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거미(初夜)
서둘러서 일을 일찍 끝내고 귀가 길에 오를 때면 피곤하던 일신에 탄력이 붙으며 몸이 가벼워진다.
어린애처럼 마냥 좋다.
머리를 들어 서쪽하늘을 바라보니 빌딩사이로 한발정도 남은 태양이 황금빛 석양 속에서 붉게 탄다.
오늘은 해 떨어지기 전에 집에 도착할 것 같다.
입동도 열흘이 훌쩍 지난 초겨울 날씨지만 겨울철답지 않게 포근하다.
기세등등하게 달려들던 동장군이 며칠 전 어설프게 다녀간 뒤에 맞는 연 며칠 이어지는 따뜻한 날씨 때문에 다시 가을로 돌아가지 않나 착각이 들 정도이다.
기분이 좋을 때에는 엔돌핀의 작용 때문인지 공복이면 늘 쓰리 군 하던 위장의 통증도 가뭇없이 사라지고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모든 것이 즐겁다.
이른 아침 출근길에 말끔하던 인행도로에 퇴근하며 볼 라니 은행나무 가로수에서 흩날려 쏟아져 내린 노란 단풍잎들이 보도 블록위에 수북하다.
무성하던 나무들이 한잎 두잎 옷을 벗고 나체를 드러낸다.
호시탐탐 노리는 동장군의 기세의 얼굴빛 한번 변하지 않는 태연한 나무들이 정녕 닥쳐올 온갖 수모와 희롱에 끄떡없이 한겨울을 견뎌낼까?
나는 확신한다.
아픔을 당한만큼 성숙된 나무들이 이제 다가올 봄이면 더 이쁜 꽃과 잎들을 피워 물것이라는 것을...
집에 도착해서 끓여 식혀둔 녹차 물을 냉장고에 꺼내 컵에 따라 들고 창문가에 기대여 해질녘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한 검푸른 하늘을 홀린 듯 물끄러미 바라보고 섰다.
방금 전까지도 하늘가에 매달려 주제넘게 낙서를 하며 늦장 부릴 것만 같던 땅거미가 거짓말처럼 눈 깜작할 사이에 처마 밑으로 날아 내려와 구석구석에 먹물을 뿌리기 시작한다.
대문 밖 골목길에 오구작작 모여서 유희 놀이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조무래기들의 활기찬 목소리에 동네가 떠나갈 듯 소란스러워 길 옆집 어른이 핀잔이라도 주려고 나섰다가 개구쟁이들의 익살스런 표정이며 놀음에 푹 빠져 있는 이쁜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이 한참을 바라보다가 내버려 두고 들어가 가버린다.
자기 속박에 힘들게 사는 어른들에 비해 거리감 없는 천진난만한 애들의 맑은 웃음소리에 동네가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것 같고 일순간 동심에 마음의 탕개를 풀어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새 빌딩 사이며 , 골목길이며, 텅 빈 정원이며, 퇴근길 차량들이 고리에 꼬리를 물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한 가득 메운 신작로위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여기저기에 불 밝은 가로등이 명멸하며 거리를 밝힌다.
맛있는 저녁밥상을 차려놓고 친인들이 기다리는 따뜻한 보금자리로 향한 직장인들의 늦은 퇴근길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앞집 열어놓은 주방 창으로 저녁 준비에 서두르는 아낙네의 몸짓이 언뜻언뜻 내비친다.
아침 출근준비에 쫓겨 싱크대에 가득 설거지를 하지 못한 그릇들을 씻는 소리가 들려온다.
앞집에서 음식 끓이는 냄새가 환풍기 배기통을 빠져나와 정원에 고였다가 흩어지면서 슬그머니 공기를 바꾸려고 멋대로 열어놓은 창문으로 빨려 들어와 방안에서 맴돈다.
식욕이 솟구쳐 오르며 아직 공복인 주린 위장에선 밥 달라고 아우성이다.
...... 이 글을 적다말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뉘이고 머리를 들어 창 너머로 칠흑 같은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별빛 하나 없이 텅 비워져 있다.
서울에서나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근교에서나 심한 공기 오염 때문에 밤중이면 별을 바라 볼 수가 없다.
그래서 비여있는 이곳 밤하늘이 조금은 처량해 보인다.
이맘때면 내 고향에선 손을 뻗치면 한가득 휘여 잡을 것만 같은 보석처럼 반짝이는 무수한 별들을 볼수 있을 텐데...
오늘 저녁 메뉴는 어머니께서 인편에 보내주신 아껴두고 먹지 않았던 고추 말랭이를 중국 식품상점(中國食品商店)에서 사온 고향산 걸죽한 콩기름에 들들 볶아서 포식하며 입을 한번 호강시켜야겠다.
고향의 흙을 먹고 샘물을 마시며 자랐을 고추 말랭이를 맛보며 어머니 사랑도 느껴보고 고향의 맛을 다시금 음미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어둠이 깊어간다.
고향의 밤하늘을 떠올려보노라니 문뜩 조조가 읊었다는 시 한 단락을 읊조리고 싶어진다.
.......달은 밝고 별은 희미한데 까막까치 남으로 날아가네...
서둘러서 일을 일찍 끝내고 귀가 길에 오를 때면 피곤하던 일신에 탄력이 붙으며 몸이 가벼워진다.
어린애처럼 마냥 좋다.
머리를 들어 서쪽하늘을 바라보니 빌딩사이로 한발정도 남은 태양이 황금빛 석양 속에서 붉게 탄다.
오늘은 해 떨어지기 전에 집에 도착할 것 같다.
입동도 열흘이 훌쩍 지난 초겨울 날씨지만 겨울철답지 않게 포근하다.
기세등등하게 달려들던 동장군이 며칠 전 어설프게 다녀간 뒤에 맞는 연 며칠 이어지는 따뜻한 날씨 때문에 다시 가을로 돌아가지 않나 착각이 들 정도이다.
기분이 좋을 때에는 엔돌핀의 작용 때문인지 공복이면 늘 쓰리 군 하던 위장의 통증도 가뭇없이 사라지고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모든 것이 즐겁다.
이른 아침 출근길에 말끔하던 인행도로에 퇴근하며 볼 라니 은행나무 가로수에서 흩날려 쏟아져 내린 노란 단풍잎들이 보도 블록위에 수북하다.
무성하던 나무들이 한잎 두잎 옷을 벗고 나체를 드러낸다.
호시탐탐 노리는 동장군의 기세의 얼굴빛 한번 변하지 않는 태연한 나무들이 정녕 닥쳐올 온갖 수모와 희롱에 끄떡없이 한겨울을 견뎌낼까?
나는 확신한다.
아픔을 당한만큼 성숙된 나무들이 이제 다가올 봄이면 더 이쁜 꽃과 잎들을 피워 물것이라는 것을...
집에 도착해서 끓여 식혀둔 녹차 물을 냉장고에 꺼내 컵에 따라 들고 창문가에 기대여 해질녘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한 검푸른 하늘을 홀린 듯 물끄러미 바라보고 섰다.
방금 전까지도 하늘가에 매달려 주제넘게 낙서를 하며 늦장 부릴 것만 같던 땅거미가 거짓말처럼 눈 깜작할 사이에 처마 밑으로 날아 내려와 구석구석에 먹물을 뿌리기 시작한다.
대문 밖 골목길에 오구작작 모여서 유희 놀이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조무래기들의 활기찬 목소리에 동네가 떠나갈 듯 소란스러워 길 옆집 어른이 핀잔이라도 주려고 나섰다가 개구쟁이들의 익살스런 표정이며 놀음에 푹 빠져 있는 이쁜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이 한참을 바라보다가 내버려 두고 들어가 가버린다.
자기 속박에 힘들게 사는 어른들에 비해 거리감 없는 천진난만한 애들의 맑은 웃음소리에 동네가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것 같고 일순간 동심에 마음의 탕개를 풀어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새 빌딩 사이며 , 골목길이며, 텅 빈 정원이며, 퇴근길 차량들이 고리에 꼬리를 물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한 가득 메운 신작로위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여기저기에 불 밝은 가로등이 명멸하며 거리를 밝힌다.
맛있는 저녁밥상을 차려놓고 친인들이 기다리는 따뜻한 보금자리로 향한 직장인들의 늦은 퇴근길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앞집 열어놓은 주방 창으로 저녁 준비에 서두르는 아낙네의 몸짓이 언뜻언뜻 내비친다.
아침 출근준비에 쫓겨 싱크대에 가득 설거지를 하지 못한 그릇들을 씻는 소리가 들려온다.
앞집에서 음식 끓이는 냄새가 환풍기 배기통을 빠져나와 정원에 고였다가 흩어지면서 슬그머니 공기를 바꾸려고 멋대로 열어놓은 창문으로 빨려 들어와 방안에서 맴돈다.
식욕이 솟구쳐 오르며 아직 공복인 주린 위장에선 밥 달라고 아우성이다.
...... 이 글을 적다말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뉘이고 머리를 들어 창 너머로 칠흑 같은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별빛 하나 없이 텅 비워져 있다.
서울에서나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근교에서나 심한 공기 오염 때문에 밤중이면 별을 바라 볼 수가 없다.
그래서 비여있는 이곳 밤하늘이 조금은 처량해 보인다.
이맘때면 내 고향에선 손을 뻗치면 한가득 휘여 잡을 것만 같은 보석처럼 반짝이는 무수한 별들을 볼수 있을 텐데...
오늘 저녁 메뉴는 어머니께서 인편에 보내주신 아껴두고 먹지 않았던 고추 말랭이를 중국 식품상점(中國食品商店)에서 사온 고향산 걸죽한 콩기름에 들들 볶아서 포식하며 입을 한번 호강시켜야겠다.
고향의 흙을 먹고 샘물을 마시며 자랐을 고추 말랭이를 맛보며 어머니 사랑도 느껴보고 고향의 맛을 다시금 음미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어둠이 깊어간다.
고향의 밤하늘을 떠올려보노라니 문뜩 조조가 읊었다는 시 한 단락을 읊조리고 싶어진다.
.......달은 밝고 별은 희미한데 까막까치 남으로 날아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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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4)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언제나 좋은 글 올려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
언제나 좋은 글 올려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
언제나 고향의 감정을 담아주는 글이군요.
님의 글을 읽을때면 나도 고향생각에 푹 빠집니다.
하루빨리 고향에 돌아갈 날을 기대합니다.
님의 글을 읽을때면 나도 고향생각에 푹 빠집니다.
하루빨리 고향에 돌아갈 날을 기대합니다.
꼬부니님 ㅎㅎ 고향맛 이품인 고추말랭이로 맛있는 저녁을 먹었었습니다.
아직은 부족한 글을 기분좋게 읽으셨다니 나 역시 흐뭇합니다.
할미꽃님 늘 이렇게 찾아 읽어주시고 따뜻한 리플까지 심어주어서 고마울따름입니다.
나는 나대로님 우리에게 있어서 고향은 영원히 뿌리칠수 없는 <멍에>입니다.
내 마음속 고향은 언제나 청춘입니다.
아직은 부족한 글을 기분좋게 읽으셨다니 나 역시 흐뭇합니다.
할미꽃님 늘 이렇게 찾아 읽어주시고 따뜻한 리플까지 심어주어서 고마울따름입니다.
나는 나대로님 우리에게 있어서 고향은 영원히 뿌리칠수 없는 <멍에>입니다.
내 마음속 고향은 언제나 청춘입니다.

오늘도 좋은 글이였습니다.
지금쯤은 고추말랭이 볶음으로 저녁식사 한창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