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공포증

사랑이별 · #171441

← 사랑이별

재혁 · 2005-08-26 05:34:07 · 조회 235
우연이 본 글인데요 괜찬다고 생각되서 그대로 펌해서 올려 봅니다  




[증세]

이제 막 사랑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너무너무 겁이 납니다. 이것이 진짜 사랑인지 아닌지도 헷갈리구요, 얼마나 오래 갈지도 걱정입니다. 과연 세상에 진정한 사랑이 있기는 있는 건가요...



[처방전]

대단히 어려운 질문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불행하게도 이 세상에 진정한 사랑은 없습니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이냐에 따라 약간 달라지긴 하겠지만 일단은 없다고 말하는 것이 증세치료에 도움이 되겠습니다. 따라서 진정한 사랑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냉장고와 세탁기를 사려면 하이마트로 가야하지만 사랑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마땅히 갈 곳이 없습니다. 게다가 만족할 만한 사랑을 찾는다는 것은 완벽하게 불가능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세상에는 진정한 사랑이 없습니다. 슬픈 일이지요.



따라서 사랑공포증에 대한 특효약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최음제와 수면제를 장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학계에 보고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아래와 같은 민간요법을 병행하면 치료효과가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시험 삼아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처음 아내를 만났을 때 거의 눈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아내는 금문교 관측대 옆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지요. 검고 긴 머리가 샌프란시스코 만을 휘감는 바람에 출렁거렸습니다. 뒷모습에 맛이 갔습니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점이었습니다. 바로 데이트를 신청했습니다.



첫 데이트에서 프로포즈를 했습니다. 당근 정신병자 취급을 받았습니다. 계속 밀어 붙였습니다. 결국 넘어갔습니다. 결혼을 승락하기 직전에 아내는 무슨 이유로 자신을 택했느냐고 질문했습니다. 간단하게 대답했습니다. 사실 아주 쉬운 문제였으니까요.



여자를 평가하는 기준은 이렇다. 기본점수 100점 중에 미모가 50점이다. 미안하지만 할 수 없다. 무조건 얼굴은 이뻐야 한다. 성격 나쁜 건 고칠 수 있지만 얼굴은 고칠 방법이 없다. 고칠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 그런데 너는 50점 만점이다.



25점은 지성이다. 뭔가 머리에 들어있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집에 들어왔을 때 잽싸게 둘러봤다. 책꽂이에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가 보였다. 저 책을 읽을 정도라면 일단 머리가 공허하지는 않다는 증거다. 따라서 25점도 만점 준다.



12.5점은 인간성이다. 어떤 사람과 만나는지, 그들에게 좋은 사람이란 평가를 받는지가 궁금하다. 친구 몇 명을 만났는데 그런대로 견딜만 했다. 아주 좋지는 않았지만 아주 나쁘지도 않았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12.5점도 만점 준다. 그럼 나머지 12.5점은 뭐냐고 묻더군요.



나머지 12.5점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여자를 택한 나의 선택에 둔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것은 온전히 나의 선택이었으므로 어떠한 문제가 발생해도 전부 나의 책임이라고 말입니다. 결혼해서 함께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문제와 혼돈은 선택한 나의 책임으로 전가한다고 말입니다.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살면서 어느 덧 14년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살다보면 싸우기도 많이 합니다.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인정했던 87.5점 보다 12.5점이 훨씬 커서 숨이 턱턱 막힐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찌합니까, 12.5점은 나의 책임인 것을...



여러분을 위해 준비된 완벽하고도 진정한 사랑은 결코 존재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사랑을 위하여 필요한 것은 상대편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편견과 집착을 버리는 것입니다. 자신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먼저 필요합니다.



깨지는 사랑의 모든 책임은 남자에게 있습니다. 남자는 여자에 대한 말도 안되는 관습을 버려야 합니다. 여자는 이래야 한다, 여자는 저래야 한다라고 남자들이 규정한 모든 폐습을 포기해야 합니다. 여자는 남자를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태어난 것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남자는 능력있어야 합니다. 여자가 먹을 것 입을 것을 걱정하게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죽어라고 열심히 벌어서 여자를 부양해야만 합니다.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싫으면 사랑하지 마십시요. 결혼하지도 마십시요. 그것은 남자로 태어난 운명입니다.



남자는 폼나야 합니다. 여자가 함께 다니기 좋을만큼 멋지게 생기고 인격적으로도 뛰어나야 합니다. 늘 다른 남자보다 앞서가야만 합니다. 죽을만큼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싫으면 종교에 귀의하시기 바랍니다. 천주교나 불교에 입문하시면 편안한 생활이 보장됩니다.



남자는 절대로 여자의 사랑을 의심해서는 안됩니다. 남자는 사랑에 목숨을 걸지 않지만 여자는 사랑에 목숨을 겁니다. 남자의 인생에서 사랑은 20퍼센트가 안됩니다. 이것은 진리입니다. 만일 여자를 30퍼센트 사랑한다면 무능해집니다. 사랑에 빠져 삶을 돌보지 않게됩니다.



만일 40퍼센트 사랑한다면 파멸합니다. [파리의 연인] 주인공처럼 돈과 명예를 헌신짝처럼 버리게 됩니다. 당장은 행복할지 몰라도 앞날은 암흑천지가 됩니다. 만일 50퍼센트 사랑한다면 작살납니다. [데미지]의 주인공처럼 폐인이 되어 이름 모를 거리를 방황하게 됩니다.



만일 60퍼센트를 사랑한다면 자살합니다. [실락원]의 주인공처럼 동반자살의 길을 걷게 됩니다. 인생은 그 순간 바로 끝이 납니다. 60퍼센트 이상 사랑하면 어떻게 되냐구요. 뭐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물론 결과는 이미 나와있습니다. 그러나 여자는 반대입니다.



여자는 사랑에 목숨을 겁니다. 100퍼센트를 던집니다. 만일 여자가 90퍼센트만 사랑할 수 있다면 남자와의 경쟁에서 당당하게 자신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만일 80퍼센트만 사랑할 수 있다면 최고 경영자가 될 수 있습니다. 70퍼센트만 사랑할 수 있다면 장관까지는 할 수 있습니다.



60퍼센트만 사랑할 수 있다면 대통령이나 수상이 될 수 있습니다. 50퍼센트만 사랑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테레사 수녀님에 맞먹는 성녀가 될 것입니다. 여자가 사랑에 목숨을 걸지 않을 수 있다면 남자들이 살아가기 진짜 힘들어 질 겁니다. 정말입니다.



남자는 사랑에 목숨을 걸지 않지만 여자는 사랑에 목숨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는 여자의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입니다. 만일 진정한 사랑을 얻고 싶다면 여자는 어떠해야 한다는 온갖 잡념을 일거에 없애버리기 바랍니다. 심각하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여자는 딱 한가지만 하면 됩니다. 그저 멍청해지지 마십시요. 남자는 사랑에 목숨을 걸지 않으므로 멍청해지지만 않으면 만사형통입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책을 자주 읽기 바랍니다. 신문이나 잡지라도 읽어야 합니다. 맨날 테레비만 안고 살지만 않으면 무조건 오케입니다.



마지막으로 남자와 여자, 모두가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것이 있습니다. 사람을 사랑하십시요. 절대로 사랑을 사랑하지 마십시요. 처음에 사랑을 시작할 때는 사람을 사랑했습니다.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랑을 바라며 사랑한 것이 아닙니다. 사람을 사랑했던 겁니다.



사랑을 사랑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완벽한 사랑까지는 아니더라도 진정한 사랑, 혹은 근접한 사랑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은 절대로 쉽지 않습니다. 사랑이 쉬웠더라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살기가 수월했을 겁니다. 사랑을 시작한 모든 청춘남녀 여러분, 힘들고 어렵게 사랑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어느 날 문득 진정한 사랑을 만나게 되고, 사랑공포증은 치유될 것입니다.



도저히 증세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시면 일단 가까운 약국을 찾아가서 돼지최음제로 쓰이는 [금방뻑] 3일분과 수면진정제 [아티방] 3일분, 그리고 정신몽환제 [황당환] 3일분을 지어서 박카스와 함께 복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일단 사랑을 중단하시는 것이 정신건강학적으로 유리하다고 보여집니다. ^^*



<본 처방전은 국민보건법과 의료행위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쉼터에 새로운 글 쓰기는 금지되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소중한 기록 중에 꼭 다른 분들에게도 읽었으면 하는 좋은 글들은 「추천하기」를 눌러주세요.

일부 글들은 악성광고나 의미없는 스팸들일 수 있습니다. 읽는 분들에게 피해가 되거나 삭제를 희망하는 글에는 신고를 클릭해주세요. 로봇을 통하여 정기적으로 확인 및 정리를 합니다.

코멘트 (2)

녹색장미 · 2005-08-26 09:07:34
캬캬 좋은 글 잘 보구 갑니다.................
딸기 · 2005-08-26 10:16:15
넘 길어서 담에 계속해서 볼게요..

사랑이별 · 리스트 (25,907 건)

제목투고자날짜조회코멘트
우리남편이 또 삐졌어요jinid2005-08-26 11:4325220
남친하구 화해했쥬.딸기2005-08-26 10:422395
남친이 우는걸 첨밧음니다한태희2005-08-26 08:5631111
반지(19)녹색추억2005-08-26 08:502345
?????자 유 로 운 새2005-08-26 06:472335
▶ 사랑 공포증재혁2005-08-26 05:342352
비땜에 미치겠어요...ㅜㅜ.....♡사랑이란...♡2005-08-26 02:322338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일가요?하얀유리2005-08-25 23:4224216
도와 주세요♥설이♥2005-08-25 22:2924117
여자가 먼저? 남자가 먼저?나만의 매력2005-08-25 21:5131324
사랑에 대한 짧은 명언재혁2005-08-25 18:252507
선녀와 나무꾼 (신세대버전)---완결편swallow2005-08-25 17:032332
반지(18)녹색추억2005-08-25 16:102489
반지(17)녹색추억2005-08-25 12:432469
나 어떡해야 해?ruby-kim2005-08-25 12:3724212
기다림은 너무 힘들어~~하늘...2005-08-25 10:5523611
나 너무 했나?딸♡기2005-08-25 10:1123521
함께 있어 행복한 사람......♡사랑이란...♡2005-08-25 09:332335
반지(16)녹색추억2005-08-25 08:482384
어떻게 해줬으면 좋을지.....サラン2005-08-25 06:052345
그녀를 보내고 ~빙고2005-08-25 03:0724013
사랑은 줄수록 아름답대요....♡사랑이란...♡2005-08-24 19:102377
너무 보구싶어요군이2005-08-24 17:302334
해수욕장에서 만난 그녀(하)사니2005-08-24 16:512384
자신이 좋아 하는 사람이 밝혀 집니다.(심리 테스트)안개꽃2005-08-24 16:352986
미련인가?루비2005-08-24 15:512438
여태껏....군이2005-08-24 15:332345
선녀와 나무꾼 (신세대버전)swallow2005-08-24 15:192332
열븐 안녕함다~?구멍난빤주2005-08-24 15:102364
반지(15)녹색추억2005-08-24 14:102355
← 이전732 / 864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