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작해도 될가요? (10)

사랑이별 · #16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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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추억 · 2005-03-23 08:52:38 · 조회 330
만약 동시에 두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면 우린 모순속에서 헤맬것이다.
만약 내가 동시에 두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면 그건 둘 중에 한 사람도
다른 한 사람을 포기할 만큼 좋아하지 않았기때문이다.
혹은 두 사람이 다 나로 하여금 뜨거운 사랑을 느끼게 하지 못했기때문이다.
암튼 핑게라고 생각해도 내 나름대로의 이유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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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과 비록 한 회사지만 부서가 다른지라 별로 마주칠때가 없었다.
그리고 난 될수록이면 민과의 대면을 피면했다.
며칠동안 나의 생활은 또다시 정상적인 궤도에 들어섰다.
혁이는 가끔씩 우리가 합숙하는 집으로 놀러왔지만 민이는 오지 않았다.
뭔 일로 사무가 그렇게 바쁜지 궁금했지만 인츰 그에 대한 신경을 끊었다.

<화야, 뭔 텔레비만 열심히 보고 나를 무시하는거야?>
혁이가 슬픈 표정으로 나를 집적거린다.
우산 사건과 요즘 자주 접촉해서 혁이와는 친구가 되버렸다.
그래서 숙이가 있든말든 우리집에 잘 붙어있는다.
오늘은 숙이가 회사일때문에 아직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넌 드라마 보면 인생이 아름답게 생각되지 않냐?>
웃는 얼굴로 혁이의 귀여운 얼굴을 쳐다보면서 대꾸한다.
시원시원한 성격때문인지 혁이와 있으면 아무런 부담이 없다.
<그래서 너를 안개처럼 자욱한 존재라고 했나봐!>
혁이가 혼자서 투덜투덜된다.
<뭔 말이야? 내가 안개같다구?>
<민이가 그러더라, 난 그런 감각이 없는데 허허>
민이 말이 나오니 별로 마음이 산란해진다.
<오. 그랬어? 혁아, 우리 술 마시러 갈가?>
갑자기 술 생각이 났다.
<와~ 정말? 너도 술 생각날때가 있나? 감성적인 여자~가자 ㅎㅎ>
말도 끝나기전에 자리에서 일어나는 혁이다.

오랜만에 남자와 단둘이 샤브샤브 먹으러 가는것 같다.
우린 둘이서 소주 한병을 시켰다.
술이 들어가니 자연히 말이 많아지는 법이다.
<화야, 평시에 너와 숙이는 주로 뭔 얘기 하니?>
술이 얼근한 혁이가 갑자기 들이대는 질문이다.
<정작 생각해보니 모르겠어, 별로 교류가 없는것 같기도 하고… >
<오…>
<혁아, 너 혹시 숙이 좋아하는거 아냐?>
아무리 감각이 무딘 사람이라도 알수 있는 일이였다.
<끝내는 보아냈구나, 좋아하면 뭐하냐? 숙이 마음속에는 다른 사람이 있어.>
혁이가 풀이 죽어서 대답한다.
<민이?>
나의 질문에 혁이가 놀란 표정이다.
<그것도 알고 있었구나, 화야, 사실은…>
혁이가 말끝을 얼버무린다.
<뭐? 말해봐!>
우리의 대화는 때마침 울리는 혁이의 폰 소리에 끊어졌다.
<여보세요, 어, 그래. 지금 같이 있어. 곧 갈게!>
<화야, 숙이 전화당, 우리보고 노래방으로 오래. 빨리 가자!>
혁이의 흥분된 얼굴을 보며 거절할수가 없어 같이 일어났다.

노래방에는 숙이와 그의 친구들 몇이 앉아있었다.
숙이는 이미 취한 상태였다.
<오, 왔어? 빨리 와. 술 마시자, 얘들은 상대가 안된단 말이야!>
금방 문에 들어선 나와 혁이를 자리에 앉혀놓고 술을 붇기 시작한다.
또 폭탄주다.
전에 자주 만나던 숙이의 친구들이여서 서먹한 점은 별로 없었다.
평시에 소주는 가끔씩 하지만 폭탄주는 처음인지라 좀 주밋거렸다.
<화야, 자 한잔하자! 내 오늘 기분 짱이거든…>
숙이가 억지로 술잔을 내 손에 쥐여준다.
금방 마신 소주에 약간 취했는지 술김에 잔을 굽냈다.
<민이야? 빨리 와, 널 기다리고 있잖아!>
술에 아리숭한 정신상태에서 민이에게 전화하는
숙이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자신이 점점 취해가는 느낌이다.
머리가 둥둥 뜨는 기분에 왠지 위까지 쓰려나서
처음으로 취하는 술이라 당황스럽기 시작했다.
더 앉아 있으면 실수라도 할것 같아서 정신차릴겸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와서 취한 몸에 바람까지 맞으니 어쩔새도 없이 그 자리에 푹 주저앉았다.
아무리 일어서려고 노력해도 말을 들어주지 않는 몸에 안타까웠다.
눈에는 저도모르게 눈물이 고인다.
할수 없이 포기하고 그냥 그 자리에서 머리를 무릎에 묻었다.
시간이 얼마쯤 흘렀는지 벽에 기대였던 차거움이 사라지는듯 하였다.
<괜찮아요?>
착각인지 민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머리를 들고보니 자신이 완전히 민이에게 기대여 있었다.
<괜찮아 보여요?>
술때문에 완전히 코멘소리다.
그래도 고슴도치성격인 천성은 버려지지 않는가부다.
<여자가 뭔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셔? >
갑자기 반말이다.
난 아무대꾸없이 맥없이 민이에게 기대여만 있었다.
그냥 민이의 품이 따뜻했다.
<일어나, 집에 데려다 줄게.>
<나 혼자 있게 냅둬요, 숙이도 취했던데 들어가 보세요!>
조금씩 정신이 돌아온다.
<내가 먼저 널 데려다 줄게, 이 상태로 계속 여기에 있을거야?>
민의 음성이 높아진다.
평시 같았으면 반말도 음성 높은것도 다 받아줄수 없는 나였지만
술에 성격이 많이 죽은것 같았다.
사실은 취한것만 해도 쪽 팔리는데 뭐라고 큰소리 칠 자격이 없어서였다.ㅎㅎ
혁이에게 날 데려다 준다고 전화하고는 억지다짐으로 나를 일으켰다.

집으로 가는 길에서 추워서 떨고 있는 나를 감각했는지 나의 손을 꼭 쥐여준다.
나는 살그머니 손을 뺏다.
<왜 싫어?>
또 꼭 쥐여준다.
<이후엔 술 마시지마. 알았어?>
<니가 뭔데? 니하고 뭔 상관인데?>
나도 반말로 대꾸하기 시작했다.
<우리 이제 서로 편하게 대하면 안될가?>
민이 길게 한숨을 쉰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얘기 하나 해줄가?>
민이가 문뜩 묻는다.
<웅>
이번만은 선선히 대답했다.
<비오는 어느날, 비속에서 꿈꾸는 여자애를 보았어.
다가서고 싶었지만 안개같은 존재에 머뭇거렸어…
그런데 이제는 더이상 자신을 속이고 싶지 않아…>
뭐라고 응대할지 몰라서 나는 잠이 들은척 했다.
민이의 가벼운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내 마음이 지쳐가고 있을때 민이가 다가왔다.
하지만 난 왜서인지 상상속의 기쁨이 없다.
민이처럼 고백할 용기도 없다.
그래서 전에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난다.
<넌 여자로서 너무나 소극적이야. 가끔씩 옆 사람을 답답하게 만든다.>
난 많은 일들은 서로가 이해하면서 굳이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것을 마음속에만 묻어두고 살았다.
상대가 좋다면 다가서고 싫다면 물러선다.
단 한번이라도 적극적으로 누군가에게 다가선적이 없다.
그래서 잡아야 할, 아니 잡을수 있는것들도 하나하나 놓치고 말았다.
이제는 그런것들이 습관처럼 나에게 박혀서 개변할 힘마저 없다.
민이 진정으로 나한테 다가왔을때 나는 또다시 방황한다.
내가 바라는것이 무엇인지… 가야 할 종점이 어디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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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7)

소라 · 2005-03-23 14:08:01
음...뭔가 미묘하게 보여지네요.ㅎㅎㅎ

참 잼있게 글을 엮어나가시군요.. 이게 실화예요?

진짜 잼있게 잘보구있어요.

화이팅하세요.ㅋㅋ
하늘 · 2005-03-23 17:57:45
녹색추억님
뭔가 희망이 있어 보이는데요..^*^
자신있게 나서봐요~~그리구 힘내세요~
매번 리플을 보면 정말 주변의 현실들을 느끼는듯 하네요~
잼 있어요~ 담편에 또 좋은 글 기대할께요~
하얀추억 · 2005-03-24 02:24:15
점점 더욱 재밋어지네용...
*꿈*과 *민* ...ㅋㅋ 방황...
하얀추억 · 2005-03-24 02:27:13
오늘도 어느새 이렇게 늦은 밤이 되였군.. 다음편이 더욱 궁금해지네요..
녹색추억님, 쨔유!!!
하얀추억 · 2005-03-25 07:11:41
녹색추억님, 오하요우*.* 어제는 새로운 글 없네요..근심 가득...
하얀추억 · 2005-03-25 07:14:29
모순, 방황에서 벗어나 자기의 사랑을 찾으신거예요? ? ?
그렇지 않으면 혹시 회사일이 넘 바쁘신거 아니예요? 일 넘 무리하지 마세용. 신체 건강 주의 하세요.
녹색추억 · 2005-03-25 17:26:43
소라님, 좋은 하루^^*

하늘님,읽어줘서 감사 ㅎㅎ

하얀추억님,요즘 월말이라서 회사일이 바빠서 후후 암튼 고마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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