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
“누구세요?”
숙소방에서 별로 생소하지 않는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녕하세요. 수고스러운대로 화야를 부탁드릴께요.”
삐꺽~ 문이 살며시 열리면서 머리결이 길지도 짧지도 않고 외모도 수수한 여자애가 얼굴을 반쯤 내민다.이애가 바로 사장이 얘기하던 화야다.
“미미가 사직을 햇다면서? 어디로 간거지?”
화야라는 걸 확인하는 순간 나는 끝도 밑도 없이 질문을 들이댔다. 인사말 같은건 아예 머리속에서 생략된상 싶었다.
“왜서 이제서야 오는 거니? 미미가 떠날적에 얼마나 애를 태웠는데…”
대답 대신 푸념부터 잔뜩이나 늘여놓는 그녀.
“아?! 뭐가 ?”
“야. 넌 아마 모를꺼야, 미미가 떠날때 너한테 전화를 수백번도 더 했는데 그냥 연락이 안돼가지고 그래서…”
이렇쿵 저렇쿵… … 중얼중얼… …
“그러면 지금 어떻게 연락을 해야지?”
“그애가 떠나갈 때 말로는 한국회사로 취직을 하게 되였는데 이제 몇일후에 나보러 온대. 나도 이제 곧 고향으로 돌아갈꺼야. ”
나의 예감이 맞았다.
“그럼 넌 언제 떠나니?”
“아직은 잘 몰라, 위에서 허락을 못맡았으니…”
또 이렇쿵 저렇쿵 … 지지고 볶고…
“그럼 너 이 편지를 미미한테 전해줄래?”
말하면서 안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두었던 편지한통을 그녀한테 건네주었다.
“응, 아마 내가 너보다 미미를 만날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을지도 모르니까. ”
“그럼 잘 부탁한다.”
“다 아는 사이에 겸손하기는 … ㅋㅋ ”
“나 일이 있어 먼저 갈게.”
“응 그래, 나 미미하고 다 얘기할게.”
막상 X호텔 회전문을 나서고 보니 갈곳이 마땅치 않앗다. 그래서 그냥 발이 가는대로 부근의 Z피씨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제일 첨으로 미미의 얼굴을 보앗을때는 이 피씨방 문어구에서 불과 얼마 안 떨어진 거리에서 엿다. 그날따라 친구 성이와 같이 담소하며 피씨방앞을 지나가다가 성이가 잠깐 들어가보겠다면서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선자리에서 기다리고 잇엇다. 이때 마침 Z피씨방을 향해 걸어오던 그녀와 눈길이 서로 마주치긴 했지만 서로 모르는 사이라 인사말도 없이 그냥 지나쳐 버렸던것이다.
Z피씨방은 실내 인테리어가 엉망이엿지만 워낙 공간이 넓고 컴이 많기로 소문이 낫던터라 청춘남여들이 잘 찾아드는 벌둥지처럼 떠들썩한 집합체이기도 했다. 나는 조용한 분위기를 놓아하는 타입이다. 그런데 오늘 따라 오히려 이런 장소가 나의 마음을 끌었다.
“컴 하나주세요.”
10원짜리 보증금을 내밀면서 한말이다.
“2원짜리? 아니면 3원짜리?”
“3원짜리 주세요?”
다른 피씨방은 컴이 시간당 이용요금이 2원이지만 Z피씨방은 2원짜리와 3원짜리로 분류한다. 뭐 3원짜리가 2원짜리 보다 더 빠르고 선진적이라는 것이다. (례를 들면 마차와 자동차의 구별점) 평소같으면 나는 2원짜리에 앉는다.2원짜리도 사용할만 하니까. 하지만 오늘은 통이 크게 3원짜리를 택했다.
“29호 자리이다.”
카운터에서 넘겨주는 카드남바대로 29호를 찾아 앉았다. 언제부터인가 나에게는 기분이 우울할때면 음악을 듣거나 코노래를 부르는 습관이 생겼다. 오늘도 우울한 기분을 음악으로 풀어볼려는 심산에서 상습적인 손놀림으로 벅스뮤직의 “너에게로 가는 길”을 반복 클릭했다.
<내가 사랑한건 너뿐이야 다시 나를 모른척 하지마>
<그동안 아겨왔을뿐이야 난 너를 사랑해>
………….
경쾌한 노래소리가 헤드폰을 통해 나의 귀전에 울려퍼졌다. “너에게로 가는 길”은 김진우가 부른 노래로서 드라마 “유리구두”의 삽입곡이엿다.
노래소리에 젖어드나니 쓸쓸한 기운이 온몸을 휩싸고 도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불현듯 그녀와의 지난날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에 하나하나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미미야, 어디에 가든지 일 착실하게 잘하고 부디 건강해야 해!)
그녀에 대한 솔직한 축복이였고 속으로 그녀의 이름을 나직히 불러보았다.
얼떨결에 나는 곁에 앉아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반테레게임을 하고 잇는 뚱뚱한 남자애를 바라보았다. 차림새로 보아 중학생인듯 싶엇다. 이름 모를 이 남자애는 건너편에 앉은 다른 남자애하고 량미간까지 찌프려가면서 이렇쿵 저렇쿵 입으로 열심히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눈길은 시종 모니터에 못박은듯 고정시킨채 손으로는 게임의 진행을 조작하고 있었다.
(꼴통 같은 녀석들, 참 수고가 억수로 많군, 해라해라 하는 공부는 안하고 피씨방에 진드기처럼 들어박혀 게임이나 정신을 팔다니… 잘한다,잘해, 나도 니들만 할땐 역시 니들처럼 꼴통이엿지. ㅋㅋ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부모님 속인들 얼마나 탔겠느냐, 아마 모르긴 몰라도 잿덩이 될 일보직전이 엿을꺼다. 아글타글 돈 벌어서 자식을 공부시켜야지, 남의 자식한테 뒤지지 않게 새옷도 사입혀야지, 자식의 건가을 위하여 날마다 입맛에 맞는 음식만 골라 영양보충을 시켜줄려고 마냥 신경을 쓰시고… 속담에 ‘부모마음은 이다음 자신이 부모가 되여야 알게 된다’고 그말 딱 맞는 것 같군. ㅉ쯧……)
이젠 자기자신도 제법 어른이 된것처럼 저도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래보면 참 웃기는 놈이네. 자기일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남을 말할 형편이 됐나? 속담에 ‘제 코도 못씃는 놈이 남의 코까지 닥아주려고 한다’고 내가 그꼴이 되고 마는군. ㅎㅎ)
자신과 대화를 하다보니 갑자기 오늘 므슨 요일인지 궁금햇다.
“야, 오늘 므슨 요일이니?”
“토요일.”
뚱보는 게임에 정신이 팔려 눈길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머 뭐, 눈동자의 먹물을 뽑아 흰자위에다 ‘바보’라고 써놓고 싶은 건방진 자식, 선배가 물으면 깍듯이 인사하지 못할지언정 고개라도 돌려 대답을 해야지.글럿군,글렀어. 아참, 가만있자, 오늘 토요일이던가?)
의미심상하여 또다시 뚱보한테 물었다.
“오늘 므슨 요일이라구?”
“토요일이라는 데두나… 그래서 오늘 오후에 학교 안갔는데나…”
“? 감사하다”
금방까지 치밀었던 화가 오늘이 토요일임을 재확인 하는 순간 온데간데 없이 풀렸다. 나는 매주 토요일저녁부터 외박을 할수 있었다. 전에도 자주 말없이 외박하고 아침 늦게 집으로 들어간 차수가 많았던지라 사장님이 특별히 정해준 날짜엿다.
나는 남바가 찍힌 카드를 손에 쥔채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터벅터벅 걸어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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