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어느 바보같은 놈의 사랑법(9)

사랑이별 · #147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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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낙엽 · 2004-04-26 14:18:23 · 조회 245




---------------- 9 : 2002년 겨울 어느날... --------------------------------




수능 시험도 망치고 대학교는 문전에도 가보지 못하고...

그렇게 나의 학창시절은 끝나가고 있었다...

졸업을 앞둔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시점에 난 서있다...

그래도 항상 옆에서 충고해주며 도와주는 선아가 있어 고마울 따름이다...

선아와 난

물론 아무사이도 아니었지만... 서로에게 미묘한 감정이랄까

그런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다...

선아는

제 또래들에 비해 생각이 깊은 아이였다....

두달정도 만나면서 느낀거지만 ...

항상 세번은 더 생각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아이였다

그런 그녀가 당연히 더 예뻐 보일수 밖에 없지 않은가...

오늘 난...

그녀와 함께 그녀의 과제를 도와주러 서울에서 열리는 건축박람회를 가게되었다.

약속시간에 늦는것을 좀 심하게 싫어하는 그녀이기에

역시 오늘도 30분 일찍 약속장소로 나와서 그녀를 기다리는 중이다;;

나에게 있어 그녀와의 만남을 기다리는건...뭐랄까...

벅찬 설레임이었다...

거의 매일만나도 이 느낌은 도저히...

사라질 생각을 하지않는다.

\"오빠!?\"

드디어 왔다 ...

멋지게 뒤돌아서 인사해야지...

항상 멋지게 인사하려 노력해 보지만... 물거품이 되기 쉽상이었다...

오늘도 다리가 꼬여 실패...

멋지게 뒤돌아서 손을 살짝 들어보이며... 얼굴엔 약간의 미소...;;;;;

이것이 내가 말하는 멋진 인사법이라고나 할까?;;;

정말 사랑하는 사람 앞에선

실수만 하게되는것 같다...

\"왔어 ~?\"

\"응 오빠 6시에 문닫으니까는 빨리가야되!!\"

선아가 내 팔목을 잡아끌더니 전철역 쪽으로 뛴다...

얼떨결에 나도 뛰는 신세가 되었다...

뛰면서 생기는 바람에 내 머리는 이리저리 흔들린다...

오늘 머리 만지는 데 한 시간이나 걸렸는데

수포로 돌아가버렸네;;;

뭐 어때 선아만 괜찮으면 되는거지^^

\"오빠 뛰느라 머리 다 엉망됐다 !? 무슨 흑인가수 머리같어! \"

흑인가수....

뭘 좋다고 깔깔대고 웃는지...

그럼 그렇지...;;

선아가 머리 헝클어진 이 모습을 그냥 넘어갈리가 없다...

나를 놀리는게 제일 재밌다나 어쩐다나..;

퇴근시간대는 아직 멀은것 같은데 지하철에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지 모르겠다

겨우 틈에 끼어서 타야했다

사람없는 지하철을 기다릴수만은 없었다...

선아가 불편할까 걱정이지만... 불편함보다 과제가 더 우선이었으니까...

일주일후가 제출일인데도 뭐가 그리 급한지 빨리 해야한다고

전화통화로 법석을 떠는판에...

별수없이 난 오늘 선아의 과제를 도와줘야만 한다

노선표만 바라보며 아무 대화없이 한 20분쯤 지났을까..?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이런...뭐지....

갑자기 양쪽허리에 뜨거운 감촉이 느껴진다...

선아가 사람들이 많아 손잡이를 잡을수 없어 내 허리를 잡은 것 같다 ;;

아니... 끌어 안았다고 해야되나?

제기랄...

전에 없었던 일이라 몹시 당황스러웠다... 앞으로 시간대를 맞춰서 선아보고 지하철만 타자고 그럴까? 풋...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

............최대한 자연스러워야 되는데...

....왜 이렇게 얼굴이 달아오르는 건지...미치겠다...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지...

..............선아가 가만히 내 표정을 한참 바라보더니

씽긋 웃었다...그리고는

금새 쑥스러운듯 고개를 숙인채로...

\"잠깐만... 오빠 이렇게 잡고 있을께..? 괜찮지?\"

당연하지... 이렇게 말할까...?

...............아니면............물론이지 ! 평생 잡고 있어도 된다!!!...이렇게?........

............ 말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입안에서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그;;그럼!\"

.........이게... 초라하기 짝이없는 내 대답이다...

바보같이 왜 난 남들처럼 느끼하면서도 로맨틱한...;;; 그런 멘트를 날려본 적이 없다....

여자는 가끔씩 느끼하고 하여튼... 그런 멘트를 날려주는 것도 좋아한다던데;;;

난 방법을 모른다... ...

\"니 눈속에 빠져들고 싶어\"라던가... \"니가 없는 세상은 텅빈호수야!\".... 뭐 이런것... 책에서 보니까 많던데;;;

막상 하려면...

아무리 생각해도...

많은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이번역은 삼성역 .. 삼성역 입니다... 내리실문은 왼쪽입니다...\" , \"@#$$%@@*@#$@%%@#$@%@%....;;;\"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선아는 허리에서 손을 빼더니 뚫어지게 날 쳐다보았다...

\"그냥 볼땐 몰랐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까는 오빠 가슴 넓다~?\"

괜히 무안해서 건네는 말이란걸 한눈에 눈치챘다

\"오리털 점퍼를 입고있는 사람을 보고... 가슴넓다고 하는 사람이 어딨냐;;;\"

\"뭘 따지고 그래! 내가 그렇다면 그런거지! 이씨\"

선아가 얼굴이 빨개져서는 괜히 애꿎은 내 등을 때려댄다

이렇게...

선아와... ...

오늘처럼만 지낼수 있다면.... ...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오늘처럼만

이렇게 지낼수 있다면...

.......................정말....... 바랄것이 없는데..............

그래도.....뭐 어때... 이렇게 지금은 선아랑 같이 있는데...

.............이렇게 내 옆에서... 장난도 치고 웃고 떠들고

그리고...

....................오늘은 내 허리도 안아주었는데.......................

...... 내가 사랑하는 그녀가... 이렇게 내 옆에 있는데...

아무튼 ! 오늘은 정말 기분 최고다!

나라고 매일 짝사랑에 아프란 법도 없지

.....암 ! 비가 아무리 내려도 해는 뜨기 마련이니까........

누가 뭐라해도....

내일도...

...........해는 뜬다

이제 ....

나도 웃을수 있는날이 온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냥....

지금은 아무 생각 안하련다....

그저 이렇게.....

선아와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난 행복하니까 말이다...

이날은 선아를 만나서 처음으로....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낀날로 기억하고 있다...

눈앞에서 무언가가 왔다갔다 거린다

선아의 손이었다...

\" 오빠 무슨 생각해?! 빨리 들어가자 메모할것도 많고 바쁘단 말야~!\"

\"어? 어; \"

사람들의 비좁은 틈 사이를 돌아다닌 몇시간 끝에야 선아의 과제를 마쳤다.

무슨 건축물의 역사에 대해 알아본다나... 뭐 그런거였다...

고등학교에서 무슨 그런 과제를 내주냐고 의아해 하시는 분들도 분들도 계실것이다

설명을 하자면...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꿈인 선아는 그 분야의 학원을 다니고 있었는데...

그 학원에서 내준 과제였다;;

\"툭!\"

\"수고하셨습니다 성현준씨?!히~\"

선아가 장난섞인 목소리로 박람회관 현관에 있는 도우미의 목소리를 따라하는중이다;;;

\"오빠 이제 우리 어디가?\"

\"어디가긴 집에 가야지~!?\"

\"오빠 배 안고파?,, 나 피자먹구 싶어~ 내가 사줄께 가자~응?\"

으이구 바보같은 놈... 눈치없기는 하늘을 찌른다

선아 입에서 밥사준다는 소리가 나올때까지... 몰랐다니....

여자는 먼저 리드할줄 아는... \"뭐할까? \"가 아닌 \" 뭐하자!\"를 좋아한다던데...

난 그것조차도 없다... 선아를 좋아할 자격도 없다는 생각이... 요즘들어 자주든다

우린 가까운 곳에 위치한 유명 피자 레스토랑을 찾았다

\" 손님? 어떤것으로 주문하시겠습니까?\"

기회가 왔다...

여기서 내가 리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선아는 날 남자친구감으로 볼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휩싸여버렸다...

\"치즈크러스트 이거 고구마 들어간거 이거주세요! 선아 너도 이거먹어!\"

해냈다~!

내가 처음으로 내 주장을 뚜렷히 밝혔고... 선아는 날 리드하는 남자로 보겠지...

\"오빠 나 고구마 들어간거 못먹는데...\"

.......................이런;;;;;

그렇다;;;

조금전 내 행동은 리드가 아닌 생각도 물어보지 않는 무대포 멘트를 날려버린 것이다...

바보같은 놈....;;

\"너 먹;먹고싶은 걸로 아무거나 시켜;;\"

\"그럼~ 나 포테이토 먹을래 흐~\"

\"그;그래 이걸로 주세요!;;\"

종업원은 의미있는 웃음을 짓더니

\"네 감사합니다 \"

뒤돌아서 웃으며 걸어가는데... 웃는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린다....

....쪽팔려서.....참.......

\"오빠?\"

\"어;어?\"

\"오빠 겨울바다 가봤니?\"

겨울바다라.......

........... 가봤지...... 작년에..... 너한테 버림받고 혼자 가봤지.....

\"그럼...가봤지~;;;\"

\"아~ 진짜? 겨울바다 어때? 얘들이 커플끼리 가면 디게 좋다던데~\"

\"으응;;맞어.... 작년에 갔을때도 커플들이 참 많더라....\"

\"오빠 누구랑 갔었는데?

...............아픈곳을 찌르네...

\"호;혼자!\"

\"왜 혼자갔는데?\"

.......눈치가 없는건가.... 아니면.... 눈치없는 척 하는건가.......누구때문에 내가 겨울바다를 혼자갔는데.....

도대체 선아기집얘 속마음은 알수가 없다...

알 것 같다가도 모르는게 원래 사람 속마음이라지만...

선아마음은 아예 모르겠다....

\"응 그냥~ 혼자가도 좋다길래 가봤어..\"

\"거짓말 혼자가서 좋은데가 어딨어! 고독을 즐기는 사람두 아니구........

난 어릴때는 가봤는데 자라서는 한번도 못가봤어 나두 가보고 싶어~\"

이렇게 어린아이처럼 눈을 크게뜨고 날 보며 웃을때면

.......정말 미치겠다.......너무 선아한테 빠져버린 것일지도......

난 은근슬쩍 농담을 건냈다

\"그럼.... 우리둘이 이번주에 겨울바다 갔다올까?\"

\"정말?\"

\"그래 단둘이서 1박2일로 갔다올래? 어때?\"

\"진짜 갈거야?\"

선아가 내 말을 진심으로 들은듯 하다.

난 농담일 뿐인데

나야 대 환영이지.....

선아랑 여행가는게 왜 싫겠어...

이참에 진짜로 선아랑 단둘이 여행을 가버릴까? 싫은 눈치도 아닌데

\"그래 가자! 이번주에 우리 삼촌차 빌려서 다녀오자! 좋아?\"

\"그럼 정말 가는대신 ! 1박2일은 안되 오빠~! 나 외박은 안된단 말야...\"

\"그래 뭐 그럼~ 당일치기로 바람이나 쐬고 오지 뭐! 오케이?\"

\"오케이!^^\"

\" 주문하신 피자 나왔습니다~!\"

그렇게... ... 어느 겨울날의

잊지못할 추억은....

.........................그렇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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