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달걀을 가득 널어 놓은 방안에서 눈을 동여 맨 춤꾼들이 훌렁훌렁 뛰면서 춤을 춘다.
나중에 달걀을 젤 적게 깬 사람이 우승한다.재치를 요하는 까다로운 춤이다.
-영국 귀족들의 고전 무용 <Egg-dancing>
나는 따라나서는 주인댁을 기어이 떼놓고 막연한 심정으로 려정에 올랐다.
뻐스는 종점역인 향소재지까지 와서 손님들을 쏟아 놓고 는 먼지를 풀썩 일구며 그대로 돌아 선다.
여기서 고성자까진 30리 길이란다.묻고 걷고하면서 고성자로 왔을 때는 한낮이 훨씬 지난 뒤였다.
텅빈 동네나 다름없는 마을에 몇몇 농가에서 이사짐을 꾸라느라 바삐 돌아치고 있었다.
들락날락하는 사람들께 물어서야 이 마을을 내고 여기다 남조선 사람들이 목장을 앉힌단걸 알았다.
죄다 이 곳에 온지 오래잖은 사람들 뿐이여서 뭘 좀 알아 보려해도 부질없는 짓이였다.
다행히 마지막으로 만난 년장자와는 말이 먹혀 들어갔다.
<할아버지,수고하셔요.>나는 한창 땀을 들이고 있는 풍채좋은 로인장앞으로 다가갔다.
로인장은 고개를 번쩍 쳐들고 나를 힐끗 보고는 머리를 썩썩 긁으며 말을 받았다.
<뭘?어디서 오능기유?>
<여쭐 말씀 있어서요.할아버진 이 곳에 오신지 오래 되셔요?>
<내사 이곳 토배기나 다름없지.열여덟에 조선서 홀몸으로 여기 올땐 인가라곤 몇호 없었지...>
쉴새없이 엮어대는 로인장의 경력담이 끝나기를 초조히 기다리던 나는
로인장이 대통에 담배가루를 다져 넣고 불을 다는 틈을 타 제꺽 끼여 들었다.
<할아버지,여기 살던 사람 한 분 찾아 보려구요.혹시 김철이라고 아시고 계시는지 해서요.>
나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로인장의 기색을 살피며 조심스레 물었다.
<오,그 대학 나온 김철말이지?왜 몰라?걔 자라는걸 내 이 눈으로 보아 왔댔지.참한 애였지.
걔 부모들이 세상 뜬후론 발길 끊었네만...,하긴 동기간이라곤 원체 없구
친척두 없구허니 여기 올 턱두 없지.>
가슴을 짓누르던 큰 돌덩이를 내려 놓은 듯한 기분이다.
눈앞이 금시 밝아지며 체면 잃고 로인장의 말을 꺽었다.
<그 분 지금 어디 계신지 아세요?>
<걔 부모들 산소를 다시 쓴게 어느해더라?너무 오래된 일이 돼나서...,
그때 목단강인지 한데서 의사질 한다던데...,그 후론 통 소식을 알아야지...>
로인장은 갑자기 말을 끊고 나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 본다.
로인장이 내뿜는 담배 연기에 나는 기침을 콜록콜록 깇었다.
<근데 걜 찾아선 무슨 일있나?>
<아,저의 외사촌 오빠예요.한번도 뵌 일 없었어요.>구태여 덧붙여 말하고나니
나는 얼굴이 확 달아 오름을 느꼈다.
되돌아서는 나의 마음은 무거웠다.꼭 찾아 뵈리라던 애초의 다짐은 흐지부지해지고
망연한 생각에 다리맥까지 탁 풀렸다.
김철의 모습을 머리속에 떠올리려 할수록 더욱더 몽롱하게만 안겨 온다.
혹시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대도 몰라보고 그냥 스쳐지나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대신 해관에서 만났던 그 김문혁의 얼굴이자꾸 눈앞에 얼른거림은 웬 일일가?
나는 허황한 생각을 털어 버릴양으로 머리를 힘껏 흔들었다.
그럴수록 희미하게그려지는 김철의 영상우에 김문혁의 모습이 또렷이 겹쳐진다.
.
달걀을 가득 널어 놓은 방안에서 눈을 동여 맨 춤꾼들이 훌렁훌렁 뛰면서 춤을 춘다.
나중에 달걀을 젤 적게 깬 사람이 우승한다.재치를 요하는 까다로운 춤이다.
-영국 귀족들의 고전 무용 <Egg-dancing>
나는 따라나서는 주인댁을 기어이 떼놓고 막연한 심정으로 려정에 올랐다.
뻐스는 종점역인 향소재지까지 와서 손님들을 쏟아 놓고 는 먼지를 풀썩 일구며 그대로 돌아 선다.
여기서 고성자까진 30리 길이란다.묻고 걷고하면서 고성자로 왔을 때는 한낮이 훨씬 지난 뒤였다.
텅빈 동네나 다름없는 마을에 몇몇 농가에서 이사짐을 꾸라느라 바삐 돌아치고 있었다.
들락날락하는 사람들께 물어서야 이 마을을 내고 여기다 남조선 사람들이 목장을 앉힌단걸 알았다.
죄다 이 곳에 온지 오래잖은 사람들 뿐이여서 뭘 좀 알아 보려해도 부질없는 짓이였다.
다행히 마지막으로 만난 년장자와는 말이 먹혀 들어갔다.
<할아버지,수고하셔요.>나는 한창 땀을 들이고 있는 풍채좋은 로인장앞으로 다가갔다.
로인장은 고개를 번쩍 쳐들고 나를 힐끗 보고는 머리를 썩썩 긁으며 말을 받았다.
<뭘?어디서 오능기유?>
<여쭐 말씀 있어서요.할아버진 이 곳에 오신지 오래 되셔요?>
<내사 이곳 토배기나 다름없지.열여덟에 조선서 홀몸으로 여기 올땐 인가라곤 몇호 없었지...>
쉴새없이 엮어대는 로인장의 경력담이 끝나기를 초조히 기다리던 나는
로인장이 대통에 담배가루를 다져 넣고 불을 다는 틈을 타 제꺽 끼여 들었다.
<할아버지,여기 살던 사람 한 분 찾아 보려구요.혹시 김철이라고 아시고 계시는지 해서요.>
나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로인장의 기색을 살피며 조심스레 물었다.
<오,그 대학 나온 김철말이지?왜 몰라?걔 자라는걸 내 이 눈으로 보아 왔댔지.참한 애였지.
걔 부모들이 세상 뜬후론 발길 끊었네만...,하긴 동기간이라곤 원체 없구
친척두 없구허니 여기 올 턱두 없지.>
가슴을 짓누르던 큰 돌덩이를 내려 놓은 듯한 기분이다.
눈앞이 금시 밝아지며 체면 잃고 로인장의 말을 꺽었다.
<그 분 지금 어디 계신지 아세요?>
<걔 부모들 산소를 다시 쓴게 어느해더라?너무 오래된 일이 돼나서...,
그때 목단강인지 한데서 의사질 한다던데...,그 후론 통 소식을 알아야지...>
로인장은 갑자기 말을 끊고 나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 본다.
로인장이 내뿜는 담배 연기에 나는 기침을 콜록콜록 깇었다.
<근데 걜 찾아선 무슨 일있나?>
<아,저의 외사촌 오빠예요.한번도 뵌 일 없었어요.>구태여 덧붙여 말하고나니
나는 얼굴이 확 달아 오름을 느꼈다.
되돌아서는 나의 마음은 무거웠다.꼭 찾아 뵈리라던 애초의 다짐은 흐지부지해지고
망연한 생각에 다리맥까지 탁 풀렸다.
김철의 모습을 머리속에 떠올리려 할수록 더욱더 몽롱하게만 안겨 온다.
혹시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대도 몰라보고 그냥 스쳐지나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대신 해관에서 만났던 그 김문혁의 얼굴이자꾸 눈앞에 얼른거림은 웬 일일가?
나는 허황한 생각을 털어 버릴양으로 머리를 힘껏 흔들었다.
그럴수록 희미하게그려지는 김철의 영상우에 김문혁의 모습이 또렷이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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