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3)

사랑이별 · #153723

← 사랑이별

설중매 · 2004-10-17 03:46:27 · 조회 260
처음으로 <그녀>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아마 중학교 3학년 때일 것이다.
나는 우리반에서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다…
특히 여자들 중에서는 항상 맨 앞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던 중,,,우리반에서 제일 이쁘장하게 생긴 여자애가 나를 껑충 뛰어넘는게 아니겠는가??
여자 일등 자리를 덥석 빼앗긴 나는 그만,,속이 안달아났다.
나의 짝꿍들도 난리다. 요즘 공부 안 하고 뭐하냐고 슬쩍슬쩍 말 걸어온다…
어떤 늠들은 벌써 그 애 옆에 가서 기웃거린다..
진짜 기분이 말이아니다. 나는 더 열심히 공부해서 일등자리를 빼앗아오리라고 맘 먹었다.
또한 나의 일등보좌를 빼앗은 적수가 정말 보기 싫었다.
그래서 열두시전까지 잠 안자고 교과서에 참고서를 책장 다슬어떨어질 정도로 올리훑고 내리훑었다.
내가 머리 동여매고 정신없이 공부하고 있는 틈을 타서
<그녀>가 등장했다.
<<나는 그런 허영심은 정말 질색이란 말이야!!>> 고상한 웃음을 지으면서 <그녀>는 말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능가했다고 그 사람을 미워하는건 정말 속물스러워>>
이게 <그녀>의 사고방식이다.
혼자 고상하고, 혼자 속세를 벗어난 것처럼 <그녀>는 나의 라이벌과 엄청 사이좋게 지낸다.
같이 공부도 하고, 간식도 나눠먹으면서 말이다.
그러는  <그녀>와 나의 적수를 주변 사람들은 기특하여 <한쌍의 자매꽃>이라고 부른다…
어쩜 둘다 생긴 것도 이쁘게 생기고 공부도 잘하느냐며,,,집의 자식들이 <그녀들>과 붙어놀게 한다.

매번 어떤 일이 일어날 때마다,  <그녀>는 항상 이렇게 나타난다…
그런 일들을 통해서,,,나는 <그녀>와 내가 얼마나 다른가를 절실히 느끼곤 한다.



-----------------------------------------------------------------------------------------------------------


하지만, 어쩌면 하느님이 공평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그이는 나에게 이토록 괴상망측한 가면을 씌워주고,
보상으로 나에게 엄청난 총명과 재질을 부여해줬다.
나는 우리반에서 공부를 제일 잘한다..
비록 내가 글을 쓸때면, 유미가 항상 방해를 놓고,
수업시간에는 맨날 한쪽으로 엎드려 잠을자, 나의 가냘픈 어깨를 저리게 하지만,,
그리고 내 숙제장을 자꾸 찢어 종이비행기를 만들지만..
내 공부성적에는 아무런 지장도 주지 못했다.
반면에 유미는 천사같은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휴……..
아이큐가 70도 안되는 백치다.
그는 5년내내 열자리이내 셈을 배우고 있었다.
2에 3을 더하면 5가 되는데,,,왜 1에 4를 더해도 5가 되는지,
유미에게는 영원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 둘은 비록 샴쌍둥이지만, 서로 다른 오장육부와, 팔 다리, 그리고
서로 다른 머리와 얼굴을 가지고 있다. 다른 어떤 샴쌍둥이처럼 팔다리를 공유하거나,
아니면 신체의 일부분을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 이게 그나마 행운이라 할까?
그런데……………..
유미는 자기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가 살아가고 커가고 이뻐지는데 필요한 모든 영양분은,,,,,그 유일하게 붙어있는
나의 옆구리를 통해, 부단히, 유미에게 전해진다.
한마디로 말해, 유미는 나의 영양을 섭취하는 것으로 생존해 나간다.
영양을 빼앗긴 나는 괴물의 얼굴을 하게 되고,
남의 것을 빼앗은 유미는 백치의 머리를 가지게 된 것이다.
휴…………………………
나는 유미가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유미는 내가 없으면 못 산다….ㅋㅋㅋㅋ
그래서 난 유미가 싫다.
나의 모든 것을 빼앗아가고,
모든 아름다움을 독차지한 유미,
그러면서도 나 없으면 살지도 못하는 유미가
정말로 싫다…ㅠㅠ

유미와 나는 어깨까지 붙어있어, 고개를 돌려, 서로를 보기가 참 불편하다.
나는 오른쪽에 있고, 유미는 왼쪽에 있다.
고개를 서로 마주보게 돌릴 수는 있는데, 너무 가까이에 있어,
서로를 보느라면,,,
나는 유미의 양미간의 보시시한 솜털만 보일 뿐이고,
유미말로는 나의 검은 주근깨만 보인다 한다…
게다가 주근깨를 보느라고, 눈알들이 한데 모여서 아프다고 야단이다.
그래서……….
우리는 거울에 마주해 서야만이 서로를 똑똑히 볼 수 있다.
나는 거울을 보기가 정말 싫다….
자신이 너무나 초라해보이고 흉물스러워 보이기 때문이었다.
유미가 한송이 꽃이라면,,,나는 꽃송이를 감싸주는 파란 잎사귀에 불과하다..
어쩜…………..그냥 이파리에 붙은 벌레같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도 유미는 거울앞에 마주서기를 하루의 제일 중요한 일과로 삼는다.
맨날맨날 거울앞에서,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나의 아픈 신경을 콕콕 자극한다.
흥얼거리면서 머리를 다듬는 유미를 보면서,
나는 가끔 이런 공상에 잠기곤한다.
저 거울 속의 오른쪽 사람이 나였으면,,하고…..
저 곱슬머리를 다듬고 있는게 바로 나였으면 하고 …..

유미에 대한 증오와, 그의 외모에 대한 질투심은
날이 갈수록 나의 모든 생활을 불태우고 있었다.
그 불이 나 자신의 이성을 거의 태우려 할 때,
우리는 서로 떨어져야만 하는 사건에 봉착하게 되었다.

쉼터에 새로운 글 쓰기는 금지되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소중한 기록 중에 꼭 다른 분들에게도 읽었으면 하는 좋은 글들은 「추천하기」를 눌러주세요.

일부 글들은 악성광고나 의미없는 스팸들일 수 있습니다. 읽는 분들에게 피해가 되거나 삭제를 희망하는 글에는 신고를 클릭해주세요. 로봇을 통하여 정기적으로 확인 및 정리를 합니다.

코멘트 (8)

설중매 · 2003-01-05 09:33:24
나물님...
2집에서 <나를 만들었으면, 왜 하필 또다른 나를 만들어주는지.
그것도, 나와는 전혀 다른,,,나 같지 않는 <그녀>를,,>라는 구절로,,,<그녀>의 존재가 먼가를 설명드렸는데,,,충분하지 못해나봐요..<또다른 나>란 단어대신에 <그녀>를 등장시켰죠...서로 인격이 다르니깐요...>
그리고 남의 것을 빼앗은 유미는 백치의 머리를 가지게 된 것이다.----이 구절은 약간 풍자의 의미가 있습니다. 약탈은 어느 정도의 대가를 동반하게 됩니다. 세상에 어쩜 절대적인 공평은 없으니깐요....

제로조카..항상 말없이 지지해주는 맘에..감사의 맘을 금할 길 없네....

단뽀뽀님....이긍...할미꽃님이 뭐 이렇게 커치야???
아직 저의 글이 덜 매끄럽습니다...그저,,나름대로 생각해왔던것을 적으려 했을 뿐입니다.
찌나미니..저의 전공은 문학이 아니었습니다..휴.........
할미꽃 · 2003-01-05 16:16:07
설중매님 문학을 했어야 했는데 아까워라...
ㅎㅎㅎ
님의 글 충분히 훌륭한데요뭐 ㅎㅎㅎ
나물 · 2003-01-05 20:00:55
설중매님 그 또 다른 님의 인격을 저의 다중인격에서 힌트를 받은거 아나세요 .그럼 내 둥둥 뜨는 기분이 되겠는데 ... 저도 처음엔 님의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
혼자 고상하고, 혼자 속세를 벗어난 것처럼 <그녀>는 나의 라이벌과 엄청 사이좋게 지낸다.같이 공부도 하고, 간식도 나눠먹으면서 말이다.그러는 <그녀>와 나의 적수를 주변 사람들은 기특하여 <한쌍의 자매꽃>이라고 부른다…어쩜 둘다 생긴 것도 이쁘게 생기고 공부도 잘하느냐며,,,집의 자식들이 <그녀들>과 붙어놀게 한다.-----------여기를 봤을때 정말로 다른 한 사람의 등장이라고 생각했어요.

문장리해능력 좀 단련해야겠다.ㅁㅁㅁㅁ
딸링 · 2003-01-05 22:54:56
아재.. 짤막짤막하게 쓰지 말구 좀 길게
기다리다가 목 길어지게 하지 말구 .ㅎㅎ
할미꽃 · 2004-10-17 10:33:52
ㅎㅎ
오늘은 내가 일등해봐야지 ㅎㅎ

설중매님 묘사가 넘 생동해서 눈앞에 펼쳐지는듯 해요..
혹시 지금 작가예요??
ㅎㅎ
다음 집이 기대되네요 ~~
빨리 올려주세요 ~~
ㅎㅎ
zeloo · 2004-10-17 10:41:09
이소은---거울-->


좋은글에 선물할께..열씸이 쓴 <거울> 100집까지 요로시꾸네~! 허허허(*장미)
나물 · 2004-10-17 17:47:06
갑자기 생뚱같은 <그녀>가 나오니 어리둥절했어요 ㅎㅎ아직도 <그녀>의 정체에 대해서 잘 모르겠고 ...

남의 것을 빼앗은 유미는 백치의 머리를 가지게 된 것이다--------------요 문장을 탁 읽었을때 머리가 일순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데 ... 구체적으로는 말할수 없네요.
나조다라께노 모노가다리
설중매 · 2004-10-23 16:03:48
나물님...ㅋㅋㅋㅋ
모든 사람인거는 모르겠지만,,적어도 적지 않는 사람들...적어두 두가지 인격을 가지고 있다고 전 여깁니다. 그래서 항상 자아모순 속에 빠질때가 많지요...어떻게 풀어나가는가는
그 매개인에 달렸지만...
글구..이긍..너무 겸손하지 마세요....님의 글도 엄청 예리한데요....

딸링아..
왜 이제야 나타나니???널 기다리다가...내사 다 목 길어진다..
그런 말 기억난다.
<목이 길어 슬픈 짐승아..>ㅋㅋㅋㅋ
목 길면 미인된다...화이팅..ㅋㅋㅋㅋ
내가 왜 짤막짤막하게 쓰냐구??? 이유사 많지..
1----나두 밥 먹구 잠자고, 글기 위해 일하고, 게다가 풍화설월까지 읊으려니, 어디 진득이 앉아 쓸 시간 그리 많냐???ㅋㅋㅋ

2----짧게 써야..문장 횟수 더 많이 늘리지??ㅋㅋㅋㅋ

사랑이별 · 리스트 (25,907 건)

제목투고자날짜조회코멘트
요지메~~해요니2004-10-22 19:062330
나의 바램(5,6편)이수진2004-10-22 15:372476
설사땜에 망친 한남자의 첫번째 러브스토리사니2004-10-22 10:292540
나한테 사랑이란... ...(감사글)비오는거리2004-10-21 23:462478
나한테 사랑이란... ...(완결편)비오는거리2004-10-21 23:4529912
억울합니다.많이 많이 많이....처니..2004-10-21 23:372352
넘...맘 아포...경아2004-10-21 20:122374
미안해...경아2004-10-21 20:062330
사랑해...경아2004-10-21 20:002452
너와 보낼수 있는 가을이 되었으면....고무줄바지2003-01-05 15:505185
내게등돌려 떠나려는 그대여..고무줄바지2003-01-05 15:495791
그대..고무줄바지2003-01-05 15:485641
내가 정녕 그 나무라면,,설중매2003-01-05 11:0360710
인생도라마삶2004-10-17 23:452335
나의 바램(3,4편)이수진2004-10-17 21:082353
내사랑 내곁에 (독백후기)-2녹색추억2004-10-17 20:312344
솔로여려분.... 가버려2004-10-17 19:442383
▶ 거울(3)설중매2004-10-17 03:462608
나의 바램(1,2편)이수진2004-10-17 00:442374
슬픔은 이렇게...온답니다.처니2004-10-17 00:082382
아직..기억하고 ..사랑하는사람 !PongDang2004-10-16 20:452423
해바라기 (그녀에게)G2004-10-16 16:082350
정말? 가니?? 다신 안오는...그런 이별이니!PongDang2004-10-16 13:432341
못 잊을 사람잠자리2004-10-16 12:252385
바램고구마2004-10-16 06:152411
하루...진선미2004-10-15 23:332374
사랑이란..........해요니2004-10-15 23:242396
헤헤~해요니2004-10-15 23:232334
사랑은 대체 왜그래해요니2004-10-15 23:232461
소중한...사람에게..!PongDang2004-10-15 23:022411
← 이전808 / 864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