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자정 넘어 한밤중에 보일러실 함석지붕위에 투닥 거리며 떨어지는 빗방울소리에 깨여 창문을 열어보니 가로등도 추위에 잔뜩 움츠리고 떨고 있는데 짙게 내려앉은 회색빛 어둠 속에서 찬 겨울 밤비가 거침없이 내리고 있었다.
제법 한 여름비처럼 쏟아진다.
창밖 동정을 훔쳐보는 동안 빠끔히 열린 창문사이로 찬 기운이 확 몰려들어와 잠옷 걸치지 않은 맨몸에 징그럽게 매달리며 일신에 소름이 돋게 한다.
비 때문에 오래간만에 누려보는 아침 늦잠에서 깨여 일어나 덧문을 열어보니 밖같 알르미늄 샷시 문틀이며 유리창에 한가득 수중기가 이슬처럼 맺혀 불빛에 얼른거리고 합쳐져서 만들어진 물방울이 맞선에서 퇴박맞은 시집못간 노처녀 볼 턱을 타는 한 많은 눈물처럼 굵은 줄을 그으며 흐른다.
늦은 아침밥을 때우고 텅 빈 방안에 숨죽이고 비바람이 요란하게 휘몰아쳐서 을씨년스럽다 못해 공포감까지 몰려드는 밖깥 동정에 귀를 내어 준다.
어느 빌딩에 내걸린 현수막을 찢을 듯 들춰놓으며 외벽에 맞혀서 내는 요란한 굉음이 해일이 인 바닷가 폭풍우처럼 귀가에 맞혀오며 당금이라도 덮칠 것 같은 불안감이 온몸을 휩쓴다.
제멋대로 날뛰며 집 천정을 마구 밟고 지나가는듯한 바람소리,
안하무인으로 공중에 가로세로 엉킨 전선이며, 전화선이며, 텔레비죤 유선방송 선에 불어왔다가 쪼개져서 내는 아츠런 바람소리,
가로세로 터진 골목길에 바람 방향을 가늠할 새도 없이 앞뒤로 달려들어 쇼핑하러 집문 나선 동네 아주머니 잘 정돈된 머리 발을 삼단처럼 흐트러져 놓고 악착같이 달려들어 꽁꽁 여민 옷깃을 마구 헤집어 놓으며 파고들더니 어느새 휭 하니 사라져간다.
그러다가 어느 결에 또 달려들고...
날씨 예보에 오늘 자정부터 비가 시작 되겠고 한낮이면 기온의 급강하로 내리던 비가 눈으로 바뀐다고 했다.
겨울 나그네인 눈이 보고 싶어진다.
그래서 트렁크에서 오리털 방한복을 꺼내 입고 첫눈이 내리는 전경을 지켜볼 양으로 엄한을 무릅쓰고 길가에 나섰다가 얼마 걷지 못하고 뼈 속까지 파고드는 동장군의 기염에 쫓겨 그만 되들어오고 말았다.
천지간을 다 냉동시켜버릴 것처럼 휘몰아치는 칼바람이 얼어 죽을 놈은 냉큼 나오란다.
정확히 오후 12시 48분, 방금 방안에 들어와 온도차이로 뿌옇게 흐린 안경을 책상위에 올려놓고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며 창문을 주시하는 찰나 한점 두 점 바람에 부대끼며 흩날리기 시작하는 눈송이가 보였다.
출입문을 확 열었다.
아, 첫눈이다.
이곳 서울지방에서 올해 들어 처음 맞는 눈이다.
행운스러운 것은 사계절이 분명한 이곳 온대지역에 머무는 까닭에 겨울이면 어김없이 보는 눈이지만 해마다 첫눈을 반길 때면 어린애처럼 치밀어 오르는 흥분은 주체할 길이 없다.
출입문 앞에 그린 듯 멈춰서버린 나그네 설한에 몸을 내맡기고 겨울 요정을 맞이한다.
포대에 가득 든 밀가루를 터뜨린 듯 작고 하얀 눈송이들이 뭉쳐서 바람을 타고 빌라사이며 골목길 사이를 누비며 몰려다니다가 지붕 위며, 담장 가위며, 골목길 젖은 낙엽위에 내려앉는다.
바람은 더욱더 기승을 부리고 하늘이 산산 조각으로 찢겨져서 내리는 듯한 눈송이들이 점점 굵어진다.
급기야 하늘을 터질 듯이 가득 메우며 내리는 함박눈이 땅이 꺼질 듯이 무리지여 쏟아져 내린다.
마주 바라보이는 교회 2층 창문이 벌컥 열리며 남정네, 아낙네의 둥그런 두얼굴이 내비친다.
“ 어머, 저 눈 좀 봐요. 점점 굵어지네...”
“ 올 겨울 들어 내리는 첫눈이네요. 많이도 내린다.”
“나는 눈이 내리면 별나게 기분이 좋네요. 아직도 어릴 적 동심이 남아 있는가봐. 호호”
그리고는 내가 서있는 1층에선 바라보이지 않는 담장너머로 뭔 재미난걸 보았는지 남정네가 낄낄 웃으며 아낙네를 보라는 듯 손짓을 그어댄다.
한참을 서두르며 내리 퍼붓던 눈발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가뭇없이 그쳤다.
땅에 내려앉았던 눈송이들은 언녕 녹아버렸다.
하늘에는 당금이라도 눈을 뿌릴 듯이 잔뜩 흐린 먹장구름 떼가 물밀 듯이 빠른 속도로 밀려간다.
바람은 여전히 거세게 휘몰아치며 나처럼 할일 없는 인간들을 방구석에 들어앉힌다.
텅 비였던 정원에 주인집 내외간이 며칠 전에 시골에 다녀오면서 화분 통에 담아 가져다 놓은 이름모를 화초 몇 가지가 버려져서 찬바람에 안쓰럽게 젖은 몸을 떨고 있다.
방안 가득한 귀중한 화분들 때문에 저 화초는 들여놓을 자리가 없는 모양이다.
내 누추한 방안에 들여놓자 해도 화분 통 덩치가 웬만큼 해서 들여놓으면 우리 부부가 잠잘 때 뉘일 자리가 없게 된다.
혹시? 저 화초들이 겨울에 쉬이 얼지 않는 나무들 이여서 밖에 내 놓은 것이 아닐까 자신을 간사스레 위안해보며 흐린 날씨 때문에 여느 때보다 땅거미가 일찍 내려앉기 시작하는 창밖을 물끄러미 응시하고 섰다.
인젠 눈이 안 내릴 참인가?
...한중에라도 미루었던 첫눈이 많이 내려서 내일엔 눈사람이라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고향에 두고 온 보고 싶은 아들 녀석을 이쁜 눈사람으로 빚어서 서로 바라보며 재미난 많은 이야기들을 실컷 나눌수 있을텐데...
창밖에는 여전히 먹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고 찬바람이 세차다.
자정 넘어 한밤중에 보일러실 함석지붕위에 투닥 거리며 떨어지는 빗방울소리에 깨여 창문을 열어보니 가로등도 추위에 잔뜩 움츠리고 떨고 있는데 짙게 내려앉은 회색빛 어둠 속에서 찬 겨울 밤비가 거침없이 내리고 있었다.
제법 한 여름비처럼 쏟아진다.
창밖 동정을 훔쳐보는 동안 빠끔히 열린 창문사이로 찬 기운이 확 몰려들어와 잠옷 걸치지 않은 맨몸에 징그럽게 매달리며 일신에 소름이 돋게 한다.
비 때문에 오래간만에 누려보는 아침 늦잠에서 깨여 일어나 덧문을 열어보니 밖같 알르미늄 샷시 문틀이며 유리창에 한가득 수중기가 이슬처럼 맺혀 불빛에 얼른거리고 합쳐져서 만들어진 물방울이 맞선에서 퇴박맞은 시집못간 노처녀 볼 턱을 타는 한 많은 눈물처럼 굵은 줄을 그으며 흐른다.
늦은 아침밥을 때우고 텅 빈 방안에 숨죽이고 비바람이 요란하게 휘몰아쳐서 을씨년스럽다 못해 공포감까지 몰려드는 밖깥 동정에 귀를 내어 준다.
어느 빌딩에 내걸린 현수막을 찢을 듯 들춰놓으며 외벽에 맞혀서 내는 요란한 굉음이 해일이 인 바닷가 폭풍우처럼 귀가에 맞혀오며 당금이라도 덮칠 것 같은 불안감이 온몸을 휩쓴다.
제멋대로 날뛰며 집 천정을 마구 밟고 지나가는듯한 바람소리,
안하무인으로 공중에 가로세로 엉킨 전선이며, 전화선이며, 텔레비죤 유선방송 선에 불어왔다가 쪼개져서 내는 아츠런 바람소리,
가로세로 터진 골목길에 바람 방향을 가늠할 새도 없이 앞뒤로 달려들어 쇼핑하러 집문 나선 동네 아주머니 잘 정돈된 머리 발을 삼단처럼 흐트러져 놓고 악착같이 달려들어 꽁꽁 여민 옷깃을 마구 헤집어 놓으며 파고들더니 어느새 휭 하니 사라져간다.
그러다가 어느 결에 또 달려들고...
날씨 예보에 오늘 자정부터 비가 시작 되겠고 한낮이면 기온의 급강하로 내리던 비가 눈으로 바뀐다고 했다.
겨울 나그네인 눈이 보고 싶어진다.
그래서 트렁크에서 오리털 방한복을 꺼내 입고 첫눈이 내리는 전경을 지켜볼 양으로 엄한을 무릅쓰고 길가에 나섰다가 얼마 걷지 못하고 뼈 속까지 파고드는 동장군의 기염에 쫓겨 그만 되들어오고 말았다.
천지간을 다 냉동시켜버릴 것처럼 휘몰아치는 칼바람이 얼어 죽을 놈은 냉큼 나오란다.
정확히 오후 12시 48분, 방금 방안에 들어와 온도차이로 뿌옇게 흐린 안경을 책상위에 올려놓고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며 창문을 주시하는 찰나 한점 두 점 바람에 부대끼며 흩날리기 시작하는 눈송이가 보였다.
출입문을 확 열었다.
아, 첫눈이다.
이곳 서울지방에서 올해 들어 처음 맞는 눈이다.
행운스러운 것은 사계절이 분명한 이곳 온대지역에 머무는 까닭에 겨울이면 어김없이 보는 눈이지만 해마다 첫눈을 반길 때면 어린애처럼 치밀어 오르는 흥분은 주체할 길이 없다.
출입문 앞에 그린 듯 멈춰서버린 나그네 설한에 몸을 내맡기고 겨울 요정을 맞이한다.
포대에 가득 든 밀가루를 터뜨린 듯 작고 하얀 눈송이들이 뭉쳐서 바람을 타고 빌라사이며 골목길 사이를 누비며 몰려다니다가 지붕 위며, 담장 가위며, 골목길 젖은 낙엽위에 내려앉는다.
바람은 더욱더 기승을 부리고 하늘이 산산 조각으로 찢겨져서 내리는 듯한 눈송이들이 점점 굵어진다.
급기야 하늘을 터질 듯이 가득 메우며 내리는 함박눈이 땅이 꺼질 듯이 무리지여 쏟아져 내린다.
마주 바라보이는 교회 2층 창문이 벌컥 열리며 남정네, 아낙네의 둥그런 두얼굴이 내비친다.
“ 어머, 저 눈 좀 봐요. 점점 굵어지네...”
“ 올 겨울 들어 내리는 첫눈이네요. 많이도 내린다.”
“나는 눈이 내리면 별나게 기분이 좋네요. 아직도 어릴 적 동심이 남아 있는가봐. 호호”
그리고는 내가 서있는 1층에선 바라보이지 않는 담장너머로 뭔 재미난걸 보았는지 남정네가 낄낄 웃으며 아낙네를 보라는 듯 손짓을 그어댄다.
한참을 서두르며 내리 퍼붓던 눈발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가뭇없이 그쳤다.
땅에 내려앉았던 눈송이들은 언녕 녹아버렸다.
하늘에는 당금이라도 눈을 뿌릴 듯이 잔뜩 흐린 먹장구름 떼가 물밀 듯이 빠른 속도로 밀려간다.
바람은 여전히 거세게 휘몰아치며 나처럼 할일 없는 인간들을 방구석에 들어앉힌다.
텅 비였던 정원에 주인집 내외간이 며칠 전에 시골에 다녀오면서 화분 통에 담아 가져다 놓은 이름모를 화초 몇 가지가 버려져서 찬바람에 안쓰럽게 젖은 몸을 떨고 있다.
방안 가득한 귀중한 화분들 때문에 저 화초는 들여놓을 자리가 없는 모양이다.
내 누추한 방안에 들여놓자 해도 화분 통 덩치가 웬만큼 해서 들여놓으면 우리 부부가 잠잘 때 뉘일 자리가 없게 된다.
혹시? 저 화초들이 겨울에 쉬이 얼지 않는 나무들 이여서 밖에 내 놓은 것이 아닐까 자신을 간사스레 위안해보며 흐린 날씨 때문에 여느 때보다 땅거미가 일찍 내려앉기 시작하는 창밖을 물끄러미 응시하고 섰다.
인젠 눈이 안 내릴 참인가?
...한중에라도 미루었던 첫눈이 많이 내려서 내일엔 눈사람이라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고향에 두고 온 보고 싶은 아들 녀석을 이쁜 눈사람으로 빚어서 서로 바라보며 재미난 많은 이야기들을 실컷 나눌수 있을텐데...
창밖에는 여전히 먹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고 찬바람이 세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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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6)
모이자에서 보고 왔는데 또 만나네요...ㅋㅋㅋ
근데 좀 많이 쓸쓸해 보이네요...
그래도 첫눈인데 좀 산뜻한 기분으로 묘사할거지....ㅎㅎㅎ
타향에서 느끼는 첫눈은 많이 틀리나 보네요...
근데 좀 많이 쓸쓸해 보이네요...
그래도 첫눈인데 좀 산뜻한 기분으로 묘사할거지....ㅎㅎㅎ
타향에서 느끼는 첫눈은 많이 틀리나 보네요...
어제 연변에도 눈이 가득 내렸다고 해요.
하얀눈을 특별히 좋아했던 나였는데 여기 일본에 와서는 볼수가 없군요
글을 잘보고 갑니다
하얀눈을 특별히 좋아했던 나였는데 여기 일본에 와서는 볼수가 없군요
글을 잘보고 갑니다
할미꽃님 오래간만입니다.
그렇습니다. 어제 서울등 중부지방 일부분곳에 첫눈이 내렸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어찌도 매섭게 춥고 한풍이 기승을 부리는지 첫눈을 흔상할 여유를 갖지 못했습니다.
고향에 어제 눈이 많이 내렸다더군요.고향의 함박눈이 보고싶습니다.
서현님 첫눈을 맞이하는 주위 전경이며 추위에 몰려 방구석에 갇혀버린 신세이고보니 산뜻한 기분이 만들어지지 않더군요.
나는 나대로님 한겨울 첫눈을 맞이할때마다 가슴속 깊은곳에서부터 전율해오는 흥분을 주체 못하군 합니다.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지금에도 말입니다.
여러분 타향에서 건강하시구요.이추운 겨울 잘 나시길 바랍니다.
그렇습니다. 어제 서울등 중부지방 일부분곳에 첫눈이 내렸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어찌도 매섭게 춥고 한풍이 기승을 부리는지 첫눈을 흔상할 여유를 갖지 못했습니다.
고향에 어제 눈이 많이 내렸다더군요.고향의 함박눈이 보고싶습니다.
서현님 첫눈을 맞이하는 주위 전경이며 추위에 몰려 방구석에 갇혀버린 신세이고보니 산뜻한 기분이 만들어지지 않더군요.
나는 나대로님 한겨울 첫눈을 맞이할때마다 가슴속 깊은곳에서부터 전율해오는 흥분을 주체 못하군 합니다.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지금에도 말입니다.
여러분 타향에서 건강하시구요.이추운 겨울 잘 나시길 바랍니다.
첫눈..예전에는 그냥 첫눈이 내리면 어저는 겨울이구나~라는생각밖에 없엇는데...
동경은 오늘두 19도라네요...다음주부터는 많이 추워진대는데...
동경은 오늘두 19도라네요...다음주부터는 많이 추워진대는데...
까불대기님 아무쪼록 타향에서 몸건강히 이 추운 겨울을 평안하게 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어제 올겨울 기상 예측에서 들을라니 한반도에 눈이 많이 내릴것이라더군요.
올해 겨울 한철에는 겨울 나그네인 눈을 많이 보며 지낼것 같습니다.
그래도 겨울은 눈이 많이 내려야 제맛인데 말입니다.
어제 올겨울 기상 예측에서 들을라니 한반도에 눈이 많이 내릴것이라더군요.
올해 겨울 한철에는 겨울 나그네인 눈을 많이 보며 지낼것 같습니다.
그래도 겨울은 눈이 많이 내려야 제맛인데 말입니다.

여기 일본에는 눈을 보고싶어도 언제가 될는지...
정말 이젠 고향의 눈이 그리워나네요...
비록 춥지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