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하늘은 푸르렀다...>(6)-고중편-

사랑이별 · #1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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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비 · 2005-03-18 13:01:12 · 조회 235
6.
내가 다시 말을 하기 시작한것은,
기말성적이 내려와서부터였다.
즉 총점 몇점의 차이로 결국은 1등자리를 보존한 결과때문이였다.
나는 다시 정상적인 내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러면서 1등을 증오하기 시작했다.
이미 어쩔수없이 1등에 중독되였음에도 불구하고…1등이 싫어진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악성순환을 계속해야 하는가 하는 한탄도 하루이틀이였고,
나는 다시 홍이와 명이와 시시덕거리기 시작했다.
이때 명이가 이상한 반응들을 보이기 시작했다.
잠간잠간 우울해있고,멍하니 뭔가 생각할 때도 있었다.
<내 우울증이 너한테 옮겨졌어?>
내가 농을 걸었지만 명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먼산만 바라보는것이였다.
그러던 어느 주말,
의례이 돌아오지 않으려니 하는 홍이와,
늘 남아서 나와 함께 밤늦게까지 속닥이던 명이도 자취를 감추었다.
나 혼자 외로이 침실에 남았다.
그번 주말은 외롭기 짝이 없었다.
침실 애들은 친한 애들 끼리끼리 쇼핑 나가든가 영화보러 나가고,
나 혼자 누워있느라니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무심코 몸을 뒤척여 누웠는데 윗층 침대에서 뭔가 풀썩…하고 떨어졌다.
윗층 련이의 필기책이였다.
련이는 요즘 들어 홍이와 자주 잠자리를 같이하는…(ㅋㅋ오해 말기를 바란다.그때 겨울이여서 우리는 둘씩 한침대에 자기 좋아했다.)
얌전하고 내성적인 여자애였다.
침대에서 내려서 그 책을 주어 올리려는데,
펼쳐진 페이지사이로 잔잔히 깨알같이 박아쓴 내용이 얼핏 눈에 띄였다.
<그는 너무 멋있었다…>
엥?...
나는 호기심이 동했다.
보아서 안되는줄 알지만…맘속 깊이에서는 그 필기책을 당장 윗층 침대에 올려놓으라고 자기자신에게 몇번이고 명령했지만…
끝내는 한 침실 다른 소녀의 내심세계를 들여다볼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싶지 않았다.
강렬한 호기심을 눅잦히기엔 내 자제력이 너무 부족했던것이다.
나는 출입문쪽에 신경을 쓰면서…재빨리 내용을 훑어보았다.
<오늘 학이와 눈이 마주쳤다.그는 너무 멋있었다.어떻게 그렇게 멋있을수 있을까?
그런데 난 준이도 좋다.준이는 너무 잘생겼다.그들 둘도 나를 좋아했으면 좋겠다.>
그밖에 다른 내용들이 더 있었지만 나는 더 읽어내려가기를 포기했다.
필기책을 그대로 덮어서 윗층 침대에 올려놓고,
침대에 엎드려 눈물이 나도록 킥킥거리며 웃었다.
련이는 평소에 말이 없는,엄청 조용한 여자애였다.
가석하게도 그는 얌전한 성격과는 달리,너무 투박한 외모를 가졌다.
얼굴선이 굵고 목소리가 웅글진 그녀는,얼핏 보면 남자애인듯한 착각을 주었기에,
여자다운 홍이와 한침대에서 잘 때면,우리가 동성연애라고 놀려주기 일쑤였다.
그만큼 나는 련이가 남자애들한테는 전혀 관심이 없는줄로만 알았다.
그런 련이도 이젠 사랑에 어섯눈을 뜨기 시작한것이다.
사랑일까…호감일까…
동시에 둘을 좋아하는건 아마 호감이겠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킬킬거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사춘기에 들어선 다른 애들이 부러워났다.
지금 쌍쌍이 나간 애들도 그렇고 주말에 돌아오지 않는 애들도 그렇고…
구경 나에게는 사춘기가 있는걸까…
왜 남자애들한테 전혀…꼬물만치도 관심이 없을까…
앞으로 나도 한 사람을 사랑하고,연애를 시작할수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할수록…내 자신이 불정상으로 생각되였다.
그러다가 혼자 또 킥킥 웃었다.
나갔던 애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숙사 대문을 걸무렵…헐레벌떡 뛰여오는 명이가 보였다.
<잠간만…기다려줘요.>
사감선생의 구시렁거리는 꾸지람을 등에 남기면서,
명이는 침실로 들어와서 침대에 몸을 던졌다.
<어디 갔다 왔어?...나혼자 심심했는데…>
내가 반색을 하면서 물었지만,명이는 아무 말 없이 잠자코 있었다.
나는 침대에서 내려 명이의 곁으로 비집고 누웠다.
<왜 그래…너 요즘 왜 그러는거야…홍이도 너도…다 이상해…너도 알겠지만 난 친구가 첨이야…우리 앞으로 졸업해서도 서로 연락하면서 살고,정해진 시간에 만나자고 약속들 했자나…그만큼 난 너네들을 소중히 생각하거든…날 친구라고 생각하면,고민같은거 숨기지 마…>
<연이야…>
갑자기 명이가 쿨쩍거렸다.
<왜 그래…왜 갑자기 울어…>
<나 이 학교가 싫어졌어…여기가 싫어졌어…>
<?...>
<여기 떠나고싶어…>
<여길 왜 떠나?...떠나서 어디 갈건데?...>
<난 공부도 잘 못하니까 대학같은거 바라지도 않고…또 여기선 죽어도 대학 못붙어…>
<왜?...>
<너 잘 모르는구나…이 학교…지금 3년째나 3류대학생 하나 못나왔어…지금 고중도 거의 취소하려고 하고있거든…왜 우리 역사선생님 없고 수학선생님도 모자라는지 알지?어문진도도 다른 학교에 비해 엄청 떨어지고…선생님들 다 학교에 정 못붙이고 연해로 진출했거든…>
<…>
<그리고 너한테 얘기 안했지만…나 유치한 연애 시작했다가 오늘 끝냈어…내가 너무 어리석은거 같고…너무 후회되는 일들을 했어…그래서 여기가 싫어…>
<언제?...난 왜 하나도 몰랐어?...>
<넌 공부 내놓고 다른 눈친 엄청 무디자나…어쨌든…이 학교는 나에게 있어서 치욕스런 기억이야…>
명이는 다시 쿨쩍쿨쩍 울었다.
나는 더 이상 묻지 않고,우는 명이를 껴안아주었다.
나에게 너무 생소한 감정상 일들로는,그 어떤 조언도 줄수 없음을 깨달았다.
며칠후 명이는 떠났다.
며칠전 말한대로 정말로 이 학교를 떠났다.
명이를 보낸 나와 홍이는 어깨죽지가 처져있었다.
이제는 친구라곤 홍이 하나밖에 없었다.
월이는 용이와 가까워지는 동시에,점점 나와 멀어져갔고…
홍이도 광이의 호출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나는 역시 고독한 내 위치로 되돌아가야 했었다…
웃음을 띄였던 내 얼굴은 다시 냉냉한 표정들을 회복했고,
괴퍅한 그 성격들도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명이가 떠나면서 하던 말들이 귀에 쟁쟁했다.
<우리 약속은 잊지 않아…하지만 연이야…너도 이 학교에 어울리지 않아…진정 부모를 위한다면 전학해…내 충고야.>
나는 고민에 빠졌다.
명이의 말들은 실말이였다.
선생님들은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고,
고중 2학년인 우리는 대학입시를 앞둔 분위기답지 않게 산만하고 흐트러져있었다.
진도도 다른 학교들에 비해서 엄청 떨어졌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고중 1학년때는 나름대로 공부를 잘했던 애들도 다 심드렁해지기 시작했고,
많은 애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그런 판국에 이 모든것이 반주임탓이라는 말들이 나왔다.
어리석은 애들은 이 산만한 분위기의 장본인인 자기 책임은 찾지 않고,
모든 잘못을 담임한테 돌렸던것이다.
마침내 또 하나의 적발편지가 교장선생님의 사무실 문틈으로 들어갔고,
며칠후 담임선생님은 사직을 선포했다.
<학생들 집체 명의로 담임 바꿔달라고 했었더라구…연아…이런 일도 있는거니?...>
나를 보고 한탄조로 얘기하는 담임선생님의 눈에는,
어쩌면 너까지도 여기에 가담했느냐의 질책이 어려있는듯했다.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얘기하고싶었다.
아니…아는 일이였지만 설마 몇몇 남학생들이 담임선생님 바꾸자는 제의에 동의 안하는 우리 의견을 무시하고,그대로 집체명의로 청구서를 올려버릴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얘기하고싶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무슨 소용 있으랴…
이런 텅 빈 얘기들이 무슨 의의가 있으랴…
뒤이어 반장인 림이가 전학을 선포했다.
림이까지 가면 공부 잘하는 남학생들은 거의 하나도 안남는셈이다.
<진짜 여기 있으면 대학 못갈거야…시간 낭비하고싶지 않아…>
떠나는 림이의 얼굴이 첨으로 어두워보였다.
퉁퉁 부은 영이의 눈도 보였다.
더 이상 날카로운 눈이 아니였다.
담임도 바뀌고,교실은 절반이나 비였다.
이제는 더는 고중 1학년의 그런 흥성한 분위기가 아니였다.
그래도 그런 교실에서 부지런히 공부하는 몇몇의 모습들이,
살벌한 교실에 그나마 학교라는 이미지를 지켜주고있었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3년동안 대학생이 안나왔으면 어때…
내 노력으로 그 규례를 타파해보이련다…
이렇게 부지런히 공부에 몰두해있을무렵…
고중에 올라와서 처음 친구였던 홍이와의 우정이…산산히 깨여지는 일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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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1)

하나 · 2005-03-19 00:21:13
열심히 햇비님의 글을 읽고있습니다,다음편도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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