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도라지 - 3.8절 순대잔치 후기 (3)

가정육아 · #789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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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쨩 · 2014-03-09 10:35:08 · 조회 752
순대잔치에 갔다 왔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후속 이야기를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기전에 생각했습니다. 만약... 오늘 모임에서 그녀가 지구의 어디에 있는지 조금이라도 소식을 듣게 된다면, 산을 넘든 바다를 건느던 그녀를 찾아가야겠다. 1만년전 도라지도라지백도라지심심산골에백도라지한두뿌리만캐어도대바구니에스리슬슬차넘친다에헤에헤야별에서 날 잡아바라~ 하고 깜쪽같이 사라진 그녀를 꽉 그러안고, 보고 싶었어.. 보고 싶었어.. 일만년동안 우주를 찾아다니며 너를 찾았어... 라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지구에서의 생사를 책임지는 아바이의 한마디 말이 생각나더군요. "제 있제요, 그렇게 순진하무 아이되우. 지구에 태어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있재요, 여러가지 풍부한 인생을 체험하기 위해서 다른 성별로도 태어난단 말이오. 예하면 이번 생에는 여자로 태어났다가 다음생에는 남자로 태어나고, 또 어느때는 부자도 되어밨다가 어느때는 가난뱅이도 되어보고 그런단 말이오. 제 있재요, 지구에서 그 사랑하는 사람 만나믄 놀랄 수도 있소. 그녀가 이번생에 남자로 태어나서 어떤 여성과 결혼하여 애를 다섯 여섯씩 데리고 나타날 수도 있으니깐, 므하하하~ ... " 솔직히 느낌을 말해볼가요? 그때 제 눈에는 그 아바이가 딱 마치 마귀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떻게 내 마음속의 여신을 그렇게 묘사할 수 있단 말입니까... 휴~ 저도 이제 지구에 온지 꽤 됬고, 이제는 배도 나와 누가 봐도 오빠라고 부를 사람이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녀는 여전히 만년전의 그녀의 모습일거라고 믿어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꾸 속으로 근심이 드는것은 무었때문이지요...

이날따라 해빛도 찬란하고, 모임장소는 빛이 찰찰 넘쳐 행복이 넘쳐나는 곳이었습니다. 바로 옆에는 강이 있어 파란 하늘이 멀리까지 보였고, 2면을 둘러싼 크다란 유리창을 통하여 바깥과 방안의 모습이 하나되는 황홀한 곳이었습니다.

아직 제가 별에서 왔는지를 모르는, 혹은 알고 있더라도 티를 내지 않은 지구의 친구들과 함께 3.8절 순대파티에 참가를 했습니다. 환경도 좋고, 채소도 맛갈스럽고, 사람들도 모두 부지런하고 열정적이다보니 제각기 서두르며 상을 배열하고, 채소를 접시에 나누고, 젇가락을 나누고 바삐 보내더군요.

저도 거두다가 하도 날씨도 좋고 음악도 좋고 환경도 아늑하고 포근해서 테이블앞에 앉아 지구의 도라지를 바라보았습니다. 오늘따라 립스틱을 하였는지 유난히도 빨간 입술이 눈에 띄이더군요. ^^ 제가 뚫어지게 보았더니 수줍어 얼굴까지 붉히면서 혼자말을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어마야~ 이 오빠 지난번 신년회 때 그 오빠 아임다? 어째 또 이렇게 남 어떠사게 만듬다..." 옆에 있던 순대는 살다살다 오늘 또 재미있는 일 만났다며 너털웃음을 웃다가 또 밥알들을 마구 흘렸고, 첨으로 이번 모임에 등장한 돼지귀는 이 친구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귀가 쫑긋해서 옅듣고 있었습니다...  

저의 행위가 좀 과했다 싶어 인차 사과를 했죠.
"아 미안, 그게 아니고... "
"괜찮슴다, 오늘 오신 오빠들이 몇이 없으니깐 귀엽게 봐주겠슴다. " 사과가 끝나기전에 착한 도라지가 안위해주며 윙크를 한다. 아... 지구에서 한 도라지가 한 사람을 용서해준다는 이 감격적인 장면... 그런데 잠간, 이상하게도 도라지가 그렇게 큰 소리로 이야기 하고 있는데도 아무도 듣지 못한것 처럼 제각기 제일만 서두르는거 있죠? 설마... 도라지의 말소리는 저만 들을수 있었던건가요?

"있잼까, 제가 여기서 태양을 노래하고 봄바람에 춤을 추고 빨란 입술로 날키스를 보내도 사람들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단 말임다"
"헐.. 어떻게 그런 일이..."
"오빠 놀라지 마쇼. 지구사람들은 교만적이고 배타적이라서 우리 말을 알아듣지 못함다. 그들에게 있어서 도라지와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거니와, 말할려구 생각하지도 않슴다"
"왜 그러지??"
" 사람들은 자기와 같지 않은것은 몽땅 배척하려구 함다. 같지 않은 종교, 같지 않은 국가, 같지 않은 민족, 모두가 같은 별에 살고 있고 같은 생명으로서 함께 의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등수를 매기고 높낮이를 정해서 자신을 제일 높은 곳에 올려놓고 모든 자기와 달라 보이는것 모든 자기에게 속하지 않은 것들을 지배하고 소멸하고자 한단 말임다. 대화? 그들은 마음을 닫아걸고 자기와 달라 보이는 존재와는 대화할 생각도 없담다. 그러니 무슨 대화가 되겠슴까? "
"오.... "
"있잼까, 저희 도라지의 생명은 해빛이 주었고 빗물이 주었고 흙과 공기가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기들이 발견하고 캣다고 자기것이라고 한단 말임다. 웃기지 않슴까? 너무 어이없고 유치해서 우린 그냥 웃고 지남다. 지 편한데로 알아서 하라고. "
혹시 누가 옅듣지 않나 싶어 머리를 들어 주위를 두리번 거리자 도라지가 안심시켜주더군요.  
"오빠, 근심마쇼. 마음을 열지 않고, 생명에 대한 인식을 개변시키지 않는 이상 인류는 우리 자연의 속삭임을 알아 듣지 못함다. 호호호 ~"

지구의 도라지와는 이번이 딱 두번째라 저으기 놀란데다가 지난번 다른 도라지와의 사건도 알고 있어서 너무나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도라지 물었죠...
"저기... 당신은 누구입니까? " 라고.
대화가 깊어져서 점점 재미있게 전개되고 있다고 느꼈는지, 옆에 있던 되지귀는 아예 온 접시에 귀를 쫑긋쫑긋 세워놓고 듣고 있었고, 차단(茶蛋)은 눈을 크게 뜨고 보고 있었고, 한창 명태오가리랑 씨름하던 오이무침이랑, 봄바람에 투명한 머리카락을 다듬던 국시랑도 하던 동작을 멈추고 조용히 듣고 있는것이 아니겠습니까.   
도라지는 색시한 빨간 입술을 살짝 다시더니 대답을 주더군요.
"오빠, 외부의 모습에 홀기면 안됨다. 도라지라는 것은 하나의 개념뿐이란 말임다. 그 이름은 사람들이 제 편하라고 모습대로 구분해서 달아준것 뿐이고, 우리는 이름같은게 없슴다. 오빤 지금 눈에 보이는 도라지와 대화를 하는게 아니고, 도라지라는 개념 혹은 의식과 대화를 하고 있단 말임다. 그리고 그 의식은 눈에 보이는 무언가에 있는게 아니고 바로 오빠의 기억 혹은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임다. 오빠눈에 보이는 이 세상은 오빠의 밖에 실제로 존재하는게 아니고 모두가 오빠의 의식속에 존재하고 있는 개념들이 감각의 형태로 느껴진 것 뿐이란 말임다. 즉 오빠는 지금 도라지와 말하고 있는것도 아니고, 누군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존재와 말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 자신과 말하고 있는것임다. 니디 밍빠이?"
"헐...  뿌밍빠이... 이건 도데체 죽으라는지 살으라는지 뜻을 모르겠네요... "
"갠챈슴다. 언젠가는 이 말의 뜻을 알 날이 올겜다. 지구사람들은 자기들이 모두 분리되어 있는 존재이고, 자기와 자기가 아닌 존재가 있다고 생각함다. 그래서 자기것이 아니면 누구를 죽여도 괜찮고 누구의 것을 빼앗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단 말임다. 낯모를 상대라 하더라도 대방이 곧 자신의 일부이고, 자신이 대방의 일부이며, 결국은 모두가 존재라는, 생명이라는 멋있고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완벽한 그것의 한부분임을 잊고 말임다. 우리는 생명의 아름다움을 체험하고 서로의 생명을 응원해주기 위해 같이 이 세상에 존재한단 말임다. 그래도 뿌밍빠이?"
"헐... " 저는 입을 딱 벌리고 말았죠. 살다살다 별란 도라지 다 보게 되는것 같네요.

립스틱 바른 빨간 입술의 도라지는 전혀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것 같았습니다.
"인생은 말임다. 우리 도라지랑 같습니다. "
"헐... 이건 또 무슨 이야기?"
"오빠 하나 물어보겠슴다. "
"응..오.."
"도라지채의 양념 맛있음까?"
"오, 당연히 맛있지.. 근데 왜?"
"그렇다면 만약 사람들이 양념만 먹으면 어떻겠슴까?"
"에긍, 아마 매워서 인명사고가 날걸.."
"그렇단 말임다. 양념이 도라지채가 맛있는 관건이긴 하지만 그게 도라지를 대치할 수는 없단 말임다. 양념은 인생의 재부나 명예와 같은 것들임다. 그런 양념들은 인생을 더 맛있게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지만 인생 그 자체를 대치할 수는 없슴다. 생각해보쇼, 이전에 중국에서 죽은 쥐고기랑 병든 되지고기로 양러촬 하는게 왜 잘 팔렸슴까? 그게 바로 그 고기 밖에 너무나 짙은 양념을 발라나서 사람들이 그 고기가 썩은 것 모르고 양념맛에만 먹다보니 그런게 아임까? 진정한 도라지채의 맛은 그 양념에도 있지만 더구나 사람들이 그 도라지를 씹을 때 그 도라지의 내부에 잠재되어 있는 그 쫄깃쫄깃하고 상긋한 맛에도 있는 것임다. 그래서 도라지채가 오랜 세월동안 사랑받는게 아이겠슴까? 인생도 마찬가지란 말임다. 양념도 중요하지만 그 양념에 앞서 우선은 자신의 삶을 통하여 희노애락을 통하여 자시의 찐한 맛을 내야 한단 말임다. 자신의 맛이 없고 그냥 양념으로 덮은 인생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슴까?"
"... "

도라지랑 대화하는 사이에 어느새 11시반이 넘고, 밥상위에 맥주랑 찰떡이랑 순대랑 도라지랑 오이무침이랑 젇가락이랑 접시랑 다 준비가 되었고, 모두 그룹별로 앉아서 점심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더군요. 방선생님이 몇마디 인사말을 하고, 전선생님이  건배 구호를 외치고, 다같이 건배와 함께 신나는 식사가 시작된 것입니다.

창밖에는 해빛이 찬란하고, 애들은 크다란 유리앞 해빛이 넘치는 광장에서 노느라 정신이 없더군요. 포근한 실내에서는 우리 민족의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왔고, 웃음소리가 넘치는 식탁앞에서 모든 활짝 핀 얼굴들에는 미소가 넘치더군요. "3.8부녀절~ 축하합니다" 라는 축하와 함께 시원한 맥주를 한모금 하고 젇가락을 들었습니다.

빨간 립스틱의 도라지가 입술을 움찔거리며 뭔가 못 다한 이야기를 하려는것 같더군요. 제는 잽싸게 "잘먹겠습니다" 하고 저가락을 놀려 도라지를 집어 입에 넣었습니다. 므하하하 너무 맛있어서 이번에도 혀를 깨물번 했습니다. 도라지가 뭐라 말할가봐 귀도 닫고 마음문도 닫아걸고, 시원한 맥주와 구수한 순대와 맛있는 오이무침들을 먹으면서 친구들과 또 새롭게 알게 된 친구들과 신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

모임을 마치고 카라오케이 가시는분들은 카라오케이 가고, 커피 마시는 분들은 커피를 마시러 가고, 저와 안해 둘이는 빠져나와 해빛을 맞으며 강가를 산보했습니다. 그리고  전차를 타고 우에노 공원에 미술관 앞에서 스타벅스에 커피를 시켜놓고 한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유유히 앉아, 망고쥬스 한모금 마시고, 옆에 앉아 열심히 핸드폰으로 국내 비행기사고의 뉴스를 보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문뜩 지구의 생사를 지켜주던 그 아바이의 말이 생각나더군요. "제 있재요, 이렇게 비장한 결심을 내리고 어찌고 해도 정작 지구에서 이제 그 사람 만나면 못 알아볼 가능성이 높소. 부인하지 마오, 내 양 그런 일 수두룩히 봤소. 사람들은 인생에서 관건적인 시간을 함께 한 이 사람이 베기 싫고 저 사람이 밉고 어찌고 하지만 사실은 그것이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택한 바로 그 소중한 존재였다는 것을 모른단 말이오. 남이란 건 없소, 모두가 서로의 거울이 되어주고 서로가 같지 않은 위치에서 서로에게 소중한 성장의 기회를 주는 존재들이란 말이오. 내양, 진짜 중요한 말 한마디만 할게. 그녀를 찾을 생각하지 맙소. 이번생에 만나는 모든 사람, 그야말로 모든 사람 남녀로소 심지어 동물과 식물 모두가 그녀라고 생각하오. 언젠가양, 제 빨간 도라지를 보게되면 이 말이 기억날거요. 그리고 인생이 바뀔게요. 두고보오. "

저는 깊은 침묵에 빠졌습니다. 모든 사람을 그녀 대 하듯이 감사와 기쁨으로 대하라... 이 것을 제가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니, 이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저도 미운 사람이 있고 괘씸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어떻게 잘 대할 수 있단 말입니까. 하지만... 만약 그 사람이 바로 그녀라면? 단지 내가 못 알아본 것 때문이라면? 참으로 지금의 심정은 말이 아닙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리가 필요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는 아니더라도 일부 사람에게 심지어 낯선 사람에게 잘 하라는거는 어떻게 보면 될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쉽지는 않겠죠... 하지만 1만년이나 찾아왔던 그녀가 지금 이 별에 그런 모습으로 나의 눈앞에 나타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잘 대해야 겠죠.

이제 그 사람을 서서히 잊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다는 뜻은 모든 사람이 그일 수 있고, 그가 아닌 것이 없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음" = "존재하는 모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바로 나의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이 그이고,  오늘 우연히 만나는 사람이 그이며, 스쳐지나는 낯선 사람이 그 인 것입니다. 그를 잊고, 이제부터는 생명속에 나타나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과 감사로 잘 대해야겠죠.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서로를 알아보고 "야.. 바로 너였네... " 하는 날이 오겠죠.

(전편 끝.
본 글은 엮어낸 이야기 입니다. 후기이긴 하지만 지난번의 두편의 전기와 연속된거라 3이라는 번호를 매겼습니다. 모든 여성분들 38절 축하하고,  또 즐겁고 신나는 38절 모임을 조직해준 동경조선족여성회에 감사를 드립니다. 본 이야기는 환상소설삼아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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