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1)

사랑이별 · #17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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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추억 · 2005-08-17 13:22:02 · 조회 233
<어머니, 나 이사 안 갈거에요.>
짐 들을 챙기고 있는 어머니의 손을 붙 잡고 애걸했던 나였다.
<우리 란이 말 잘 듣지?
엄마하고 더 좋은 곳에 가는거 알지?>
나의 어리광을 부드럽게 받아주는 어머니였다.
그곳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성민이의 뒤 모습을 오래동안 바라보았다.
정든 고향 땅을 떠난다는 슬픔보다 성민이를 다시는 보지 못한다는
두려움에 철없이 어머니 앞에서 발버둥 쳤던 그 시절이 꿈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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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그렇게 생각하니?>
거울속으로 어머니의 모습이 비친다.
<아뇨, 그냥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여기에 이사온지도 벌써 10년이 되였잖아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살짝 웃어보였다.
10년이란 시간동안 난 철 없던 초등학생으로부터 결혼을 앞둔 미혼녀로 성장하였다.
<이제 반년만 있으면 너도 며느리가 되는구나!
금방 인호 생각 했지?
인호는 언제 들어온다니?>
인호는 반년후 나와 결혼을 약속한 미혼부였다.
<잉~어머니두,
인호가 떠난지 이제 얼마 되였다구……
그쪽에서 내 수속을 하느라고 아마 보름 쯤 지나야 올것 같은데요.>
인호의 말이 나오자 저도모르게 행복속에 빠지게 된다.
금방 사회문에 들어서서 인호를 알게 되여 사귄지도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인호가 회사일로 일본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았지만 거리는 결코 우리의 사랑을 멀리 하지 않았다.
<띵동!>
벨 소리가 울린다.
아빠가 퇴근하고 돌아오는가부다.
두번 울리기전에 바람같이 문으로 향하는 어머님을 바라보면서 피씩 웃었다.
결혼한지 30년이 되였지만 여전히 아기자기한 부모님이시다.
그런 환경이 나에게 사랑에 대한 황홀한 환상을 부여했을지도……

때마침 울리는 휴대폰 소리에 부모님을 놀리겠다는 생각을 차단시켰다.
<응, 자갸!>
음악소리만 들어보아도 인호인지 알았다.
<울 란이 나 생각났어?>
닭살같은 인호의 목소리가 바다 저 켠에서 들려온다.
<아니, 매일 전화오는데 생각 할 여지가 있었나? 킥~>
인호를 마주하면 온 세상을 소유한 기쁨보다 더욱 행복해진다.
<자갸, 수속은 잘 되고 있어?>
<오. 그래. 일이 순리롭게 풀려서 이번은 계획보다 빨리 들어갈 것 같아.
내가 울 란이 보고 싶은 마음을 하나님이 알아주는가봐.>
매일 전화와도 매번 보고 싶다고 하는 인호의 목소리가 꼬물만치도 지겹지 않다.
<정말? 와~ 좋다. 빨리 와서 나하구 해수욕도 할수 있고……>
난 사탕 얻은 애 처럼 흥분에 싸였다.

<이궁~ 몸은 집에 있어도 마음은 언녕 어디로 날아갔는지 ㅉㅉ>
인호와 전화를 끊고 시물시물 웃는 나를 보며 어머니가 놀려준다.
<어머니, 아빠가 돌아오셨는데 밥은 안 줘요?
아빠, 배가 무지무지 고프죠?>
아빠만 보면 날 잊는 어머니여서 할수 없이 아빠에게 조른다.
평시와 다름 없는 가족 식사였지만 오늘만은 밥 맛이 더 구수했다.
인호가 나의 수속이 잘 되여간다고 해서인지……
수속이 끝나고 나면 일본으로 가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약속하였었다.
멀지 않아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할수 있는 행복이 한발작 한발작 다가오고 있었다.

<어머니, 나 오늘 저녁에 향선이와 나이트에 가기로 약속했어요.
좀 늦게 다녀올거에요!>
아직도 싱글인 향선이는 나의 딱친구였다.
싱글 생활을 화려하게 한다며 나이트로 가끔씩 출입하는 향선이였다.
<노는건 좋은데 일찍 들어오라.
당금 시집갈 기집애가 저녁 늦게 들어오면 너 서방한테 내가 어케 말하니?>
어머니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방에 들어와서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얼굴위에 한층한층 발라지는 화장품에 변해가는 자신의 거울속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소녀의 애티는 사라지고 눈가의 약간한 주름이 보일락말락 한다.
기억들은 시간의 흐름에 희미해져가지만 내 얼굴에 있는 세월의 흔적들은 지워지지 않는다.
전날과 달리 곤지까지 살짝 찍은 얼굴은 유달리 화려해보였다.
이런 날 보면 놀라 할 인호를 생각하면서 피씩 웃었다.

핸드빽을 들고 재삼재삼 당부하는 어머니의 말씀을 등 진채 집을 나섰다.
솔솔 부는 저녁바람에 무덥던 낮과는 달리 상큼함이 안겨온다.
나이트가 늦게 시작하기에 먼저 헤어스타일을 바꾸려고 이발실로 향했다.
머리카락에 부드럽게 스치는 이발사의 손길에 어느새 살푸시 잠들어 버렸다.
<손님…>
날 깨우는 이발사의 목소리와 함께 휴대폰이 눈 앞에서 언뜰거린다.
향선이의의 전화인가보다.
<고마워요!>
이발사에게 살짝 웃어보이면서 전화를 받았다.
<란아, 왜 아직 안 오는거야?
빨리 와!
쿨 보이들이 넘친다.>
말도 시작하기 전에 저쪽에서 향선이가 볶는다.
시계를 보니 벌써 두시간이 흘렀다.
<오. 알았어. 금방 갈게.>
내가 도착하지 않으면 끊임없이 전화가 걸려 올
향선이의 성격을 아는지라 급급히 이발실을 나섰다.

<미란아, 여기, 여기…>
나이트에 들어서자 향선이가 나에게 손짓한다.
그의 앞에는 벌써 두개의 빈 맥주병이 동반하고 있었다.
<넌 여자가 뭔 술을 그리 많이 하니?>
자리에 앉으면서 나의 아줌마식 잔소리가 시작된다.
<넌 인호가 있지만 난 술 밖에 없잖아 ㅎㅎ
결혼 날자는 잡았어?>
<아직, 일본수속이 끝나고 나면 그쪽에서 결혼 할 생각이야!>
<와~그럼 멀지 않아 싱글을 탈출한단 말이 아니야?
오늘 마음껏 마시고 놀자 캬~~>
술병을 내 앞에 덜렁 놓으며 큰 행사라도 하는 듯 비장하게 말하는 향선이다.

술을 좀 마시고나서 향선이에게 끌려 절주에 흔들고 있는 사람들 속으로 향했다.
원래부터 주량이 별로인 향선이는 약간 비틀거렸다.
그 비틀거림에 힘겹게 끌려가는데 갑자기 누군가에게 콱 밀쳤다.
<아~>
전날에 다쳣던 발목이 그 밀침에 심한 통증이 다가왔다.
나의 신음소리에도 불구하고 장본인은 여전히 제 갈길을 향한다.
<저기요!>
향선이가 재빨리 그 사람을 잡았다.
몸든 비틀거려도 정신은 말짱한 향선이인지……
향선이의 부름소리도 그 사람의 발걸음을 멈추지 못했다.
<사람을 다쳐놓고 말도 없이 떠나면 어떡해요?>
성질 급한 향선이가 다가가서 그 사람을 확 붙잡았다.
<향선아……>
별로 말썽을 일고 싶지 않아서 향선이를 말리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뒤로 돌아서는 그 사람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난 갑자기 벙어리가 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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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6)

첫눈 · 2005-08-17 14:26:24
그다음은 그 남자를 만낫는가요? 빨리 알려줘요.
녹색추억 · 2005-08-17 14:37:01
첫눈님.
그 남자가 누구죠?ㅋㅋ
성질도 급하시네요 캭~~
첫눈 · 2005-08-17 16:11:16
그 남자 성민? 원래 성질이 급합니다.
녹색장미 · 2005-08-17 20:25:05
캬캬.............난 먼저 다 봤단게............언니 홈피서..............ㅋㅋ
녹색추억 · 2005-08-18 08:45:42
첫눈님 ㅎㅎ빨리 올려드릴게요..

장미야 ㅎㅎ그럼 홈피에다 이젠 중지하고 올리지 말아야지 캬캬
녹색장미 · 2005-08-18 09:46:05
언냐 안돼.......................반지 그냥 끝까지 보구픈데...........빨리 홈피다 올려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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