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사랑이별 · #156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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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넘에는 박꽃 · 2004-12-04 14:16:24 · 조회 237
                       겨울비

창밖에서 계절에 걸맞지 않게 겨울비가 줄을 타고 있습니다.
눈이 올 줄 알았는데 아직도 광음에 쫓기듯 앞서간 계절이 뭔가 미련이 남아서 아쉬움의 눈물을 휘 뿌리는 가 봅니다.
차디찬 겨울비가 속절없이 내리는데 창밖 어디선가 청승스레 산 까치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웬 청승이냐 싶어 현관문을 젖히고 마당에 서서 떨어지는 빗방울에 안경알이 얼룩지는 것을 감수하면서 까치 울음소리를 따라 눈을 줍니다.
저기 교회 옆 옛 건물 옥탑위에 쓰다버린 녹 쓴 TV안테나에 까치 한 마리가 촐싹거리며 앉아 젖은 몸뚱이를 뒤척이더니 건물 밑 대문가로 다가가는 내 인기척에 놀라 황급히 날아가 버렸습니다.

소박맞은 여인네의 처량한 눈물처럼 하염없는 이 겨울비가 대지를 적십니다.

텅 빈 가로수 나무 가지에 간신히 매달려있는 빛바랜 단풍잎 하나에도, 훑고 지나간 강풍에 찢겨서 만신창이 되여  언제 내려질지 모르는 운명에  애간장 끓이며 상가건물 외벽에 볼품없이 걸려있는 현수막에도...
바람벽 하나 없이 추위에 내몰린  내 마음에도....

겨울비는 춥고  어둡습니다.

이렇게 겨울비 오는 날에는 자꾸 무겁게만 내려앉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서성이는 자신에게 두툼한 파카를 걸치고 정수리에 우산을 들씌워서 밖으로 내몰고 싶습니다.

웬일이지...?
오늘은 왜 이렇게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거야?

막무가내로 어디든지 떠나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내 안에는 내가 제어 할 수 없는 또 다른 내가 있는가봅니다.

주체 할 수 없는 힘에 떠밀려 추운  겨울비속으로 나섰습니다.
불기 시작한 비바람에 발에 걸친 부츠며 청바지자락이 젖어 오릅니다.

건물 옆벽은 이미 젖어 얼룩져있고  교회 옥탑에서부터 벽을 따라 내처 타고 내려온 배수관 아궁이로 빗물이 벌컥벌컥 쏟아져 나옵니다.
꼭 마치 빈속에 강술을 털어 넣었다가 삭히지 못해 장밤을 부대끼며 토해내던 나그네의 구역질을 보는 것 같아 순간  씁쓸합니다.

인적이 끊긴 골목길이며 주차장에 빼곡히 정차된 주인이 떠나간  자가용 승용차들이 찬비에 푹 젖어 저체온 증에라도 걸린 듯이  비실거리는 이 나라 경제 상황처럼 온기 하나 없이 떨고 있는듯합니다.
평일에도출근길에 나서는 차보다 골목길에, 주차장에 두고간 주인 잃은 차량이 더 많습니다.
하늘이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세계유가 때문에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이 나라 만백성들은 사랑하는 애마(愛馬)를 버리고 울며 겨자 먹기로 번잡한 대중교통을 이용 할 수밖에 별도리가 없습니다.
먹고는 살아야 하니 말입니다.

뉴스에 볼 라니 세계유가가 하강 국면에 들어섰다고 합니다만 그것이 언제 어디로 튈지 누구도 장담을 못합니다.
나잘살고 너 잘살자면 이 나라가 실속 있는 내실경제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저 나라님이 올바른 정책을 세우고 싸움박질 에나 이골이 튼 저 국회위원들이 체신머리를 차려  나리님을 잘 보좌해서 이 나라 국민을 이끌어간다면 GDP 2만 불 시대가 가까운 장래에 도래할 것입니다.

내가 왜 이런 푸념을 하는가구요?

나 또한 할아버지 나라에 뿌리를 두고 뻗어나간 단군의 후손이요, 백의민족의 혼을 고이 간직하고 그 정체성을 지켜가고 있는 200만 조선족동포중의 한 성원이기 때문입니다.
또 돈벌려고 이 고국 땅에 왔는데 불경기여서 돈벌이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잘살면 모든 해외 동포들에게 좋으면 좋았지 나쁜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중국 동포며. 로씨야 동포들을 동족임에도 불법체류자란 딱지를 붙여서 내몰고 있는 아픈 현실,  상처 입은 동포들이 조금은 당돌한 언행으로 격하게 나오지만 내심 속  깊은 심경을 고백한다면 낳아준 어머니를 미워할 자식은 없을 것입니다.
설령 부모가 나한테 섭섭하게 대해 줬다고 해도 부모를 미워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깊은 충정을 누구든지 알아줬으면....

글이 빗나가는군...

찬 비속을 찢으며 멈춰선 곳이 마을 공원입니다.  공원에 쫙 깔린  젖은 모래밭을 밟으며 서성이다가 넋 놓고 어영부영하는 내 꼴이 미워서 자신을 다잡고 들어와 이글을 극적입니다.

글 쓰다 말고 창 너머로 바라보니 겨울비가 자근 몸짓에 불과한 인간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천연덕스럽게  계속해서 추적추적 내리고 있습니다.
오늘동안에는 계속해서 내릴 것만 같습니다.

따뜻한 미역국이나 푹 끓여 밥 한 공기 걸쭉하게 말아 먹으면 이 내속 체증이 쓱 내려갈 것만 같습니다.

겨울비는 춥고 길며 그리고 어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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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6)

영 · 2004-12-04 16:27:16
이글 보니 맘 더 서글퍼지네요...글잔아도 만히 기분 젖어있는데 ,,,
무정세월 · 2004-12-04 16:52:24
마음에 절절히 느껴지는 글 잘 읽고 갑니다....
해ㅂrㄹrㄱi · 2004-12-04 21:02:16
오늘, 여기에도 겨울비가 내렷습니다.^^
디즈니 · 2004-12-05 10:32:21
오늘도 님의 글, 잘 읽고갑니다...

여긴 어제 찬 겨울비 내리더니 , 오늘은 활짝 개였어요,,
담넘에는 박꽃 · 2004-12-06 17:47:19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기분좋은 한주 되시기 바랍니다.
처니.. · 2004-12-06 22:28:02
여기에도 겨울비가 철도 없이 와서...

기분을 흐려놓거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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