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 않은 사람은 우리 둘뿐

사랑이별 · #16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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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야 · 2005-05-08 19:38:03 · 조회 235
그 남자

그녀와 나는 아직 이름도 서로 모르지만
거의 매일 같은 버스를 타고 다니는 사이!
그러니까 서로 얼굴만
잘 아는 사이라고 할 수 있죠

보통 그녀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창 밖을 내다보곤 하지만
오늘은 많이 피곤한지
자리에 앉자마자 곧바로 잠이 들어 버립니다

졸고 있는 그녀의 고갯짓은 거의 예술입니다
오른쪽으로 끄덕끄덕, 왼쪽으로 끄덕끄덕
그러다 가끔 휙~ 하고
목운동을 한 바퀴 하기도 하고

그녀의 뒷자리에 앉아 있는 나는
저러다 창문에 머리를 부딪히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죠

그런데.. 이러언~
차라리 창문에 머리 부딪혀서
잠을 깨는 편이 나을 뻔했나 봅니다

버스가 급정거를 하는 순간,
그녀는.. 제가 붙잡을 사이도 없이
저~ 앞으로, 한바퀴 굴러가더라구요.

사람들은 다들 웃고 난리가 났죠
무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그녀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운 나
웃지 않은 사람은 우리 둘뿐입니다

아, 마음 아파,
얼마나 창피할까요?




그 여자

\'아.. 머리 감기 진짜 귀찮다
그냥 모자 쓰고 나갈까?\'

하지만 결국은 머리를 감았어요
오늘도 버스에서
내 뒷자리에 앉을 그 사람을 생각하면!
그럼요! 아무리 귀찮아도..머리, 감아야죠

비몽사몽 젖은 머리로 집을 나서면
어김없이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그 사람

내가 이틀에 한 번 감 던 머리를
이젠 아침마다 감는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매일 음악도 안 나오는 이어폰을 꽂고
그 사람 콧노래 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 사람은 오늘도 그냥 그렇게
말없이 내 뒷자리에 앉아만 있습니다

그런데 술기운 때문인지
자꾸만 감겨지는 내 눈꺼풀..
졸면 안되는데.. 안 되.. 는.. 데..

하지만 결국,
정말 안될 일은, 일어나고야 말았습니다
끽~ 소리와 함께 정신을 차렸는데..
나는 왜 버스 바닥에 앉아 있을까요?

꿈처럼 들려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차라리 괜찮아요. 하지만,
웃지도 않는 그 사람의 표정은
도대체 뭘 의미하는 거죠?
불쌍하다는 표정? 한심하다는 표정?

.. 난 왜 이럴 때, 기절도 안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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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5)

쉼터유람객 · 2005-05-08 20:52:00
감미로운 이야기네요...첫사랑을 뒤돌아보며 피씩 웃음을 지을것만 같은...
잘 읽고 갑니다.
눈꽃 · 2005-05-08 21:27:52
친구야,잼 있게 읽었다이....
그래서 추천한표....좋아?...
맨땅에빠디 · 2005-05-09 08:23:40
사랑이 싹트기 시작했다는겐가???
비둘기 · 2005-05-11 11:41:21
한창 탠미미구나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정화↔♪ · 2005-05-23 15:56:00
ㅎㅎ~이거두 한가지 행복이겠죠?두분지금 먼 시인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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