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하늘은 푸르렀다...>(9)-고중편-

사랑이별 · #161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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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비 · 2005-03-22 15:51:11 · 조회 234
9.
새로운 고중생활이 시작되였다.
내가 전학해간 곳은 산좋고 물맑은 도시의 고중이였다.
평원지대였던 고향과는 달리,여기는 웅기중기 산들로 둘러싸여있어,겨울이였지만 포근한 느낌이 있었다.
산중턱에서 모락모락 피여오르는 푸른 안개들이 참으로 인상적이였다.
같이 온 아버지는,도시에 도착하자마자 아는 그 선생님을 찾았다.
자료들을 가지고 오지 못했기에 입으로 구구히 내 신상에 대해 설명하는수밖에 없었다.
<선생님 딸이라면 틀림이 있겠습니까…곧 교장선생님 뵈러 가도록 하죠.>
열정적인 그 선생님의 태도와는 대조되게,
교장선생님은 심드렁했다.
<오는 애들마다 다 1등짜리라고 하네요…>
그 한마디에 나는 배심이 생겼다.어디 두고보자…난 내가 진짜라는걸 증명해보이련다.
이름난 학교라 이곳저곳에서 공부 잘하는 애들이 물밀듯 밀려들어오고있는 형편이여서 그런지…
전학해온 나에게 모두가 심드렁해있었다.
학교 기숙사도 다 찼기에 나가서 개인숙소를 찾으란다.
다행이 그 아는 선생님의 주선하에 어느 아파트의 한칸에 붙어살수 있게 되였다.
주인아줌마와 한집에 사는 아파트였다.
침대도 가구도 없이 장판을 편 바닥에,그냥 이부자리 펼 자리만 있을뿐이였다.
이미 한쪽에는 다른 이부자리가 깔려있었다.
짐을 정리하고있는데 문이 열리면서 얼굴과 몸이 통통한 짧은 머리의 한 여자애가 들어왔다.
<안녕…너도 새로 전학해왔니?>
<응…>
<나도 이번 학기에 새로 왔어.이 학교 이미 개학한지 며칠 되였거든…너 몇학년이야?>
<고중 2학년…>
<그럼 우리 한반이겠다.여긴 아직 문리과를 가르지 않았어.난 민이라고 불러.>
민은 활발해보였다.
짧은 대화였지만 나는 이 룸메이트에 상당히 만족하고있었다.
심술궂게 생긴 주인아줌마만이 맘에 들지 않았을뿐,
아무런 가구도 침대도 없는 집이였지만 만족했다.
짐을 정리하고나서 민에게 나갔다 오겠다고 인사한 다음 집을 나섰다.
아버지는 학교 교무실에서 기다리고있었다.
<박선생…이 애를 데리고 반에 가오.>
작달막한 체구의 선생님이 다가왔다.반주임인거 같았다.
나는 머리를 수굿하고 그 선생님의 뒤를 따랐다.
교실에 도착해서 내가 머뭇거리자,선생님은 씩 웃었다.
<자…따라 들어와.>
나는 머리를 숙이고 따라들어갔다.모든것이 생소하고 불안했다.
<에…동무들…새로 전학해온 연이학생입니다.>
나는 인사를 하는둥마는둥하고 급히 빈자리를 찾았다.
몇십쌍의 눈길이 나의 몸에 집중되였다.
그 분위기가 그렇게 불안하고 두려울수가 없었다.(그때까지 나는 남앞에 나서기를 무척 두려워했다…)
<자…저 뒤에 가 앉소.>
집중되는 애들의 시선을 느끼며,제일 뒤자리의 빈자리에 가 앉았다.
자리에 앉으니 옆에 있는 민이가 웃어온다.
아는 얼굴을 보니 그제야 시름이 조금 놓였다.
남학생들이 힐끔거리면서 돌아봐서,머리를 책상에 파묻다싶이 했다.
여기는 원래 다니던 고중과는 달라서,한반 학생수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애들의 이름은 물론…어느 애가 한반이라는것도 기억 못할거 같았다.
기억력은 좋지만 이상하게도 길과 사람은 기억하지 못하는 나다.
겨우 하루일과를 끝내고 밖으로 나오니 아버지가 교문에 서있었다.
<어때?새로운 환경이?>
<좋아요…그저 너무 서먹서먹해서 숨이 막혀요…>
<습관되면 괜찮을거다.난 이만 가봐야겠다.>
<벌써요?>
<묵고있을데도 마땅치 않고…이제 너도 자리 잡혔으니…옛다…이 돈을 받아라.모자라면 인차 전화하고…>
<네…>
<그럼 가겠다…>
아버지는 택시에 몸을 싣고 떠났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이런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 혼자 버려진다는 사실에…
슬퍼서 견딜수가 없었다.
하숙집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면서 눈물을 쏟았다.
누군가 뒤에서 자전거소리를 따르릉 내였다.
깜짝 돌아다보니 키 큰 여자애 하나가 웃으면서 지나간다.
<난 너랑 한반이야…너 이쪽으로 다니는구나…내일 봐…>
<응,그래…>
많이 개운해졌다.
이곳 애들은 밝고 명랑한거 같았다.
과묵한 내 성격에 개의치 않는 웃음이 많은 애들이였다.
룸메이트 민이도 활발한 애다…
울거 뭐람…
이제부터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거야…
그리고 내가 동경하는 대학생활을 준비하는거야…
나는 멀리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이곳 하늘은 전의 도시보다 더 푸르른거 같았다.
많은 산들에 둘러싸여있는 도시여서 그럴까…
집에 돌아와서 민이와 앞으로의 공부계획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나는 낮의 수업을 생각하고 민에게 물었다.
<지금 어디를 배우고있는지 감이 안잡혀…넌 며칠 들었으니까 알겠지?>
민은 외래인을 보듯이 나를 쳐다봤다.
<너 모르는구나…우린 지금 복습이야…>
<엉?>
<여긴 고중 1학년과 2학년 전학기에 진도 다 끝마치고 남은 절반시간은 복습이란 말야…바로 이런 교학방법으로 여기 연거퍼 시 장원들이 난거 모르지?>
<그럼 어떡해…>
맥이 탁 풀렸다.
나는 여기 애들과 비기면 너무나도 떨어져있었던것이다…
역사교과서 다섯권중에 네권은 아직 펼쳐보지도 못했고,
조선어,수학,물리,화학,일어,한어….
제일 적게 떨어진 과목이 교과서 절반이 뒤떨어져있었다.
어떻게 따라잡으랴…
이 모든걸 여기선 이미 다 배웠다니…
낮에는 같이 복습하더라도 기초는 어떡한단말인가…
이런저런 고민에 잠겨있는데 민이가 물어왔다.
<안자?내일 7시에 학교 가야 하는데…>
<먼저 자…전등 늦게까지 켜도 괜찮지?>
<응…>
나는 이불도 펴지 않고 토시고 앉아 역사교과서를 펼쳤다.
이 방법밖에 없다…
죽기내기로 공부하는…이 방법밖에 없다…
나에게 있어선…시간은 금전도 아니고 목숨이다…!
그런 내 모습에 놀랐는지 민이도 부시럭거리면서 일어나 교과서를 펼쳤다.
그렇게 꼬박 하루밤을 새고 이튿날 또 학교로 갔다.
머리를 파묻고 공부하는데 누군가 다가왔다.
<이거 먹어…>
책상위에 놓여지는 사탕 몇알…
머리를 들고보니 눈에 띄이는 큰 키에 환한 얼굴을 가진,어제 하학길에서 만났던 그 여자애다.
<고마워…>
여자애는 웃기만 하다가 내 앞의 걸상에 옆으로 걸터앉았다.
<이름이 연이지?난 려라고 불러.>
<려…>
<한족이름같지?>
<응,그래도 이쁜 이름이야…>
<어제 하학길에서 널 봤는데…왜 울었니?>
나는 려가 이렇게 물어오는바람에 얼굴이 새빨개졌다.
<누가 울었다고 그래…>
<ㅎㅎ 귀여워…>
려는 또 웃었다.
어쩐지 려가 언니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후부터 려는 늘 교실 제일 뒤구석의 나를 찾아주었다.
우리는 차츰 친해가기 시작했다.
사탕 한알이라도 서로 나누어먹었고,
거리에도 늘 함께 다녔다.
어느날 때아니게 받은 아버지의 전화에 목이 메여 흐느끼다가도,
어깨를 도닥여주는 려 품에 쓰러져 그대로 운적도 있었다.
어쩐지 그전과는 달리,집전화에 목이 멜때도 많았다.
너무너무 낯선 곳에 버려져서인가…
습관도 틀리고 말투도 틀린 너무너무 새로운 환경속에 혼자 버려져서인가…
그래서 항상 소외감을 느끼군 했는지도 모른다…
려가 옆을 지켜줬지만…항상 옆을 지켜줬지만…
그 소외감과 공부에 대한 긴장감은 풀수 없었다.
그렇게…전학생활은 차차 궤도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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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2)

채연 · 2005-03-23 16:41:39
문장 참 잘쓰시네요.
1편부터 쭉 보고잇씀니다.
햇비님의 성격이 어딘가 저하구 비슷한 점이 잇는것갇씀니다.
그럼 계속써내려가시기를~~~
햇비 · 2005-03-24 10:42:06
채연님,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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