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동안 용이를 만나지 못했다.
일이 바쁘다고 한다.
전화가 자주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자꾸 마음만 불안하게 한다.
첫사랑 실패로부터 언녕 원망도 투정도 하지 않는 내가 돼버렸다.
그리움에 마음을 조이면서도 그것을 표달하지 않는 자체가 아마 일종의 자아학대일지도 모른다.
저녁에 회식하면서 술을 조금 마신 기분으로 용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용아. 안녕. 살아서 숨쉬고 있니?>
기분이 언짢아서 별로 좋은 말도 안나온다.
<오. 넌? 요즘 잘 지내?>
<나도 살아있다. 너 요즘 정말 바빠? 나 자꾸 불안해진다. 왜서인지.ㅠ ㅠ >
<화야. 나 지금 일이 있어. 전화 끊고 담에 전화 줄게. 응?>
<몰라. 왜 매일 바뻐? 혹시 다른 여자친구 있는거 아니야?>
갑자기 신경질이 나간다.
<그런 헛 생각은 하지마. 널 사랑한다는 걸 믿어줘. 그럼 빠이>
내가 뭐라고 하기도전에 전화가 끊겼다.
용이가 날 사랑한다는 것은 의심하지 않지만 왠지 자꾸 몰려오는 불안함에 머리가 아파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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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작은 언제나 황홀해서 그 누구에게나 전례 없는 웃음과 행복의 광풍을 일으킨다.
하지만 필경 바람은 시간의 흐름에 잠잠해지기 마련이다.
그 잠잠함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또한 사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서투른 방식으로 완미를 추구하려는
자신이 유치할 수도 있다.
이러한 사랑이 두려워지고 힘들어진다.
폰이 울린다.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혹시 용이란 분 아세요?>
모르는 여자였다.
난데없는 질문에 생각할 여지도 없이 대답한다.
<넵. 알고 있어요. 님은 누구시죠?>
불길한 느낌이 없진 않았다.
<저 용이 여자친구에요.
요즘 용이의 반응이 이상해서 전화기록을 보다가 <화>라는 이름과 빈번한 통화기록에 당돌하게 전화를 걸었어요.>
<오. 그래요? 전화 건 이유가 뭐죠?>
그 여자가 용이의 여자친구의 신분이 나를 놀라게 하였다면 나에게 전화까지 걸어온 자체는 나를 억이 막히게 하였다.
<실례지만 용이와는 어떤 관계인지요? 용이의 마음속에 자꾸 다른 여자를 담고 있는 것 같아서요. >
전화를 쥐고 있는 손끝이 시려나고 손바닥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한다.
내가 드라마 속의 주인공 같은 느낌이다.
<용이씨와 친구일 뿐이에요. 알은 지도 얼마 되지 않아요. 전 남자친구가 있어요. 오해하게 하였다면 미안해요.>
왜서 이런 거짓말을 쓰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용이와의 관계를 감추려는 것보다 세 사람 중 어느 누구도 상처 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였다.
<네. 그렇다면 미안해요. 언제 한번 시간 내서 만나면 안될까요?>
<네. 그럽시다. 님이 시간 정하세요. 시간이 허용되면 저의 남자친구도 데리구 갈게요.
저의 존재가 님과 용이의 관계에 영향 주는걸 바라지 않는 마음에서요.>
<네. 알았어요. 그리고 이번 통화를 용이와 비밀하면 안될까요?
내가 정말 너무 민감한 것 같아서요. 정말 미안해요.>
<아뇨. 괜찮아요. 약속 지켜줄게요. 그럼 바이!>
전화를 끊고 나서 폭소하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너무나 어이없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 몸부림치고 싶은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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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에게 전화 하려다가 참았다.
지금의 정서에서 전화하면 뭔 좋은 소리가 나갈 것 같지 않다.
언제나 리지가 감정을 전승하는 것이 나의 제일 큰 우점이자 결점일수도 있다.
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현아. 어디얌? 시간 있어? 울 집으로 올래?>
<오. 그래. 잠간 기다려. 인츰 갈게.>
매번 힘들 때마다 현이를 찾는다는 자체가 현이에게 얼마나 비참한지를 안다.
하지만 그러는 자신이 미우면서도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이 아마 인간의 열근성일지도……
손에 햄버거를 들고 들어오는 현이를 보면서 조금이나마 위로가 된다.
결코 현이가 날 좋아하고 관심해주어서가 아니라 단지 현이는 현이라는 이유로……
<밥 안 먹었지? 오는 길에 사왔어. 같이 먹자..ㅎㅎ>
<아니. 별로 먹고 싶은 마음이 없어. 현아. 내 지금 마음이 아파!>
현이에게만은 진실한 내 모습을 숨김없이 보인다.
<왜? 무슨 일이 있어?>
<내가 드라마를 찍고 있었다. 제3자였어. 내가 제일 꺼려하던 배역을 주더라.흐흐>
서글픈 웃음뿐이다.
<뭔 일이야? 상세하게 말해봐. 그 남자가 널 속였어?>
갑자기 현이를 나의 어깨를 붙잡고 다잡아 묻는다.
<아마 그렇겟짐. 속인 이유를 알고 싶지 않아. 그리고 화내고 싶지도 않아. 원망하고 싶지도 않고.
근데 자꾸 마음이 아프다. 이상하지?>
눈물이 볼을 타고 내려온다.
<현아. 한가지 부탁해도 괜찮아?>
<뭘? 말해. 다 들어줄게!>
<너에겐 비참한 배역인줄 알지만 용이 여자친구보고 내 남자친구라 해줄 수 없겠니?
나 그 여자 마음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
<난 아무래도 괜찮아. 그런데 너 바보 아니야? 그 남자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혼자서 결정하니? >
현이가 어쩌다가 신경질을 쓴다.
그러면서도 휴지를 넘겨주는 현이는 항상 내가 의탁할 존재인가부다.
<현아. 내가 살면서 제일 싫어하는 것이 남에게 상처주는것이야. 그 이유가 사랑일지라도 허용할수 없어.
용이와 그 여자가 어떤 관계이든 용이가 날 진정으로 사랑하든 난 나의 사랑 때문에 다른 여자한테 상처주지 않을거야.
다만 너에겐 너무나도 미안하다.>
<알았어. 너가 요구하는데로 해줄게. 제발 아프단 소리만은 하지 말길 부탁이다. 그리고 좋은 남자 많고도 많잖아. >
내가 벼랑에 처했을 때 자신이 상처 입더라도 바줄을 던져주는 남자……
그런 남자를 사랑할 수 없음에 자신을 망가놓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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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아. 우리 여기에서 끝내자! 내가 아프면 함께 아파하는 현이 같은 친구를 위해서라도
나 자신을 비참하게 만들지 않으련다.그리고 널 놓아주련다. )
마음속으로 용이에게 속삭이며 잠자리에 누웠다.
옆방에 언니가 틀어놓은 노래소리가 자장가같이 들려온다.
아픈 사람 같아 보인다네요
그냥 웃으면서 얼버무리죠
그대 없이 아무렇지 않다면
그게 이상한거죠 많이 사랑했는데
마지못해 잠을 청하고
가끔 알수 없는 눈물이 나죠
그댄 이런 나를 싫어할텐데
미안해요 씩씩하게 살지 못해서
많이 참아보지만 이젠 아니란 것도 알지만
그대도 참 보고 싶네요
잊혀지겠죠 괜찮아 지겠죠
난 여기 있어도 시간은 흐를테니까
사랑했던 맘도 헤어진 일도
못다한 애기도 웃어 넘기는 그런 날이 오겠죠
밤새 뒤척이다 아침이 오고
미루다가 지쳐 식탁에 앉죠
이런 내모습이 나도 싫은데
어떡해요 내 맘처럼 안되는 걸요
많이 참아보지만 이젠 아니란 것도 알지만
그래도 참 보고싶네요
잊혀지겠죠 괜찮아 지겠죠
난 여기 있어도 시간은 흐를테니까
사랑했던 맘도 헤어진 일도 못다한 애기도
웃어 넘기는 그런 날이 오겠죠
그댈 기억해내고 다시 지워내고
바도같은 나는 이래요 사랑이죠
잘 지내는 거죠 믿고 있을께요
지나간 사랑에 힘들게 맘쓰지 마요
혹시 그댈 닮은 사람을 봐도
아무렇지 않게 웃어넘기는 그런 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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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2)
왜서 슬픈일만 일어나는것일가? 아직 봄인데 그렇게 물들이면 어떻게 해요?
이젠 여름인것 같은데,,ㅎㅎ
가을이 되기전에 기쁜일이 생길거에요,,ㅎㅎㅎㅎ
가을이 되기전에 기쁜일이 생길거에요,,ㅎ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