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여름을 사랑하다

사랑이별 · #159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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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x 평방 · 2005-02-19 11:17:22 · 조회 314
                                                                             가을에 여름을 사랑하다  


  더위 먹은 한여름의 귀뚜라미의 합창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올 무렵, 난 오늘이 8월의 마지막날임을 알앗다.

  여름이 지나가려나부다. 가을이 오려나부다.


  아주 어릴적 때, 여름은 단지 이쁜 치마를 입을수 있는 계절이었고 그 이쁜 치마폭을 날리며 강변에 가서 시원하게

헤염치고 있는 칭구들의 즐거움을 들을수 있는 계절이었다.

  그 누구나 그러했듯이, 꼬마들은 처음엔 다 옅은 냇물에서 손으로 땅을 짚고 발버둥치면서 헤염치는 자세를 연기하다가

나중에 스스로 요령을 터득하고 스스로 수영을 배우고 있다는 걸 놀랍게 깨달앗다. 그리고 그 누구나 그러햇듯이의 누구나중엔

난 절대로 포함되지 말아야 한다는 걸 기본원칙으로 나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기어코 단념하셧고, 물을 접근하면

죽을 위험성이 있다는 설득력잇는 위협은, 몇번이나 나를 향해 물을 뿌리며 같이 놀자던 칭구들의 유혹에 하마트면 내려갈번 하던

나를 요행 잡아주고 있었다. 덕분에, 난 지금도 수영을 못한다.

  암튼, 난 치마를 자랑하러 강변에 나갔고, 그때 여름은 이쁜 치마를 입을수 잇다는 계절이 전부의 의미었엇다.


  그러다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난 갑자기 말수가 적어지고 치마입기를 꺼렷다. 만약 그 이유를 꼭 끄집어내야 된다면

아마도 할아버지가 저 세상으로 가고 난 후의 가져다준 슬픔이 낳은 우려라고 해야 할가.

  한창 사춘기라 도시학생들은 여름이 되기 바쁘게 짧은 치마나 좀은 투명한 치마로 그 향내를 남학생들앞에서 뿌리면서

자만햇으나 그때 난 여느 농촌에서 올라온 수집음 많이 타는 시골애들과 똑같이 여름내내 바지로 살갗을 보호하고 있었다.

  그해부터 여름은, 치마입을 의미마저 가져가버린, 무료하고 초조한 계절로 반감을 불러일으켜주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그 계절은 나한테 빈혈과 첫사랑을 가져다주었다.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운동장중간에서 체조를 할때면 그넘의 빈혈때문에 정말로 화가 나고 짜증이 낫던만큼,

어리둥절하게 시작한 첫사랑 역시 화가 나고 짜증이 나게 6년이라는 전쟁속에서 많은 이별과 화해와 모순과 방황을 거쳐

끝내 가슴아픈 마침표로 막을 내렷다.


  그리고, 그 마침표를 찍엇던 거의 동시에 난 다시 일본땅에서 장마의 싫증을 참고 견뎌야 햇엇다.

  녹음이 진 공원길에 살짝 장난치며 뿌려온 해빛비도 아닌, 그렇다고 찌는듯한 한여름날에 시원하게 내리퍼부은 한줄기

소낙비도 아닌, 염체없이 시작을 잊고 끝을 모르면서 구질구질 내리는 장마는 결국 사람마음마저 어둡게 그리고 불안하게 한다.

  결국은 그래서, 찌부퉁한 장마가 올때쯤이면 항상 치마입기를 꺼렷던 시골여자애를 떠올리고, 화가 나고 짜증이 낫던 빈혈을 떠올리고

빈혈보다 더 화가 나고 더 짜증낫던 이별을 떠올리게 된다.


  올해는, 이상하게 장마가 없엇다. 그건 적어도 빈혈보다 더 화가 나고 짜증이 낫던 이별 그 후로, 거의 실망과 생활의

단조로움속에서 자신을 망가뜨리고 멸시햇던 거의 3년 가까운 세월뒤로 난 새로운 사랑을 만낫던 것이다.

  장마도 없엇고, 짜증나고 화가 낫던 빈혈도 없엇고, 빈혈보다 더 어지러웟던 이별도 없어서 좋앗다.

  관건은, 난 이쁜 치마를 입을수 잇엇다.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차츰씩 작아져가고, 카렌다에서 8월의 마지막날을 다시 한번 눈여겨 볼때, 난 이미 금년의 여름을

사랑해버렷음을 깨달앗다.

  좀은 당황햇지만...여름이 다 지나가는 마지막날에, 난 그걸 알앗다...


  가을에 여름을 사랑해버린 후유증이 너무 커 난 가을내내, 그리고 추웟던 겨울내내 여름을 느끼면서 살앗다.

  실은, 봄도 채 다가오기 전인데...난 여름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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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8)

無名 · 2005-02-19 11:59:00
계절에 주름잡아 추억의 바다로 이끌어주고
조용히 흘러가는 계절에 다가온 사랑, 그리고 가만히 도망간 그 계절속의 이모저모...

삼큼한 글향에 머물다 갑니다.
아리정 · 2005-02-19 12:12:33
Y=x 평방님의 글을 읽으면 글줄뒤에 묻어나는 맛이 단조롭지 않고 간단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투고를 한번 해보시죠.
새벽이슬남 · 2005-02-19 14:50:50
음...
역시 존 글이네요~
추천 한표 합니다~
^^
coco · 2005-02-19 14:53:20
이어져가는 인생속에 계절처럼 거듭하는 서로의 만남..

봄, 여름, 가을, 겨울에 이어...
새로워지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앞으로의 나날들은
마냥 꿈꾸는 여름날들이길~!! ^^*
화려한싱글 · 2005-02-19 15:06:50
역시 진한 맛이 묻어나는 글이네여~

건데...
건데...
이젠 너무 많은 인물로 등장을 해서...님의 글이 픽션이란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실망했냐구요???
전혀...
픽션두 이렇게 가슴 울리게 쓸수 있는거구나...하구 감동받았습니다...ㅋㅋㅋ
Y=x 평방 · 2005-02-19 15:18:02
ㅋㅋㅋ

싱글님, 솔직히 이 글은...이 글은...
쩝...
눈물의 부드러움 · 2005-02-19 19:29:44
더 많은 글을 부탁 할게요.
화려한싱글 · 2005-02-19 21:45:35
난 못속이겠죠?ㅋㅋㅋ
내가 님의 팬이니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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