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을 지고 사랑하는 남녀(8집)

사랑이별 · #148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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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추억 · 2004-06-01 14:18:21 · 조회 237
흐릿한 날씨에 눈을 뜨기 싫은 아침이 있다.
용이와 헤여짐을 결심한 어제를 돌이키기 싫어서 잠에서 깨여나기 싫었다.
하지만 눈을 뜨고 여전히 떠오른 태양을 보았을 때 모든 것이 현실임에 마음이 참담해진다.
출근하기 전에 컴을 마주하고 용이에게 메일을 썼다.
마주보고 할 수 없는 말들, 전화로도 말할 용기가 없을 때 나는 이 세상에 컴의 존재에 감사를 드린다.
<용아.
안녕!
오랜 고민 끝에 메일을 쓰게 되였어.
아마 우리의 사랑은 마지막까지 온 것 같아.
지금에 와서도 사랑이라 해도 될는지……
너의 여자친구가 날 찾아왔을 때 나는 처음으로 자신의 존재에 염오감이 생기더라.
드라마 속의 제3자로 존재했던 자신이 너무나도 미워졌어.
날 속인 이유를 알고 싶지 않아.
나에 대한 너의 사랑의 진실여부도 알고 싶지 않아.
내가 모든 것에 대하여 알고 싶지 않을 때 그 어떤 변명도 필요 없다는 것임을 너도 알고 있겠지?
그것을 알고 있다면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을 너라는 것도 알고 있어.
어쩜 우리는 그 어떤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또 서로를 알려고 하지 않는 존재일지도……
난 내가 살아가는 일생에서 그 어떤 위대한 업적을 쌓아놓는 것보다 그 어느 누구도 나로 인하여 상처를
받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족하는 여자야.
자신이 소유한 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만이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야.
그러니 그 여자를 잘 대해주고 행복하길 바란다.
그럼 안녕!>
상상보다 마음이 편해진다.
그 누굴 원망하기보다 또한 잃어지는 사랑 때문에 아파하기보다 다른 사람을 축복해준다는 것이 자신에
게도 일종의 특효약이란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언니는 근심스런 눈길로 나를 쳐다본다.
<언냐. 괜찮아. 나 원래 이런 성격이잖아. 진지하게 사랑하다가도 번개처럼 잊어버리는 성격이야.
걱정하지마. 웅?>
<너의 성격은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왜서 밥을 안 먹어? >
그랬었다.
마음은 속일 수 있지만 천성에서 오는 육체반응은 속일 수도 안부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모래 같은 밥알을 삼킨 후 출근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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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녀와 만남의 약속이 있는 날이다.
현이와 함께 약속된 찻집에 들어섰다.
아련한 생김새에 수심 어린 그녀의 눈빛을 마주했을 때 죄책감보다 그녀를 위안해주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첫사랑에서 사랑의 아픔을 절실히 느낀 나에게 있어서 그녀의 수심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
나와 현이를 축복해주는 그녀에게서 우리의 상봉이 마지막이며 다만 그녀와 용이가 행복하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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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도착하자 바람으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
너무너무 힘들다. 마음도 몸도……
<화야. 울고 싶으면 울어. 참지 말고. 응?>
현이는 나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마주보면서 웃음 띤 나의 얼굴이지만 그 표정보다 마음을 읽는 현이였다.
<현아. 나 자신의 힘든 모습 누구에게도 보여주기 싫었어. 하지만 너 앞에서만은 더 이상 참지 못하겠어.
나 미칠것만 같단 말이야!>
흘러내리는 눈물에 울먹이는 목소리는 비참한 나를 조소하는 것만 같았다.
<다 이해해. 그러니 나 앞에선 참지 않아도 돼. 난 오히려 솔직한 너가 더 좋고 편해.>
눈물을 닦아주는 현이에게 지친 몸을 기대였다.
<현아. 난 아프지 않을 줄 알았어. 내가 용이를 원망하지 않고 축복해주면 슬픔도 아픔도 없을 줄 알았어.
하지만 밥이 목구멍에서 넘어가지 않을 때 아침에 잠에서 깨여나기 싫을 때.
그러한 아픔 때문에 지쳐가고 있음을 깨달았어.>
<내가 용이를 한번 찾아가볼가? 혹시 그 여자가 용이보고 우리 둘을 한쌍으로 말하면 용이가 오해할 수도 있잖아.
내가 가서 설명해줄가?>
현이는 항상 내가 상상할 수도 없는 관심으로 떨고 있는 내 마음을 감싸준다.
<아니. 됐어. 그게 다 중요하지 않아. 모든걸 우연적인 만남에서 필연적인 결과로 보면 될거야.
나 괜찮아. 너도 돌아가서 일찍 자렴!>
<응, 그럼 일찍 자. 내일의 태양이 여전히 동쪽에서 떠오르는 만큼 웃음짓던 너가 되길 바랄게.>
저도모르게 입가에 피는 미소……
현이는 구경 나에게 어떤 존재일가?
단 한가지만은 긍정할 수 있었다.
너무나 완미해서 사랑하기마저 아까운 남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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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이가 떠나자 전화가 울렸다.
용이의 전화였다.
<하이. 안녕!>
친구의 신분으로 전화를 받아야 할 자신이 우스웠다.
<오. 잘 지냈어?>
<당연하지. 너 여자친구 이쁘더라. 너도 행복하지?ㅎㅎ>
어떠한 웃음인지는 나도 해석하기 어려웠다.
<오. 너도 남자친구하고 행복하니?>
<웅. 그래. 우리 다 행복하면 좋지 뭐. 나 자야겠다. 빠이!>
우린 아무것도 묻지 않고 해석하려고도 하지 않는 등을 지고 머리마저 돌리려 하지 않는 그러한 공통점이 있다.
드라마에서 이러한 상황을 볼 때마다 입 달고 왜 하고 싶은 말을 못하는 가고 욕을 한적이 한두번이
아니건만 내가 주인공일 때 더 이상 할말이 없었다.
컴을 켜니 용이의 메일이 와 있었다.
<화야. 미안했어.
너무나 많은 것을 소유했다가 갑자기 잃어버린 감각이다.
그렇게도 좋은 너였는데……
너의 메일에서 이미 심판을 받은 나로서는 더 이상 할말이 없다.
너가 행복하길 바랄게.>
우린 이렇게 끝내야만 했을가?
컴에 두드려지는 글만이 나에게 불만의 태도를 표시한다.




펄럭이는 카텐사이로 행여나 나타날가?
허전한 내 마음에 그리움 담고 기다려요.

눈으로 보던 바다를 마음으로 보게 되네요
세찬 파도가 바위 돌을 덮을 수 있지만
당신 그리는 내 마음은 덮이지 않내요.

마음도 몸도 떨리네요....저 파도소리에....
거침없는 파도에 저의 마음도 떠나보낼가요?
철썩이는 파도소리에 저의 슬픔도 잠겨버릴가요?

당신은 느껴지세요?
아픈 상처가 아물고 흉터가 남은 저의 마음을?
뼈저리게 통증이 오는 참담한 저의 마음을?

가끔씩 흉터를 보면서 당신이 떠오르겠죠?
그 모습을 떠올리는 저의 얼굴엔
더 이상 미소가 띠워질 수 있을가요?

미안해요!
당신을 그리면서 아파하는 자신 때문에.

죄송해요!
아픔을 당신에게 보여서라도 편함을 찾는 자신 때문에

행복하세요!
당신에게 무관심하려는 절 잊으면서……

바다 위에서 방황하는 저의 마음이 보이네요......
파도 속에서 허덕이는 저의 사랑이 보이네요......

바다에게 고요함을 부여할 수 없는 현실이라도
시간의 흐름 속에 자신의 원점을 찾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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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2)

대자연 · 2004-06-01 22:53:00
서로 사랑한다는것이 너무 힘든 일이라 한다.세상에... 사람 마음 읽기너무 힘들구나.
녹색추억 · 2004-06-02 09:40:25
대자연님, 서로 사랑한다는것은 힘든 만큼 달콤한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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