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도라지 - 3.8절 순대잔치 전기 (2)

가정육아 · #789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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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쨩 · 2014-03-05 07:53:25 · 조회 445
지구로 태어나기를 결정하고 곧 뛰어내리려고 하던때, 같이 인생의 각본을 채크해주고 조언을 주었던 아바이가 있었습니다. 그분이 이야기 하더군요. "있재요, 이 냉면 먹고 내려간 날에는 과거의 기억이 싹 잊어져서 기분이 대다이 좋단데" 그러면서 내려가기전에 마시라고 진달래냉면을 한사발 건내주더군요.

"그럼... 제가 기억을 몽땅 잊어버리면, 나중에 그 관건적인 시각에 알아보아야 할 사람을 못 알아보면 어쩌죠?" 아바이는 가슴을 탕탕 소리나게 치면서 대답하더군요. "근심마오. 중요한 사건이나 사람은 우리가 몰래몰래 기호를 해 놨습꾸마. 저기 저 여자 목에 걸린 돌 보임두? 저게 다 기호입꾸마. 나래만에 저쪽 남자 커서 저 여자 만나게 되믄 목에 걸린 돌 보고 사랑에 빠질게유. 우린 이렇게 별란 희한한 기호를 다 만드우. 얼굴에 찍힌 점, 귀에 걸린 귀걸이, 혹은 그 사람한테만 특별하게 끌리는 미소나 말투, 절대 놓치는 일이 없소. 그러니깐 근심마오." 그리고는 신비한 미소를 지으면서 저의 귀에 속삭여주었습니다. "이거 원래 누설하면 안되는데... 제한데는 딱 한가지 알려달램두? 제한데 특별한 싸인은 양 빨간 도라지요. 제 도라지 좋아하제유? 나래만에 빨간 도라지를 보게되면 기억이 확 살아날게유. 허허허~ 자! 그럼 이제 빨리 냉면 먹고 내려갑소~"

이렇게 저는 "지구인"이 되었고, 대부분의 기억도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분명히 저는 누군가 아주 중요한 존재를 만나기 위해 이 곳에 왔는데, 오기전에 그 인생의 각본을 샅샅이 채크까지 했었는데, 지금은 그 존재의 이름과 모습에 대해 하나도 기억나는게 없네요....  

이 느낌은 뭐라고 할가... 지구에서의 비유를 들면 마치 컴퓨터안에 17G짜리 야동이 저장되어 있는데, 암호가 걸려있어 파일을 열수가 없다는 그런 느낌, 예 바로 그런 비슷한 느낌이죠.

그래서 하루는 화가 벌떡 났습니다. 뭐야, 이거? 나 까먹기 위해 지구에 온게 아닌데? 그랬더니 어느 책이었던가 영화였던가 드라마였던가에서 나온 한마디가 마음을 콕 찌르더군요. "까먹는 것은 더욱 잘 체험하기 위한 사랑의 배려입니다. 잊어야만 기억해 낼 수 있고, 그래야만 지구라는 별에서 동전의 량면을 다 체험할 수 있는것입니다. 그리고 두 쪽을 다 체험했을 때 비로소 그 량면이 대립이나 분리가 아닌 완전한 하나임을 깨닫게 될 겁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기억이 완전히 사라졌는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왠지 도라지도라지백도라지심심산골에백도라지한두뿌리만캐어도대바구니에스리슬슬차넘친다에헤에헤야별에서 그녀와 함께 했던 일부 시간들은 기억이 선명하네요. 다른 기억들은 짙은 안개속에서 도깨비 춤추는것 구경하듯이 몽롱하고 희미한데 말이죠... 설마 이것도 사랑의 배려? 저 생생한 기억속에, 그리고 제가 마음이 끌리는 뭔가 속에 패스워드가 숨겨져 있는걸가요?

별에서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은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그녀는 도라지채를 무려 1000가지 종류나 만들 수 있었고, 저는 그녀가 도라지채를 만들수 있게 우주의 방방곳곳을 들리며 도라지를 캐 왔습니다. 그리고 나무위에 올라 그녀와 함께 우주 하늘을 바라보며 함께 도라지채를 먹곤 했지요. 우리는 그렇게 지구시간으로 약 500년이란 긴 시간을 같이 생활했습니다. 참고로 도라지도라지백도라지심심산골에백도라지한두뿌리만캐어도대바구니에스리슬슬차넘친다에헤에헤야별에서는 지구처럼 결혼이나 법율이나 이런게 없거든요. 그런데도 질서는 지구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국가보다 더 좋답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지구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진실한 몸매를 주변의 평가에 맞추려 하고 자신의 진실한 나이를 애써 감추며 심지어 자신의 진실한 생각도 감추며 사느라고 무척 애쓰죠. 하지만 도라지도라지백도라지심심산골에백도라지한두뿌리만캐어도대바구니에스리슬슬차넘친다에헤에헤야별에서 사람들은 모습을 원하는데로 바꿀 수 있고, 년령을 원하는대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모두 진실하게 살아간답니다. 지구에서 처럼 돈을 벌어야 하는 "직업"이라는 것도 없기 때문에 모두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기 때문에 월급이 뭔지도 모르고 재산이 뭔지도 모르며 잔업이 뭔지도 모른답니다. 지구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소유"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지만 별에서는 아무도 상대를 "소유"하려고 하지 않는답니다. 한 생명을 속박하여 "소유"함으로서 자기만의 행복을 지키기보다는, 그 생명에게 자유와 지원을 제공하여 그 생명을 "활짝 꽃 피게" 함으로서 다 같이 행복해지는 것을 좋아한답니다.   

한번은 나무위에서 사이좋게 도라지 나누어 먹으면서 그녀가 말하더군요. "우리 같이 지구라는 별에 가지 않을래? " 도라지 먹기에만 열중하던 나는 생각도 없이 말했죠. "싫어! 난 너랑 같이 도라지 먹으면서 영원히 여기서 살거야."
"정말 가지 않을거야?"
"싫다니깐!"
"내가 만든 도라지 맛있지?"
"응, 당연히 맛있지. 너가 만든 도라지 우주에서 최고야~ "
"그래? 호호호. 그럼 내가 만든 도라지 먹으러 지구에 와!"
그리고 그녀는 익살스럽게 일어나 나 잡아봐라~ 하면서 나무위로 달아났습니다. 저는 그게 단순히 그녀의 농담이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 그녀는 진짜로 사라졌던 것입니다. "나 지구 간다~"라는 쪽지 하나만 달랑 남겨놓은 채...  

동경의 신오오쿠보는 제가 자주 가는 곳입니다. 그곳에 가면 슈퍼들이 많아 도라지를 살 수 있으니깐요. 그중 여러가지 김치를 파는 시장에 들려, 한창 도라지를 고르는데, 우연하게 옆에서 너구리라면 고르던 한 친구의 전화내용이 듣기더군요.
"모시모시, 오, 뭐라고? 1000엔만 내면 도라지, 찰떡, 순대, 맥주랑 실컷 먹을 수 있는 파티 있다구? 야 임마.. 그런게 어딨어? 정말? 오.. 참가 참가! 3월8일 토요일 오전 10시반? 야, 내 언제 먹는데 빠지더냐? 알았어! 잠간만 내 좀 적을게... 王子駅北口 출구로 나와서 2番バス停에서 新田一丁目行き(王55,王45) 버스를 타고 약 15분 가서 ハートアイランド南에서 내린다. 오케이! 10시15분에 王子駅北口출구에서 만나자, 부짼부싼~ " 말을 마치자 그 친구는 콧노래를 부르며 나가더군요. 순대며 찰떡을 먹을 수 있으니깐 기쁘던 모양입니다. 

우연이란것은 어찌보면 우리가 해석하지 못하는 필연일지도 모르죠. 그것이 이미 태어나기전에 인생설계서에 계획되어 있는데도 사람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해석이 안 되니깐 망연하게 "우연"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달아준 것이겠죠.

갑자기 그 아바이 말이 생각나네요, 빨간 도라지를 보게되면 기억이 확 살아날거라고... 혹시 그 아바이가 말한 빨간 도라지가 바로 이번 3.8절 동경여성회의 순대파티의 도라지를 뜻하는 것은 아닐가? 살짝 고민이 되네요... 그냥 순대 찰떡 도라지 먹기 위해서 참가했다는 말은 듣기는 좀 그렇지만, 하지만 기억의 깊은 곳에 잠겨진 비밀은 풀고 싶고... 빨간 도라지... 에라... 그냥 확 참가해 볼가요? 설마 그 빨간 도라지가 이 빨간 도라지가 아니더라도 믿져봐야 그냥 1000엔 참가비뿐인데... 이참에 꿈에도 그리던 도라지채도 먹을 수 있고, 어찌보면 만년동안 우주여행하며 찾아왔던 그 뭔가 소식을 접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망연한 희망을 품고 말이죠....
 
다음에 계속.

(본 글은 엮어낸 이야기 입니다. 여기까지는 "전기" 입니다. 만약 38절 여성회의 순대파티 참가하게 되면, 갔다와서 "후기"라는 제목으로 계속하겠습니다. 혹시 참가 못해 후기가 없다 하더라도 여기까지 그냥 환상소설로 재미삼아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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