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유陸游의 사랑
▲추사의 글씨로 본 육유의 시
중국 남송시대 陸游라는 시인이 있는데, 그는 중국의 송나라 때 육유라는 시인이 있었다. 남송 일대의 시단을 대표할 만한 시인으로 한평생 1만 수의 시를 지어 더욱 유명해졌다.
육유는 그의 외사촌인 누이(唐琬)와 결혼을 하였다. 이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너무나 가슴 아프게 느껴져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그녀는 시적 재능이 남편 못지 않았다. 부부가 같은 예술 분야에 재주가 있을 때 갈등이 야기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흔히 하는 말로 '깨가 쏟아지는' 신혼의 아름다운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서로를 깊이 신뢰하고 사랑하며 나날을 아름답게 수놓아 가는 것을 보고 하늘이 질투를 한 것일까. 육유의 어머니가 아들과 금슬이 매우 좋은 며느리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무슨 이유인지는 확실히 전해지지 않는데, 육유의 어머니가 이혼을 강요하고 나섰다.
어머니의 명을 거역할 수 없던 육유는 형식상으로나마 이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를 이웃 마을로 피신시키고는 때때로 가서 부부의 정을 나누곤 했다. 참으로 애틋한 사랑이었다.
불안한 사랑의 날들이 얼마 이어지지 않았을 때 육유의 어머니가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노발대발하였다. 다시 내 아들을 만나면 그냥 두지 않겠노라고 엄포를 놓은 뒤 당완을 멀리 쫒아 버렸다
세월이 흘렀다. 육유는 어머니가 점지해 준 왕씨 성을 가진 여인과 재혼을 했다. 당완도 조사정이라는 이름의 문인에게 개가를 했다.
그러나 3년 살고 헤어진 신혼부부는 서로를 차마 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우연히 재회하게 되었다.
어느 봄날, 육유는 고향인 소흥 우적사 남쪽에 있는 ‘沈家花園’이란 곳을 가게 되었다, 마침 그곳에 남편 친구들과 함께 들놀이를 나온 당완을 보게 된 것이다. 가까이 가서 안부를 묻고 싶었지만 조사정이 있는 자리에 불쑥 나타나기란 어색한 일이었다. 이미 남의 아내가 된 당완, 두 사람은 눈 빚으로 서로의 그리움을 전하고 짧은 만남이었다. 그는 사람을 시켜 술과 안주를 보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눈앞에 두고도 외면해야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옛정이 가슴을 미어지게 해 헤어진 후 육유는 너무도 괴로운 마음을 沈園담벽에다 다음과 같은 사를 적어 놓았다.
釵頭鳳(차두봉) *釵頭鳳(차두봉) : 비녀머리의 봉황
--陸游
봄은 예나 지금이나 의구하지만 사람만 홀로 야위어
연지 바른 얼굴에 흐르는 붉은 눈물 손수건을 적시네.
복숭아꽃 떨어지고, 연못가의 누각 또한 한가로운데
굳은 맹세 있다 한들 비단 글로도 전하기 어렵구나.
끝이로다, 끝이로다, 끝이로다.*
(春如舊 人空瘦 / 淚痕紅浥鮫綃透 / 桃花落 閑池閣 / 山盟雖在 錦書難託 / 莫 莫 莫)
불그스름한 부드러운 손에 누런 황등주
성 가득 만연한 봄날 궁궐 담장의 버드나무
짓궂은 동풍에 즐거움도 잠깐
한 번 수심에 젖은 후 어언 몇 해나 서로 떨어 졌던가
아! 잘못이어라, 잘못이어라, 잘못이어라!
(紅酬手 黃藤酒 / 滿城春色宮牆柳 / 東風惡 歡情薄 / 一懷愁緖 幾年離索 / 錯 錯 錯)
그 소식을 듣고 당완도 그곳에 자신의 슬픈 심정을 詩로 지어 답을 하였다. 시어머니가 자기를 미워하여 육유와 헤어지게 되었으나 시를 보니 전남편의 사랑이 여전한 게 아닌가, 그래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시를 썼다.
세상 인심은 각박하고 사람 인심도 모질기도 하여라
황혼녁에 비까지 내리니 꽃이 쉬이 떨어지겠구나.
아침 바람에 비는 말랐는데, 눈물 흔적은 그대로 남아있네.
글을 써서 마음속의 일을 말하고 싶어도 난간에 기대어 혼잣말을 할 뿐이다.
어렵군, 어렵군, 어렵군.
(世情薄 人情惡 / 雨送黃昏花易落 / 曉風幹, 淚痕殘 / 慾箋心事 獨語斜欄 / 難!難!難!)
그대와 나 제각기 가정 이루어 지금은 옛날과 다르네.
오랫동안 병든 영혼 날이 갈수록 적적하기만 하고
모서리에 부는 바람 차갑고, 밤에 난간에 홀로 서 있자니
남이 그 사연 물어볼까 두려워 눈물 삼키며 일부러 웃음 짓는다.
숨겨야지, 숨겨야지, 숨겨야지!
(人成各 今非昨 / 病魂常似秋千索 / 角聲寒 夜란珊 / 怕人尋問 嚥淚裝歡 / 瞞! 瞞! 瞞!)
당완은 이 시를 써 전한 뒤에 우울증이 심해져 시름시름 앓다 얼마 안 되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세월은 흘러 그로부터 40년이 지났다. 이제 육유의 나이도 75세가 되던 해가 되었다.
다시 沈園을 찾게 되었다. 하지만 많은 세월이 흘러 심원의 모습은 옛 모습이 아니었다. 그 옛날 당완을 만난 후 담장에 써놓았던 시도 흐릿해졌다. 당완을 만났던 다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다리에 서니 옛 생각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젊은 시절 너무나 사랑했던 아내 당완의 흔적을 더듬던 육유는 비통하였다. 서글픈 마음으로 그녀와의 옛 추억을 회상하다가 몹시 마음이 아파진 그는 다시 붓을 들어 아래와 같이 다시 시를 지었다. 바로 [심원(沈園) 2수]이다.
沈園(一) : 당완을 그리워 한 詩
-- 陸游
성곽에 노을이 지니 들리는 뿔피리소리 애절한데
심원은 옛 모습을 찾을 수가 없구나
서로 마음아파 했던 그 다리 아래 봄의 물결은 푸른데
그때 아름답던 그녀의 모습이 그림자처럼 스치네.
(城上斜陽畵角哀 / 沈園非復舊池臺 / 傷心橋下春波綠 / 曾是驚鴻照影來)
沈園(二) : 唐琬을 그리워 한 詩
-- 陸游
꿈은 끊어지고 향기 사라진지 40년
심원의 버들은 늙어 버들 솜도 날리지 않는구나
이 몸도 곧 죽어 會稽山 흙이 되겠지만
그녀의 남은 옛 자취 찾으면서 한없이 눈물 흘리노라
(夢斷香消四十年 / 沈園柳老不吹綿 / 比身行作稽山土 / 猶弔遺蹤一泫然)
후세 사람들은 육유의 아내에 대한 사랑이 긴 세월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식지 않았음을 알고는 자기 일처럼 애달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