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진귀한 광경이 얼마나 많은가. 생명의 신비, 자연의 신비… 그런 신비한 것들이 세상에는 많다.
그러나 그중에서 진귀한 팬티가 있으리라는 것은 알지 못했다. 누구라도 그렇지 않을까. 그건 수식어가
조금 더 붙어야 하는 일이긴 했다. 찢겨진 팬티가 교실에서 날아다니고 있는 것이 바로 그러했다.
"뭐야?"
내가 물었다. 아마도. 내 목소리거나 다른 사람의 목소리거나. 하여간 누구의 목소리인지가 중요하지
않을 정도로 집중하게 되는 장면이었다. 짙은 청색 계열의 팬티는 조각나서 교실 여기저기에 있었다.
소설이라면 나도 지지 않을 만큼 많이 읽었는데, 이건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나는 그 흉칙한, 누군가의
조각난 팬티를 주워들었다. 팬티의 표면은 매끈하여 불쾌한 느낌이었다. 이런 느낌을 어디서 받았더라.
"진성이 팬티."
먼저 와있던 친구 하나가 대답했다. 그제야 나는 팬티에게서 진성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진성이는 처참한 몰골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참혹한 광경이었다. 망연자실한 눈동자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물론 팬티도. 뒤늦게 들어온 친구 하나가 나와 똑같이 물었다. "뭐야?"
그리하여, 우리 고등학교에는 난데없이 '팬티전쟁'이 발발했다. 공학이 아니었던 점은 다행이라고 할까.
사실 그건 전쟁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아니었다. 전쟁이라기에는 일방적이었으니까. 어찌보면 학살에
가까웠다. 아마 수능 스트레스로 미쳐버린 우리들의 자화상 …이라고 하기에는 저질스러운 그것은,
여하튼 발발해버리고 말았던 모양이다.
"잡아라!"
팬티를 찢으려는 세력들, 이하 팬티십자군이 그렇게 외쳤다. 손가락 끝에 있던 아이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어찌나 놀랐냐면 얼굴 표정은 그대로 굳어있는데 몸이 먼저 반응을 하여 어깨가 돌아가고 있는, 놀라운
인체의 신비였다. 실로 공감이 되기는 했다. 덩치 큰 남정네들이 내 팬티를 찢으러 온다면? 그 아이는
재빠른 몸놀림으로 교실 뒷문을 잡는데까지는 성공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무용지물이었다. 다음날은 분홍색 팬티가 찢겨져 교실을 떠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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