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작해도 될가요? (9)

사랑이별 · #161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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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추억 · 2005-03-22 11:34:01 · 조회 253
난 저녁길을 걷기 좋아한다.
길가에 늘여있는 나무와 반짝이는 네온등…
가게에서 들여오는 음악들…
문뜩 고중시절에 저녁자습마다 한 남학생을 뒤따르던 생각이 났다.
한 사람을 그 정도로 좋아하게 될 줄 몰랐다.
사랑인지는 몰라도 혼자서 좋아하는 그 짜릿한 감각에 자아를 잃을 정도였다.
처음 민을 만난날 비에 젖은 머리를 쓸어올릴때 그를 너무나 닮았던것이였다.
생김새보다도 그 표정과 행동…
구경 내 마음이 무엇때문에 흔들리고 방황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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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하니 숙이는 쏘파에서 잠들고 있었다.
<숙아, 들어가서 자 응?>
살랑살랑 흔들어 깨웠다.
<응, 나 잘래..건들지마!>
부시시한 눈으로 투정하는 숙이다.
역하게 풍겨오는 술냄새다.
<너 또 술 마셨어?>
뭔 기집애가 사흘돌이로 술을 마신다.
<웅. 나 오늘 폭탄주 마셨다 ㅎㅎ >
혀꼬부랑 소리를 하면서 또 잠에 골아떨어졌다.
안깐힘을 써서 겨우 숙이를 제 방으로 들여놓고 이불까지 덮어주었다.
피곤이 몰려와서 밥 먹고 싶은 생각도 없다.

습관적으로 지친 몸으로 컴 앞에 앉았다.
누군과가 그냥 뭔가를 말하고 싶었다.
오프라인 상태인 <꿈>을 보고 왠지 마음이 서글퍼진다.
내 자신의 메신저도 오프라인상태로 해놓고 사이트의 이곳저곳을 뒤적인다.
<따르릉~>
또 귀찮은 전화벨소리다.
난 저녁에 전화벨소리만 들어도 신경이 예민해진다.
<여보세요!>
말투가 평일보다 많이 퉁명스럽다.
<저 민인데요, 혹시 *화씨?>
<숙이 자는데요!>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았다.
숙이를 찾는건 분명하니까…
<네. 숙이 괜찮아요?>
<잔다고 했잖아요!>
기분이 워낙 별로인데다 저녁밥을 먹지 않은탓으로
위까지 쓰려나서 대답이 신경질적이다.
<와~ 성격이 장난이 아닌데…>
옆에 혁이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네. 그럼 좋은 저녁되세요. 이만 끊을게요.>
민이가 전화기 놓는 소리와 함께 짜증이 가해진다.
숙이가 괜찮냐고 묻는 민이라면 같이 술을 마셨다는것이 분명하다.
그게 사실인들 나하구 뭔 상관인지……
하긴, 나와 민이사이에 그 어떤 연결이 있다면 다 숙이때문일것이다.
난 차츰 자신이 지쳐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분명히 포기했지만 그냥 신경이 쓰이는 민이때문에 점점 민감해지는 자신이다.

마음이 복잡할때 컴만 마주하면 모든것이 가라앉는다.
유유한 음악속에 담겨있는 하나하나의 이야기들만이 나를 안착시킬수 있었다.
메신저도 완전히 온라인 상태로 돌려놓는다.
평시에 대부분 다른용무중으로 하고 있지만
기분풀기 위하여 가끔씩 온라인상태로 해 놓을때도 있다.
<추억아, 아직 안자니?>
<엥? 언제 올랐어?>
<꿈>만 보면 그냥 기분이 상쾌해진다.
<금방, 그런데 왜 아직 안자?>
<그냥, 잠이 안와서, 꿈아, 나 배고퍼 ㅠㅠ>
분명히 아무 도움도 줄수 없음을 알면서도 그냥 토로하고 싶었다.
<허허, 내가 밥 배달해줄가?>
<나 어딘지 알어? 내 이름마저 모르면서 쳇~>
사실 성의만 봐도 고마웠다.
<추억아, 내가 널 보러 갈가?>
<봐서 뭘해? 내가 동물원에 동물도 아닌데… 뭐 볼거 있다구 ㅋㅋ>
비록 마음이 섬뜩했지만 정작 만나자니 서로에 대하여 공백이란것을 깨닫게 된다.
<만약 내가 뭔가를 너에게 속였다면 넌 어쩌니?>
문뜩 <꿈>이 묻는다.
<ㅎㅎ속여도 괜찮아. 필경은 현실이 아니고 인터넷이잖아.>
<만약 현실이라면? 내가 말하는건 만약…>
<오늘따라 너가 이상하다. 남자답지 않게ㅎㅎ 괜찮다니까..>
왜서 <꿈>이 이런 말을 하는지는 모르겟다.
하지만 정말 그가 뭔가를 나에게 속였다고 해도 난 별로 화내지 않을것 같다.
그건 내가 마음이 넓어서가 아니라 화내면 자신이 괴로우니까……
그래서 항상 나는 자아중심으로 사는 인생이다.
<추억아, 오래지 않아 우리가 만날것 같다. >
또 만난다는 소리다.
<그래? 운명이 그렇게 안배한다면 내가 피할수 있나?>
우린 서로가 좋아한다는 말마저 한적이 없다.
그냥 서로간의 야릇한 감정때문에 대화가 지속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 언젠가는 만나겠지...
만나고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

<꿈>과 대화를 마치고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다.
여자의 제6감으로 <꿈>이 혹시 나를 알고 있지 않는가 싶다.
사실 난 자신의 마음마저 모른다.
내가 구경 누굴 좋아하고 있는지…
현실에 존재하지만 내가 소유할수 없는 민이…
가까이 하고 싶지만 단지 문자만의 교류인 <꿈>…
그때 나는 정녕 몰랐었다.
운명이 나에게 너무나 큰 유머를 했다는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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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9)

공명일 · 2005-03-22 12:59:45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 다음에도 좋은글 많이 부탁합니다
녹색추억 · 2005-03-22 17:59:42
공명일님. 좋은 하루 되세요^^* 매일매일 낙서만 올리는데 ㅋㅋ
하늘 · 2005-03-22 18:29:17
잘 보고 감니다.
담편에 또 기대할께요~
그럼 존 하루.....^_^
시체는 매장 · 2005-03-22 22:22:36
꿈이 민인감?
하얀추억 · 2005-03-23 03:40:38
오늘도 재밋게 읽어보았어요. 녹색추억님의 글이 저의 매일마다의 < 다소시미>로 되였어요.^_^
하얀추억 · 2005-03-23 03:43:41
봄이 산들산들 우리 곁으로 ... 봄 세이인지 마음도 산들산들 ..ㅋㅋ 흔들흔들...ㅎㅎ녹색추억님이 나 몰래 어느새 나의 마음속에 ...ㅎㅎㅎ
하얀추억 · 2005-03-23 03:46:57
녹색추억님...웬지 조금씩 불안..ㅋㅋ 꿈이 민이? 여감이 들면서...ㅎㅎ
하얀추억 · 2005-03-23 03:49:01
다음편 기대할게용.&.&
녹색추억 · 2005-03-23 11:40:22
하늘님,좋은 하루 되세요 ㅎㅎ

시체는매장,꿈은 꿈인데 ㅋㅋ

하얀추억님, 봄이 되니 하얀추억이 되살아나죠?ㅎㅎ 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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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꽃성에꽃2005-03-23 15:162602
저같은 사랑은해본분들 클릭^^^쑈쑈2005-03-23 13:37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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