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작해도 될가요? (26)

사랑이별 · #163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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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추억 · 2005-05-25 18:18:04 · 조회 282
시간은 흐른다.
나의 두뇌도 끊임없이 움직인다.
하지만 문뜩 느낀다.
내 마음만이 변하지 않는 그 자리에서 방황한다는것을……
그래서 난 기다린다.
그대가 나의 곁에 다가올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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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이와의 통화가 있은 후 나는 몇번이나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멍하니 전날에 나에게 걸려왔던 민이의 번호를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몇번이나 누르려다가 결국에는 포기하고 말았다.
내가 민이에게 질문 할 자격이 있는지 망설이면서......
난 여직 민이가 나에게 해석해주기만을 기다렸었다.
민이는 지금쯤 어디 있을가?
아직도 청도에 머물러있는지……
왜서 나한테 전화라도 한통 해줄수 없는지……
잘못 건 전화라도 민이라면 기꺼이 받아줄수 있는데……

오늘은 왜서인지 술을 마시고 싶다.
알콜에 푹 취하고나면 두뇌가 나약한 내 마음을 따라줄수 있을것 같았다.
난 향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향아, 나하고 술 좀 하자!>
전화가 걸리자마자 첫마디로 술 마시자고 하였다.
내 말에 놀랐는지 한참후에 향이의 대답이 들여온다.
<언냐, 갑자기 왜 그래? >
<그냥 구정 지난것도 축하하고 취하고 싶어서 ㅎㅎ>
아마 구정이 지난것을 축하하는 사람은 세상에 나 하나뿐일걸……
<그래. 우리집에 오라. 내가 맛있는거 해줄게!>
하루종일 집에 박혀 있어서인지 밖으로 나오니 약간의 어지름증이 생겼다.
감기의 후유증이 남아서인지……

향이의 집안에 들어서기 바쁘게 음식의 구수한 내음이 내 코를 자극한다.
<와~ 향아, 뭐 맛있는거 하는거니?>
하루종일 밥을 먹지 않은탓으로 군침을 꼴깍 삼키며 향이를 찾아 주방으로 향했다.
나와 향이는 서로의 집 키를 가지고 있었었다.
<오. 언니 왔네.
언냐, 나 사실 오늘 처음으로 주방장 하는데 ㅋㅋ>
<먹을만 하니?>
과장적으로 이마를 찌프리고 향이를 멀리했다.
지금까지 향이가 한 음식을 한번도 먹어 본적이 없는 것이 사실이였기에……
<앙~ 언니 넘 한다.
나 이래봐도 현처량모감인데 ㅋㅋ>
향이의 타격 받았다는 표정이다.
<현처량모?ㅋㅋ
그래 날 닮아서 그럴수도 있지!>
씁쓸해서 자신까지 쳐올려주고는 서로가 꺌꺌 웃어댄다.
오랜만에 긴장했던 자신의 정서를 풀어주는것 같았다.

정작 밥상에 마주하고 보니 마시고 싶었던 술은 제쳐놓고 정신없이 먹기만 했다.
<언냐, 숙이언니하고 통화했었어?>
향이가 밥 먹다말고 또 숙이 말을 꺼낸다.
<오, 어제 전화 왔어.
결혼한 후 무지 행복해 하는것 같더라!>
숙이의 행복한 모습이 내 눈앞에 보이는것 같았다.
<언냐, 난 그래도 숙이언니가 불쌍해.휴~>
<왜?>
갑자기 한숨 짓는 향이때문에 이상하게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숙이언니 많이 아파,
학교때는 그냥 빈혈로 알았는데 전날에 통화해보니 많이 엄중한것 같았어.
아마 백혈병인가봐.
언니가 병마를 이겨내야 할텐데……>
향이의 말에 나는 누구에게 된 매를 맞은 감각이다.
<향아, 그럼 혁이도 알아?>
나는 약간 떨리는 소리로 물었다.
사실 민이가 알고 있는지 더 궁금했었다.
<아, 맞다. 숙이언니 남친이 혁이지.
학교때 별로 접촉이 없어서 기억이 아물아물…
숙이 언니 말로는 다 알고 결혼했다는것 같던데…>
<오. 그랬구나!>

문뜩 함께 있을때 점점 수척해져가는 숙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땐 내 나름대로 사랑때문에 그러는거라고 별로 주의하지 않았었다.
그러한 숙이를 미워했던 자신…
친구가 제일 힘들어 할때 함께 해주지 못했던 나…
난 도대체 어떤 사람일가?
항상 자신의 생각속에 잠겨서 단 한순간이라도
객관적인 사유를 할줄 모르는 자사자리한 인간의 존재일지도…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눈안에서가 아니라 비참해져가는 마음속으로 자책의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린다.
난 술잔을 들고 굽냈다.
<언냐, 슬퍼하지마,
숙이언니 잘 이겨나갈거야!>
향이가 옆에서 나를 위로해준다.
<향아, 그게 아니야, 넌 몰라……>
더는 참지 못하고 울먹였다.
<향아, 오늘 나 그냥 나둘래?
마음껏 마시고 취할수 있도록 말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 언니 맘대로 해.>
아무것도 묻지 않고 나를 지지해주는 향이가 고마웠다.

한잔 또 한잔의 술이 들어가면서 내 마음도 점점 쓰라려지고 있었다.
휴대폰이 울리지만 이 상태로는 받을 겨를이 없었다.
집에서 오는 전화였다.
<향아, 울 집에서 오는 전화인데 나 화장실 갔다고 말해주라.>
향이가 전화를 받으면서 저켠에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친절한 목소리다.
<향아, 나 어제 설날인데 집에다 전화 해주지 않았어.>
향이가 전화를 끊자 나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나 전화하면 아빠생각에 더 슬퍼질가봐 차마 전화를 못 했거든.
어쩜 나 참 못 된 자식같다.
아니 못 된 여자다.
세상이 나에게 못 해준게 뭐가 있다고 자꾸 슬픈척 하는지…흑~>
끝내는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언냐, 그래, 실컷 울어……>
향이가 내 어깨를 다독여준다.

<어릴때부터 넘 행복하게 자라나서 나에겐 불행이 없을 줄 알았어,
누구든지 나에게 상처 줄 자격이 없다고 여겼거든…
내 마음이 그렇게 성결했나?
내가 남보다 잘난게 뭐가 있다고?
결국엔 내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만 주었을지도…>
술을 마셔서인지 숙이 일에 아빠 일이 겹쳐져서 그냥 자신만 저주하고 싶었다.
상에 엎드려서 말하다가 지쳐서 혼자서 흐느끼기만 하였다.
가벼운 노크소리가 들려온다.
<민이오빠!>
향이가 일어서서 문을 여는 소리와 함께 민이라는 이름이 내 귀가에 울린다.
너무나 그리워해서 그런 착각이 오는지는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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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8)

미미 · 2005-05-25 19:45:19
우와 빠르네....녹색추억님....이번엔 빨리 나왔네요..
그냥 빨리 써주세요..제가 성질이 급한가봐요..ㅋㅋ
다른건 다 안기다려지는데 이 글만은 무지무지 기다려진단말이예요....

녹색추억님.......화이팅................
다음편 기대기대 할게요...
할미꽃 · 2005-05-25 20:35:13
오늘도 님의 글 볼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ㅎㅎ

많이 힘들었겠죠?!
그래도 누구나 다 한번씩은 겪는 아픔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너무 자신을 탓하지도 말구요..

다음이 기대되네요..
녹색추억 · 2005-05-26 09:01:37
미미님, 응당히 빨리 올려줘야 하는 일인데요 뭐 ㅋㅋ
그냥 녹색추억이 성질이 느려서 캭~~

할미꽃님, 살다보면 지나간 아픔이 현재의 행복을 더 빛나게 할지도..그쵸?ㅎㅎ
좋은 시간 되세요^^*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 2005-05-26 16:52:14
녹색추억님: 안녕하세요?
저는 녹색추억님의 충실한 팬입니다.
번마다 저는 쉼터에 올라 제일 먼저 님의 문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님의 문장은 너무 감미롭고 또 사람에게 여운을 남겨주는 참 훌륭한 문장입니다.빨리 저의 이런 심정을 헤아려서 다음편을 올려주세요.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도시나물 · 2005-05-27 00:06:30
안녕하세요 오래간만에 들러서 님이 남긴글 두편이나보고 얼마나 기쁜지
그리고 이제야 인사올립니다 매번마다 좋은글 남겨주어서 감사합니다
요즘은 쉼터에 올르는 유일한 원인이 님이 남기신 긁을 체크하고 가는것입니다
이제야 민이하고 다시 만나게 되는군요
어떻게 되는지 아직도 얼마나 남앗는지 너무 궁굼해요
그럼 좋은글 기대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맨땅에빠디 · 2005-05-27 06:55:02
항상바두 잼있슴....
녹색추억 · 2005-05-27 08:55:04
시련은 있어도님,과분한 칭찬에 몸둘바를 몰라서 ㅎㅎ
머무를때마다 항상 즐거운 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도시나물님,ㅋㅋ담번엔 세편 보게 해 드릴게요 ...
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맨땅에빠디님, 항상바두 반가워요 ㅎㅎ
존 시간^^*
파파 · 2005-05-27 20:08:28
^^~

아자아자~ 힘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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