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하늘은 푸르렀다...>(11)-고중편-

사랑이별 · #161156

← 사랑이별

햇비 · 2005-03-24 12:15:26 · 조회 238
11.
주인집 아줌마는 아마 처음부터 내가 싫었는지도 모른다.
언제나 내 일거일동을 아니꼬운듯이 쳐다보군 하더니,
그번 나한테 떼운 일이 있은후부터는 나에 대한 미움을 아예 노골적으로 표시했다.
늘 구시렁거리면서 잔사설을 늘어놓았는데 나를 두고 하는 소리가 많았다.
나는 그때마다 못들은척했다.
이사를 하느니 어쩌기에는 내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다.
나는 시간을 쪼개서 공부를 해야만 했었다.
마지막 일년이기때문이다.
그때 나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조용한 강변으로 가 산책하기를 즐겼다.
산책이라 하기보다 복습이였다.
역사 혹은 정치교과서 한권 가지고 가서 한번 훑어보면 그렇게 머리에 잘 남을수가 없었다.
그날 아침도 가서 산책하느라니 한반 남자애와 부딪쳤다.
나는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 애였는데 다가와서 웃으면서 몇마디 인사를 하는것이였다.
<이렇게 일찍 일어나서 복습해?알고보니 비결은 이것이였구나…>
이렇게 몇마디 주고받는데,주인집 아줌마가 거기를 지나고있었다.
<아줌마,일찍하시네요.>
내가 말을 걸어 인사를 하자 아줌마는 머리를 끄덕여보이더니 총총걸음으로 그 자리를 지나쳤다.
그 남자애와 헤여져 학교로 들어오는데 대문에서 한무리 불량배애들과 부딪쳤다.
<ㅎㅎ 못보던 애인데…어이…어느 학년이야…>
나는 아무 말 없이 머리를 수그리고 길을 비켜섰다.
딱 대문이였기에 걔들이 나와야 내가 들어갈수 있었던것이다.
그런데 그넘들이 비켜주지를 않았다.
<어느 학년인가 말하라는데도…귀 먹었냐?오빠들이 묻는데…>
헉…오빠 좋아하고있다…나이는 나보다 퍽 어릴지도 모르는 넘들이…
나는 화가 치밀었지만 이 학교의 풍문을 많이 들었는지라 그넘들이 그쯤 하고 지나가기만을 속으로 빌었다.
이 학교는 중점고중이긴 해도 역시 연애굴이라고 한다.
자기가 점찍어둔 여자애 반에 가서 문을 두드리고 불러내와서,
프로포즈도 아주 직접적으로…<야…너 나하고 연애 안할래?>한단다.
전의 고중에 있던 그런 연애편지니 뭐니는 이미 색이 바랬고 때가 지났다.
나는 다행이 고중 2학년인 제일 바쁜 시기에 전학해와서 그런데 맞다들리지는 않았지만,
들어보면 아래반 특히는 초중 여자애들은 곤욕을 치른다고 한다.
쪼꼬만 애들이 여자애들을 끼고 술판을 벌리는가 하면,
연애 즉시로 키스도 막 지나쳐서 <동거>에 이르른단다.
그리고 칼부림도 자주 일어난다고 한다.
그런 말들을 많이 들어왔는지라 나는 평소에 길을 걸을때도 머리를 푹 수그리고 걷기가 일쑤였다.
지금 이 애들을 보니 초중 3학년 애들 같았는데,
이 애들은 전교에서 말썽 잘 일으키기로 소문 난 애들이다.
내가 끝까지 대꾸를 안하자 그중 키 큰 한넘이 앞으로 나서서 내 팔을 잡았다.
<왜 이년이 대답도 안하고 그래?우리가 물어보는데?>
<너네 뭐하는짓이야?>
뒤따라 학교로 오던 철이였다.아까 강변에서 만났던 한반 남자애다.
<어…형님…>
그래도 고3 학생을 알아본 모양으로 키 큰 그넘이 손을 놓았다.
<나랑 한반이다.함부로 다치다니?>
<형…형님하고 한반이요?>
<그래!>
철이는 나를 끌고 교문안으로 들어왔다.
그넘들은 입을 다시다가 대문밖으로 나가면서 뇌까렸다.
<고3이라는게 저렇게 조고맣게 생겨가지고…쩝…>
나는 교실부근까지 오자 숨이 나왔다.
<고마워…금방…>
<괜찮아…너무 아침 일찍이거나 저녁 늦게 혼자 다니지 말아…이 도시 얼마나 위험한지 아직 모르는구나…전번학기에도 우리반 여자애 밤에 강도 만나서 얼굴 다 벗겼다…>
<강…도…도 있어?>
<그럼…>
하루종일 아침에 일어난 일때문에 산란해있었다.
저녁에 밤자습 마치고 집에 들어가려는데 뒤에서 누군가 따라오는거 같았다.
뒤를 돌아보니 담배불들이 반짝반짝하고있었다.
나는 기겁을 하고 들뛰였다.
그전에는 민이하고 그냥 같이 다녀서 겁난줄 몰랐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이 도시의 밤중이 두렵기 그지없었다.
그맘때에 또 전문 여자애를 잡아먹는 고양이할머니 귀신의 소문이 나돌았다.
그리고 빨간 옷을 입은 여자만 보면 죽인다는 살인광의 소문도 나돌았다.
나는 아파트까지 쾅쾅 뛰여들어와서 나는듯이 숙소까지 뛰여들어갔다.
<이 무슨 경망이요…>
주인집아줌마는 해쓱해진 내 얼굴은 본척만척하고 내가 부산스럽게 군다고 또 야단한다.
나는 울분을 꾹 참고 내 방으로 들어갔다.
그날밤을 대충 설치고 이튿날 교실에 가서,려와 어제 헛 놀랐던 일을 얘기했다.
려가 깜짝 놀란다.
<어제 우리도 놀라 죽을번했다.어제 우리 여자애 몇이 같이 돌아가고있는데 어떤 남자 하나가 지나가더니 갑자기 우리쪽으로 홱 돌아서서 쫓아오기에 우리는 막 소리지르면서 산지사방 흩여졌어.그 남자 노출증환자였는지 막 옷을 벗으면서 오더라…>
<헉…너네 몇이였어?>
<다섯…>
<다섯이 도망가다니?...>
<네가 맞띄여봐라…안도망가게 생겼니…열이라도 흩어져서 도망갔겠다…>
<그럼 난 어떡해…네 말 들으니까 더 무섭다…>
나는 울상이 되였다.
철이가 다가왔다.
<정 그렇다면 내 집이 그 부근인데 저녁마다 데려다줄께…>
<아니…그럴것까진…>
<괜찮아…가는 길에 들리는건데머…>
그렇게 그날 저녁부터 말수가 적은 철이는 나의 <수호신>이 되였다.
매일 저녁 집앞까지 데려다주고 머리를 끄덕해보이고는 돌아서서 가군 했다.
진짜로 많이 고마웠다.
그러구려 또다시 여름이 되였다.
마침 그때가 <97홍콩회귀>그날이였던거 같다.
학교에서는 휴식이였기에 거의 모든 애들이 집에 돌아가고,
나와 려만 외로이 남았다.
<얘,우리 숙사에 가서 울둘 밤늦게까지 얘기하자…>
<그럴까…>
려를 데리고 집에 왔는데 주인아줌마가 또 얼굴을 일그러뜨리고있었다.
<제 그냥 친구 데리고오면 어떡하오,그러길래 사람도 안들지…오늘은 한번만 봐주는게요.이제 또 그랬다간 싹싹 나가오.>
문에 들어서자마자 푸대접을 받은 려의 얼굴은 해쓱해졌다.
그래도 명실이 명절인데 어떻게 이렇게 사람집에 온 사람을 내쫓듯한단말인가…
나는 울분을 참지 못해 대들었다.
<아줌마,너무하시는거 아니에요…울 둘 다 외지에 나와서 집도 멀어서 못가고있는 불쌍한 애들이란 말이에요…외로운 여자애 둘이 서로 놀러 다닌다고 그렇게 아니꼬운 일이였던가요…>
아줌마는 펄쩍 뛰였다.
<쪼고만것이 멋따개같은것이 연애나 하고 바라댕기고…전기는 또 밤늦게까지 켜지 않나…너 하나때문에 내가 지금 얼마나 시끄러운지 모르겠단 말이다!>
<내가 공부 하느라 전기 좀 쓴것도 그렇게 아까웠나요?대학입시 앞둔 고3학생한테 아줌마는 이러시는군요…그리고 내가 연애 한다구요?공부 해도 시간 모자라는 판에…무슨 터무니없는 얘기를 그렇게 하세요!>
<사내녀석이 매일저녁 묻어다니는데 연애 아니고 뭐야!그 녀석까지 끌어들이지 않은거 봐서 오늘까지 놔뒀더니…그냥 친구 끌어들이면 내 집이 무슨 오락판인가?>
나는 억이 꽉 막혔다…
<그래요…그렇게 눈에 든 가시 참으시느라고 수고 많으셨어요!내일 당장 나갈께요!>
나는 문을 탕 차고 밖으로 나왔다.
려도 뒤따라 나와서 나를 말렸다.
나는 그대로 밤거리에 우두커니 서서 눈물만 쏟았다.
<울지 마…우리 저 아줌마하고 한본새 해서 뭘해…내 숙사에 가자…>
려는 다섯 애들하고 한 숙사에 있었다.
단층집이여서 비좁고 불편했지만 주인 눈치 볼거 없고 자유스러울거 같았다.
<려야…자리 하나 더 내줄래?돈은 계산해서 낼께…>
<진짜 내일 나오려고?>
<응…난 말하면 한대로 해…그리고 날 미워하는 그 아줌마 집에 한시각도 더 못있겠어…왜 날 저리도 미워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난 알아…>
<엉?어떻게 알아?...>
<저 아줌마…근본은 저렇지 않아…딸이 하나 있었는데 이쁘고 귀여웠어…맵시도 뛰여나고…외지에서 공부했는데 연애를 하더니 그만 덜컥 자살했다는 소식이 와버렸어…그담부터 저 아줌마는 자기가 연애한다고 의심하는 여자애들 엄청 미워하는거야…자기 딸도,자살했다고 부모한테 뻔뻔한 년이라고 눈물 한꼬치 안흘리던 아줌마였어…>
<오…>
이해는 갔지만 나는 말한대로 이튿날에 그 집에서 나오고말았다.
아줌마는 이사짐 꾸려서 나오는 나를 묵묵히 바래다줄뿐 더 이상 아무 말도 없었다…

쉼터에 새로운 글 쓰기는 금지되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소중한 기록 중에 꼭 다른 분들에게도 읽었으면 하는 좋은 글들은 「추천하기」를 눌러주세요.

일부 글들은 악성광고나 의미없는 스팸들일 수 있습니다. 읽는 분들에게 피해가 되거나 삭제를 희망하는 글에는 신고를 클릭해주세요. 로봇을 통하여 정기적으로 확인 및 정리를 합니다.

사랑이별 · 리스트 (25,907 건)

제목투고자날짜조회코멘트
사쿠라 꽃 필 무렵중경2005-03-28 11:4734812
그녀를 차버릴수 없는 이유 &lt;제 10 편&gt;완결편Microsoft2005-03-28 02:2829813
그녀를 차버릴수 없는 이유 &lt;제 9 편&gt;Microsoft2005-03-28 02:252342
운명과숙명성에꽃2005-03-27 22:442396
그건 사랑이였을까?귀뚜라미2005-03-27 21:432698
짝사랑,정말 힘들어요.ssㅏ가지2005-03-27 14:123035
그녀를 차버릴수 없는 이유 &lt;제 8 편&gt;일단 뛰어2005-03-27 12:052384
그녀를 차버릴수 없는 이유 &lt;제 7 편&gt;일단 뛰어2005-03-27 11:512371
괜찮은 남자를 만나기어려운 이유 ㅡㅡ^ㅎ ㅐ빛ㅁi소2005-03-27 02:0455121
이게 사랑 맞나요?얌얌2005-03-27 00:192335
남녀의 차이점ㅎ ㅐ빛ㅁi소2005-03-26 23:402369
빠지기 싫은 사랑저만치 가네2005-03-26 15:012936
이별에게 ...ㅎ ㅐ빛ㅁi소2005-03-26 14:352384
&#24402;路중경2005-03-26 13:2127215
우리 시작해도 될가요? (12)녹색추억2005-03-26 11:152803
그녀를 차버릴수 없는 이유 &lt;제 6 편&gt;일단 뛰어2005-03-26 10:442344
그녀를 차버릴수 없는 이유 &lt;제 5 편&gt;일단 뛰어2005-03-26 10:302431
쉼터에서 만낫던 그 사람 (2) -너와의 첫만남(중편)-연기처럼2005-03-26 02:364664
무제풀2005-03-26 00:212357
휴... 힘들다 ...ㅎ ㅐ빛ㅁi소2005-03-25 22:092378
일부다처 후의증이 아닐가?새콤달콤2005-03-25 17:372333
우리 시작해도 될가요? (11)녹색추억2005-03-25 17:212346
그녀를 차버릴수 없는 이유 &lt;제 4 편&gt;일단 뛰어2005-03-25 13:222391
그녀를 차버릴수 없는 이유 &lt;제 3 편&gt;일단 뛰어2005-03-25 13:092360
그녀를 차버릴수 없는 이유 &lt;제 2 편 &gt;일단 뛰어2005-03-24 14:493736
그녀를 차버릴수 없는 이유 &lt;1편&gt;일단 뛰어2005-03-24 14:394042
&lt;그때 하늘은 푸르렀다...&gt;(12)-고중편-끝햇비2005-03-24 12:172410
▶ &lt;그때 하늘은 푸르렀다...&gt;(11)-고중편-햇비2005-03-24 12:152380
오해련 사랑해 ^^다노2005-03-24 04:022640
마음이 아프다너의곁으로2005-03-24 03:2128711
← 이전772 / 864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