭘 해준게 없었던 나였다. 지금의 인호가 내 곁에 돌아오면 행복하겠는지…… 내가 무슨 이유로…… 어머니의 말이 맞았다. 난 인호에게 상처만 주고 슬픔만 주었었다. 인호가 날 떠나서 행복을 찾았다는데 내가 또다시 그 행복을 파괴할 권리가 없었다. 난 흘리던 눈물을 억지로 멈추고 맥없이 한참동안 앉아 있었다. 마음이 시드니 눈물도 매마르나보다. 아빠가 어느새 내 곁에 다가와 나를 안아주신다. <란아, 넌 언제나 아빠의 제일 이쁘고 착한 딸이다. 우리 란이 모든것을 잘 이겨낼것이라고 믿는다.> 난 그렇게 아빠의 품에서 조용히 잠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