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연습

사랑이별 · #154539

← 사랑이별

담넘에는 박꽃 · 2004-11-08 19:36:57 · 조회 242
                               이별 연습

며칠 전에 힘든  외국생활에 찌들리다 보니 한참동안 만나지 못했던 한 고향 친한 선배 형하고 술 마실 기회가 있어 함께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었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 기울이며 술이 서너 순배 돌때까지  시선을 내려뜨린 형이 말이 없었다.
원래 성격이 과묵한 편이라 처음엔 예전 같으려니 생각하며 별 다르게 여기지 않았는데 한참 지나보니 그게 아닌 것 같았다.

거멓게 타들어 광대뼈가 툭 불거져 나온 수척해진 얼굴은 생기가 없고 우묵하게 꺼져 들어간  두 눈은 벌겋게 충혈 되여 있었다.
유심히 쳐다보니 새롭게  와이프를 만나 인생을 다시 시작해본다면 희열에 들떠있던 그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 이였다.

보다 못한 내가 빈 잔에 술을 따르며 한마디 건넸다.
“ 형 어쩐 일이야? 안색이 말이 아니네, 욕심도 작작 부려라, 돈에 환장했나? 몸을 돌봐가면서 일해.”
“.............”
“ 형, 무슨 일이 있지?”

술잔을 들어 단모금에 삼키고 나서 안주도 집지 않은 채 퀭한 눈길로 나를 뚫어지게 건너다본다.
“ 넌 글쟁이니까 내 마음을 얼마간 이해할 것 같아서 이렇게 불렀다. 나 참... 요새 많이 힘들어.”
“ 형, 무슨 일인데...?”
“ 휴~ 너도 내 사정 알잖아? 와이프하군 이미 별거 상태이고...”

함께 한국에 나왔지만 2년 전부터 와이하고 갈라져 지내고 있는 형이다.
고향에서부터 전생에 악연 이였는지 결혼 초기부터 하루건너 온 동네 들썩하니 부부싸움이더니 이곳에 와서 그 악연도 끝내는 막을 내렸다.

“지금의 와이프하고 사는 모습이 너한테는 어떻게 비쳤을지 모르지만 난 행복했었다. 여직 전처에게서 받아보지 못했던 따뜻함을 느꼈으니깐...”
“...............”
“ 그래서... 행복하면 됐지 뭔 또 일 있어? ”
“앞 잔을 비워라, .... 나 요새 이별 연습한다.”
“ 뭐야? 이별 연습이라니?”
“ 이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안날 사람이 몇 명 있겠냐? 근데 난 왜 이렇게 숨통이 답답 한거니? ”
“ 어이구 내가 갑갑해서 미치겠네. 뭐야? 와이프한테 모르는 서방이라도 있다는 거야?”
“ 그건 아니구, 넌 여자의 과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 쳇 .... 형님 두 요샌 뭐 애인 만드는 건 유행 감기처럼 사회에 만연한 거구 ... 외간 여자 한두 번쯤은 안아보지 못한 남자두 있나?”
“ 이 자식아, 그것이 병들어 가는 이 사회문제라는 거다.”

형이 갑작스레 질러대는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붙는 불에 키질한건 아닌지 하는 생각에 훔쳐보니 형의 기색이 심각한 표정이다.
“ ...............”
나는 술잔을 조심스레 기울이며 형이 말문을 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 미안하다, 소리 질러서... 한 여자의 과거를 알아 버렸을 때 그 여자가 현재 네 여자라면 너 자신은 어떻게 반응할 것 같니?”
“ 형 그건 내가 겪어보지 못해서...?”
“넌 작가니까 상상해 볼 수도 있잖니?”
“ 글쎄 말이요, 어떻다고 말할까? 내 여자의 모르던 과거를, 의식적으로 숨겨오던 과거를 알아버린다면... 솔직히 말해서 쳐 죽이고 싶도록 밉겠지.”
“....................”
“내 지금 와이프의 과거를 알아 버렸다. 그것도 질탕하게 놀아대던 남자가 한두 명이 아니라는 거야. 휴~~”
“ ............? ”
“ 처음 시작할 때 과부로 몇 해를 살아온 여자라  남자 한두 명은 있겠지, 그렇게  예견을 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야.”
“ 얼굴은 전혀 그렇게 안 생겼는데...?”
“ 그러게 말이다. .... 그래서 나 요새는 죽을 맛이다. 그 여잔 뭐라는지 알어? 자기를 버리면 죽어 버리겠단다. ....하긴 나도 2년 가까이 살다보니 정도 생겼고 ....갈라지자니 후회할 것 같고... 어쩌면 좋니?”

이런 ... 속이 재가 내려앉은 형이 나한테서 조언을 바라고 불렀겠는데 무슨 말을 어떻게 해줘야 되나?
난감한 일이다.3자인 내가 어떻게 하라는 거야?
사랑에 얽히고  섥히는 감정은 본인들밖에 모르지 않겠는가?
판단도 본인이 해야 되는 거고...

“날마다 잠을 자지 못해, 밥맛없어, .... 눈만 뜨면 머릿속에 어떻게 그 여잘 떼여낼 것 인지 하는 이별연습을 하느라 머릿속이 터져버릴 것 같다.”

“와이프는 뭐하는데...?”
얼굴에 냉소를 지으며 형이 입가에 허구픈 웃음을 날렸다.

“ 날마다 날 체크한다. 자기를 남겨두고 어디 멀리 떠나버릴 까봐 하루에 전화 몇십 통을 해대는지 몰라. 휴~”
“ 형님 한숨 좀 그만 내 쉬여라, 구들장 다 꺼지겠소.”
“ 한잔 들어라.”
“형님도 드오.”

“ 왜 그렇게 살아왔나 그 여자를 원망도 해보고 질탕하게 살아온 대가를 치러야 된다고 매정하게 뿌리치는 떠나가는 상상을 하루에 얼마나 하는지 모르겠다. 한편으론 과부로 살아온 그 여자가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그렇게 살아왔겠지 하며 위안도 해보지만 내 마음을 내가 주체 못하겠고 용서가 안돼... 네가 좀 말해봐라 내 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 형님, 누구한테나 과거는 있소, 중요한 것은 현재요, 그 여자가 형님하고 살아오느 동안에는 형님을 배반한 일이 없잖소. 또 형님이나 그 여자나  서로  끔직히 사랑하고 있지 않소, 그러면 된거요. 그 여자의 과거를 용서해주길 바라오. 그리고 이별 연습이 아니라 상처가 가득한 그 여자를 어떻게 사랑해줄지에 대한 사랑 연습을 하기 바라오.”

“ 네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겠다만.... 휴~”

두 사람이서 소주 4병을 굽 내고 초겨을밤 찬바람이 불어 낙엽이 뒹구는 귀가 길에 나섰다.
나의 집 어구에서 한참을 더 가야하는 형님의 움츠러든 뒤 모습을 측은하게 바라보며 별빛하나 없이 찬 기운만 감도는 텅 빈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당금이라도 눈이 내릴 것처럼 잔뜩 찌푸린 하늘이 낮게 드리워져 있다.
첫눈이라도 내릴려나?
솜털 같은 희디흰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으면 좋겠다.

어지러운 세상의 고린내 나는 더러운 먼지들을 싹 쓸어내는 흰눈이....






쉼터에 새로운 글 쓰기는 금지되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소중한 기록 중에 꼭 다른 분들에게도 읽었으면 하는 좋은 글들은 「추천하기」를 눌러주세요.

일부 글들은 악성광고나 의미없는 스팸들일 수 있습니다. 읽는 분들에게 피해가 되거나 삭제를 희망하는 글에는 신고를 클릭해주세요. 로봇을 통하여 정기적으로 확인 및 정리를 합니다.

코멘트 (4)

배서기 · 2004-11-08 22:39:20
쉼터에서도 님의 글을 읽게 돼서 행운스럽게 생각합니다..

계속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이전에 모이자에서 첫사라의 이야기부터 님의 글을 보게 됏씁니다..

앞으로도 계속 쉼터에 좋은 글올려주기를 바랍니다...
lion · 2004-11-09 15:05:31
결혼전에 물론 상대방 과거를 잘 알고 결혼햇으면 좋을텐데...

지만....과거가 무슨그리 중요해요? 님의 형을 만난후부터 배신하지 않고 잘하면 되는거

지요,,, 속타하지 말고 와이프 더 사랑해바라고 권고해줘요......

나참 ...이마에 피도 안마른 놈이 설쳐서....미안해요.....
담넘에는 박꽃 · 2004-11-09 21:40:34
배서기님 이렇게 읽어주시고 리플달아주어서 감사합니다.
솔직히 나의 글에 대한 쉼터 회원분들의 호응이 별로라서 연재글은 끊고 가끔 잡필이나 수필 등을 올리려고 했습니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서울에 산다> 연재글이 여러분들의 감수에는 미치지 못하는것 같습니다.
좋은글을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Iion님 님의 솔직하고 따뜻한 마음을 그 형님한테 전해 올리겠습니다.
견해 피력해주어서 감사합니다.
배서기 · 2004-11-09 23:31:09
글쎄요....

근데 쉼터에서 님의 글에 흥취가 없는건 아니고 다만 문학에 흥취가 잇는 분들이 좀 적은

것같아요...쉼터는 다만 회원사진첨하고 글구 자유게시판이 제일 인기있구 근담에는 별로

들어오는 분들도 적구....하지만 한분이라도 님의 글을 클릭해준다면 기쁜거 아니겠어요??

님이 계속 쉼터에 계속 글을 올린다면 전 계속 열심히 읽어드릴게요...

그럼 노가다 작가님 힘내세요...기실 저도 일본에 잇다해도 노가다나 다름없어요...ㅎㅎㅎ

사랑이별 · 리스트 (25,907 건)

제목투고자날짜조회코멘트
初&#24651;B&B2004-11-09 21:552355
당신의 사랑은 누구세요?阿眞2004-11-09 21:382345
1%…?kk2004-11-09 00:512366
나에게 넌애인2004-11-09 00:192367
그늘 &lt;1&gt;바윗섬2004-11-08 23:562524
사랑과우정사이란포카2004-11-08 23:152347
나의 바램(15 ~ 마지막편)이수진2004-11-08 20:5629510
그늘&lt;프롤로그&gt;바윗섬2004-11-08 20:312410
여자는 필경 사랑에 나약해지는가봐요...너의곁에...2004-11-08 20:242374
오늘은 내가 당신이 되는 날...경아2004-11-08 20:182411
♥♥이렇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경아2004-11-08 20:172331
♡ 사랑하며 사는 세상 ♡경아2004-11-08 20:162911
▶ 이별 연습담넘에는 박꽃2004-11-08 19:362424
남자들아 ...♥사랑해♥2004-11-08 19:3025012
너를 위하여....┗치-_-탠┛2004-11-08 19:082365
난 못난이schmutz2004-11-08 16:262372
세상에서 절대적인 강자는 없다사니2004-11-08 12:392378
나는 여기 있는데kk2004-11-07 22:482382
고독이 만든(사랑) ?부드런사자2004-11-07 02:1432810
삶anna2004-11-07 19:472361
선물anna2004-11-07 19:362691
다음 사람에게는풀2004-11-07 16:472383
사랑하는 당신에게...경아2004-11-07 15:482371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경아2004-11-07 15:462411
그리운 그 사람...경아2004-11-07 15:432413
마지막 거짓말 [1]처니..2004-11-07 15:282375
異性B&B2004-11-07 14:392338
사랑을 할거야!사연2004-11-07 14:162355
슬픈 사랑붉은장미2004-11-07 01:1323713
궁합을 믿으세요?삶2004-11-07 00:0529011
← 이전804 / 864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