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떠나간 빈자리에 서서...

사랑이별 · #153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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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넘에는 박꽃 · 2004-10-26 16:06:46 · 조회 274
                       가을이 떠나간 빈자리에 서서...

약국에 다녀오려고 방문을 나서다 멈춰서 휘 정원을 둘러보니 스산하기 짝이 없다.

여름내 흐드러지게 피여서 향기를 난발하던 꽃송이들이 꽃잎들을 한잎 두잎 흩날려서는 서둘러 떠나가는 가을님에게 로비로 얹어 보냈는지 생기 잃고 말라비틀어진 앙상한 줄기 몇 가지만이  찬 기운을 한껏 품은 늦가을바람에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희롱당하고 있다.

빛바랜  가을하늘 아래 검누런 흙이 맨몸을  징그럽게 드러내 놓고 먼지를 흩날린다.

골목길에 나서니 겨울을 뒤세운  찬 기운을 가득 품은 골바람이 불어와 전기 줄에 매달렸다가 내동댕이쳐지며  윙윙 가슴 허비는 소리를 지르며 육신을 움츠러들게 한다.

올해에는 겨울절기가 일찍 찾아든다고 하더니만 살 같은 광음이 어느새 겨울 문턱에 다닿은 것이다.

어제 오후부터 갑자기 몸에 오한이 나면서 사지의 힘이 저만치 빠져나가며 몸살기를 불러왔다.
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힘겹기만 했다.
퇴근길에 붐비는 지하철안에서 한 시간 넘게 인파에 부대끼며 오면서 이대로 주저앉지나 않을까 하는 공포심에  소진한 몸을 지탱하느라 온몸이 물참봉이 되였다.

어느 기사에서 읽을 라니 감기는 날씨가 추워져서 걸리는 것이 아니고 바이러스 작용 때문이라고 하던데 자기도 모르게 밉살스런 바이러스에 감염됐나보다.

집에 돌아오자 바람으로 옷도 벗지 못한 채 서랍을 뒤져보니 종합감기약이 없었다.
쇠진한 육신을 끌고 약국에 갈 엄두는 못내고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끌 심산으로 서랍안쪽에 내버려져있는 <안궁환>을 집어 먹고 곁들어 <전통편>도 입속에 털어 넣었다.
하긴 내 몸이 중국인 체질이니 중국약이 제일 맞는다고 아직도 우직하게 믿는다.
담요를 내려 뒤집어쓰고 땀을 쭉 빼면 났겠지...?
피곤기가 일신에 몰려오며 어느새 소르르 잠들었다.

얼마나 잠들었을까?
누군가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눈을 떠보니 밤11시에 퇴근해오는 와이프가 두 눈이 떼꾼해서 내려다보고 서있다.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 자기야, 어디 아퍼?”
“ 몸살기운이 좀 있어서 약 먹고 누웠더니 잠이 들었어.”
“ 밥은 먹었어?”
“아니 아직...”
“자기 힘 버리고 쓰러져 자는 모습을 보고 내 가슴이 얼마나 쓰르르 했다구. 힘들더라도 얼른 일어나 씻어. 그사이 내가 뜨거운 국 끓여 줄께.”
“ 알았어.”
무겁기 만한 머리를 가까스로 들고 일어날려니 방안이 휙 돌아간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나니 얼마간 정신이 맑아졌다.

와이프의 정성이 넉넉한 늦은 저녁 밥상에 마주앉아 뜨거운 미역국에 밥 한그릇 말아 뚝딱 비우고 나니 바이러스에 내몰렸던 일신에 대항할 힘이 생겼다.

사랑보다 더 특효 있는 약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마침 오늘은 일거리가 펑크 나서 쉬는 날이라 늦잠 자며 피로에 지친 몸을 추슬릴수 있었다.
한 쉼을 푹 자고 나니 몸이 많이 개운해진 것 같다.
여유가 생기니 자연히 할일들이 떠올려진다.
<모이자> 에 들려 자작 글에 님 들이 올려준 리플에 답 글도 올려놓고 자신의 몸 상태도 체크해본다.
생각 탓인지 두 팔에 아직도 근육통이 더해지는 것 같아서 옷을 껴입고 약국에 감기약 사러 나섰다.

마음 한구석에 찬 기운을 마다하고 겨울에 옮겨가는 밖깥 전경을 더 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상가 빌딩에 내걸린 현수막이 바람에 찢어질 뜻 나붓긴다.
길가에 겨울행장을 꺼내 챙겨 입은 몇 사람이 몸을 웅크리고 갈 길은 재촉한다.
길옆 은행나무 열매는 떨어진지 오래고 누렇게 뜬 잎들만이 아직도 가을의 총망히 다녀간 흔적을 말해주는 듯  싶다.  
대성 슈퍼 앞 마당가 처마 밑에 댕그러니 내걸린 풍경(風磬)이 찬바람에 몸을 내맡긴 채 큰소리로 울려 댄다.
조잡한 풍경소리를 마음에 담고 보니 내 마음도 서글퍼진다.
겨울의 무턱에서서 한해를 돌이켜보는 나그네 마음이 한 잎의 낙엽 같다.

세월은 우리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오고간다.
낙인으로 찍힌 상처를 아물굴 사이도 없이 세월은 인생 황혼녘 저편으로 사정없이 끌고 간다.

타향에서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계절을 맞이할 때마다 떠올려지는 것은 어머니 손맛이 찐하게 느껴지는 청국장 냄새, 그리고 고향집 따뜻한 아랫목과 장작을  가득 넣고 활활 타오르는 부엌 아궁이며 하늘 높은줄 모르고터져라 뭉게뭉게내뿜어대는 굴뚝연기이다.

몇 년째 타향에서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추위에 내몰릴 아들생각에 눈물지으시며 혹시 올겨울에는 돌아올는지 노심초사하며  겨울 먹거리를 장만하시는 어머니 모습이 안쓰럽게 가슴에 맞혀온다.

아, 언제면 정든 고향땅 따뜻한 어머니 품에 안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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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7)

그냥 · 2004-10-26 16:33:01
가슴에 와 닿습니다.
머 잖을거에요.

고향이 잘살게 되면~
또한 잘살수 있는 가망이 보인다면요~
담넘에는 박꽃 · 2004-10-26 17:46:35
그냥님, 안녕하세요.

시간내서 읽어주시고 리플까지 감사합니다.^^

오늘 이곳 날씨는 많이 춥네요.
그래서인지 어머니께서 끓여주시던 장국 생각이 더 간절한지 모르겠습니다.

고향은 엄청 추울텐데 건강 챙기고 행복하기 바랍니다.
항상 미소 · 2004-10-26 22:22:17
쓸쓸한 가을바람에 마음이 스산해나네요 ....

일본온지 어언 몇년이 잘되건만 저두 고향에 한번 못가봤어요.

몇번 귀국하긴했지만 사정이 안돼서 ...휴~
담넘에는 박꽃 · 2004-10-26 22:35:59
항상 미소님, 고향 멀리 타향에서 떠올려보면 고향은 언제나 청춘입니다.
내 마음의 지기입니다.

그래서 고향은 언제나 내마음속에 살아서 숨쉽니다.

타향에서 항상 미소를 잃지 마시고 건강하고 충실한 하루하루 되기를 바랍니다.
디즈니 · 2004-10-27 00:21:31
문장을 읽고 감수가 너무나 크네요,,,,

몇번이나 읽엇어요,,어찌할수 없는 현실이네요,,,
하지만 용기내여 살아가고있는 현실은 아름답겠죠,,,

가을이 되여오니 모든게 쓸쓸해보이네요,,
이후에도 그냥 좋은 문장 기대하겠습니다.
잠자리 · 2004-10-27 12:44:27
고향이란 정녕 무엇이길래 떠나면 그리워 지고 다시 한번 찾아보고 싶을까?
아름다운 동년이 있어서 일까 아니면 선조들의 넋이 묻혀서 일까?
괴로운 추억이 남겨졌던 고향이래도 언젠가는 다시 한번 찾아가 보고 싶다.
담넘에는 박꽃 · 2004-10-27 19:26:40
디즈니님, ㅎㅎ다시금 들어와서 내가 단 리플 확인해보니 단어사용이 적절치 않게 쓰여진 부분이 있어 정정합니다.
글을 감명깊게 읽으셨다니 기분이 좋습니다.^^*

이후 좋은글을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리플 감사합니다.


잠자리님, 몇년전에 고향에 한번 다녀왔거든요. 몇년사이에 변모된 고향 모습에 조금 실망을 했더랬습니다만 타향에서 고향을 떠올려보면 언제나 가슴에 안겨오며 포근해집니다.
태줄기 묻고 뼈를 굳혀온 정든 고향,

나무잎들도 피였다가 지면 뿌리로 돌아갑니다.

내 마음속 고향은 영원한 꿈의 동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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