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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도시와 많이 떨어져 있는 곳에 있었던 터라...
계절이 바뀌는 것을 등교길에서 실감할수 있을 정도였다... ...
언제부터인가...
단풍이 새빨갛게 물든 것을보니...
벌써...
가을이다... ...
시간도 참 ... 많이 흘렀다... 어느덧 .. 난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수능이란 문제앞에 직면했고....
야간 자율학습과 보충수업... 그리고 과목당 삼만원 가량을 지불하고 듣는
강사초빙 수업까지... 의무적으로 받아야 했다...
친구놈들 끼리도 마주치면 다를바 없이 웃고 떠들고...
그러나...
친구들의 표정엔 온갖 스트레스에 지친 모습들이 쉽게 드러났다
난... 학교의 밴드부 보컬이었던 만큼... 음악쪽으로 갈수있는 대학을 알아보고 있었고...
친구놈들도 자기들 나름대로 열심히 대학진학을 준비하는듯 했다...
그런데...
왠일인지 ... 며칠째 선아가 보이지 않는다...
점심시간이면... 매점앞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던... 그 모습이 온데간데 없다...
마음같아선..
이리저리 물어보고 수소문 해보고는 싶었지만...
지금 난 선아소식을 물어볼 자격조차 없었다...
선아 가슴에 못을 박아버린... 아주 나쁜놈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오늘은 학교에 가을축제가 있는 날이었다 .
1학년과 2학년은 아침부터 체육대회와 여러가지 행사에 참여했지만...
3학년이 참가할수 있는 행사는 늦은 밤에 시행되는... 장기자랑 코너뿐이었다.
상현이 용욱이 그리고 친구들은 축제에 참가하지 못하는 것에대해 불만이 상당했다
커터칼로 책상을 긁어대고, 껌을 교탁에 붙여놓는가 하면
공부하는 아이들 옆에가서 괜히 말을 시켜 장난치는 놈들이 대부분 이었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축제에 참가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선아가 보이지 않는것에 온통 신경이 쏠려있었다..
왠일인지 정선이도 나오지 않았다...
며칠전.. 난 정선에게 선아 수술비를 건내주었다...
선아가... 내 돈으로 수술받는다는 것을 알면... 자존심 강한 그 기집얘....
수술하지 않겠다고 발버둥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정선이 기집얘...
수술이 잘됐는지 전화 한통정도는 줘야 하는것이 예의 아닌가...
하긴...
분명 선아가 돈 어디서 났냐고 꼬치꼬치 물어보는데 변명할 시간도 부족하겠지...
\"야 현준아~! 박성국이 마누라와서 잠깐 집에 갔다!!! 흐흐흐!!
박성국 집 머니까 1시간은 족히 넘길거야! 나가서 우리도 축제분위기좀 내자 응?\"
역시... 놀기좋아하는 상현이 녀석이 이런기회를 놓칠리가 없지...
왠지 나도 공부는 내키지 않았다...
머릿속도 복잡하고 해서... 상현을 따라 운동장으로 나갔다
운동장은 온통 저학년들 붐비는 통에 시끌벅적했다
민혁이 녀석은 한달전에 옆학교로 전학을 갔는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 학교에서도 여자아이 한명을 임신시킨것이 학교측에 발각되어
퇴학처리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고 한다.
상현이 녀석... 용욱이와 아주 둘이 신났다...
신입생 여학생들 틈에 껴서 찝적거리느라 좋아 죽을 지경인가보다
난 스텐드에 앉아서 녀석들 노는꼴을 구경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하늘이 높아보인다..
날씨가 참 맑다...
구름한점없는 날씨라는것이 이런건가...
답답했던 머릿속이 한결 나아지는 느낌이었다...
더구나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은...
내 막힌 가슴까지 뚫어주는 것 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스탠드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었더니...
졸음이 몰려온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야 ! 스탠드에서 자빠져 쳐 자고있냐! 일어나! 이제 올라가야되!\"
용욱이 녀석이 날 깨웠다
\"어차피 올라갔다가 세시간만 뻐기면 이따 장기자랑 코너때는 나올수있어\"
장기자랑이라...
3학년이라 밴드부 연습도 안나가서 아마 날빼고 공연을 진행하겠지...
선아.. 내가 노래불러주는것을 많이 좋아했었는데...
내가... \"내겐너무예쁜그대\" 그 노래 불러주는것을 제일 좋아했었는데...
술 취하면 전화와서 불러달라고 조르고 그랬었는데...
그때마다 전화기 붙잡고서...
많이 촌스러웠지만...
엄마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내 방문을 열고 들어오기도 하셨지만....
그때가 가장 행복했었다...
정말...
미치도록 그 순간을 잡고싶었다...
다시...
선아가 그립다...
난 역시... 선아가 없으면... 안되는 바보다...
다시한번...
선아 앞에서
선아가 씽긋 웃으며 내 노래를 지켜보던.... 그 모습을....
볼수만 있다면...
나 이제 안 아파도 될텐데....
갈수록... 바램뿐인 내 소망....
갈수록... 커져만 가는 슬픔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아무것도...
내겐... 아무것도 없다
\"우우우우웅\" , \"우우우우웅\"
오늘 처음으로 울리는 진동..
힘이 빠져 축 늘어진 내 어깨까지 울리는 듯....
\"여보세요..\"
\"오빠...\"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아니 말을 해야만 했는데... 목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계속 삼켜져서....
가슴속의 응어리가 터져나오는 것 같아서... 도저히 말을 할수가 없었다...
\"오빠... 정선이한테...
얘기 들었어... 나 지금 한없이 초라해... 오빠란 사람때문에...
왜...
오빠가 그런것도 아닌데...
내가 뭐라고 그렇게 날 감싸주냐?...
이렇게 더러워진 날...
이런 날....
이런 날... 아니.... 이런 나라도 오빠... 나 좋아할수 있어?...\"
선아를 그리며...
가슴속에서 담아두었었던... 그얘기를
그 얘기를... 지금... 해야만 했다...
선아는 2년전처럼... 다시... 나에게 좋아해줄수 있냐고 묻고 있다...
다시...
이런 바보같은 놈한테....
나같은 병신한테...
묻고있다...
\"선아야!
니가 뭐가 됐건 정말 나하고는 상관없어!\"
터져나오려는 눈물을 꾹 삼켰다
\" 나!
말도 못하도록 너 좋아한다!!\"
다시 ....
다시 선아한테 좋아한다고 말할수 있을날이 오리라고는..
생각해 본적도 없었는데...
\"나 오빠 노래하는거 보고싶어서 왔어...
오빠 컬러링에 있는... 그 노래... 불러주라...\"
그날밤...
분위기는 무르익었고...
다들 축제를 한껏 만끽하고 있었다
무대위로 올라가는 계단을 하나 하나 밟아 올라갔다...
화려한 조명이 날 비추고...
덩달아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할수가 없었으며...
선아는 무대 맨 앞에 앉아...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나 역시...
선아얼굴을 절대 놓치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중 하나가 있다면...
아마도...
그렇게....
한순간은 행복했었다... ...
다시 기회가 있을거라...
믿었었다....
또 바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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