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저편으로(4)

사랑이별 · #147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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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구름 · 2004-04-21 15:36:56 · 조회 306
1998년 4월
벌써 대학 3학년이다. 난 그 애랑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5년을 기다리겠다고 한 약속...난 대학교에 올라오면서 남친이 생겼다. 핑계같겠지만 너무 외로웠고 쓸쓸했다. 그리고 그 애한테 과시하는 면도 없지 않아 있었고 그 애를 잊으려고 하니까 거짓말같이 한동안 그 애 생각을 하지 않고 지냈다. 난 남친한테 지극정성으로 잘했다. 그 애한테 못해줬던 것 까지 다 해주고 싶었다. 남친은 그 애를 알고 있었고 나랑의 일도 알았다. 남친은 속이 넓고 따땃한 사람이였다. 내 예민한 성격을 받아줄만큼 여유롭고 편안한 그런 사람이였다.  난 풍문으로 그 애가 재작년에 연길로 돌아왔음을 알았다. 그리고 내 친구가 그 애를 길에서 봤다고 했다. 작년 그믐날 난 그 애집에 전화를 했다. 그리고는 설을 축하한다고 했다. 아주 오랜 친구처럼 잘 지내냐도 물었고 새해에는 좋은 일들만 가득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3월에 그 애 생일날 난 그에게 전화를 걸어서 생일축하한다고 말했다. 그때 난 별다른 뜻이 없었다. 그냥 잘 지내나 궁금했었고 그의 목소리가 그리워서 전화했을 뿐이였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내 친구를 통해 날 한번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어느 점심에 그를 国贸앞에서 만났다. 그리고는 만두먹으러 갔다. 거의 아무말도 안하고 만두 먹고 나와서 헤여졌다. 난 그 애가 왜 날 보자고 했는지 궁금했지만 안 물어봤다. 가끔씩 그 애가 우리집 부근에 있는 회사에 출근하기에 뒷모습이나 마주칠 때가 있었지만 내가 피했다. 서로 안보는게 좋을거 같아서.

그 일이 있고나서 그 애는 내 친구중 L와 Y를 만났다. 그 애 친구랑 넷이서. 난 웬지 그 넷이 어울려 다니는게 싫었다.웬지 싫었다. 그 때 Y는 장춘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P는 연길에 있는 한 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넷은 참 놀러도 많이 다니고 밥도 많이 먹었다. 그리고 그 소문은 여과없이 내 귀에 들어왔고. 난 그 애들이 내 친구가 맞기는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아무리 내가 남친이 있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그 애랑 어울려 놀수 있는지... 그렇다고 내가 나서서 말릴수도 없고... 하여간 참으로 남감했다......

1999년 7월
벌써 졸업이다. 내 친구들은 다 졸업했구 난 반년 늦게 졸업하게 되였다. 그날 난 남친의 친구를 배웅하느라 역전에 나갔다. 남친은 그때 북경에 영어공부하러 갔었고 난 남친을 대신해 친구 배웅갔던것이였다. 우리가 한참을 웃고 떠들면서 얘기하고 있는데 내 옆으로 익숙한 그림자가 지나갔다. W의 친한 친구였다. 그리고 1분뒤 그가 뒤에서 따라갔다. 난 멍하니 그를 보다가 그 친구와 눈길이 마주쳤고 그 친구는 나와 아주 반갑게 인사했다. 사실 그 애 친구와는 초중때 옆반이라 잘 알았는데 거의 3년을 못보고 살았던거 같았다. 그 애는 나고부 친구 배웅하고 저기서 기다리라고 했다. \" 내가 왜 자기를 기다려? 정말 웃겨...아직도 제멋대로인 그 버릇 못 고쳤네...\" 난 속으로 이렇게 궁시렁궁시렁 대면서도 끝나서 거기서 기다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날 친구 L을 불러서 우리 넷은 저녁도 먹고 양고기뀀도 먹었다. 그 애들은 우릴 만나기전에 이미 어디서 한잔 한 모양이였다. 나도 그날 언간히 취했다. 그러자 그 애 친구와 내 친구 L이 자리를 피해주었다. 난 술기운을 빌어 왜 그때 나한테 그렇게 모질게 굴었냐, 왜 그때 나한테 그랬냐, 내가 널 얼마나 좋아했는줄 아냐면서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말을 다 해버렸다. 말하고 나니 속이 다 시원했다. 그애는 그냥 \"바보같아..바보\" 이말만 되풀이했다. 그 애가 기억하건 말건 난 내 속의 말을 다 해버렸다. 그리고 난 이제 정말로 그 애를 완전히 깨끗하게 잊을수 있을거 같았다. 그날 저녁 곤색바지에 핑크 셔츠를 입은 그 애 모습을 내 기억속에 오래도록 담아두었다......

1999년 10월
그날은 주일이였다. 이상한 하루였다. 남친이랑도 싸우고 난 까닭없이 예민해져 있었다. 저녁먹고 멍하니 TV보는데 내 친구 L한테서 전화왔었다. \"Y가 사고났어... 죽었어...\" 난 처음에 무슨 말인지 못알아들었다. 한달전에 Y가 머리를 다쳐서 난 또 덤벙대는 Y가 어디 다친줄 알았다. 정신없이 택시타고 Y네 집에가니 진짜로 Y사진이 걸려있었고 빈소가 차려져있었다. 충격적인건 Y아버지도 같이 돌아갔다고 했다. Y네 엄마와 언니는 날 보자마자 또 한번 통곡했다. L는 너무 울어서 목이 다 쉬였었다. 한바탕 나도 울고 나니 갑자기 오싹해졌고 그 애 방에 들어가는게 무서워졌다. 내가 그 애 방에 들어가서 멍하니 앉아있는 L를 가만히 안아주자 L이 갑자기 내가 알아들을수 없는 말을 했다. \"W도 죽었어....\"난 L이 충격받아서 헛소리 하는줄 알았다. 몇번을 확인했지만 진짜라고 했다.  난 너무 충격받아서 말도 안나왔다. 이럴수가,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수 있단 말인가? Y와 W가 한달전부터 사귀였다고 한다. 그렇게 끔찍하게 둘이 좋아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둘이랑 Y아버지가 사고를 당해서 한날 한시에 저 세상으로 간것이다. 아~ 그 충격이란..... 어떻게 둘이 나를 이렇게 배신할수가 있어? 어떻게????? 그래서 내가 얘네들이 같이 있는게 그렇게 싫었던 거구나. 그래서.....

난 그 한주일 제정신이 아니였다. 둘이 좋아해도 좋으니 꿈이길 바랬다. 하지만 그 애들 장례 치르면서 사람들이 한날 한시에 죽었다고 천생연분이라고 하는 소릴 들으면서 난 그게 현실인걸 알았다. 그 애들이 살았다면 내가 어떻게 했을까? 잘 살아라고 축복했을까? Y와 내가 계속 친구가 될수 있었을까? 죽기 전날까지 Y는 나한테 어떻게 말할까 고민했다고 한다. 둘 중에 하나만 살았다면 또 어떻게 됐을까? 난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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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우리 다섯은 그렇게 하나는 천당가고 둘은 일본가고 둘은 한국에 있다. 넷은 여전치 친구고 자주는 못보지만 자주 연락하면서 살고 있다.  나와 한국에 있는 다른 친구는 시집갔고 일본에 있는 둘도 남친이 생겼다. 나의 신랑은 그때 그 대학교 친구다.
지금은 남의 일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고 있는 날 보면서 인간이 참 간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때는 그렇게 슬프고 애절했는데 어떻게 시간이 5년이 흐르니까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을수가 있지? 물론 지금도 그 애들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지만 그때만큼은 아니다. 아주 가끔씩 생각날뿐이다.
가끔씩 W는 나의 꿈속으로 찾아온다. Y도 꿈속에 나타나지만 W가 더 잘 나타난다. 가끔은 그립다. 그냥 살아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누구와도 살아도 좋으니 살아만 있었으면. 이 하늘 아래 어디인가에 살아만 있었으면. 혹시 그때 내가 너무 많이 미워하고 저주해서 그렇게 된건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L은 그런 나를 보며 바보라고 했다. 내 탓이 아니라며. 어디까지나 사고였다며. 나도 안다.
2000년 어느날 난 초중때 부터 써오던 일기장을 전부 태워버렸다. 꽁꽁 감추어두었던 그 애 선물까지도.
그 애에 대한 기억은 그렇게 희미해져 가고 있다. 하지만 결코 지워지지는 않을것이다.

언젠가 그 애랑 난 세가지 소망이 있다고 말한적이 있다. 바다 보는거, 책 쓰는거, 머리를 허리까지 기르는거.
그 중 바다보는거 외에는 아무것도 못했다. 책 쓰는것도 머리를 기르는것도.
그냥 이렇게 인터냇에 글을 올리는것으로 책쓰는것을 대체하려 한다. 그때 감수성도 그때 감정도 아닌 지금에 책쓴느건 나한테 무리이다.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되였다.

이 글을 W와 Y에게 바친다. 부디 저세상에서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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