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전의 고중에 있을 때 초중에 다니던 사촌여동생 영이가 오겠단다.
환경을 바꿔서 열심히 공부하고싶단다.
외로웠던 나인지라 반갑게 응낙했다.
며칠 지나서 영이는 무사히 도착했다.
초중이였는지라 전학수속도 별로 어렵지 않았다.
영이는 친구사귀기 좋아했고 활발하고 귀여운 애였다.
어릴 적에는 공부도 무척 잘했는데 후에 놀음에 탐해서 성적이 많이 내려갔다.
여기로 온 바에는 바쁘더라도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권고해주고싶었다.
그런데 정작 영이가 오니 우리 모의시험이 시작되였다.
그래서 영이와는 하루에 얼굴도 볼 새 없이 바삐 돌아쳤다.
모의시험은 지독한 도태방법이였다.
매 한번의 모의시험마다 대학시험과 똑 같은 방식으로 삼엄하게 봤고,
규정해놓은 총점수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들은 대학입시에 참가하지 말라고 선생님들로부터 권고를 당했다.
교실의 빈자리는 하나 둘 많아지기 시작했고,
닥쳐오는 대학시험이라는 긴압감때문에 숨이 막힐것만 같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영이한테 빗발치듯 날아오는 연애편지들때문에 웃을 여유라도 조금 생겼다.
초중생들이나 고1,고2는 연애에 기세를 올렸기때문이다.
<언냐…이거 봐…>
하루는 영이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들어왔다.
영이 손에는 빨간 피로 커다랗게 쓴 혈서가 들려있었다.
<영아,죽을 때까지 사랑한다…>
아마 이런 내용이였던거 같았다.
영이는 겁나서 어쩔바를 모르고,
나는 베개에 엎드려 킥킥 웃었다.
암튼 그 학교 남학생들 용기에 탄복이 갔다.
이러구려 모의시험도 하나,둘 끝나고,
제일 마지막 모의시험을 보고있을 때였다.
몇 과목의 시험을 보고,조선어문이 남았을 때,
역시 려와 가까이 보내는 선이가 나를 불렀다.
<나 이번은 좀 그른거 같아.조선어만 잘 못맞으면 난 끝장이야…>
<왜…시험이 어려워?>
<어떻게 좀 해줘…난 집에 돌아가라고 권고 당하기 싫어…>
<내가 어떻게 봐줄수 있는데?>
<너 어문 죽이자나…다른건 놔두고 선택문제만 알려줄수 없겠니?>
나는 좀 갑자랐다.
전부터 어문 잘하기로 알려져있는 나였다.
어문선생님은 항상 수업시간에 내가 지은 작문들을 골라내서 읽어주었고,
시험 한번 보면 만점은 몰라도 선택문제나 문법에서 틀린 적은 거의 없었다.
또 그때 공부 잘하는 우리 몇몇도 부정행위를 절대 안한다고 말할수는 없었다.
가끔 선택문제 맞추느라 비밀 행동도 조금씩 하고 그랬는지라,
선이의 이 청을 거절하기에는 너무 내숭 떠는것처럼 생각되였다.
<그래…알았어…감독선생님이 누군가 봐서…될수록 해줄께…>
이윽고 어문시험도 무사히 끝났고,모의시험도 끝났다.
저녁자습에 교실에 앉아있을라니 담임선생님이 와서 불렀다.
<시험 준비는 잘 되였니?>
<네…>
<좋은 대학에 붙어야 한다…>
<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담임선생님이 문득 던지는 말이,내 머리를 강타했다.
<연이 시험 자주 보고 써?>
<????????????>
<평소는 그럭저럭 괜찮겠지만 대학시험장에 들어가서 그러다간 큰 낭패 볼지도 몰라서 주의하라고…>
<왜 그런 말씀 하세요?누가 그러던가요?>
나로서는…거의 모든 학생들이 답안 맞추느라 쪽지 왔다갔다하는것이 비일비재라는 말은,초라한 변명밖에 되지 않을거 같아서,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생각하면 할수록 얼굴이 뜨거워나고 분한 생각에 숨소리까지 가빠졌다.
<이번 모의시험후 자기를 내쫓지 말아달라는 어느 학생 전화 받았다.시험성적이 이상적이 못된다는건 혼자서도 안 모양이지.그래서 이건 학교 규정이라고 했더니,울면서 그럼 연이는 왜 쫓아내지 않느냐고 그러더라.내가 연이는 공부 잘하는데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하냐 했더니,시험때 보고 쓰는 학생 안내쫓고 자기처럼 정직하게 시험 봐서 성적 안되면 내쫓는게 학교 규정이냐 하더라…>
나는 억이 막혀 저도 모르게 눈물을 쏟았다.
나를 미워하는 학생이 있는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시험때 쪽지를 주고받은거 부인하고싶은 생각은 없다.
1등짜리 애한테도 쪽지를 건네주고 건네받았고,
부탁받은 그 애한테도 어문선택문제는 다 쪽지로 넘겨준 나니까…
할말은 없었다.
그냥 속절없이 울기만 하니까 선생님은 딱했는지 돌아가라고 했다.
집에 와서 멍하니 앉아있으면서 여러가지 생각들을 했다.
혹시 내가 부탁받은 선이의 라이벌일까…
그래서 선이를 도와준 나한테 악감이 생겼을까…
아니면 내가 눈에 띄이게 밉게 논적이 있을까…
이 학교는 순진하고 밝은 애들로만 모였다고 기뻐했는데…
대학입시 한달 앞두고 나의 이런 생각들을 깡그리 뒤집는 사람이 있다니...
아...누구도 믿을거 못돼...
이튿날 교실에 들어가는데 모골이 송연했다.
누군가 나를 째려보고 이를 갈고있을거 같았다.
이윽고 선생님이 들어오더니 이번 모의시험은 마지막 시험이기에,
성적 안되는 애들이 있더라도 더는 대학시험 참가하지 말라고 권고하지 않는다고 선포했다.
선이는 공연히 걱정한걸로 되였다.
아니 혹시 어제 그 전화때문에,학교에서 애들 정서를 고려해서 이런 결정을 내렸을수도 있다.
나는 담임선생님의 시선이 나한테 꽂히는듯한 불안때문에 바늘방석에 앉아있는듯했다.
마지막 한달은 자유복습이였기에 교실 아닌 다른 장소에서 공부를 해도 허락되였다.
나는 그후부터 강가에 나가서 복습했다.
교실에는 죽어도 들어가기 싫었다.
려가 자주 나를 찾았다.
<교실에선 보이지 않네…>
<그냥…자연이 좋아서…ㅎㅎ>
친한 친구 려한테도 사실은 말하기 싫었다.
다들 공부에 눈코뜰새없는 정황이라 남을 위안한다든가 그런 시간마저 있을거 같지 않았기때문이다.
지금 성격 같았으면 다 틀어놓고 말했을텐데…
주위 사람한테 아무 페단도 끼치기 싫어하는 이런 성격때문에 그후에도 많이 힘들었지만 말이다.
저락되여있는 기분때문에 전학와서 자주 앓는 영이한테도 짜증을 냈다.
그래서 얼마 안되여 사촌형제간에 무슨 일때문이였는지 다툼이 있게 되였다.
둘다 굽히기 싫어하는 성미인지라 끝까지 서로 말을 하지 않았다.
먼저 방학을 하면서 그 도시를 떠나는 영이가,
버스에 오르기전에 나에게 쪽지 하나를 넘겨주었다.
<언니,내가 잘못했어.대학입시가 당금인데 너무 무리하지 말고…먹을것도 많이 사먹고 그래.괜히 언니 복습하는데 와서 동생이란게 대여들고 그래서 미안해.그리고 발도 자주 아픈데 병원에도 가보고 응?좋은 대학 붙기 바란다…>
나는 그때 발앓이를 자주 해서 한시기 절룩거린적이 있다.
멀어져가는 버스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이 학교에 와서 겨우 밝아졌는가 했던 내 성격이,
그 자그마한 타격때문에 이렇게 다시 옹졸해진것이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너무 강한 내 자존심때문에…끝까지 잘못했단 반성의 말 한마디 하기 싫어 그대로 동생을 보내여버린 내 자신의 냉혹함에도 후회가 갔다.
(몇년후에 만나서는 아주 친하게 보내고있다.아마도 서로 다 컸기때문이리라…)
이윽고 대학시험이 시작되였다.
흑색 7월…
사흘동안의 곤욕…
시험을 어떻게 봤던간에 사흘이 지나니 그렇게 후련할수가 없었다.
시험 끝나면 어떻게어떻게 모여서 경축하자던 애들은,
시험장에서 나오자바람으로 산산히 흩어져 보이지가 않았다.
시험 끝나면 사흘 연이어 자고싶다던 생각도 구중천으로 날아가버리고,
나도 돌아오자바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려가 찾아왔다.
<벌써 준비하는거야?우리 톡톡히 모여서 놀자 했더니 다 도망갔네…>
<원래 그런거야…나도 내일 기차야.>
<우리 밖에 나가 산보나 하자…>
려를 따라서 강변으로 왔다.
내가 매일 새벽 서성이던 강변이다.
<시험 다 본 느낌 어때?어느 대학 갈거 같아?>
나는 지망을 그리 높게 쓰지 않았다.
다시 내 뒤바라지를 해줄 부모가 불쌍해서였다.
<잘되면 민족대,못되면 제일 마지막 본성 대학에 붙게 되겠지…>
<난 별로 느낌이 안좋아…한해 더 할지도 모르겠어…어쨌든…어딜 가던지 날 잊어선 안돼…알았지?...>
나는 무심히 대답했다.
려의 눈에서 눈물이 반짝였지만,
나는 그냥 못본것처럼 머리를 돌려버렸다.
그때의 나는 몸과 마음이 차디찬…냉심냉면의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이 세상 모든 우정과 사람사이 친목이 가짜로 되보였던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의심하기 시작한것도 그때부터다.
그런데...전의 고중에서 전학해올 때 뒤쫓아나오던 홍이의 눈에 어린 물기와,
지금 마주앉아있는 려의 눈에서 반짝이는 이슬이 하나로 겹쳐졌다…
나는 잠간 주저하다가 말없이 려의 손을 잡아쥐였다.
그때 홍에게 못한 내 행동을…
이 학교에 와서 외로운 나에게 다가와준…그리고 끝까지 지켜준 려에게 해주고싶었다…
모든것을 의심하는 마음이였지만…려의 진정을 몰라주기까지 내 마음의 척도를 잃지는 않았기때문이리라…
<전에 친한 친구 셋이 있었어…그 친구들과 약속을 했다…몇년후 서로의 생일을 합친 수에 나누기 삼 해서 그 날자에 만나자고…지금 너와도 약속을 하고싶어…대학때 만나자…네가 어느 대학에 붙던지…또 내가 어느 대학에 붙던지…얼마나 멀리 떨어져있든간에…꼭 만나는거야…>
려는 내 손에 손을 맡긴채로 머리를 끄덕였다.
나는 눈을 들어 저 멀리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의심이 깔린 내 마음의 색갈과는 대비되게…그 하늘은 역시 푸르렀다…
그 푸르런 하늘은…
힘들었던 그 시기에도 변하지 않는…
그나마 티없는 한가닥 우정이란 감정을…지켜주고있는듯했다…
전의 고중에 있을 때 초중에 다니던 사촌여동생 영이가 오겠단다.
환경을 바꿔서 열심히 공부하고싶단다.
외로웠던 나인지라 반갑게 응낙했다.
며칠 지나서 영이는 무사히 도착했다.
초중이였는지라 전학수속도 별로 어렵지 않았다.
영이는 친구사귀기 좋아했고 활발하고 귀여운 애였다.
어릴 적에는 공부도 무척 잘했는데 후에 놀음에 탐해서 성적이 많이 내려갔다.
여기로 온 바에는 바쁘더라도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권고해주고싶었다.
그런데 정작 영이가 오니 우리 모의시험이 시작되였다.
그래서 영이와는 하루에 얼굴도 볼 새 없이 바삐 돌아쳤다.
모의시험은 지독한 도태방법이였다.
매 한번의 모의시험마다 대학시험과 똑 같은 방식으로 삼엄하게 봤고,
규정해놓은 총점수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들은 대학입시에 참가하지 말라고 선생님들로부터 권고를 당했다.
교실의 빈자리는 하나 둘 많아지기 시작했고,
닥쳐오는 대학시험이라는 긴압감때문에 숨이 막힐것만 같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영이한테 빗발치듯 날아오는 연애편지들때문에 웃을 여유라도 조금 생겼다.
초중생들이나 고1,고2는 연애에 기세를 올렸기때문이다.
<언냐…이거 봐…>
하루는 영이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들어왔다.
영이 손에는 빨간 피로 커다랗게 쓴 혈서가 들려있었다.
<영아,죽을 때까지 사랑한다…>
아마 이런 내용이였던거 같았다.
영이는 겁나서 어쩔바를 모르고,
나는 베개에 엎드려 킥킥 웃었다.
암튼 그 학교 남학생들 용기에 탄복이 갔다.
이러구려 모의시험도 하나,둘 끝나고,
제일 마지막 모의시험을 보고있을 때였다.
몇 과목의 시험을 보고,조선어문이 남았을 때,
역시 려와 가까이 보내는 선이가 나를 불렀다.
<나 이번은 좀 그른거 같아.조선어만 잘 못맞으면 난 끝장이야…>
<왜…시험이 어려워?>
<어떻게 좀 해줘…난 집에 돌아가라고 권고 당하기 싫어…>
<내가 어떻게 봐줄수 있는데?>
<너 어문 죽이자나…다른건 놔두고 선택문제만 알려줄수 없겠니?>
나는 좀 갑자랐다.
전부터 어문 잘하기로 알려져있는 나였다.
어문선생님은 항상 수업시간에 내가 지은 작문들을 골라내서 읽어주었고,
시험 한번 보면 만점은 몰라도 선택문제나 문법에서 틀린 적은 거의 없었다.
또 그때 공부 잘하는 우리 몇몇도 부정행위를 절대 안한다고 말할수는 없었다.
가끔 선택문제 맞추느라 비밀 행동도 조금씩 하고 그랬는지라,
선이의 이 청을 거절하기에는 너무 내숭 떠는것처럼 생각되였다.
<그래…알았어…감독선생님이 누군가 봐서…될수록 해줄께…>
이윽고 어문시험도 무사히 끝났고,모의시험도 끝났다.
저녁자습에 교실에 앉아있을라니 담임선생님이 와서 불렀다.
<시험 준비는 잘 되였니?>
<네…>
<좋은 대학에 붙어야 한다…>
<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담임선생님이 문득 던지는 말이,내 머리를 강타했다.
<연이 시험 자주 보고 써?>
<????????????>
<평소는 그럭저럭 괜찮겠지만 대학시험장에 들어가서 그러다간 큰 낭패 볼지도 몰라서 주의하라고…>
<왜 그런 말씀 하세요?누가 그러던가요?>
나로서는…거의 모든 학생들이 답안 맞추느라 쪽지 왔다갔다하는것이 비일비재라는 말은,초라한 변명밖에 되지 않을거 같아서,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생각하면 할수록 얼굴이 뜨거워나고 분한 생각에 숨소리까지 가빠졌다.
<이번 모의시험후 자기를 내쫓지 말아달라는 어느 학생 전화 받았다.시험성적이 이상적이 못된다는건 혼자서도 안 모양이지.그래서 이건 학교 규정이라고 했더니,울면서 그럼 연이는 왜 쫓아내지 않느냐고 그러더라.내가 연이는 공부 잘하는데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하냐 했더니,시험때 보고 쓰는 학생 안내쫓고 자기처럼 정직하게 시험 봐서 성적 안되면 내쫓는게 학교 규정이냐 하더라…>
나는 억이 막혀 저도 모르게 눈물을 쏟았다.
나를 미워하는 학생이 있는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시험때 쪽지를 주고받은거 부인하고싶은 생각은 없다.
1등짜리 애한테도 쪽지를 건네주고 건네받았고,
부탁받은 그 애한테도 어문선택문제는 다 쪽지로 넘겨준 나니까…
할말은 없었다.
그냥 속절없이 울기만 하니까 선생님은 딱했는지 돌아가라고 했다.
집에 와서 멍하니 앉아있으면서 여러가지 생각들을 했다.
혹시 내가 부탁받은 선이의 라이벌일까…
그래서 선이를 도와준 나한테 악감이 생겼을까…
아니면 내가 눈에 띄이게 밉게 논적이 있을까…
이 학교는 순진하고 밝은 애들로만 모였다고 기뻐했는데…
대학입시 한달 앞두고 나의 이런 생각들을 깡그리 뒤집는 사람이 있다니...
아...누구도 믿을거 못돼...
이튿날 교실에 들어가는데 모골이 송연했다.
누군가 나를 째려보고 이를 갈고있을거 같았다.
이윽고 선생님이 들어오더니 이번 모의시험은 마지막 시험이기에,
성적 안되는 애들이 있더라도 더는 대학시험 참가하지 말라고 권고하지 않는다고 선포했다.
선이는 공연히 걱정한걸로 되였다.
아니 혹시 어제 그 전화때문에,학교에서 애들 정서를 고려해서 이런 결정을 내렸을수도 있다.
나는 담임선생님의 시선이 나한테 꽂히는듯한 불안때문에 바늘방석에 앉아있는듯했다.
마지막 한달은 자유복습이였기에 교실 아닌 다른 장소에서 공부를 해도 허락되였다.
나는 그후부터 강가에 나가서 복습했다.
교실에는 죽어도 들어가기 싫었다.
려가 자주 나를 찾았다.
<교실에선 보이지 않네…>
<그냥…자연이 좋아서…ㅎㅎ>
친한 친구 려한테도 사실은 말하기 싫었다.
다들 공부에 눈코뜰새없는 정황이라 남을 위안한다든가 그런 시간마저 있을거 같지 않았기때문이다.
지금 성격 같았으면 다 틀어놓고 말했을텐데…
주위 사람한테 아무 페단도 끼치기 싫어하는 이런 성격때문에 그후에도 많이 힘들었지만 말이다.
저락되여있는 기분때문에 전학와서 자주 앓는 영이한테도 짜증을 냈다.
그래서 얼마 안되여 사촌형제간에 무슨 일때문이였는지 다툼이 있게 되였다.
둘다 굽히기 싫어하는 성미인지라 끝까지 서로 말을 하지 않았다.
먼저 방학을 하면서 그 도시를 떠나는 영이가,
버스에 오르기전에 나에게 쪽지 하나를 넘겨주었다.
<언니,내가 잘못했어.대학입시가 당금인데 너무 무리하지 말고…먹을것도 많이 사먹고 그래.괜히 언니 복습하는데 와서 동생이란게 대여들고 그래서 미안해.그리고 발도 자주 아픈데 병원에도 가보고 응?좋은 대학 붙기 바란다…>
나는 그때 발앓이를 자주 해서 한시기 절룩거린적이 있다.
멀어져가는 버스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이 학교에 와서 겨우 밝아졌는가 했던 내 성격이,
그 자그마한 타격때문에 이렇게 다시 옹졸해진것이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너무 강한 내 자존심때문에…끝까지 잘못했단 반성의 말 한마디 하기 싫어 그대로 동생을 보내여버린 내 자신의 냉혹함에도 후회가 갔다.
(몇년후에 만나서는 아주 친하게 보내고있다.아마도 서로 다 컸기때문이리라…)
이윽고 대학시험이 시작되였다.
흑색 7월…
사흘동안의 곤욕…
시험을 어떻게 봤던간에 사흘이 지나니 그렇게 후련할수가 없었다.
시험 끝나면 어떻게어떻게 모여서 경축하자던 애들은,
시험장에서 나오자바람으로 산산히 흩어져 보이지가 않았다.
시험 끝나면 사흘 연이어 자고싶다던 생각도 구중천으로 날아가버리고,
나도 돌아오자바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려가 찾아왔다.
<벌써 준비하는거야?우리 톡톡히 모여서 놀자 했더니 다 도망갔네…>
<원래 그런거야…나도 내일 기차야.>
<우리 밖에 나가 산보나 하자…>
려를 따라서 강변으로 왔다.
내가 매일 새벽 서성이던 강변이다.
<시험 다 본 느낌 어때?어느 대학 갈거 같아?>
나는 지망을 그리 높게 쓰지 않았다.
다시 내 뒤바라지를 해줄 부모가 불쌍해서였다.
<잘되면 민족대,못되면 제일 마지막 본성 대학에 붙게 되겠지…>
<난 별로 느낌이 안좋아…한해 더 할지도 모르겠어…어쨌든…어딜 가던지 날 잊어선 안돼…알았지?...>
나는 무심히 대답했다.
려의 눈에서 눈물이 반짝였지만,
나는 그냥 못본것처럼 머리를 돌려버렸다.
그때의 나는 몸과 마음이 차디찬…냉심냉면의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이 세상 모든 우정과 사람사이 친목이 가짜로 되보였던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의심하기 시작한것도 그때부터다.
그런데...전의 고중에서 전학해올 때 뒤쫓아나오던 홍이의 눈에 어린 물기와,
지금 마주앉아있는 려의 눈에서 반짝이는 이슬이 하나로 겹쳐졌다…
나는 잠간 주저하다가 말없이 려의 손을 잡아쥐였다.
그때 홍에게 못한 내 행동을…
이 학교에 와서 외로운 나에게 다가와준…그리고 끝까지 지켜준 려에게 해주고싶었다…
모든것을 의심하는 마음이였지만…려의 진정을 몰라주기까지 내 마음의 척도를 잃지는 않았기때문이리라…
<전에 친한 친구 셋이 있었어…그 친구들과 약속을 했다…몇년후 서로의 생일을 합친 수에 나누기 삼 해서 그 날자에 만나자고…지금 너와도 약속을 하고싶어…대학때 만나자…네가 어느 대학에 붙던지…또 내가 어느 대학에 붙던지…얼마나 멀리 떨어져있든간에…꼭 만나는거야…>
려는 내 손에 손을 맡긴채로 머리를 끄덕였다.
나는 눈을 들어 저 멀리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의심이 깔린 내 마음의 색갈과는 대비되게…그 하늘은 역시 푸르렀다…
그 푸르런 하늘은…
힘들었던 그 시기에도 변하지 않는…
그나마 티없는 한가닥 우정이란 감정을…지켜주고있는듯했다…
쉼터에 새로운 글 쓰기는 금지되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소중한 기록 중에 꼭 다른 분들에게도 읽었으면 하는 좋은 글들은 「추천하기」를 눌러주세요.
일부 글들은 악성광고나 의미없는 스팸들일 수 있습니다. 읽는 분들에게 피해가 되거나 삭제를 희망하는 글에는 신고를 클릭해주세요. 로봇을 통하여 정기적으로 확인 및 정리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